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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이 게시판에, 쓰마이가 제갈량을 살려보내는 장면을 찍어 올린 적이 있었죠.
저번 장면을 굳이 찍어올린 이유는, 한 번 봐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가서 두세 번 돌려봤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찍어올리는 장면도, 한 번 보고 도저히 이해가 안 가서 두세 번 돌려봤습니다.
그러니까 각본가와 감독이 시청자를 작정하고 갖고 놀고 있다는 뜻이죠.
시즌2 43화의 꽤 강력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사마의 - 쓰마이.
사마사 - 사마의의 첫째아들. 빛 담당. 자기 아내가 왜 죽었는지를 모름.
사마소 - 사마의의 둘째아들. 어둠 담당. 형수를 죽임.
사마륜 - 사마의의 막내아들. 후처 백령균의 소생이고 나이도 어려서 가문 내에서의 존재감이 부족함.
하후휘 - 사마사의 아내. 사마 가문의 쿠데타 시도를 눈치챘다가 사마륜에게 붙잡혔고 사마소에게 살해당함.
백령균 - 사마의의 측실. 사마륜이 하후휘 살해사건과 어떤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의심함. 지금은 사망.
소원 - 백령균의 여종 출신이며, 백령균이 죽은 뒤에도 사마 가문에서 일하는 중.
후길 - 사마의의 몸종이자 친구. 소원을 짝사랑해왔음.
뭐지? 크킹을 암시하는 것인가?
사마 가문의 여종 소원이 살해당한 현장을 후길이 발견하면서부터 시작됩니다.
백령균은 사마륜이 하후휘의 죽음에 어떤 관련이 있음을 눈치챘는데, 그걸 곁에 있던 소원도 함께 알아차렸습니다.
이에 두려워진 사마륜은, 하후휘 살해사건의 진상을 숨기기 위해, 공범 사마소와 함께 소원까지 죽이려 합니다.
죽어가던 소원은 자신을 발견한 후길에게 사마소가 자신을 죽였음을 알리고 죽습니다.
후길은 소원을 수십 년 동안 짝사랑하고 있었고, 그 때문에 사마의가 소원에게 혼담도 넣었던 상황이었습니다.
당연히 후길은 사마소에 대한 복수심을 품게 되고, 소원의 죽음을 사마의에게 보고합니다.
오른쪽에 앉은 앞머리 풀어헤친 할아버지가 제갈건담과 맞짱뜬 사마자쿠인데, 사마소를 죽여버리겠다고 벼릅니다.
첫 번째 단서가 되는 장면. 카메라 포커스가 바뀌어, 사마의와 후길 앞에 있는 현무상에 초점을 맞춥니다.
드라마에서 사마의를 상징하는 동물은 말과 거북, 이렇게 2가지인데요,
말이 사마의, 더 나아가 사마 가문 자체를 비유하는 정치적 상징이라면,
거북은 사마의의 인생사를 비유하는, 말하자면 사마의라는 인물 본인을 상징하는 동물입니다.
그리고 현무는 거북과 뱀이 한 몸이 되어서 서로 싸우는 것 같기도 하고, 사랑하는 것 같기도 하죠.
거북이 사마의라면, 서사의 맥락상 뱀은 사마소가 될 것입니다. 음험하고 공격적인 뱀의 이미지와 그대로 직결되죠.
(말이 사마가문을 상징한다는 점을 떠올리면서, 백령균의 사망 장면을 다시 한 번 살펴보면 꽤 재밌는 함의가 보입니다)
장면이 바뀌어, 집 앞마당을 사이에 두고 동서 양쪽의 복도에서 사마의와 사마소가 나란히 걷습니다.
ㅗㅜㅑ... 지 애비 꼬라보는 저 표독스러운 눈빛 좀 보세요.
ㅗㅜㅑ... 아버지쪽 표정도 절대 밀리지 않습니다. 싸우겠다고 달려드는 줄 알았더니 혹시 눈싸움을 하려는 거였나요?
그리고 두 복도가 만나는 위치에서, 사마의와 사마소는 정면으로 마주서서 또 험악한 표정으로 서로를 꼬라보더니,
이처럼 조용히 다가가 어깨를 나란히 한 다음, 함께 천천히 고개를 돌려 곁눈질로 서로를 바라봅니다.
이게 두 번째 단서가 되는 장면입니다. 저는 이 장면을 처음 보고 사마소가 미친 줄 알았어요.
집안을 거닐다가 아버지와 눈이 마주쳤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연히 인사를 올려야죠. 도덕 시간에 안배웠나요?
근데 인사도 안 올리고 아버지를 째려보다가 서로 맞닥뜨렸는데, 말 한 마디도 안하고 서로 쳐다보다가 헤어집니다.
