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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정부 방만 부각하려 "재정준칙 법제화" 무리수
집권 뒤 '부자 감세'에 경기부진 겹쳐 세수 감소
"2025년 적용 이전부터 지키겠다" 큰소리 치더니
올해 3.7%, 내년 3.9% 전망…벌써 상한선 훌쩍
윤석열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해 온 재정준칙 법제화가 자동차 시동 걸기 전에 위반 딱지를 떼는 모양새다. 재정준칙은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3%를 초과하지 않도록 한다는 게 기본 골자인데, 법제화도 하기 전에 이미 상한선을 훌쩍 넘어섰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정기 국회에서 재정준칙 관련법을 제정해 오는 2025년부터 적용하고 그 이전에도 이 기준을 지킨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3% 선을 초과할 전망이다.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 추이
2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말 관리재정수지는 83조 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재부가 올해 예상한 우리나라 명목 GDP가 2235조 원이므로 적자 비율은 3.7%에 이르게 된다. 내년에도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92조 원에 이를 전망이어서 적자 비율이 3.9%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관리재정수지는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에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 수지를 차감하고 계산한다. 기금이 흑자이든 적자이든 관계없이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나타내는 수치다. 따라서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정부가 세금 등으로 거두어 들인 돈이 써야 할 돈에 미치지 못할 때 발생한다.
윤석열 정부의 재정준칙 법제화가 시작도 하기 전에 이처럼 어그러진 것은 재정준칙의 적자율 상한선이 너무 무리하게 설정됐기 때문이다. 상한선 설정이 이처럼 무리하게 된 것은 윤 정부가 전임 정부의 재정운영이 얼마나 방만했는 지를 보여주려는 욕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지난 2020년 5.8%, 2021년 4.4%, 2022년 5.4%를 기록했다. 따라서 윤 정부가 전 정부와 분명한 차별화를 위해 3% 수준의 상한선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지난 정부 시절 세수 초과로 인해 재정 지출을 추가로 늘리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종종 해왔던 경험도 보태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런 지나친 자신감은 터무니없는 '부자감세'와 예상치 못한 경기 부진으로 국세 수입이 크게 감소하면서 허물어지고 있다. 당초 정부가 올해 예산안을 짜면서 예상한 연말 관리재정적자 규모는 58조 2000억 원이다. 올해 국세 수입으로 400조 5000억 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했다.
정정훈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1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세수 재추계 결과 및 재정대응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인대 경제정책국장, 김동일 예산실장, 정정훈 세제실장, 임기근 재정관리관. 2023.9.18. 연합뉴스
하지만 최근 정부는 세수 재추계 발표에서 올해 국세 수입 전망치를 당초 예상보다 59조 1000억 원 적은 341조 4000억 원으로 수정했다. 수입이 줄어든 만큼 재정적자 심화도 불가피하다.
정부는 올해 국세 수입 감소로 지방교부세·교부금이 23조 원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중앙정부는 지방교부세로 내국세의 19.24%와 종합부동산세를, 교육교부금으로는 내국세의 20.79%와 교육세 일부를 지급한다. 예산 집행이 이뤄지지 않은 불용(不用) 예산도 세출에서 빠진다. 재정적자 규모를 줄이는 요소다.
0925 2023년 국세 수입 재추계 결과
최근 5년 동안 내부거래를 제외한 총지출 기준 연평균 불용 규모(11조 6000억 원)가 발생한다고 가정하면, 올해 연간 관리재정수지는 82조 7000억 원 적자가 된다. 정부가 예상한 올해 명목 GDP(2235조 원)의 3.7%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2020년(-5.8%), 2021년(-4.4%), 2022년(-5.4%)에 이어 4년째 3%를 넘어는 것이고, 내년 3.9%까지 하면 5년 연속이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의 3% 초과는 정부가 법제화를 추진 중인 재정준칙의 상한(3%)을 넘어선다는 의미다. 지난해 정부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GDP의 3% 이내로 관리하는 내용의 재정준칙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이 제정되기 전이라도 준칙을 준수하는 선에서 예산을 편성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큰 폭의 세수 감소에 결과적으로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재정준칙의 상한을 넘어서는 모양새다. 정부·여당의 재정준칙 법안은 지난해 국회에 제출됐으나, 여야 간의 이견 속에서 법제화가 미뤄지고 있다. 정부의 재정운용계획과 세수 전망 등을 감안할 때 이미 상한선을 넘어선 재정수지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여권이 내년 총선 이전에 법제화를 완료할 의지가 있는 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