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김종태 카메라의 눈만 번득이는 아이스크림 가게 밤의 우주선 속을 유영하듯 멀미를 하는 사람들이 둥둥 떠돌 때 함부로 찢긴 비닐봉지들이 휴지통 옆으로 빈둥거리네 냉장고를 스칠 때 느껴지는 열기를 따라 이곳의 어둠은 길고양이들의 천국이지 동이 터오면 낯선 새가 모터 옆에서 알을 품겠지 닫는 시간도, 여는 시간도 없는 이 가게의 밤은 크레파스 통의 뚜껑을 열어놓은 듯이 이미테이션 낙원인 짝퉁 골목의 진열대 같네 인적이 끊긴 쇼핑몰의 쇼윈도에 비친 끝내 이길 수 없는 인형뽑기 기계의 불빛 같은 출입구에서 우주복을 입은 풍선인형은 알 수 없는 춤을 추네 안 보이는 주인을 아이들 몇이 무서워하며 바코드 찍은 후 체크카드를 투입구에 밀어 넣을 때 닫힌 유리문으로 새들의 날개가 부딪는 소리가 들리네 서둘수록 벗어나기 힘든 무중력의 놀이터에 열기 머금은 섬광이 오로라처럼 퍼지고 머물다가 더 멀리 나가떨어지는 유랑의 아이러니 모든 맛의 빛깔들이 술 취한 미로에 갇혀 태어난 목소리를 잃어가고 있는 부도심의 밤 기다린 사람과 돌아온 사람이 모여 얼음의 지문을 입김으로 닦으며 새시 틈에 끼인 퀵보드의 바퀴처럼 침묵하는 밤 아무도 노래하지 않고 아무도 토악질하지 않아 포장지에 찍힌 형형색색 활자만이 검은 공기 속으로 휘도는 밤 —계간 《문학청춘》 2024년 봄호 ----------------------- 김종태 / 1971년 경북 김천 출생. 1998년 《현대시학》 등단. 시집 『떠나온 것들의 밤길』 『오각의 방』 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