사마소가 사마의를 아버지 취급 안하는 건데, 이게 드라마 속 실제 사건인지, 상징적인 장면인지 고민이 되었습니다.
실제 사건이라는 전제로 장면을 찍었다면, 사마소가 인륜과 상식을 무시하면서 선을 넘었다는 쪽에 방점이 찍히고,
상징적인 장면이라면, 사마의와 사마소가 데칼코마니처럼 움직이는 모습을 통해 어떤 광기를 보여주려는 것이겠죠.
일단은 좀 더 두고 봅시다.
같은 시각, 사마사는 하후휘의 그림을 보면서 눈물을 흘립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사마소와 눈싸움을 하다가 헤어진 사마의가 창밖에서 살펴보고 있습니다.
소원의 죽음과 하후휘의 죽음이 서로 연관되어있다는 것을 사마의가 눈치챘다면, 사마의는 사마사를 움직여야겠죠.
다음날, 사마의가 사랑방에 앉아 점심식사를 앞에 둔 채 눈을 감고 있습니다.
그 모습을 2층에서 후길이 기둥 뒤에 숨어 살펴보고 있죠. 후길이 사랑방에 있다는 점이 세 번째 단서입니다.
그리고 사랑방과 통하는 앞마당에서 사마소가 등장하더니, 사랑방을 향해 걸어옵니다.
네 번째 단서가 되는 장면입니다.
주위를 불안하게 살펴보면서 걸어오던 사마소가, 시시오도시(?) 소리를 듣더니 깜놀합니다.
일본 정원의 필수요소인 이걸 중국어로 뭐라 하는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대충 이런 게 큰 소리를 냅니다.
사마소가 깜놀한 직후, 카메라가 잠시 시시오도시(?)를 비춰주고, 다시 사마소의 얼굴로 돌아오는데요,
저 표정 보세요. 저걸 사실 화면으로 봐야 더 이해하기 쉬운데, 사마의와 정말 제대로 닮았습니다.
긴장한 늙은이 특유의 표정을 흉내내면서 위아래로 고개를 부르르 떱니다. 마른침을 한 번 삼키고요.
사마소는 왜 주위를 계속 곁눈질로 살펴볼까요? 대체 왜 이렇게 긴장한 걸까요?
사마소는 사마의와 자연스럽게 합류하고, 점심을 좀 먹여드리면서 적당히 덕담이 오고가다가,
마침내 사마의가 사마소를 추궁하기 시작합니다.
사마의의 기침소리에 맞춰 병사들이 달려와 사랑방을 에워싸고, 각종 문과 창문 등을 걸어잠그기 시작합니다.
사마사가 부상당한 사이에 사마소가 하후현 일파를 학살한 것,
사마소가 조상 일파와의 교분을 쌓으며 조상을 조종하고, 조상과 사마의 파벌 간의 무력충돌을 유도하려 한 것,
이런 추궁에는 사마소도 나름대로 당당하게 '가문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으며 사심은 없었다'고 오해 드립을 치는데요,
사마의가 하후휘 이야기를 꺼내자 사마소는 흔들리면서도, 결사대 훈련장을 목격했으니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하지만,
소원의 이야기가 나오면서 사마소는 궁지에 몰립니다. 소원을 죽여야만 했던 이유는 아무래도 빈약하거든요.
사마의는 아들의 볼을 쓰다듬으려 하지만, 사마소는 흠칫하며 피하고,
사마의는 물인지 국인지를 원샷하더니 그 그릇을 냅다 집어던집니다.
그 소리에 맞춰 정문이 열리고, 칼을 찬 사마사가 슈퍼히어로처럼 등장합니다.
걸어들어오는 사마사에게 사마소가 펑펑 울면서 기어가더니, 다리에 매달리며 자신이 형수를 죽였다며 자책합니다.
사마사는 친동생 사마소를 평생 아껴왔는데, 왜 이렇게 사람을 잡아먹는 이리로 변했냐며 묻는데요.
네, 아버지와 아들이 둘 다 낭고지상, 그러니까 이리의 상이죠. 이들은 원래 태어날 때부터 이리였습니다.
의심이 많고, 야심이 있고, 음험하여, 반역의 기미가 있다는 불길한 관상입니다.
문제의 장면입니다. 사마소가 저지른 모든 악행이, 정말 사마의의 명을 받아 이루어진 것일까요? 하후휘의 죽음도?
그리고 화면은 어젯밤의 그 장면으로 되돌아갑니다.
사마의와 사마소가 복도에서 마주쳤을 때, 어둠 속에서 사마의가 뭔가 속삭이는 듯한 모습이 보입니다.
