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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에 대고 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이 들어요.”
/ 엄상익(변호사) | 2024-04-14
<조용한 기적>
식물인간이 된 노인의 병실로 문안을 간 적이 있었다.
그 노인은 의사고 믿음이 깊은 분이었다.
진료하고 기도하고 가족을 사랑하는 게 생활의 전부였다.
침대 옆에 있던 그 노인의 늙은 부인이 이런 말을 했다.
“이 양반이 진료를 하다가 갑자기 쓰러졌어요.
응급실로 갔는데 뇌촬영을 한 의사들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어요.
원인 모르게 소뇌에서 갑자기 피가 박카스병 하나 정도 나왔대요.
특히 소뇌 쪽은 수술이 어렵다고 하더라구요.
그래도 바로 수술을 해서 생명은 건졌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십삼년간 식물인간으로 있으면서 나이 팔십을 맞이했네요.”
그는 그런 상태에서 육십대 칠십대를 지나 팔십대가 됐다.
움직이지 못하는 몸 속에서 그는 깊은 수면에 빠져있을까 아니면 세상을 보면서 생각에 잠겨 있을까. 부인의 말이 이어졌다.
“이 양반이 흔들리는 시대를 살아왔어도 정직하고 성실했어요. 같이 평생을 살았어도 일탈을 하는 걸 보지 못했어요. 이런 양반에게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를 모르겠어요. 병원에 있어도 경제적으로 누구 신세를 지지 않았어요. 자기가 번 돈으로 자신이 쓰고 있어요. 저도 당뇨라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걱정이예요. 이 양반을 먼저 저 세상으로 보내고 죽어야 할 텐데 어떤 때는 너무 힘들어서 차라리 돌아가셨으면 하다가도 또 어떤 때는 그래도 피가 돌고 살아서 숨쉬는 영감을 보고 혼자 이 얘기 저 얘기 하면서 넋두리하면 그래도 무덤에 대고 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나님은 자신을 성실하게 믿는 사람을 심한 곤경에 빠뜨리는 걸 자주 봤다. 인간은 누구나 성경 속의 욥이 아닐까. 그의 생애는 욥의 그것일지도 모른다. 믿는다고 부귀영화가 오는 게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로 빼앗아가는 경우가 많았다.
내 또래의 변호사가 있었다. 서울법대를 졸업하고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특허 분야의 전문가로 인정받으면서 돈을 벌고 있었다. 오랫동안 보지 못하던 그가 어느 날 완전히 변한 모습으로 나타나 이런 얘기를 했다.
“차를 몰고 퇴근을 하는 데 핸들을 잡은 팔이 조금 무겁게 느껴졌어. 과로를 해서 그런가보다 생각했지. 집에 돌아와서 저녁을 먹고 신문을 펼쳐 들었는데 이상하게 팔이 계속 묵지룩한 거야. 그때 싱크대에 있던 집사람이 환기를 해야겠다면서 나보고 창문을 열어달라고 했어. 창문을 열기 위해 손을 위로 올리다가 ‘어어’ 하면서 쓰러졌지. 응급실로 실려갔는데 의사들은 뇌졸중이라고 생각하고 뇌 단층촬영을 했는데 아무렇지도 않다는 거야. 원인을 찾아내려고 검사란 검사는 다 했는데도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고 몸은 점점 더 마비되어가는 거야. 나는 그냥 식물인간이 되어 버렸어. 그런데도 정신은 물로 씻은 듯 맑았어. 의사들이 내가 아무것도 의식 못하는 걸로 알고 내 옆에서 하는 소리를 다 들었어. 전신의 말초신경이 파괴되는 특수한 증상인데 신경세포가 그렇게 죽으면 영원히 식물인간이라는 거야. 의사가 아내한테 모든 걸 포기하라고 말하는 걸 나는 옆에서 들었어.”
나는 갑자기 끝없이 깊은 구덩이 속에 빠진 그의 공포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의 다음 말을 조용히 기다렸다.
