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물 드는 오월에 / 안도현
그 어디서 얼마만큼 참았다가 이제서야 저리 콸콸 오는가
마른 목에 칠성사이다 붓듯 오는
저기 물길 좀 봐라
논으로 물이 들어가네
물의 새끼, 물의 손자들을 올망졸망 거느리고
해방군같이 거침없이
총칼도 깃발도 없이 저 논을 다 점령하네
논은 엎드려 물을 받네
물을 받는, 저 논의 기쁨은 애써 영광의 기색을 드러내지 않는 것
출렁이며 까불지 않는 것
태연히 엎드려 제 등허리를 쓰다듬어주는 물의 손길을 서늘히 느끼는 것
부안 가는 직행버스 안에서 나도 좋아라
金萬傾 너른 들에 물이 든다고
누구한테 말해주어야 하나, 논이 물을 먹었다고
논물은 하늘한테도 구름한테도 물을 먹여주네
논둑한테도 경운기한테도 물을 먹여주네
방금 경운기 시동을 끄고 내린 그림자한테도,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누구한테 연락을 해야 하나
저것 좀 보라고, 나는 몰라라
논물 드는 5월에
내 몸이 저 물 위에 뜨니, 나 또한 물방개 아닌가
소금쟁이 아닌가
- 안도현,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현대문학북스, 2001)
오월의 편지/소리새
https://www.youtube.com/watch?v=LX8ZtTPtzlU
못자리 한창
손길 바쁘다
모가 잘 자라야
풍년 들겠지
어제 10시에 잤건만 일어나니 새벽 1시
왜 금방 일어나 버렸을까?
어젠 커피도 마시지 않았는데...
다시 뒤척이다 일어나니 새벽 세시반
잠이 들지 않아 일기 마무리하여 톡을 보냈다
이제야 5시
체조와 스쿼트를 하고 나니 여섯시가 되었다
산책하러 나가려니 안개비가 내린다
내일부터나 걸어야할까 보다
집사람이 아침을 준비하는 동안
난 부화기를 밖으로 내놓았다
부화기를 열어보니 병아리 한 마리가 태어났는데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너무 늦게 태어난 병아리들은 대부분 오래 살지 못한다
녀석도 곧 죽을 것 같지만 그래도 이왕 태어났으니 네 생명 끝날 때까지 살으라며 육추기에 넣어 주었다
육추기안의 기러기알은 하나도 부화하지 못했다
웬일일까?
분명 작년엔 부화시켰던 것같은데,,,
부화기 산 곳에 물어 보아야겠다
부화하지 못한 알을 모두 꺼내 곯아버린 알 세 개는 나무 밑에 묻어주고 나머진 압력솥에 넣고 삶았다
삶아서 개나 닭에게 주어야겠다
개들에게 어제 조카 집에서 가져온 음식물을 고루 나누어 주었다
맛있게도 잘 먹는다
녀석들 모처럼 외식해 기분 좋겠다
닭들에게 미강과 싸래기 물을 충분히
이렇게 많이 먹으니 알을 잘 낳으면 좋겠는데 그게 안된다
병아리들이 커서 알 날 때쯤 되면 알을 잘 낳지 않은 녀석들은 퇴출시켜야겠다
부화기를 다음에 쓸 수 있도록 깨끗하게 청소해 두었다
집사람이 청소한 후 햇볕에 말리는게 좋겠다고
그럼 소독도 될 것같아 평상에 놔두고 부화기 문을 열어 두었다
내일은 쓰레기 수거일
쓰레기 하치장에 가져다 둘 수 있게 쓰레기를 분리
프라스틱 병과 비닐 캔 종류로 나누어 각각 담았다
둘이 사는 집에 비닐이 참 많이 나온다
음식물등을 비닐에 담는 경우가 많고 뭘 사 올 때 비닐에 담아 오기 때문인 것같다
모두 분리하여 베란다 입구에 가져다 두었다
집사람은 송홧가루가 많이 날렸다며 베란다를 닦는다
요즘은 꽃가루 철
특히 우리집은 산밑인데다 집 주위에 소나무가 많다보니 아침이면 송홧가루가 베란다에 수북히 쌓인다
집사람이 부지런히 닦아 내어 베란다가 항상 깨끗
아침 한술
상추에 싸 먹으니 맛있다
요즘은 매끼 상추를 먹는다
건강해지려면 제철 음식을 자주 먹어야한단다
이때쯤엔 상추 아욱 쑥갓 부추 미나리 등을 자주 먹어주어야 춘곤증을 이길 수 있다
아침밥 먹고 나니 눈이 까칠
어젯밤을 설쳐서일까?