사마의에 대한 의심을 품은 사마사는 사마소를 살려보내고, 사마의를 노려보며 다가갑니다.
사마의는 "사마소를 놓아준 건 너의 결정이다."라고 말하고, 사마사는 "가문이 무너져선 안되니까요."라고 답합니다.
이때 사마사는 오른눈에서 피눈물을 흘리는데, 왼눈에서 피눈물을 흘린 하후현 처형 때와 비교해보면 의미심장합니다.
사마사는 죽이 식었으니 어서 드시라고 말하고 등을 돌려 나가고, 이제 2층에서 후길이 내려옵니다.
표정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후길은 사마소가 살아나간 이 상황에 불만을 강하게 품고 있습니다.
사마의는 칼이 자기 손을 벗어났다고 변호하는데요, 후길을 여전히 거친 숨을 몰아쉬며 등을 돌립니다.
사마의는 함께 식사를 하자고 후길을 부르지만, 잠시 멈칫하던 후길은 곧 사마의의 말을 무시하고 방을 나가게 됩니다.
이제 관건이 되는 부분은 사마의가 하후휘의 죽음에 얼마나 개입해있었는가 하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사실 역사서에도 굉장히 애매모호하게 처리되어 있죠.
문맥상 하후휘가 사마사의 역심을 눈치채서 사마사에게 독살당한 것처럼 묘사되어 있는데,
일단 문장만 읽으면 그냥 독 먹고 죽었다고만 적혀있거든요.
나무위키를 보면 드라마의 여러 문서에서 사마소의 증언을 거짓말이라고 단정짓고 있는데, 제 생각에는 조금 다릅니다.
위에서 언급한 '단서가 되는 장면들'이 그 근거입니다.
첫 번째 단서는 현무상이었습니다. 드라마 내내 한 번도 나온 적이 없는 현무가 갑자기 조명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사마의(거북)와 사마소(뱀)는 한 몸이라는 것. 함께 움직인다는 것.
이것은 사마의가 사마소와도 다를 것이 없는 잔혹한 인간이라는 비유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사마의와 사마소가 의외로 상당 기간 동안 보조를 맞추며 함께 움직였을 가능성을 보이기도 합니다.
복도에서 마주치는 두 번째 단서는, 이 장면과 연결됩니다. 사마의가 꾀병을 부리며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척을 하는데,
사마사는 예의없이 꼴랑 한 손으로 쟁반을 들고 들어가더니, 약인지 국인지가 튀든 말든 아무렇게나 툭 던져놓습니다.
그리고 아무 소리도 없이, 잠든 사마의의 숨소리를 확인하는 것처럼 허리를 숙이지만,
그 자세를 롱테이크로 잡아주면서 사마의가 뭔가 속삭이고 있다는 듯한 여지를 남기죠.
이때 카메라 워크는 줌아웃, 방 안에서 사마씨 부자와 함께하던 시청자는 이 순간 강제로 방 밖으로 끌려나갑니다.
진짜로 속삭이는지 여부는 알려주지 않지만, 시청자는 대부분 그렇게 인식합니다. 그리고 고평릉 사변이 터지죠.
바로 이 장면이, 복도에서 사마의와 사마소가 만나는 씬과 대단히 유사합니다.
아들은 아버지에 대한 예의를 전혀 차리지 않고, 상대방을 강하게 노려보며 천천히 가까워집니다.
얼굴이 서로 가까워지면 카메라가 갑자기 두 인물에서 멀리 떨어지더니, 아무 소리도 없이 다음 장면으로 전환됩니다.
외부인(시청자)이 듣지 못하게 사마의가 사마사에게 언질을 주었다면, 사마소에게도 충분히 그럴 수 있는 것입니다.
네 번째 단서는 이상하게 긴장해있는 사마소였죠.
사마의의 부름을 받고 사랑방으로 향하는데, 시종일관 당당하고 뻔뻔하던 사마소가 대체 왜 그렇게 쫄아있을까요?
주위를 끊임없이 살피고, 큰 소리가 들리자 크게 놀랍니다. 설마 자기 집 앞마당에 뭐가 놓여있는지도 몰랐을까요?
어쩌면, 이미 자신을 척살하려 병사들이 대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사마의에게 전해들었기 때문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마지막으로 세 번째 단서, 2층에 숨어서 모든 것을 지켜보는 후길의 모습입니다.
왜 후길이 거기에 있을까요? 사마의는 후길이 거기에 있었다는 걸 아는 눈치였습니다. 사마의가 미리 불러놓은 거겠죠.
사마소를 참살하는 장면을 보여주려고 불러놨으리라 예상할 수 있지만, 이상하게 카메라가 계속 후길을 잡아줍니다.
