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각이나 망상 같은 증상은 약으로 어느 정도 가라앉았는데, 아이가 여전히 방에만 틀어박혀 사람들을 피하고 아무것도 하려 하지 않나요? 조현병 치료의 진정한 목표는 증상을 없애는 것을 넘어, 잃어버린 '사회성'을 되찾고 다시 세상과 소통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Q.선생님, 조현병을 앓고 있는 20대 아들을 둔 엄마입니다.
아이가 환청이나 누군가 자기를 해치려 한다는 망상 같은 증상은 꾸준히 약을 먹고 입원 치료를 하면서 많이 좋아졌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도통 집 밖을 나가려 하지 않고 사람들을 피한다는 겁니다. 예전에는 친구들도 잘 만나고 활발했는데, 지금은 방에 틀어박혀서 하루 종일 잠만 자거나 멍하게 천장만 봅니다.
가족들이랑 대화도 안 하려고 하고, 표정도 굳어 있어서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제가 억지로라도 사람들을 만나게 하고 단기 알바라도 시켜야 할지, 아니면 그냥 병 때문에 의욕이 없고 게을러진 건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조현병에 걸리면 원래 이렇게 사회성이 다 사라져 버리는 건가요? 껍데기만 남은 것 같은 우리 아이, 도대체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막막합니다.
A. 안녕하세요, 환청과 망상이라는 큰 고비를 넘기셨음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방에만 고립되어 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얼마나 가슴이 아프고 막막하실지 부모님의 깊은 한숨이 전해집니다.
조현병 하면 흔히 겉으로 드러나는 환청이나 망상 같은 '양성 증상'을 먼저 떠올리시지만, 아드님이 현재 겪고 있는 극심한 무기력, 감정의 둔마, 그리고 대인관계 기피는 조현병의 또 다른 핵심인 '음성 증상'에 해당합니다. 이는 결코 아이가 게으르거나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질환으로 인해 뇌의 동기 부여와 정서 처리 시스템의 기능이 심각하게 저하되어 나타나는 매우 고통스러운 증상입니다.
실제로 정신병리를 단순히 병의 유무라는 이분법적 잣대로만 나누는 것이 아니라, 증상의 심각도를 연속적인 차원에서 살펴보면 이러한 음성 증상의 정도가 환자의 사회적 기능과 얼마나 직결되는지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관련 임상 연구들에 따르면, 조현병 환자들 중 양호한 사회적 기능을 유지하는 비율은 약 33.3%에 불과할 정도로 과반수의 환자들이 대인관계와 사회 적응에 큰 어려움을 겪습니다.
특히 장기 추적 관찰 연구 결과, 겉으로 두드러지는 환청이나 망상보다도 '음성 증상'의 악화가 환자의 실제 사회적 활동 감소와 실질적인 일상 기능 저하를 유발하는 가장 강력하고 주된 원인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음성 증상이 심할수록 스스로 무언가를 해보려는 동기 자체가 형성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현재 직업이 없거나 사회적 지지 기반이 취약할수록 이러한 사회적 기능의 저하는 더욱 가파르게 악화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따라서 지금 당장 아드님을 억지로 밖으로 내몰거나 "왜 아무것도 안 하냐"며 다그치는 것은 아이의 뇌가 감당할 수 없는 과도한 스트레스를 주어 오히려 긍정적인 회복마저 방해할 수 있습니다.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아이가 겪는 무기력과 대인기피를 아이의 성격 탓이 아닌 '치료해야 할 증상'으로 온전히 이해해 주시는 것입니다. 주치의 선생님과 면담하시어 현재의 약물이 음성 증상을 개선하는 데 충분한지 재평가를 받아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조현병은 평생 숨어 지내야 하는 절망적인 병이 아닙니다. 환자가 다시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사회적 근육'을 키우기 위해 가족이 실천할 수 있는 3가지 방안을 소개합니다."
1. 약물 치료에만 의존하지 말고 '대인관계 소통' 연습 격려하기
증상을 억제하는 약물 치료도 중요하지만, 환자가 실제로 독립적인 삶을 살아가려면 '대인관계 소통' 능력이 필수적입니다. 가정에서부터 눈을 맞추고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연습을 꾸준히 해주세요. 이후 환자가 전문가와 함께하는 '사회 기술 훈련'이나 인지 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타인과 원만하게 소통하는 법을 배우도록 적극적으로 이끌어주셔야 합니다.
2. 질병을 비난하지 않고 긍정적이고 따뜻한 '가족 지지 체계' 만들기
연구에 따르면 가족이 병을 정확히 이해하고 환자를 수용하는 긍정적인 태도를 가질 때 환자의 사회적 기능은 뚜렷하게 향상됩니다. 아이가 무기력하게 누워있는 것을 '게으름'이나 '의지 부족'으로 탓하지 마시고, 조현병의 음성 증상임을 넒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세요. "우리가 늘 곁에서 도울 테니 함께 이겨내자"라는 확신을 주어 환자의 심리적 안정감을 높여야 합니다.
3. 작고 단순한 일과부터 시작해 '사회적 소속감' 찾아주기
직업이나 소속감이 없으면 환자는 더욱 빠르게 사회적 기능을 상실합니다. 처음부터 무리하게 취업을 강요하기보다는, 집안의 아주 작은 심부름이나 청소 같은 가사 활동부터 시작해 성취감을 느끼게 해주세요. 상태가 호전되면 주간 재활 센터나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직업 재활 프로그램 등에 참여하여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사회적 소속감과 루틴을 회복하도록 돕는 것이 좋습니다.
본 센터는 아동과 청소년을 비롯한 모든 연령의 상담을 진행하는 센터로 사회성 발달을 위한 집단상담, 치료놀이 및 각종 상담방식이 다양한 치료센터입니다. 또한 전문 치료사가 배치되어 고민하고 어려워하는 부분을 정확하고 친절하게 상담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를 방문하시어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언제까지 아이에게 친구들과 사이좋게 잘 지내라는 뜬구름 잡기식의 잔소리만 할 것인가? 초등학생인 우리 아이의 사회성을 길러줄 수 있는 답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사회성에 대해 20여 년간 상담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해 아이의 사회성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온 이향숙 박사의 오랜경험과 노하우가 이 책 한 권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책 소개 中)
*참고문헌
Ohi, K., Sumiyoshi, C., Fujino, H., Yasuda, Y., Yamamori, H., Fujimoto, M., Sumiyoshi, T., & Hashimoto, R. (2019). A 1.5-Year Longitudinal Study of Social Activity in Patients With Schizophrenia. Frontiers in Psychiatry, 10, 567.
Fitah, I., Chakit, M., El Kadiri, M., Brikat, S., El Hessni, A., & Mesfioui, A. (2023). The evaluation of the social functioning of schizophrenia patients followed up in the health center My El Hassan of Kenitra, Morocco. The Egyptian Journal of Neurology, Psychiatry and Neurosurgery, 59, 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