"아이가 학교에서 겉돌며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나요? 단순한 학업 스트레스나 의지 부족이 아니라, 또래 집단으로부터의 '소외'가 아이의 마음을 멍들게 하고 모든 의욕을 앗아가는 것일 수 있습니다."
Q.선생님, 가슴이 찢어지는 마음으로 글을 올립니다.
중학생인 저희 아이가 얼마 전 친구들 사이에서 따돌림과 소외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너무 큰 충격에 아이를 달래보려고 했지만, 아이는 그 일 이후로 완전히 마음의 문을 닫아버렸습니다. 학교는커녕 방 밖으로 나오는 것조차 거부하고, 하루 종일 혼자 침대에 누워만 있어요.
제가 억지로라도 밖으로 끌고 나가 바람이라도 쐬게 하려 하면 불같이 화를 내며 저를 밀어냅니다. 친구들에게 받은 상처가 너무 커서 아예 혼자 지내기를 선택한 것 같은데, 이대로 두면 우리 아이가 영영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은둔형 외톨이가 되는 건 아닐지 매일 밤 피가 마릅니다.
상처받은 아이가 다시 사람들과 세상으로 나올 수 있게 하려면 부모인 제가 어떻게 도와야 할까요? 정말 자연 속으로 캠핑이라도 억지로 데려가면 좀 나아질까요? 제발 도와주세요.
A. 안녕하세요, 아이가 친구들로부터 받은 큰 상처와 그로 인해 세상과 단절된 모습을 지켜보시며 얼마나 억장이 무너지고 두려우실지 부모님의 절박한 심정에 깊은 위로를 전합니다. 아이를 방 밖으로 끌어내고 싶은 그 애타는 마음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현재 아이가 보이는 모습은 따돌림이나 소외를 경험한 후 나타나는 전형적이고 심각한 '사회적 위축' 반응입니다.
친밀한 관계를 맺고 싶은 소속감과 자존감이 거절로 인해 짓밟혔을 때, 많은 청소년들은 상처받는 것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를 방어하는 수단으로 '고독'을 선택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혼자만의 세상으로 숨어버리는 이러한 회피 행동은 아이의 고립감을 더욱 깊게 만들고, 주변의 소외를 다시 불러일으키는 치명적인 악순환을 만들어냅니다. 결국 이 악순환의 굴레는 아이의 정신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합니다.
부모님께서 아이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 바람을 쐬어주려는 시도는 사실 심리학적으로 매우 타당한 접근입니다. 자연과 교감하는 것이 타인에게 상처받은 마음을 회복시키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되었기 때문입니다.
자연은 어떤 편견이나 비판 없이 사람을 있는 그대로 수용해 주는 공간이기에, 아이가 사람들로부터 거절당해 잃어버린 '소속감'과 '수용받는 느낌'을 안전하게 회복하도록 돕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억지로 야외로 데리고 나가지 않아도, 아름다운 숲이나 호수 같은 자연경관 사진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따돌림으로 인한 심리적 고통이 줄어들고 사회적 위축 행동이 유의미하게 감소한다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금 억지로 아이를 집 밖으로 끌어내려 하시면 아이는 이를 또 다른 '통제'와 '위협'으로 느껴 더욱 강하게 저항할 것입니다.
우선은 아이가 느끼는 극심한 거절감과 수치심을 부모님께서 비판 없이 온전히 안아주셔야 합니다. "사람에게 다치는 게 너무 아파서 지금은 혼자 있는 게 가장 안전하게 느껴지는구나"라며 아이의 도피를 당장은 방어 기제로 이해해 주세요.
그 후, 아이가 부담을 느끼지 않는 선에서 부모님이 자연을 담은 다큐멘터리나 아름다운 자연경관 사진을 함께 보자고 가볍게 권유해 보시거나, 창밖을 보는 등 실내에서도 자연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시는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
무엇보다 아이가 겪은 따돌림의 상처는 전문적인 치유가 필요한 트라우마입니다. 부모님의 따뜻한 기다림과 함께, 청소년 심리 상담 전문가를 통해 아이가 다시 세상과 연결될 용기를 찾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움을 받으시길 바랍니다.
"무기력의 늪에 빠진 아이를 구하기 위해서는 '더 열심히 해라'라는 다그침보다, 아이가 속한 사회적 환경(학교, 친구, 교사)에서 긍정적인 유대감을 회복하도록 돕는 것이 먼저입니다."
1. 선생님과의 긍정적인 관계 맺기 지원하기
연구에 따르면 교사와의 긍정적인 관계는 아이들의 학습된 무기력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낮추는 데 직접적인 도움이 됩니다. 아이가 학교 선생님과 원만한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가정에서도 선생님에 대한 긍정적인 대화를 나누고 아이가 교사와 정서적인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도록 격려해 주세요.
2. 교우관계의 어려움(소외)을 조기에 발견하고 공감하기
학교 내에서의 사회적 배제와 소외는 아이의 무기력을 급격히 증폭시키는 원인입니다. 특히 학업에 대한 기대가 높은 환경에 있는 아이일수록 친구 관계에서 오는 소외감으로 인한 타격이 크므로, 아이가 친구 관계로 힘들어하지 않는지 세심하게 살피고 든든한 내 편이 되어 따뜻하게 공감해 주어야 합니다.
3. 무기력이 깊어지기 전,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환경 만들어주기
학교에 대한 소속감은 무기력을 막아주는 좋은 방패가 되지만, 이미 아이의 무기력증이 심해진 후에는 소속감을 불어넣어 주어도 긍정적인 효과를 보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아이가 학업이나 교우 관계를 완전히 포기하기 전에, 학교나 동아리 등 또래 집단에 잘 소속되어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조기에 개입하고 도와주세요.
본 센터는 아동과 청소년을 비롯한 모든 연령의 상담을 진행하는 센터로 사회성 발달을 위한 집단상담, 치료놀이 및 각종 상담방식이 다양한 치료센터입니다. 또한 전문 치료사가 배치되어 고민하고 어려워하는 부분을 정확하고 친절하게 상담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를 방문하시어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언제까지 아이에게 친구들과 사이좋게 잘 지내라는 뜬구름 잡기식의 잔소리만 할 것인가? 초등학생인 우리 아이의 사회성을 길러줄 수 있는 답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사회성에 대해 20여 년간 상담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해 아이의 사회성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온 이향숙 박사의 오랜경험과 노하우가 이 책 한 권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책 소개 中)
*참고문헌
Raufelder, D., & Kulakow, S. (2022). The role of social belonging and exclusion at school and the teacher–student relationship for the development of learned helplessness in adolescents. British Journal of Educational Psychology, 92, 59–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