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통성요셉성당 건축완공과 관련한 반성문
지난 목요일 저희 대학 가톨릭 교수 모임 회식이 있었습니다. 노블카운티 중식당에서 우리 대학 살림을 총괄하는 보직자 교수가 포도주를 곁들여 좋은 저녁을 제공하여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습니다. 대화중에 교수들이 자신들이 다니는 성당이야기, 신부님 이야기, 봉사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어떤 교수님은 열심히 봉사하는 부인 덕분에 돈을 세는 일도 하시고, 신부님과 운동도 하시고 밤 1시까지 함께 술도 드시며 봉사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 종류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가운데, 그런 일을 해보지 않은 저는 머쓱해서, 그런 일이 많이 없으신 것 같은 “우리 신부님은 불쌍하네요.”라고 했더니, 금방 동료들이 “신교수님은 술도 잘 못하시고 정말 별로 하신 일이 없겠네요.”라고 시인하셔서 “저도 나름대로 잘하려고 하는대요”라고 말하고 섭섭한 마음을 감추었습니다.
마침 금요일의 강론과 훈화에서 나온 이야기 중에, 강의실 창가로 신학생들을 불러 지나가는 사람들을 신학적으로 표현하게 하신 신부님 이야기와 죄인으로 보는 것과 사랑받는 존재로 보는 상반적 부류의 대안으로 내놓으신 우리 신부님의 변증법적 대답, “죄인이면서 사랑받는 존재”라는 주제가 너무 감동적이어서 위의 내용을 담은 답글을 달았다가 지웠습니다. 그리고 다시 오늘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그날 회식에서 받은 여러 가지 도전들, 위에 언급한 신부님을 향한 봉사 이외에 성당 건축과 관련한 도전적 이야기가 저에게 많은 반성을 하게 하였고 같이 나누어도 될 것 같기 때문입니다.
우리 회원 중에는 영통지역 교수들도 꽤 많이 있는데, 그 중에 영통성령 성당 다니시는 분의 이야기가 도전적이었습니다. 영통성령성당은 소위 우리 성당과 ‘한 지붕 세 가족’으로 지내던 성당으로서 제가 저희 대학 모임 회장일 때 ‘경희 가톨릭 학생회’의 소속 성당이 영통성령 성당이라 건축 중인 천막(?) 같은 성당에 학생들 수 십 명 데리고 미사보러 여러 번 간 성당입니다. 당시 우리 대학 카롤릭 학생회 지도담당이셨던 정영식 신부님은 언제나 성당 짓느라고 바쁘신 모습이었지만, 학생들에게 격려금도 주시고 인상이 깊은 화통한 신부님으로 기억됩니다. 그 당시 그 성당에 갔을 때 저는 다행히 우리 성당이 지금처럼 크게 지어져 있는 상태이던 때라 그 성당이 언제 지어지나 안쓰러워했고 우리 성당이 자랑스러웠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회식에서 알게 된 사실은 그 성당이 벌써 완공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저는 어느 새 그게 완공이 될 수 있나 의아해하면서 이모저모를 묻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알게 된 사실이 정영식 신부님의 화통하시면서 때로는 신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능력 덕분에, 노블카운티 거주 신자들의 마음을 움직여 한 번에 5000만원씩 헌금 등 그 지역에서 10억도 모금되는 등 그런 일에 더욱 힘을 받아 결국 성당이 완공되었다고 합니다. 결국엔 대화 중에 영통지역 교수님들이 우리 성당은 언제 완공되냐고 여쭙게 되었고, 일부 교수님들은 저보다 더 우리 성당의 건축과정에 대한 더 많은 지식을 저에게 가르쳐주시면서 (예를 들어, 이덕환 야고보 신부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삼성에서 전혀 헌금하지 않는 사실 등), 걱정을 대신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성당 건축에 관련하여, 제가 다른 성당 신자들의 걱정을 받게 되어 그 날 이후 여간 마음이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후 이 점에 대해 깊이 생각하다가, 제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언제 우리 성당이 지어질까 걱정하시는 분들에게 제가 농담으로 교구에서 노블카운티 지역을 영통성요셉 성당지역으로 속하게 하면 되겠다고 응수하고 웃고 넘어 갔지만, 정말 우리가 어떻게 우리 성당을 완공해야하는지 커다란 도전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그 동안 생각하는 과정에서 떠오르는 것은 오로지 제가 반성하는 일 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성당 건축을 위해 기본으로 내는 몇 백만원과 간혹 내는 돈 외에 한 일이 없었음을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지금 상태에서 안주하면서 잘 지어지겠지라며 뒷짐 지고 방관했던 것을 반성합니다.
그러고 보니 지난 몇 년간 우리 신자들은 이 건축을 위해, 지금 지어진 이 모습으로까지 도달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수고를 하셨는지, 쌍화차를 팔고, 장터를 운영하고 다른 성당에 물건을 팔기 위해 (영통지역 다른 성당 교수들은 이 사실도 언급하였습니다) 노력하였는지 정말 그 정성어린 노력을 지금에야 깊이 느끼게 되어 부끄러운 마음으로 반성합니다. 저도 학교에서 강의하기 전이나 후 따뜻하게 끓여먹기 좋아한 그 훌륭한 쌍화차를 위해 얼마나 많은 신자님들께서 대추를 자르고, 땅콩을 으깨고....정말 그 노력들에 제가 부끄러워 얼굴을 못 들 지경입니다.
그래서 이 글을 올립니다. 건축헌금 한 것으로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하고 뒷짐지고 성당이 건축되기를 방관하는 마음으로 임했던 저를 반성합니다. 이제 이 만큼 건축한 우리 성당에 배어있는 모든 성도님들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이제 정신 차리고, 노블 카운티 거주자는 아니어도 정성껏 조금만 더 노력을 할 것을 다짐해봅니다.
그리고 이 건축을 위해 묵주기도로서 봉헌을 하신 그 숭고한 성도님들의 본보기를 따라 이제 함께 기도에도 동참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지금까지 모든 신자님들이 하신 일에 저 같이 철없는 신자들이 깊이 감사의 뜻을 직접 전하는 것을 들은 적도 없어 혹시 힘이 빠지신 우리 신자님들이 계시면, 이제 저처럼 뒤늦게 성당완공의 꿈을 다시 꾸고 노력할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응원에 힘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부디 우리 모두 새로 부임한 젊은 신부님의 지휘 하에 새로 성전건축 완공의 각오를 가다듬고 서로 응원하고 조금씩 노력하는 가운데, 성전을 건축하는 것만이 아니라, 하느님과 예수님을 향한 영적 다리가 견고하게 지어지는 것을 목격하는 우리 모두가 될 것을 기도하는 바입니다. 감사합니다. 신명아데레사드림.
첫댓글 교수님의 글을 읽고 저 자신도 부끄러움으로 얼굴이 화끈 달아오릅니다. 반성하고 성당의 조기 완공을 위해 더 노력해야 겠다고 다짐합니다
신단장님 격려감사합니다.저도 상황이 허리띠졸라매야하는데 어렵지만 노력하려합니다.어제주일미사에서 배운바, 하느님은 "우리 마음보다 크게 아시고 또 모든 것을 아시기 때문에" 그 앞에서 개인이 단죄하지도 말고 말과 혀로도 말고 오로지 실천으로 행해야 다 아시는 하느님께 통할 수 있고 그 진리 안에 머무를 수 있다고 배웠습니다. 하느님은 산수도 잘 하시는 분이니 제가 신앙을 실천하다 필요한 때에 하느님께서 계산 잘하셔서 적시적소에 채워주실 줄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