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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하객들의 축하를 받으며 신랑 신부는 행복해 보였고 모든 하객도 그렇겠지만, 나는 그들의 행복이 영원하기를 진심으로 빌었다. 신랑 신부는 서로에게 다짐의 편지를 읽었다. 그대로만 산다면 문제 될 것이 전혀 없어 보였다. 주례의 당부 또한 부족함이 없었다. 그런데 왜 오늘날 결혼한 4쌍 중 한 쌍이 이혼하게 되는가? 오늘 결혼한 조카가 행복한 결혼 생활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사랑과 결혼에 대하여 생각해 본다. 내가 알기론 조카는 결혼 전 오랫동안 한 여성과 교제를 했던 걸로 안다. 무엇이 그들을 헤어지게 하고 다른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되는가? 조건이 사랑보다 우선하지는 않았는가? 사랑이란 과연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사랑은 두 사람이 하지만 결혼은 두 가족이 맺어지는 것이다. 그러니 사랑하는 사람과 모두가 결혼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닌 것이다.
라캉의 『사랑』은 책의 두께 때문에 사실 부담스럽게 여겨지지만, 그러나 서문과 결 론에 대한 유기적 독해만으로도 많은 통찰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라캉에 의하면 사랑은 받지 못하는 것을 받는 것, 얻지 못하는 것을 얻는 것, 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사랑이 그렇게 어렵고 애를 태운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문학예술은 사랑의 답을 찾아 헤맨다고 본다.
그렇다면 우리의 사랑은 어디에서 시작되는 걸까? 사랑은 이상적인 이미지에 사로잡히는 데서 시작한다. 나의 연인은 내가 갖고 있지 못한 무언가를 갖고 있는 것만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어떤 티브이 채널에서 결혼 적령기의 젊은 남겨가 결혼 상대를 찾는 프로가 있다. 시청자로서는 보는 재미도 있지만 조건을 제시하고 부합하는 상대를 찾아가는데 그 과정이 너무 건조하지 않은가 안타깝기도 하다. 조건도 조건이지만 라캉의 말처럼 설명할 수 없는 그 사랑의 감정이 바탕에 있어야 기쁨과 슬픔을 나누어 짊어지고 삶의 긴 여정을 나아 갈 수 있을 것이다. 결혼 상대를 고를 때 조건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사랑을 무시할 수도 없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보면 라캉의 “사랑”의 해석이 보인다. 그의 영화들은 해외 유수 영화제들의 초청을 받았으며 몇 편은 꽤 단단한 상들은 받기도 했다. 김기덕 감독 영화의 일관된 문제의식은 주체들이 어떻게 서로의 결여를 받아들이고 사랑에 이르는가를 형상화하는 것이다.
누구나 이루지 못한 사랑 하나쯤 가슴에 지니고 살 것이다. 청춘의 강을 지나다 보면 몇 사랑쯤은 만나게 된다. 사랑이 아파서 베갯잇을 몇 개쯤 적시기도 하고 심장이 멈추는 것처럼 숨을 쉴 수가 없어 죽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또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된다. 조건에 맞는 상대를 고르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두고두고 잊을 수 없는 사람은 떠나보낸 사람이다.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일까? 사랑에 빠진 환자를 어떻게 할 것인가? 프로이드는 세 가지 가능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첫 번째는 결혼이며 두 번째는 중단이며 세 번째는 부적절한 관계의 정립이라고 한다. 당연한 말 이지만 사랑해서 결혼에 이르는 일이야 행복이겠지만 사랑하던 사람과 사랑을 중단한다는 일도 어렵고 부적절한 관계를 정립한다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기에 고통에 휩싸여 사랑의 환자가 되는 것이 아닌가? 그 수많은 고통은 시와 소설의 주제가 되고 노래가 되는 것이다. 노래의 가사는 내 얘기인 듯 가슴으로 파고들어 온다.
사랑은 서로의 결여를 받아들이고 채워 줄 수 있을 때 단단해지고 오래 지속된다고 본다. 일단 결혼을 하게 되면 함께 벽돌 담장을 쌓아가는 마음이어야 한다. 다른 집 담장을 기웃거리거나 내 집 담장을 허술하게 틈을 만들어서도 안 된다. 서로가 이해와 신뢰라는 돌을 차곡차곡 쌓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철옹성 같은 성이 되어 있을 것이다.
여자의 입장에서 결혼이란 낯선 집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럴 때 이방인 같은 마음이 되기 쉽다. 그러나 이방인 같은 마음을 주인의식으로 바꾸면 그 집이 나의 행동과 생각에 의해 얼마나 영향을 받을까 생각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각오는 달라진다. 그렇다면 이혼율도 줄어들 것이다. “사랑” 어렵다. “결혼”은 더 어렵다. 그렇지만, 하지 않을 수 없다.
경희사이버대학원 미디어문창과 졸업
2012년 애지로 등단
2014년 서울문화재단 문학창작기금 수혜
시집 : 『당신의 루우움』 , 『내가 울어야 할 때 누가 대신 울어주는 건 더 아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