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여성시대 모두다예쁜말들
드니 빌뇌브 감독을 좋아해서 기대를 많이 하고 갔는데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오후에 영화를 보고 나서 그 날 하루는 영화의 여운에서 헤어나오기 힘들 정도로 좋았습니다.
영화 오프닝과 엔딩에 삽입된 곡이 제가 정말 좋아하는 곡이라서 그 여운이 더 길었다고 느낍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바로 다시 들을 정도였으니까요 :)
(삽입된 곡은 Max Richter - On The Nature Of Daylight"입니다.)
영화 '디스커넥트'에도 삽입된 곡인데, '컨택트'에서 오프닝과 엔딩의 분위기를 정말 잘 잡아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왜 같은 음악을 오프닝과 엔딩 모두에 삽입했는지 아시겠지요.
영화의 줄거리를 간략하게 말씀드리자면 이렇습니다.
지구에 12개의 쉘(영화 속에서 "UFO를 이렇게 부른다."라는 대사가 나옵니다.)이 찾아오고
이에 전 세계의 모든 전문가들이 투입되어 이들이 지구에 온 이유를 밝히려고 애씁니다.
이 과정에서 언어학자인 '루이스'(에이미 아담스)와 이론물리학자인 '이안'(제레미 레너)가 투입됩니다.
둘의 첫 만남은 그리 좋았다고 할 순 없지만 둘은 점점 서로를 의지해가며 그 셀 안에서 유일하게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줍니다.
"결국 우리 둘이 이 모든 일을 책임져야겠죠?"라고 루이스가 이안에게 말하기도 합니다.
영화는 루이스와 이안이 외계 생명체들과 소통하기 위해 애쓰는 장면을 정말 어린아이가 말을 배우듯 천천히 보여줍니다.
루이스가 가장 먼저 쓴 단어는 'HUMAN'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이름과 이안의 이름을 알려주고, '걷다','먹다'와 같은 기초적인 단어들을 하나씩 알려줍니다.
시간이 없다고 보채는 대령에게 루이스는 이 지루하게까지 느껴지는 과정이 후에 야기될 수 있는 의사소통의 혼란을 없애기 위해 왜 중요한지를 설명합니다.
저는 에이미 아담스가 대사를 어떠한 잡음없이 깨끗한 발음으로 소리낸다고 느끼는데,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느낌에 그녀의 나레이션이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엘르'의 이자벨 위페르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없는 상황에서 아카데미까지 꼭 받았으면 합니다.ㅠㅠㅠㅠㅠㅠ)
기존의 '그을린 사랑', '프리즈너스', '에너미', '시카리오-암살자들의 도시'를 본 관객분들이라면
SF 소설을 기반으로 한 이렇게 스케일이 큰 영화를 이토록 큰 파동없이 잔잔하게 전개시켜 나가는 감독의 연출에 익숙하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그 부분이 좋았는데, 아마 그 부분이 지루하다고 느끼시는 분들도 꽤 많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여담인데...영화 팜플렛에서 드니 빌뇌브 감독을 소개하는 부분에서 "크리스토퍼 놀란에 비견되는 감독!"이라고 되어있던데.
저는 두 감독 모두 좋아하지만 두 감독 스타일이 정말 다르다고 느끼는데. 다른 분들의 생각은 어떠신지 궁금하네요.:))
영화가 진행되면서 루이스는 꿈을 꿉니다. 시간이 지날 수록 그 꿈은 점점 더 빈번해지고, 루이스의 일상생활에까지(마련된 캠프에서 외계언어를 해석하고 있을때) 끼어들면서 루이스를 혼란스럽게 합니다.
이는 더 이상 꿈으로 남지 않고 어떤 이미지로 구체화됩니다.
그리고 어느 날, 루이스와 함께 생활하며 언어 해석을 돕는 이안이 루이스에게 묻습니다.
"자신이 쓰는 언어가 사고를 결정짓는다고 하던데...그럼 혹시 당신은 꿈도 그렇게 꾸나요?"라고 말이죠.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더 자세히 이야기 하지는 않겠습니다.
12개의 쉘은 전 세계 각지에 내려왔고 이에 처음에는 모두가 연결되어 그들이 지구에 온 목적을 풀기 위해 애씁니다.
이 과정에서 중심이 되는 것은 영화상에서 배경이 되는 미국과 '중국', '러시아'인데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과는 다르게 '적대적'인 입장을 고수합니다. 중국이 이들과 소통하려는 방식은 '마작'을 차용한 게임방식인데.
게임의 룰이 그렇듯이 '적', '승리', '패배'라는 카테고리에 머무르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서로 협력하는데 균열이 생기고, 중국은 쉘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시간을 벌어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는 루이스에게도 빨리 끝내라는 압박이 가해집니다.
과연 루이스는 자신의 말처럼 이 모든 것을 감당 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루이스에게 끊임없이 보여지는 그 무수한 이미지들은 다 무엇일까요?
그들은 왜 지구에 온 것일까요?
영화의 원제는 'Arrival'인데, 원작이 되는 소설은 '당신 인생의 이야기(Stories of Your Life and Others)'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Contact'로 개봉했으니 이름을 많이 갖고 있는 작품인데,
영화의 주제를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나게 하는 것은 'Stories of Your Life and Others'이겠지요.
외계인이 나오는 작품에 왜 이런 제목을 붙였는지 영화를 보기 전까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이 제목의 무게가 정말 크게 다가옵니다.
"평생 별을 보고 살아왔어요. 그런데 요즘은 당신이 더 놀라워요."라고 이안이 루이스에게 하는 대사처럼요.
한 사람의 인생이, 그 시간들이, 그가 겪어야 하는 모든 순간들은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요.
루이스가 외계 생명체에게 처음으로 전했던 단어, 'HUMAN'을 우리는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요?