“나는 분노했지. 열심히 살려고 노력한 대가가 이거냐고. 남들은 다 멀쩡한데 나만 왜 이렇게 되어야 하느냐고 말이지. 그렇다고 몸을 움직일 수 있나 말을 할 수 있나 소금기둥같이 된 내가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어. 나는 하나님한테 저주를 퍼붓기 시작했어. 중환자실 천정을 보면서 마음으로 소리치고 몸부림을 쳤지. 가래가 끓는데도 간호사는 관심조차 가지지 않는 거야. 어느 날 밤 아내가 내 옆에서 간절히 기도하는 걸 봤어. 차츰 체념이 들기 시작했어. 산다는 게 헛되고 부질없는 거야. 그러면서 하나님한테 간절하게 빌었지. 기적을 한 번만 베풀어 달라고. 나 같은 이기적인 옹졸한 인간이 믿게 되면 다른 사람에게 좋은 증인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이지. 저런 인간도 믿으니까 하나님이 있긴 있는 모양이지라고 사람들이 말할 거라고. 그리고 나서 며칠이 지났어. 갑자기 발가락이 간지러운 것 같았어. 그리고 원인 모르던 마비가 저절로 풀린 거야.”
그가 전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전에 보던 그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진 것 같았다. 나는 식물인간이 되었던 의사와 변호사를 보면서 생각해 보았다.
생활에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평온함이 조용한 기적이 아닐까. 어떤 사고가 발생해야 사람들은 평온함의 귀중함을 안다. 행운이란 뭘까. 병이 없는게 행운이 아닐까. 행복은? 사랑하는 가족과 먹고 마시며 웃고 떠드는 건 아닐까. 아침에 자고 일어나 바다위의 작은 빨간등대와 찰랑이는 물결을 보면서 오늘 내가 부활한 걸 감사한다. 어제 밤 잠들면서 죽고 오늘 내가 다시 태어났다. 칠십부터는 하루하루를 특별히 받은 보너스로 생각하기로 했다. 오늘을 인생의 첫날처럼 그리고 마지막날 처럼 즐기며 살아야겠다. 건강하게 살아서 숨을 쉬고 있음이 엄청난 축복이다.
행복(화려하지 않아도)/박하루
https://www.youtube.com/watch?v=GW0a-2iK6eI
-지인이 보내준 톡에서-
종일
흐린 가운데
비는 내렸다 그쳤다
새벽에 일어났다 또 잠
다시 일어나니 새벽 4시
잠을 푹 잤건만 몸은 그리 개운치 않다
난 어제 일한 것도 없는데 몸이 왜 묵직 할까?
고관절이 아픈게 원인일까?
톡을 보낸 뒤 체조와 스쿼트
스쿼트를 하는데도 묵직하다
금요일에 주사 맞고 고관절이 좀 덜 아프지만 아직 통증이 있고 오래 서 있기가 힘들다
그러다 보니 자꾸 자증이 난다
아무래도 오늘은 큰 병원으로 가볼까?
집사람도 이가 아파 치과에 가야한다니까 그첨 저첨 광주로 나가봐야겠다
아침을 짓고 시래기 된장국을 끓였다
배추시래기 된장국도 맛있다
동물 챙겨주었다
육추기 안의 병아리 4마리가 모이를 먹었다
이번 부화된 건 너희 뿐
잘 자라주렴
하우스안 병아리장에 브라마와 청계 병아리가 8마리
바닥에 한 마리가 엎어져 있다
들어보니 이미 숨이 끊어졌다
왜 죽었을까?
밤사이 추웠나?
한 부화기에서 태어나 강진처형에게 준 병아리들은 잘 큰다던데 내가 키우고 있는 병아린 그리 크지도 않고 오늘은 죽기까지
내가 잘 못키우고 있나?
