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보(杜甫)-飮中八仙歌(음중팔선가)(술의 여덟 신선 노래)
知章騎馬似乘船(지장기마사승선) 하지장이 말을 타면 배에 오른 듯 흔들리고
眼花落井水底眼(안화락정수저안) 눈은 반짝거리며 우물에 빠져도 그대로 잠든다
汝陽三斗始朝天(여양삼두시조천) 여양왕은 서 말 술을 마셔야 조정에 나가고
道逢麯車口流涎(도봉국거구유연) 길에서 누룩 수레만 만나도 군침을 흘린다네
恨不移封向酒泉(한불이봉향주천) 한스러운 건 주천으로 벼슬을 옮기지 못하는 것
左相日興費萬錢(좌상일흥비만전) 좌상은 하루 유흥비로 만 전을 쓰고
飮如長鯨吸百川(음여장경흡백천) 큰 고래가 백천의 물을 삼키듯 술을 마시고
銜杯樂聖稱避賢(함배낙성칭피현) 술잔을 들면 청주만 즐기고 탁주는 마시지 않는다네
宗之瀟灑美少年(종지소쇄미소년) 종지는 수려한 미소년인데
擧觴白眼望靑天(거상백안망청천) 술잔 들고 세상을 백안시하며 푸른 하늘 바라보면
皎如玉樹臨風前(교여옥수임풍전) 아름다운 나무가 바람 앞에 흔들리는 듯하고
蘇晋長齋繡佛前(소진장재수불전) 소진은 불전 앞에서 오래 기도하다가도
醉中往往愛逃禪(취중왕왕애도선) 취하면 종종 좌선자리에서 도망을 치고
李白一斗詩百篇(이백일두시백편) 이백은 한 말 술에 시 백 편을 짓고
長安市上酒家眠(장안시상주가면) 취하면 장안 시중 술집에서 잠들어버린다네
天子呼來不上船(천자호래불상선) 천자가 불러도 배에 오르지 않고
自稱臣是酒中仙(자칭신시주중선) 자칭 술 취한 신선이라 한다네
張旭三杯草聖傳(장욱삼배초성전) 장욱은 세 잔은 마셔야 멋진 초서를 쓰는데
脫帽露頂王公前(탈모노정왕공전) 모자는 벗고 맨머리로 왕공들 앞에 나타나서
揮毫落紙如雲煙(휘호낙지여운연) 종이 위에 붓을 휘두르면 구름과 연기와 같이 필세가 웅혼하고
焦遂五斗方卓然(초수오두방탁연) 초수는 다섯 말을 마시면 의기충천하여
高談雄辯驚四筵(고담웅변경사연) 물 흐르듯 도도하게 의논하여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네
*두보[杜甫, 712~770, 자는 자미(子美), 호는 소릉(少陵), 동정호(둥팅호)에서 사망] 시인은 중국의 성당시대(盛唐時代)의 시인인데, 시성(詩聖)이라 불리는 중국 최고의 시인으로 시선(詩仙)이라 불린 이백과 쌍벽을 이루었습니다.
*주로 낭만적이고 호방한 시를 쓴 이백과 달리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두보는 인간의 심리를 자연과 절묘하게 조화시키면서 현실을 반영한 서사시와 서정시를 주로 썼는데, 안녹산의 난 등으로 피폐해진 백성의 삶과 산하를 노래하여 역사적인 현실을 반영하는 시를 많이 쓰기도 하였으며 주요 작품으로는 “북정(北征)”,“추흥(秋興)” 등이 있습니다.
*두보는 비록 과거에는 급제하지 못하였지만 전란이 끝난 후 친구 엄무(嚴武)의 도움으로 사천성(쓰촨성) 성도(청두)에 완화초당을 짓고 농사지으며 전원생활을 하며 오랜만에 여유가 생기는 생활을 즐기기도 하였습니다.
*위 시는 문학비평가이신 ‘김희보’님의 편저 ‘중국의 명시’에 실려 있는 것을 옮겨 본 것인데, 주선 여덟 명을 한 사람당 2,3구 또는 4구로 읊어 그 취한 상태와 개성을 교묘하게 노래하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이백에게만 4구가 할애되었는데, 여기서도 이백에 대한 두보의 존경과 사모의 정을 알 수 있다.
*형식 : 七言古詩(칠언고시)
*知章(지장)-하지장賀知章, 자는 계진季眞, 이백을 보고 謫仙人이라며 金龜를 팔아 함께 술을 마심
*眼花(안화) : 눈이 반짝반짝하는 것
*汝陽(여양) : 군왕으로 봉해진 이진李璡, 현종의 조카임
*三斗(삼두) : 서말 술, 한말은 약 6리터
*酒泉(주천) : 감숙성에 있는 지명, 거기 샘이 있는데 그 물이 술과 같아서 이런 이름이 생겼다 함
*左相(좌상) : 황족이면서 좌승상인 이적지李適之, 그는 한말 술을 마시고도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았다 함
*樂聖避賢(낙성피현) : 聖은 청주, 賢은 탁주
*宗之(종지) : 최종지崔宗之
*瀟灑(소쇄) : 맑고 깨끗함
*白眼(백안) : 냉담한 눈초리, 진晋의 원적院籍은 속세사람이 찾아오면 백안이 되고, 친구가 찾아오면 청안(검은 눈)이 되었다 함
*玉樹(옥수) : 뛰어나고 아름다운 것
*蘇晉(소진) : 중서사인이란 벼슬에 있었음,수놓은 부처그림을 갖고 불교를 믿으며 술도 마심
*張旭(장욱) : 초서에 뛰어나 초서의 성인(草聖)으로 불림, 취하면 자기 머리칼에 먹을 묻혀 글을 썼다 함, 문제 때 장욱의 초서, 이백의 시, 백민의 검무를 삼절이라 일컬음
*雲煙(운연) : 구름과 연기(煙氣). 운치(韻致)가 있는 필적(筆跡)의 형용(形容).
落紙雲煙(낙지운연) : ‘종이에 떨어뜨린 것이 구름이나 연기(煙氣)와 같다.’는 뜻으로, 초서(草書)의 필세가 웅혼(雄渾)함을 형용(形容)해 이르는 말.
*焦遂(초수) : 음중팔선가(飮中八仙歌)’ 맨 끝에 등장하는 사람 서생 초수(焦遂)는 원래 말더듬이로 알려져 있다. 그런 그가 닷말 술에 의기충천(焦遂五斗方卓然) 고담웅변이 사람들을 놀래어라(高談雄辯驚四筵)하니 술의 위력이 대단하다.
*卓然(탁연) : 여럿 중(中)에서 높이 뛰어나 의젓한 모양(模樣), 탁월(卓越)한 모양(模樣).
*四筵(사연) : 잔치 자리 등 사방 주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