영화는 스토리 뿐만 아니라 영상, 연기, 음향 모두 뛰어납니다. 음악 감독은 시카리오에서 함께 작업했던 감독이라고 하던데, 시카리오를 보는내내 사운드트랙에 감탄했던 기억이 나네요. :) 개인적으로 아카데미에서 수상 못한게 아쉽습니다 진짜 짱이었는뎁...
드니 빌뇌브 감독과 각본가 에릭 헤이저러는 외계문자로 실제 완벽한 100개의 로고문자를 만들었으며 영화에 70개가 등장한다고 하더군요. 감독에 의하면 외계인은 문어, 고래, 코끼리, 거미등 에게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했다고 했다고 합니다. 언어가 정말 독창적이면서 아름답습니다.
영화의 공간은 크게 루이스의 집, 캠프, 쉘로 이루어집니다.
미국에서 쉘은 초원 위에 떠있는데 (중국은 바다 위에 떠있습니다.) 이 초원이 영화의 전체적인 배경과 정말 잘 어울립니다. 처음 등장할때 화면에 잡히는 그림이 정말 인상적입니다. 신비로운 느낌도 들구요.
그래도 영화를 보고나서 제가 가장 많이 기억에 남는 장소는 루이스의 집,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큰 창문이 있는 거실입니다.
영화 초반에 루이스가 새벽에 급하게 캠프로 떠나고 나서 비어있는 거실의 모습을 꽤 길게 보여줍니다.
그리고 엔딩에서 루이스가 다시 거실에 서있습니다.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 루이스는 다시 삶을 맞이할 준비를 합니다. 앞으로 그녀에게 다가올 모든 순간을 말입니다.
엔딩에서 루이스의 모습을 바라보며 느끼는 감정은 경이입니다. 루이스에 대한 이안의 대사처럼 말입니다.
(엔딩장면이 정말 너무 좋습니다. ㅠㅠㅠ)
영화를 보면서 느끼게 되는 수많은 감정들 중에 단순히 즐거움을 넘어 경이로움까지 확대 되는 순간들이 있는데,
적어도 제 경우에서 그 순간들은 대개 인간다움의 어떤것을 보여줄 때였습니다.
나는 어떠한 존재인지, 우리는 어떠한 존재인지를 생각할 때, 그리고 루이스의 결정을 생각 할 때
중요한 것은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보다 '내가 어디까지 감내 할 수 있을까?'로 보입니다.
(영화상에서는 'Embrace - 껴안다, 포옹하다'로 표현됩니다.)
우리의 삶 속에서 다가오는 대부분의 것들은 결국 떠나가기 마련이니까요.
그런데 영화를 다 보고
내용을 곱씹어가면서 리뷰를 쓰고 있는 지금은...
루이스 인생의 이야기보다
루이스라는 사람 자체에 대한 경이로움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대사는 영화보고나서 생각난대로 적은것이니까 실제와는 다를 것입니다. 감안하고 봐주세요 :)
*스포주의
루이스가 얻게 된 weapon은 그들의 언어를 배우고 시간을 그들처럼 생각할 수 있다는것이겠죠.
루이스는 미래를 보게 됩니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자신의 딸을 보고 그 아이의 성장을 보고 결국 어린 나이에 희귀병으로 사망하는 것을 지켜봅니다.
이 모든 것을 알고 난 후에도 루이스는 자신의 삶을 바꾸려고 들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 모든 것을 포용합니다.
(정말 영리하게도 이 부분을 오프닝에 삽입합으로써 관객에게 엄청난 혼란을 줍니다.
그리고 엔딩에 가서 모든 것을 원래대로 되돌려 놓으면서 완벽하게 설명합니다.)
그리고 루이스는 그들의 언어를 배우는 법을 책으로 써서 사람들에게 강의합니다.
이는 그 weapon을 우리도 배우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는데.
영화상에서 루이스는 외계인들이 인류에게 건네준 'weapon'의 뜻에 대해 '도구'인지 '무기'인지 확실하게 알 수 없다 말합니다. 루이스는 이를 시간을 새롭게 바라보고 이해하는 '도구'로 바라보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무기'로 이용할 수도 있지요. 세상에는 루이스같은 인간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세상에는 루이스 같은 인간도 꽤 많지 않을까요?
첫댓글 영화 이미 본 여시는 이 댓글도 꼬옥 봐주기
(스포될까봐 뒤집음)
컨택트 달글(스포있음)
https://m.cafe.daum.net/subdued20club/VrYr/162678
영화 진자 너무너무 좋았어..ㅠㅠㅠ 달글도 있다니 구경가야지
이거 좋았어ㅠ 문과적 과학영화 ... ...
금요일에 봤는데 너무너무 좋았어 다들 왜 영화관에서 보라 했는지 이해가 가더라.. 영화의 호흡이 빠르진 않아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고 푹 빠져서 봤어... 마지막의 루이스의 선택에 대해서도, 모든 걸 감내하는 그녀는 헵타포드 언어를 이해함으로써 초월적인 존재가 된 걸까? 나라면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였어.. 그래서 영화 보고 집까지 버스 안타고 30분 넘게 걸었음...ㅎㅎ
메박아 제발 길게 상영해줘라 나ㅜ아직 못 봣단다
내 인생영화
이영화진짜좋았음
재개봉으로 처음 봤는데 너무 좋았어
언어가 사고를 결정한다는 관점과 비선형적 혹은 순환적 시간 개념을 결합한 점, 새로운 언어를 배움으로써 새로운 세계관과 시간을 얻는다는 아이디어까지 전부 흥미로웠어! 루이스에게는 과거, 현재, 미래가 모두 지각되기 때문에 딸과의 하루하루가 가장 소중했을 거라는 해석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