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는 몸의 진액을 뽑아서 집을 짓는다. 집을 지을 재료를 몸에 넣고 다닌다. 그러다가 적당한 지점에 도착하면 집을 짓기 시작한다. 거미는 바람을 이용하여 이 가지에서 저 가지로 이동한다. 이때 꽁지에서 나오는 점액질에 몸을 맡긴다. 바람에 날릴 만큼 몸무게를 가져야 한다. 무겁거나 가벼우면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 못한다. 그리하여 거미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포만이다. 거미를 보면 지상에 따뜻한 방 한 칸 가지지 못한 사람들을 필연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누구나 식구들과 옹기종기 모여 살 집 한 채 가졌으면. 그 집의 다락방에서 당신을 꿈꾸고 싶다.
박형권
경남대학교 사학과 졸업. 경희사이버대학 미디어문예창작학과 졸업. 2006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에 『가덕도 탕수구미 시거리 상향』 『전당포는 항구다』 『우두커니』 『도축사 수첩』 『새로움에 보내는 헌시』 『중랑악부』『내 눈꺼풀에 소복한 먼지 쌓이리』가 있고, 장편동화에 『웃음공장』 『나무삼촌을 위하여』 『돼지 오월이』 『메타세콰이아 숲으로』가 있고, 청소년 소설에 『아버지의 알통』이 있다. 김달진창원문학상, 천강문학상, 수주문학상, 애지작품상, 오장환문학상, 구지가문학상, 한국안데르센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