집사람이 볼치거나 장성댐 수변길 걷자는데 아이구 모르겠다
잠이나 자야지
난 자야겠다며 침대에 누워 버렸다
일어나니 열시가 넘었다
왜 몸이 이러지
별로 의욕이 없다
어제 주사를 맞았건만 고관절은 아프다
아프면 물리치료 받으러 오라했는데 광주까지 가기가
에라 참아야지
일어나려다 다시 잠
피곤이 풀릴 때까지 자야지
11시반이 넘었다
오래 자다 보니 허리 아프다
집사람은 요양보호사 자격 공부를 하고 있다
그까짓것 60점을 못 맞을까?
그래도 최선을 다해야한다고
난 집사람을 따르지 못하겠다
부화기를 산 늘푸른 농원에 전화
부화기에 기러기알을 넣었는데 생기다 말아 버리고 태어나지 않았다니 기러기알은 자동굴림이 있지만 손으로 매일 한번씩 굴려주어야 부화시킬 수 있단다
부화기 주의 사항에 써 놓았는데 보지 않으셨냐고
난 그걸 보지 못했다
작년엔 부화했다고 하니 기러기 알은 오월 넘어야 부화가 잘 된단다
그 전에 낳은 알은 부화가 잘 안된다고
아하 생각해보니 시장에서도 6월이나 7월에 기러기 새끼를 판다
왜 일찍 나오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었는데 그런 이유였구나
친절하게 잘 설명해 주어 고맙다고 했다
고사리밭에 가서 고사리나 꺾어 오자고
가방을 들고 고사리 밭으로
고사리가 꽤 나왔다
둘이서 두어주먹 꺾었다
집사람은 풀까지 맨다는데 아이구 난
죽순이 세 개가 나왔다
어? 이곳의 죽순은 늦게 나오는데...
대밭 가운덴 나왔을까?
보통 내가 죽순을 꺾는 시기는 오월 중순
그런데 오늘이 사월말인데 나오다니...
올핸 철이 빠르다는 말이 맞나 보다
낼 모레라도 대밭을 들어가 봐야겠다
꺾어온 고사리와 죽순을 큰냄비에 삶았다
야외솥에 삶기엔 양이 적다
집사람이 상추 뜯어 베란다에 상을 차렸다
야외에 나와서 먹는 기분
상추쌈으로 한술 맛있게 먹었다
고사리 꺾는다고 담방 거렸더니 고관절쪽이 아파 걷기가 힘들다
어떻게 해야 이걸 낫지
모르겠다
몸도 피곤하니 잠이나 자지
한숨 자고 일어나니 세시가 다 되간다
요즘 무슨 낮잠을 이리 잘까?
집사람도 노래교실가야하는데 피곤해 쉬었단다
아픔은 서로 전염될까?
옆집 임사장님이 북어 대가리를 주었단다
대관령에서 주문한 거라고
국물 낼 때 쓰면 좋겠다
내가 주문한 예초기 기어케이스가 왔다
문사장에게 전화하니 퇴근하고 집으로 오겠단다
내 청을 거절하지 않으니 항상 고맙다
내일 동생들이 일 도와주러 온다는데 집에서 식사하는게 어떻겠냐고
그렇게 하잔다
돼지고기에 상추쌈 하면 좋겠다니 오이도 하나 사서 무치면 좋겠단다
오전에 정리해 둔 쓰레기도 버릴 겸 고기를 사러 나갔다
사거리 마트에서 막걸리와 오이를 사고 정읍 식육점 들러 목살을 샀다
문사장이 예초기 고쳐주려고 오면 술한잔 하기 위해 차돌박이도 한팩
오이가 꽤나 비싸다
오이두개에 삼천 오백원
물가가 이리 비싸면 서민들 삶은 팍팍하기만 한데...
정부는 생각이나 하고 있을까?
