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목서-노랗게 핀 작은 꽃에서 뿜어 나오는 향이 은은하게 퍼져 근처에 가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나무를 한번 쳐다보게 되는 만리향 이라 불리는 품위 있는 나무다. >
이른 새벽 얇은 이불깃 사이로 서늘한 바람이 느껴지는 것이 나이 탓만이 아니니 어느새 계절이 그곳까지 온 모양이다.
오늘은 동서모임으로 공치는 날이지만 동기 테니스 팀들이 의논 한 대로 나들이 가기로 하여 해운대에서 모이기로 하였다.
간편한 복장에 긴소매 옷을 챙겨 입고 아파트 보도 길을 걸어 나오니 금목서 향이 품겨와 상쾌한 아침을 더욱 기분 좋게 해 주었다.
<내가 부모님 따라 이곳 해운대 해수욕장에 올 때는 객차마다 빽빽히 줄지어 내리는 사람들이 역을 가득 메웠고, 주변에는 여러 가지 물건을 파는 상인들로 붐볐는데 이제는 먼 향수의 기억으로만 남게 되었다. >
鎭下로 가는 버스가 10시30분이라서, 10시까지 시외버스 터미널에 모이기로 했다. 손관선, 양춘길, 최정조, 유무렬은 벌써 와 있었으며, 이어서 김무웅, 정경권, 현호웅이 왔고, 후배들 김행규, 김종영, 천광길, 김규성, 이상학이 까지오고, 하지정맥 수술로 못온 조정무 빼고 동서팀 12명이 다모였다.
(진하까지 가는 버스가 고속버스 같은 고급 좌석버스다. 우리가 젊었을 때, 배낭에 한 짐 가득 메고, 거기다 가족까지 데리고 캠핑 가는 대학생들과 부대끼고, 거의 매달리다 시피하며 짐짝 같이 떠 밀려가며 탔던 완행버스에 비하면, 지금은 거의 VIP 대접이지만, 웬지 그때가 즐거웠고, 그 시절이 좋았던 것 같은 기억은 이제는 돌아 갈 수 없는 잃어버린 세월이 아쉬운 것인지, 떠나 버린 낭만에 대한 허전함 때문일까!
차 삯은 4,400원이고 칼치, 멸치, 미역으로 유명한 기장장과 한때 좋았던 일광 해수욕장, 아나고회와 집어등불 밝힌 칠암, 원전이 있는 월내, 배밭 많은 서생, 어촌나사리, 일찍 해 뜨는 간절곶을 지나 한 시간 걸려 젊은이들의 천국 진하해수욕장이 왔다.
<진하 해수욕장 입구에 아직 따지 않은 잘 익은 고추가 탐스러웠다>
몸이 아픈 사람은 藥 이 필요하지만, 건강한 사람에게는 좋은 음식이 최고다. 특히 제철에 맞는 음식은 최상의 補藥이라고 했다. 이는 과학적으로도 맞을 것이 하늘과 땅의 변화에 적응하고 대처하는 동식물의 면역력을 받아들이는 한편, 우리 몸도 우주 삼라만상의 이치에 적응하고자 계절에 맞는 음식을 渴求하니 맛 또한 좋아 지게 되어 있다.
<가을의 별칭은 많지만 결실의 계절이란 말은 우리 먹을거리와 인연이 있어 정감이 있다. 과일이 익어 가는 모습은 풍성하고, 어느 사이에 저렇게 여물어지고 익어 졌나 생각하니 대견하기 그지없다>
하늘의 키는 자꾸만 높아만 가고, 기온은 낮아지는 이 상청한 가을에 맛있고 입에 당기는 음식은 무엇일까?
<수족관의 전어 촬영이 쉽지 않았다.>
전어-가을전어가 날 때가 되면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고 하는 전어회를 지난주 운동하고 수변공원에 가서 푸짐하게 먹고 그 고소하고 감치는 맛에 아직 우리 입맛이 변치 않았음을 실감하며 다음을 약속했다.
< 솔갈비로 불을 피우고 솔방울을 태워 그 숯불로 생선을 구우면 솔 향이 베어 맛이 한층 더 좋아지리라>
오늘은 토실토실한 전어 뱃살에 칼찜을 넣고 그 사이로 청정 왕소금을 살짝 뿌려 숯불석쇠에 올려놓고 노란노란 구워서 먹어보기로 했다.