병아리장 안에 전구불을 켜주고 물과 모이를 많이 주었다
닭들과 기러기에게도 물과 미강 싸래기를 주었다
알이나 잘 낳았으면 좋겠다
아침 한술
밥에 콩을 많이 넣었더니 마치 찰밥처럼 맛있다
김에 싸 시래기 된장국과 한그릇 뚝딱
형제들 단톡방을 열어보니 오늘 저녁 부모님 제사를 일곱시에 장조카 집에서 모신다고
저런
부모님 기일을 깜빡 잊었다
기억하지 못하니 달력에 표시를 해 놓았어야했는데 그도 잊어 버렸다
참 정신머리하곤
저녁엔 부모님 제사모시러 가야겠다
동생 전화
오늘 저녁 부모님 기일이라고
그렇지 않아도 네가 올린 톡을 보고 알았다며 지금 병원에 가려고 준비한다니
어디 병원에 가느냐고 묻는다
첨단 우리병원에서 치료받고 나은 사람이 있다해서 그리로 가보겠다니 그러지 말고 상무지구 문영래 정형외과로 가보란다
거긴 더 시설이 좋고 원장님이 조대병원 외과 교수였단다
그도 일리있다
그런데 전에 내가 첨단 우리병원에서 한번 진료 받았던 기억이 난다
치료받고 나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곳을 찾는 분도 많다니 이번엔 그리로 가보는 것도
동생에게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
우리병원도 나름 허리와 어깨등 관절을 잘 본다고 소문나있다
작은 누님께서 광주에 계실 땐 우리병원을 주로 다니셨다
나도 누님이 권해 그곳을 가 본 것 같다
부화기에서 더 이상 부화하지 않을 것같아 부화기를 꺼 버렸다
광주 갔다와서 부화기 청소를 해야겠다
집사람에게 일찍 병원에 가보자고
병원 가려 준비하고 있는데 노열동생 전화
딸기 선별하고 남은게 있는데 가져가란다
광주 나가려 한다니 지금 얼른 들렀다 가시란다
그래 가져다 광주 나가는 길에 인경 엄마한테나 가져다 주면 좋겠다
딸기를 가지러 가니 꽤 양이 많다
큰 비닐 봉지 두개를 가져왔다
인경엄마에게 전화해 병원 가면서 딸기를 좀 가지고 가겠다며 병원으로 가지러 오라고
그러겠단다
집사람이 같이 교육 받는 명숙씨에게도 좀 주잔다
어제 매트와 지주대도 주었으니 뭐라도 주는게 좋겠다고
두봉지이니 한봉지 주어도 괜찮겠다
집사람이 명숙씨에게 전화해 가지러 오라니 금방 왔다
작은 바구니를 하나 가져왔는데 큰 비닐 봉지 하나 주니 넘 많단다
마을 분들과 나누어 먹어도 괜찮을 거라니 고맙단다
있을 때 서로 나누어 먹으면 좋겠지
오늘은 첨단 우리병원으로 가보기로
우리병원 들럿다 집사람이 다니는 뉴욕 미래치과로 가보자고
못재를 넘으니 비가 억수로 쏟아진다
장성은 안개비 내렸는데
첨단으로 들어서니 비가 잦아진다
잠깐 지나가는 소나기성이었나?
우리병원 주차장에 가니 만차
이제 아홉시 좀 넘었건만 진료 받으러 온 사람들이 참 많다
집사람이 주차하는 사이 난 먼저 들어가 접수
접수하고 나니 대기하는 사람이 없어 바로 진료
왼쪽 허리부터 고관절쪽과 그 아래쪽이 아파 걷기 힘들다니 우선 엑스레이를 찍어 보고 이야기 하잔다
한참을 기다려 엑스레이를 찍었다
허리와 고관절을 여러 각도에서 찍는다
내가 기독의원이나 친절한 신경외과에서 찍던 것과는 다르다
집사람이 주차하고 들어 왔다
매제 전화
병원 근처에 왔다고
집사람이 가져온 딸기를 전해주러 나갔다
진료대기실 앞에서 기다리니 부른다
의사샘이 액스레이 영상을 살펴보시고 고관절은 깨끗하다며 고관절이 아픈 건 허리뼈가 돌출되어 신경을 누르고 있기 때문이란다
허리뼈가 돌출되었지만 아직 시술이나 수술을 할 단계는 아니라고 한다
일단 통증 주사를 맞고 약을 처방해 주겠다며 계속 아프면 나와서 물리치료를 받으란다
그 말만 들어도 기분이 좋아져 아픈게 좀 나아진 듯하다
허리협착으로 신경이 눌러 아프기 때문에 허리 협착이 좋아지는 운동을 꾸준히 하는게 좋겠다
오늘 아침에 김교장님이 정성근박사 유트브에서 허리운동 하는 법을 배워 지금 많이 좋아졌다며 한번 찾아 보라는 톡을 보내왔다
집사람 말처럼 뱃살을 빼고 허리운동을 열심히 해야할까보다
2충 통증의학과로
통증 주사를 맞으려고 대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거의 30여분을 기다려 내 차례
의사샘이 20년도에 여기서 엠알아이를 찍고 치료받은 적이 있단다
고관절이 아픈 건 허리에서 내려오는 신경이 허리 협착으로 눌러 아픈 것이라고
친절한 신경외과에서 맞는 주사처럼 여기서도 그 자리에 주사를 놓는다
주사액이 들어가니 허리가 묵직하다
이걸 맞고 좀 나아졌으면 좋겠다
치료비가 6만 5천여원
친절한 신경외과 보다 저렴하다
주사약 효과가 얼마나 오래 갈지 모르겠지만 당분간은 이곳에서 치료를 받아야겠다
뉴욕미래치과에 가니 11시가 넘었다
오후에 진료 받아야한다는 것을 장성에서 왔다니 진료 받도록 조치해준다
진료를 받고 나오니 12시가 넘었다
보철한 곳이 입염에 닿아 아프다며 보철을 빼고 다시 해주기로 했단다
9일날 오후에 치료 받으로 오라고 약속 잡아 준다
안개비만 계속
오는 내내 차 안에서 잠만 잤다
무슨 잠이 이리도 올까?
