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증권 안팎에 자자하게 소문이 나길, 이채원(42) 동원증권 상무야말로 주식투자의 대가, 한국의 워렌 버핏이란다. 이 상무가 직접 운용하는 동원증권 ‘K펀드’는 지난해 4월부터 11월까지 공개된 수익만 345억여원에 이른다. 비공개적으로 알려진 현재까지의 수익률은 48.9%, 이 상무가 운용하기 시작한 2000년 4월 이후 누적수익률은 297%이다. 원금을 4배로 키웠다는 얘기다.
‘K펀드’란 동원증권 고유계정 중 순수하게 주식에만 투자하는 1천억원짜리 펀드다. 현재 이 펀드가 보유한 주식 중 코스닥 주식은 26%에 이른다. 보통 기관 투자가들이 코스닥 종목은 전체 보유주식 중 10% 안팎만 가지고 있다는 걸 감안할 때 K펀드의 코스닥투자 비중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1월20일 오전, 동원증권 자산운용실에서 만난 이 상무에게 코스닥 종목 고르는 비법을 물었다. 그런데 이 상무의 대답이 뜻밖이다. “따로 없어요. 우리는 코스닥에 있는지, 거래소에 있는지 구분하지 않고 사요.” 어느 시장에 있건 저평가된 종목이면 산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지난해 8월 동원증권 K펀드 내 코스닥 비중은 한때 29%까지 올라간 적도 있다.
“의도적으로 코스닥에서 종목을 고른 건 아닙니다. 아마 저평가된 종목을 찾다 보니 우연히 코스닥 종목을 많이 사들이게 된 것 같습니다. 상대적으로 거래소 종목은 보는 사람들이 많아서 저평가된 종목을 찾기가 어렵잖아요.”
최근 코스닥시장이 급등했지만 동원증권의 보유주식에서 코스닥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되레 줄었다. 주가가 급등한 종목을 매도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유니슨(018000)이다. 풍력발전업체인 유니슨 주가는 지난해 초 2천원대였던 것이 정부의 대체에너지 육성정책에 힘입어 1월 중순 한때 8700원까지 올랐다. 동원증권은 유니슨 보유주식을 거의 대부분 매도했다.
정부의 정책 흐름이 환경 친화적이라는 데에 착안해 투자했던 건축폐기물 처리업체 인선이엔티(060150), 음식물 쓰레기 처리업체 서희건설(035890)도 마찬가지 이유로 매도했다. 유니슨이나 인선이엔티는 여전히 증권사 추천 종목으로 거론되는 유망 종목인데 한창 물오른 판에 파는 것이 아깝지 않았을까?
아무리 날고뛰는 이 상무지만 팔고 난 다음에 오르는 주가를 보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단다. 1999년에 주가 9만원대일 때부터 투자했던 롯데칠성에 그가 매긴 적정주가는 30만원대였다. 그래서 2000년 초에 주가가 6만원대로 떨어졌을 때 그는 롯데칠성을 또 샀다.
“나중에 롯데칠성이 30만원대로 올랐을 때 분할 매도에 들어갔어요. 다 팔고 나니 주가가 100만원까지 오르더라구요. 우리가 샀다 팔면 그 뒤로도 주가가 2배는 올라요. 그걸 보면 속 쓰립니다. 그래도 그렇게 했기 때문에 시장이 2번 폭락을 겪는 동안에도 우리는 큰 손해를 보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비결1 절대 깨지지 말라
자, 이 대목에서 우리는 이 상무의 투자비법 1번을 알 수 있다. ‘절대 깨지지 않게 투자한다.’ 그래야 우리는 주식투자에서 복리의 마술을 쓸 수 있다. 1천만원으로 투자를 시작했다고 치자. 첫해에 ‘운’이 나빠 -20%의 수익률을 냈다면 투자자금은 800만원으로 줄어든다. 이것으로 다음 해에 ‘실력’을 발휘해 25%의 대박급 수익률을 냈다면 원금과 수익을 합한 금액은 다시 1천만원이 된다. 수익률을 단순합산하면 5%이지만 누적수익률은 0%가 된다.
마이너스 수익만 내지 않으면 연 2%, 연 3%로도 대박보다 더 많은 수익을 낼 수가 있다. 투자 종목이 첫해에 2%가 오르고 그 다음 해에 다시 3%가 올랐다고 치자. 첫해에 1020만원이 된 투자자금은 그 다음 해에 1050만6천원이 된다. ‘-20+25’는 ‘2+3’과 같지 않다. 이것이 투자판의 비밀병기, 복리의 마술이다. k펀드 누적수익률 297%의 비밀도 여기에 숨어 있다. 종합주가지수와 비교해 보자. 2000년 종합주가지수가 39% 하락했을 때 k펀드는 10.7% 수익을 냈다. 또 2002년에 종합주가지수가 -40% 떨어졌을 때 k펀드는 이보다 적은 -9%의 수익률을 올렸다. 남보다 투자자금이 적게 깨지니 수익률이 높아질 땐 남보다 더 벌 수 있게 된다.
비결2 시스템 투자를 하라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도 사람인지라 오르는 주가를 보면 욕심이 나고 떨어지는 주가를 보면 겁이 난다. 그래서 이 상무는 무조건 ‘시스템적’으로 사고판다. 그래야 시장의 비정상적 급등기에 주식을 사고 급락기에 파는 비극을 피할 수 있단다.
