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은 2023. 10. 13. 금요일. 흐리다.
오후에 서울 송파구 잠실에 있는 석촌호수로 바람 쐬러 나갔다.
서호쉼터 돌벤치 위에서는 늙은 영감들이 걸터앉아서 바둑과 장기를 둔다.
바둑은 한 판 두는 시간이 너무나 많이 걸리기에 구경하지 않고는 장기를 구경했다.
장기 한 판은 금방이면 끝낸다.
장기 두는 영감들의 실력이 그저 그런 수준에 불과하다.
영감 둘이서 돈내기 장기를 둔다. 한판에 오천원씩.
하수들이나 두는 장기꾼은 늘 되물리기에 나도 모르게 '장기를 물려서는 안 되는데'라고 중얼거렸다.
장기를 두던 영감이 나를 째려봤다.
'정말로 하수들이네.'
구경하는 내가 중얼거리고는 오히려 화가 나기에 더 이상 구경하지 않고는 자리를 떴다.
두 팔을 뒤로 돌려 맞잡아서 뒷짐 지고는 석촌호수 한 바퀴를 천천히 돌았다.
영락없는 늙은이의 모습이다. 등허리가 굽은 채...
2.
아파트 단지로 들어섰다.
일전 쓰레기장에 내다버린 큰 화분 하나를 주워서 쓰레기장 뒷편에 놔두었다.
며칠 째.
아파트 경비원이 치워버릴까 싶어서 오늘은 화분을 꺼냈고, 생활쓰레기 처리장 옆에 있는 수돗가에서 화분을 물로 깨끗이 씻어서, 무겁게 쳐들어서 아파트 안으로 가져왔다.
아내가 또 뭐라고 쫑알거린다.
'제발 그만 줏어와요.'
나는 '다음 달에 시골로 가져가겠다'고 궁색하게 변명했다.
'시골집에 아무도 안 사는데 뭐하러 화분을 가져가요?'
헌 화분...
그거 주워서 자동차에 실어서 시골집에 가져가면...
시골에서 누가 사냐?
쓰레기장에 내다버린 헌 화분이 뭐 그리 욕심이 난다고 나는 이따금씩 주워왔다.
서울에서는 할 짓이 없으니까 이짓이라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공연히 내가 욕심을 내는 꼬라지이다.
나는 날마다 밤중에 아파트 베란다로 나가서 화분을 들여다본다.
크고 작은 화분 140개쯤. 내가 생각해도 지나치게 많다. 병적인 집착이다.
주워온 화분에 주워온 화초를 심어서 가꾼다. 숱하게 죽였어도 화분 속의 식물이 자꾸만 늘어난다.
실내 베란다 통로 양쪽에 화분이 즐비하게 놓여 있으니 걸어다니기가 불편해 하는 아내가 짜증을 낼만도 하다.
몇 해 전에는 꽃가게에서 작은 화분과 식물을 구했으나 지금은 구입하지 않는다.
내가 증식/번식을 하기에 이제는 화분 숫자가 자꾸만 늘어난다.
그간 내가 재배기술 부족으로 숱하게 죽였지만 지금은 더러더러 성공한다.
증식에 성공한 식물은 다년생 식물인 알로에-사포나리아, 군자란, 나비란 등이다.
이들은 증식이 잘 된다. 곁뿌리에서 새끼를 잘 친다는 뜻이다.
3.
내일은 10월 14일 토요일.
오전에는 내과병원에 들러서 당뇨를 체크해야겠다.
날마다 아침 저녁으로 복용하는 약이 거의 다 떨어졌다. 병원에서서 혈당 검진을 받은 뒤에 약 사야 한다는 사실을 잠깐 깜박했다. 당뇨약은 한 달분만 처방하받기에 자칫하면 약이 다 떨어질 수 있다.
내일은 토요일이기에 오전에 들러야겠다.
2023. 10. 13. 금요일.
나중에 보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