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우마무스메의 명칭을 번역함에 있어, 1차적으로는 일본어 원문이 토대가 되는 것이지만, 그 어원이 일본어나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라면 그 언어를 따를 수밖에 없음.
이번의 '베르시나'만 해도 물론 일어표기로는 ヴィルシーナ(birusīna)지만, 원어는 러시아어 вершина고, 그렇다면 단순히 일어 표기를 그대로 가져와 '비르시나'라고 부르는 게 아니라 러시아어 표준 표기법을 따라 '베르시나'라고 하는 게 맞다고 봄.
그렇지 않고 일어표기를 존중하고자 한다면 다른 非영어계 어원의 이름을 가진 우마무스메들의 이름 번역과 상충함. ウオッカ는 보드카가 아닌 '우옷카'가 되고 シュヴァルグラン은 슈발 그랑이 아닌 '슈바루구란'이 되어버리며 メジロアルダン은 메지로 아르당이 아닌 '메지로아루단'으로 돼야 함
여기서 또 "러시아어 원어로도 '비르시나'에 가까운 발음이 나온다"라고 하는 말도 나오지만 그렇다 해도 표준 표기법을 따르는 게 맞다고 생각함.
왜냐하면 결국 외국어를 한국어로 완벽히 전사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각자가 가진 비공식적인 표기를 주장하다 보면 분란이 생길 수 밖에 없고, 그렇기 때문에 공식표기를 따라가는 것이 가장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방법이기 때문임.
그렇게 하지 않고 해당 언어를 배우는 사람들이 주로 쓰는, '실제 발음에 더 가까운' 비공식 표기를 가져다 쓴다면, 위에서 예를 든 우마무스메들 중 슈발 그랑은 '슈발 그헝', 메지로 아르당은 '메지로 아흐덩'이라고 표기해야 하는데, 그런 건 아무도 반기지 않으리라 생각됨. 그런데도 '베르시나'에만 예외를 적용해야 한다는 건 어불성설임.
물론 그러면 "그렇게 표준 표기가 좋으면 '토카이 테이오'도 '도카이 데이오'라고 부르지 그러냐"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는 문제의 결 자체가 다른 경우라고 생각함.
즉, 우마무스메 자체가 일본의 컨텐츠고 이를 즐기는 유저들 대부분이 일본 서브컬쳐에 익숙한 사람들이며, 한국의 서브컬쳐 향유층에서는 현행 일본어 표준표기법 중 "어두에 오는 청음을 예사소리로 표기한다", "つ는 '쓰'로 표기한다" 등의 원칙에 반감을 가진 사람이 많고 실제로 대부분의 공식 번역들도 그에 따라 이를 지키지 않고 있음.
그러한 특수성의 위에서 카카오게임즈는 번역을 하고 있고 일본어 인명ㆍ지명에 대해서는 너무 유명한 것(이를테면 도쿄나 교토)가 아닌 이상에는 통용표기를 따르고 있는 것임(하지만 솔직히 笠松를 굳이 가사마쓰로 번역한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그러나 일어/영어 외의 여타 외국어에 관해서는 이러한 사정이 있다고 할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굳이 다르게 갈 것이 아니라 표준 표기를 따라야 한다고 말하는 것임.
마지막으로 건의 게시판에도 '언어의 사회성'에 대해 이유로 들어 수정을 요구하는 이야기가 많은데, 개인적으로는 그게 맞지 않는 이야기라고 봄.
'언어의 사회성'이란 언어는 언중들 사이에서 사회적 약속이 된 거고 그걸 누가 임의로 바꿀 수 없다는 것임.
그러나 사실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한국어판의 번역에 있어서는 카카오 게임즈가, 법적인 용어를 끌어오자면 유권해석이 가능하다고 할 수 있는, 번역을 전적으로 담당하는 곳이기에 여기서 내놓는 것이 기준이라는 것이 첫째.
애초에 카카오 게임즈가 이번에 내놓은 번역도 상기했듯 틀린 게 아니기 때문에, 처음에 '비르시나'로 냈다가 이번에 '베르시나'로 바꾸는 것도 아니고, 이번에 게임 상에 처음으로 나오는 우마무스메의 번역을 틀리지 않은 번역으로 낸 걸 바꾸라고 요구하는 건 설득력이 떨어지는 게 둘째.
원래 우마무스메 한국팬층 사이서 쓰이던 '비르시나'란 표기에 비해 '베르시나'라는 표기가 아주 크게 달라져서 이게 원래 우리끼리 비르시나라 부르던 친구의 이름이란 걸 아주 못알아보는 그런 상황도 아니며, 그렇다고 어감이 심각하게 안 좋아진 것도 아닌, 결국 정리하자면 "낯설다" 이 하나밖에 없다는 셋째의 이유까지 하여 언어의 사회성에 대한 변명이 가능하다 봄
이상의 이유들에 따라 나는 카카오 게임즈에 '베르시나' 표기를 유지하는 게 더 좋다는 의견을 피력하고자 하는 바임
2024.12.10 베르 누나의 실장을 기원하며
첫댓글 캬 속시원히 설명해주셔서 감사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