고관절 아픈게 그리 몸을 힘들게 하나?
몸이 개운치 않으니 짜증만 난다
갈치 한도막 굽고 미나리 무침으로 점심
미나리 무침이 맛있어 한그릇 뚝딱
케이트 모바일 서비스센터에 전화
요금나가는 계좌를 바꾸겠다고
농협카드로 지출했는데 농협카드를 바꾸며 지출이 정지되어버렸다
상담원이 친절하게 응대하며 바로 처리해준다
고맙다
또 잠이 쏟아진다
날씨가 흐려 몸이 더 묵직 할까?
노인되면 날씨 궂을 땐 여기저기 아프다던데 내가 그런 것같다
낮잠 한숨 자고 나니 세시가 다 되간다
참 많이도 잤다
그래도 몸은 확 개운치 않다
큰애에게 전화
오늘 할머니 기일인데 참석할 수 있겠냐고
일이 많아 밤늦게까지 작업해야한단다
그렇담 할 수 없지
건강을 잘 챙겨가며 일을 하라고
하루 일과를 대충 정리
다섯시 넘어 광주 장조카 집으로
못재 넘어서니 안개비가 이슬비로 변해 꽤 내린다
광주에 들어서니 다시 안개비
소나기성 이슬비였나 보다
장조카 집에 가니 큰형님네와 동생네가 와 있다
작은형님도 오셔서 조카가 제사상을 차린다
조카 주석이와 질녀 수정이가 왔다
상재 상서도 학교 갔다 오고
제사를 모셨다
우리대가 지나고 나면 이 제사를 함께 모실 수 있는 후손이 몇이나 있을까?
모두들 자기 부모 제사 모신다고 참여하지 않아 아마 장손 혼자서 윗대 제사를 모셔야할지도 모르겠다
이런 제사를 통해서 조상을 흠모하고 내 뿌리를 찾아볼 수있는 기회인데 핵가족과 결혼을 하지 않아 대를 끊기는 집안도 많다보니 그동안 내려왔던 좋은 전통도 점차 사라져 가는 것같다
그래서 어느 집안은 일년에 단 한번이라도 후손들이 함께 하자며 명절 때 모이지 않고 조상님 기일을 후손의 날로 잡아 함께 모여 제사도 모시고 친목도 다진다고 한다
어쩜 그도 후손들이 모두 함께 할 수 있는 한 방법일지 모르겠다
제사 모시고 식사하며 난 수육이 맛있어 그걸 안주 삼아 소주 서너잔으로 저녁을 때웠다
자꾸 아프니 기분 꿀꿀해 술한잔 마시는 것도 좋을 듯
작은형님께서 요즘 병어철이란다
맞다
형제들끼리 병어나 먹으로 송도갔으면 좋겠다니 큰형님께서도 그러잔다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서로 걸을 수 있을 때 같이 밖에 나가 걷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니면 좋겠지
동생에게 네가 쉬는 공휴일 날 형제 나들이 잡아 보라고
이제는 형제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더 즐거운 나이가 돼버렸다
집사람이 밤길 운전하느라 고생
비가 내리니 운전하기 더 힘들었다
갈수록 밤길 운전하기가 힘들어진다
언제 이렇게 되어버렸을까?
주사를 맞아서인지 고관절쪽은 묵직한데
다리쪽이 시리다
혈액순환이 잘 안되고 있나?
정성근 유트브에서 본 엎드려서 하는 맥켄지 신전 운동 3가지를 했다
잠들기전과 잠에서 깬 후에 하면 허리가 유연해져 아픈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 운동을 잊지 않고 꾸준하게 해가야겠다
또한 스쿼트뿐만 아니라 걷기운동도 열심히 해야겠다
새벽안개 이는지
동네 어귀 가로등 불빛이 희미하다
님이여!
사월의 마지막 날
이젠 봄이 지나고 여름으로 들어가겠지요한달 마무리 잘하시면서
오늘도 일상의 기적을 느끼며 매사에 감사하고
몸과 마음이 건강한 행복넘치는 하루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