아침에 분리한 쓰레기를 마을 쓰레기 하치장에 버리고 왔다
마당 잔디밭에서 파크볼을 쳤다
내가 치고자하는대로 볼이 가질 않는다
정구친구는 이번에 합천대회에 광주대표로 간단다
나보다 일년여 먼저 시작했는대도 볼치는 실력이 하늘과 땅
자넨 파크볼 천재인 것 같다며 문자 넣었다
파크볼 치면서 걸으니 고관절이 아파 온다
채를 던져 버리고 마당 잔디밭을 맨발로 걸었다
맨발 걷기가 좋다기에 맨발로
볼치며 걷는 것보다 그냥 걸으니 걸을 만하다
병아리장 문을 열어 주었다
닭들이 밖으로 나와 풀을 쪼아 먹는다
웅이가 그걸 보더니 쫓아가 닭들을 다시 병아리장으로 몰아 넣는다
어릴적부터 닭을 몰아 봤기에 다리가 불편해도 또 닭을 모는 것같다
닭들은 병아리장으로 들어가면 더 이상 쫓지 않는다는 걸 아는지 쫓기면 병아리장으로 들어간다
또 한참 있다 다시 나오면 웅이가 쫓고
서로 숨박꼭질 하는 것같다
집사람도 나와서 맨발로 같이 걸었다
그런대로 걸을 만하다
아침 스쿼트를 생략하고 차리리 조양뜰을 걸으면 어떨까?
걷는것도 아주 좋은 운동이 될 것같다
한시간여쯤 걷고 발을 씻은 뒤 방에 들어와 쉬려는데 노열동생이 올라왔다
문사장이 예초기를 고쳐주라했다고
문사장이 저녁에 낚시 가야한다며 내일 아침에 고쳐 준다고 했는데 노열동생에게 부탁했나 보다
아이구 고맙기도 하지
내가 주문한 기어케이스를 주며 연결해 달라고
연결해 보더니 이건 맞지 않은 거란다
이런걸 살 땐 정확히 기계번호를 알고 사야한다고
저런
난 그걸 이해하지 못했다
어떻게 하면 되겠냐니 고창 가면 기어케이스를 파는 곳이 많다고
그럼 지금 가서 사오자며 바로 출발
고창 대풍 농자재 건너편에 농기구수리센터들이 있다
난 처음
노열동생이 잘 아는 장산 농기구 센터로 가니 사장이 출장중
그 앞 계양전기에 가서 기어 케이스를 보여주며 있냐고 물어 보니 바로 꺼내준다
얼마냐고 물으니 3만원이라고
저런 난 인터넷에서 3만 8천 5백원이나 주었는데
내가 좀더 신경썼다라면 이런 실수는 하지 않았을 것을...
지나가 버린 뱃자국이다
앞으론 손쉽다고 인터넷을 이용하지 않아야겠다
예초기 날도 다섯 개 사왔다
노열동생이 고마워 저녁이나 같이 하자고
김가네 들러 김치 찌개
난 막걸리 한병
노열동생은 금주한지 한달이 되간다며 마시지 않는다
잘한일이다
그런데 난 아직 술을 참기가 어렵다
노열동생이 사 온 기어케이스로 손쉽게 갈아준다
이제는 예초기 할때 크게 떨리지 않겠지
문사장이 오면 구워 먹으려고 사온 차돌백이 한팩이 있다
문사장이 오늘 낚시 한다며 오지 못하겠다하여 그걸 구워 엽집 임사장님과 술한잔 하면 좋겠다
옆집 임사장님에게 전화하여 술한잔 하시자니 그러잔다
건너오시라하여 베란다에 앉아 차돌백이 구워 술한잔
집사람은 양배추 전과 황시리 지짐도 내놓았다
서로 같이 사는 동안 즐겁게 잘 살아가자고
항상 나누며 살아가면 좋겠다
웅이가 절뚝거리는걸 보더니 저럴 땐 황태 머릴 삶아주면 금방 낫는단다
개들에겐 황태머리가 약이란다
아하 난 몰랐다
집사람이 당장 북어대가리를 꺼내 삶는다
식으면 주어야겠단다
술이 얼큰하게 취하는지 눈꺼풀이 자꾸 아래로 처진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소쩍소쩍
새벽 일찍 소쩍새 운다
올핸 풍년 들려나?
님이여!
푸른 오월이 문을 열었습니다
오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 등이 들어 있어 가정의 달이라지요
서로 서로 따뜻한 마음 전하며 늘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이 달에도 님은 건강과 행복이 넘치며 꽃길만 걸으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