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훔치다 체포될 위험이 높다는 것을 알면서도 왜 충동을 참지 못할까요? 습관성 도벽 환자들이 겪는 법적 문제의 이면에는 증상의 심각성이 아닌 '충동을 억제하는 통제력의 결핍'이 숨어있습니다."
Q. 선생님, 참담하고 불안한 마음에 글을 올립니다.
저희 아이가 얼마 전부터 물건을 훔치다 걸리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처음에는 돈이 부족해서 그런가 싶어 혼도 내보고 용돈도 늘려줬지만, 나중에 보니 자기한테 전혀 필요도 없는 사소한 물건들까지 습관적으로 훔치고 있었습니다.
아이는 훔칠 때마다 자기도 모르게 충동이 일어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고 울면서 후회합니다. 자기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며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면 안쓰럽기도 하지만, 이러다가 정말 경찰에 붙잡혀서 전과자가 되거나 큰 범죄자로 전락하는 건 아닌지 매일이 살얼음판입니다.
도벽이 이렇게 충동을 못 참아서 생기는 병이라면, 도대체 어떻게 치료하고 바로잡아줘야 할까요? 이러다 아이 인생이 망가질까 봐 너무 두렵습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A. 안녕하세요, 아이의 반복되는 도둑질과 멈추지 못하는 충동성 때문에 매일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불안과 고통을 느끼고 계실 부모님의 심정에 깊은 위로를 전합니다. 아이가 흘리는 후회의 눈물을 보며 안타까움과 두려움이 교차하는 그 막막한 마음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아이가 돈이나 물건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훔치고 싶은 강렬한 충동을 이기지 못해 절도를 반복하고, 직후에 심한 죄책감과 우울감을 느낀다면 이는 단순한 일탈이나 범죄가 아닌 '병적 도벽'이라는 충동 조절 장애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병적 도벽은 청소년기에 시작되어 만성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으며, 단순히 아이의 의지가 약하거나 도덕성이 부족해서 발생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논문에 따르면 병적 도벽 환자들의 73%는 스트레스나 불안, 우울감, 혹은 지루함과 같은 특정한 '감정적 트리거'가 있을 때 절도 충동을 강하게 느낍니다.
또한 이 질환을 앓는 사람들의 무려 77.3%는 평생 동안 기분 장애(우울증), 불안 장애, 물질 사용 장애 등 다른 정신과적 질환을 동반하며, 68%의 환자가 절도 후 극심한 수치심과 죄책감을 경험합니다.
무엇보다 병적 도벽 환자들은 체포나 처벌에 대한 두려움으로 충동을 억제하려고 노력함에도 불구하고, 63.6%가 체포된 경험이 있을 정도로 스스로 충동을 통제하는 데 극심한 어려움을 겪습니다.
따라서 지금 아이를 비난하거나 처벌의 두려움을 주는 것만으로는 이 충동의 굴레를 끊어낼 수 없습니다. 아이는 스스로도 멈출 수 없는 뇌의 충동 조절 시스템 문제로 인해 극심한 내적 고통을 겪고 있는 상태입니다.
가장 시급한 것은 전문가의 개입입니다. 지체하지 마시고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여 아이가 겪고 있는 병적 도벽과 기저의 스트레스, 불안, 우울증 등을 정확히 평가받아야 합니다. 병적 도벽은 인지행동치료나 약물 치료(예: 충동 조절을 돕는 약물)를 통해 호전될 수 있습니다.
아이의 '트리거'를 파악해 주세요. 혼내는 대신, 아이가 주로 어떤 감정 상태일 때(예: 학교에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외로울 때 등) 충동을 느끼는지 함께 대화하며, 절도가 아닌 건강한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주시는 것이 필요합니다.
부모님께서 아이의 행동을 병적인 증상으로 이해하고 치료의 울타리로 이끌어 주신다면, 아이는 이 고통스러운 충동에서 벗어나 건강한 일상을 되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본 센터는 아동과 청소년을 비롯한 모든 연령의 상담을 진행하는 센터로 사회성 발달을 위한 집단상담, 치료놀이 및 각종 상담방식이 다양한 치료센터입니다. 또한 전문 치료사가 배치되어 고민하고 어려워하는 부분을 정확하고 친절하게 상담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를 방문하시어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언제까지 아이에게 친구들과 사이좋게 잘 지내라는 뜬구름 잡기식의 잔소리만 할 것인가? 초등학생인 우리 아이의 사회성을 길러줄 수 있는 답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사회성에 대해 20여 년간 상담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해 아이의 사회성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온 이향숙 박사의 오랜경험과 노하우가 이 책 한 권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책 소개 中)
*참고문헌
Blum, A. W., Odlaug, B. L., Redden, S. A., & Grant, J. E. (2018). Stealing behavior and impulsivity in individuals with kleptomania who have been arrested for shoplifting. Comprehensive Psychiatry, 80, 186-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