이 행사는 재작년 경주 석굴암 아랬길 장항리 절터 입구냇가에서 한 바가 있었다.
경주까지 거리가 멀고 차편도 불편하여, 올해는 김행규가 여기저기 다녀보고, 조사하고 문의 하고, 사전답사 까지 한 이곳 진하해변 솔밭 야영장으로 왔다.
구운 고기는 중놈( 고기 먹는 중은 이미 중이 아니고 땡땡이 일 것이니 )도 먹는다고 했다. 그 만큼 맛이 좋다는 뜻이겠지. 여름내 모아 놓은 적당한 기름기가 숯불 기운으로 하얀 살 속으로 베어 들어 그 고소한 맛이 입에 짝짝 달라붙을 것이다.
초가을 전어는 불포화 지방산이 풍부하여 성인병예방에 탁월한 효과가 있고 뼈가 부드럽고 육질이 연하고 향이 강하며, 고소하여 일미라고 했다.
인체에서 생산되지 않는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하며, 칼슘, 인, 미네랄이 있어 피부미용에도 효과가 있고, 골다공증에 좋으며, 간세포재생, 피로회복에 그지 그만이라고 하니 가을의 보약치고는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없으리다.
곁들여 마시는 술 맛 또한 명약인데 안주로 전어를 먹는 것인지 전어구이를 먹기 위해 술을 양념으로 마시는 것인지 구별 할 수가 없고, 석쇠 위에서 쉴 새 없이 구워 대는 행규와 정조의 손길이 바쁘기만 하다.
한창 힘깨나 있었을 시절 야영하며, 데운 돌 판에 삼겹살을 얹어 놓고 낭만을 노래하며, 젊음을 즐겼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나이가 되어, 이제는 석쇠위에 얹은 놓은 전어구이 맛에 만족하고 멋진 친구들과 餘生을 이야기 하는 멋 또한 이 나이에 할 수 있는 풍류라고 한 다면 치매증상 있는 영감태기들의 헛소리라고 할까!
오늘의 행사는 우리 모두가 마음을 합하고 힘을 모았지만 총무기획부장 김행규는 ,버스시간표, 장소알선, 굽는 화덕기구대여, 점심준비문제, 장보기 등을 위해, 사전 답사까지 하였고, 해봉정조는 어제 미리 자갈치 시장에 가서 조사 해 놓고 전어 때문에 잠까지 설치고, 오늘 아침 일찍 나가서 싱싱하고 좋은 물거리를 골라 얼음 채워 5Kg을 아이스박스에 포장하여 가지고 와서, 맛있게 구워 우리를 먹이려고 연기 까지 마셔가며 온 전력을 다 하니 감사하기 그지없다.
소풍준비를 야무지게 해온 천박사는 계란 한판을 삶아 껍질을 까서 맛소금 까지 준비하여 먹기 좋게 가져왔고, 사위가 선물한 중국명주 육화주 까지 넣어 한 배낭을 지고 왔다.
또 청송 경권이는 사모님이 챙겨준 부추 넣은 김치를 가져와 전어구이의 맛을 한층 더 나게 해주어 고마웠다.
즐겁게 먹고(김밥에 라면까지) 마시고 하다 보니 下行버스 시간 14:00는 지났고 16:00까지는 여유가 있어 해변 산책을 했다.
울산광역시 울주군 서생면 진하리에 있는 진하는 울산 제일의 해수욕장으로 폭 300m의 고운 모래 백사장이 약 1Km이고 물빛이 파랗고 맑으며, 솔숲이 있어 천헤의 해수욕장으로 야영과 취사가 가능하니 젊은이가 많이 찾는다.
일출과 소나무 숲이 아름다운 명선도와 해중암으로 이루어진 이덕도가 앞에 있어 풍광 또한 아름답다.
진하와 강양마을을 연결하는 명선교는 두 마을의 결속을 다지는 다리로 원자력 특별 지원금으로 설치되었으며, 사장교의 주 탑과 케이블은 비상하는 한 쌍의 학을 형상화 하였다고 한다.
진하와 강양마을 사이로 잔잔히 흐르는 해하강변의 모습은 평화로웠다.
한사람의 열두 걸음 보다 열 두 사람의 한 걸음이 더 큰 힘으로 도움이 될 수 있었다. 모두가 건강하고 즐거운 자리에 또 모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