“일단 종목을 고를 땐 주가가 2배로 오를 것으로 보이는 2~3년 장기 투자 종목을 고릅니다. 이 종목의 수익 환경에 변화가 없는데 주가가 2배로 오르면 무조건 팝니다. 하지만 주가가 2배로 오르면서 수익도 2배로 높아졌다면 주가가 올라도 비중 조정만 하고 계속 보유합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다른 펀드들처럼 주가지수를 벤치마크하려면 삼성전자 보유는 피할 수 없을 텐데? 이 상무의 대답이 걸작이다. “지난 4년 동안 삼성전자는 한 번도 보유한 적이 없어요.” 한국 경제, D램 경기, 세계 IT경기, 심지어 미국 증시까지 삼성전자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란다. 그는 삼성전자가 장부가치 수준으로 떨어지면 사들일 계획이다.
비결3 종목을 보고 시장을 보라
여기서 발견하는 또 하나의 포인트! 종목을 고를 땐 2~3년 장기 투자할 저평가주를 고른다. 당연히 기업가치는 높아야 한다. 이 상무는 가치주의 기준을 주가 대비 기업의 주당순이익을 나타내는 PER(주가수익배율)는 5배 이하, 주가 대비 주당자산가치를 나타내는 PBR(주가순자산배율)는 0.5배 이하로 본다.
그는 특히 이런 종목 중에서도 배당수익률이 높은 배당주 투자를 선호한다. 거래선 즉 네트워크가 좋은 일부 코스닥 종목은 안정적으로 매출, 이익을 내면서 연 7~8%의 배당수익률을 올려주기도 한단다. 그런 종목으로는 한일철강, 문배철강 등 POSCO의 열연 대리점 종목들이 있다.
한편으로 시장에선 끊임없이 새로운 성장엔진을 찾고자 하는 노력이 이어질 터. 올해 그가 꼽는 성장주는 건설감리회사와 부동산임대회사들이다. K펀드는 이 업종에서도 PER 5배 이하, PBR 0.5배 이하의 종목을 편입했단다. 그가 고른 종목이 궁금했으나 그는 공정공시에 위배되어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그렇게 말하는 그의 눈이 소년마냥 맑다. 99년 모 경제주간지의 베스트 펀드매니저로 뽑혔을 때 찍은 표지 사진과는 사뭇 달라진 느낌이다. 그때도 그는 지금처럼 웃었지만 그의 눈동자만은 서글펐다.
“그 상을 받고 인터뷰했을 땐 한참 ‘농심, 롯데 팔지 않으면 칼 들고 오겠다’는 협박을 받고 있었어요. 동원투신운용에서 ‘밸류1호’라는 가치투자펀드를 운용할 때인데 연말에 성장주 바람이 불어 가치주 주가가 떨어졌거든요. 연초 대비 연말의 펀드 기준 가격은 87%가 올랐지만 그 펀드의 기준가가 120%까지 올랐을 때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졌다고 항의를 심하게 했어요.” 투자자의 항의는 기어코 그를 동원투신에서 떠나게 했다.
그런 그를 김남구 동원증권 사장이 동원증권으로 다시 불러들였다. 고유계정 1천억원을 맡길 테니 소신껏 운용해 보라면서. 덕분에 동원증권은 수백억원대 누적 수익을 누리며 여유로워졌고, 자기 소신대로 살 수 있게 된 이 상무는 눈동자 깊은 곳까지 행복해졌다는 것이 동원증권 대박 스토리의 결론이다. 물론 가치투자를 인정하는 장기 투자자, 김남구 사장이 없었다면 이 스토리는 생길 수 없었을 것이다.
**표/동원증권 고유계정 운용실적 (자료 : 동원증권 주식운용팀 2005년 1월19일 기준, 매 회계연도는 4월1일에 시작. 1월까지 운용수익은 공정공시상 공개 불가) 회계년도/KOSPI 변화율/운용손익/운용수익률/벤치마크 대비 수익률 2000년/-39.2%/74억4천만원/10.7%/49.9% 2001년/71.1%/753억4천만원/115%/43.9% 2002년/-40.1%/-108억1천만원/-9%/31.1% 2003년/64.3%/400억2천만원/39.9%/-24.4% 2004년/4%/(공개 불가)/48.9%/44.8%
정말 대단하네요..한국의 피터린치가 탄생하는 느낌입니다.이런 분들께서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주시고 다른분,또다른 신화가 만들어진다면 한국 금융의 미래도 밝으리라 생각됩니다.그건 그렇고 동원증권 사장..정말 지장의 모습 보여주네요..아..진작 알았으면 동원증권 투자하는건데..ㅋㅋ
첫댓글 5년간 연간 31.75%에 달하는 놀라운 수익률입니다. 2004년 운용손익은 공개불가인데 수익률은 밝히다니... 동원증권도 어지간히 자랑하고 싶은가봅니다^^
개인 투자자가 소액으로 연간 수익률이 그정도면 그냥 잘한다겠지만, 기관메니저로서 그정도 수익률 이라면 증권사에서 자랑뿐이 아니라 보배같은 존재겠네요. 종목을보고 시장을보라, 적극 동감입니다.
정말 대단하네요..한국의 피터린치가 탄생하는 느낌입니다.이런 분들께서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주시고 다른분,또다른 신화가 만들어진다면 한국 금융의 미래도 밝으리라 생각됩니다.그건 그렇고 동원증권 사장..정말 지장의 모습 보여주네요..아..진작 알았으면 동원증권 투자하는건데..ㅋㅋ
포트 다 정리해서 맡겨야 겠네요. 제가 아무리 열심히해도 그런 수익율이 안 나올테니까요.. 대출해서 맡길까도 생각중입니다... ^^*
근데 k펀드는 가입이 불가능하군요. 전체 펀드 중 일부 주식형부문의 성적이었습니다. 아쉽네요..
정말 대단하신 분입니다...^^ 그 분에 10%라도 닮기위해 노력해야 겠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