사마의의 추궁 장면, 사마소가 억울한 척하는 장면, 사마사의 갑작스런 등장, 사마소가 사마사에게 속삭이는 장면,
모든 장면이 지나갈 때마다 카메라는 계속 후길의 표정을 틈틈이 비춰줍니다.
후길의 표정은 별 변화가 없어요. 그냥 놀랄 땐 좀 놀라주고, 그렇지 않을 땐 시종일관 분노에 찬 표정입니다.
따라서 이건 후길의 감정변화를 시청자에게 전달하려는 목적이 아닙니다.
이것은 '후길이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시청자들에게 지속적으로 환기시키려는 의도입니다.
그런데 사마소는 살아서 나가고, 사마의는 어젯밤의 강경한 태도는 어따 버려두고 사마소를 그냥 냅둡니다.
사마소를 죽이고 싶어하는 사람은, 사마소에게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마사와 후길, 이렇게 두 명인데,
하후휘 건은 사마사가 넘겨줬으니 그렇더라도, 소원 살해사건은 후길 대신 사마의가 사마소를 죽여야 하는 상황입니다.
사마의가 작정하고 죽이려 들면 사마사가 살려주건 말건 사마소는 살아남을 수 없었을 텐데요.
이는 다시 말해, 죄를 지은 사마소를 살리고, 부인을 잃은 사마사의 번민을 없애주고,
결과적으로 '가문을 보전하는 것'이, 후길의 원한을 갚아주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과제였다는 것입니다.
이미 시즌1에서, 사마의는 가문을 보전하기 위해 온 가족과 더불어 연기를 여러 번 했습니다.
사마의가 능력을 발휘하면, 외부로부터 쏟아지는 공격으로부터는 사마 가문을 지킬 수 있어도,
가문 내부 구성원 간의 갈등으로부터 가문의 결속력을 다지기 위해서는, 이처럼 한 편의 '연극'이 필요했던 겁니다.
정리하자면, 일단 사마의가 사마소에게 내일 있을 일을 귀띔해주고, 어느 정도 언질을 주었을 수 있습니다.
이는 곧 사마의가 주모하여 사마소의 범죄행위를 무마시켰고, 사마소는 사마의의 의도대로 연기를 했을 수 있다는 거죠.
그리고 더 나아가, 하후휘 죽음의 진상을 사마의가 언제부터 알고 있었는지에서도 의문의 여지를 주고 있습니다.
물론 하후휘 살해 자체는 사마소의 우발적인 범행이긴 했지만,
어쩌면 사마의가 사마소에게(또는 가능성은 낮지만 사마륜에게) 하후휘의 입을 막으라는 지시 정도는 내렸을 수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최소한 사마소의 범행을 일찍 눈치채기라도 했을 겁니다.
사실 백령균도 사마륜의 범행 사실을 대충 눈치채는 마당에, 사마의가 눈치를 못 챈다는 건 부자연스러운 일이죠.
사마사는 사마소의 언질을 단순한 거짓말로 넘겨짚을 수만은 없습니다.
사마사 본인도 쿠데타에 깊이 관여하는 과정에서 사마의의 음험한 계책을 바로 곁에서 지켜봤기 때문이죠.
하후휘의 죽음에도 사마의가 관여했거나, 또는 사마소의 짓임을 일찍 눈치챘는데도 자신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면,
아내의 죽음에 대한 진상을 덮어버린 아버지에게 놀아난 것이 되는 사마사가 느끼는 소외감은 상당히 컸을 겁니다.
사마사가 사마소의 말을 반신반의했더라도, 만약 사마소의 말이 거짓이라 할지라도,
"아버지의 음험한 계책에, 아들인 나도 속아넘어갈 수 있겠구나"라는 깨달음은 상당한 충격을 남겼겠죠.
이제 사마사는 더 이상 예전처럼 사마의의 곁에 충실한 부하로 남을 수가 없게 됩니다.
사마의는 이렇게 또 동지 한 명을 잃은 것입니다.
사마의는 사마 가문을 지키겠다는 가족애 때문에 조조 휘하에 처음으로 출사했었습니다.
사마의의 동생 사마부는 "그때의 가족들은 이제 거의 남지 않게 되었는데, 형님의 초심은 어떠십니까"라고 물었습니다.
난세에서 가족을 지키려면 선을 넘어야 하고, 선을 여러 번 넘다 보면 가족들끼리의 불신과 갈등이 점차 쌓입니다.
사마의와 함께 밥을 먹으려는 사람이 남지 않게 되는 것이죠. 사마의는 별 말 없이 식은 죽을 혼자 떠먹습니다.
이번 사건은, 사마의가 하후휘의 죽음에 실제로 얼마나 개입되어 있었는가보다도 더 중요한 논지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제작진이 각본과 연출을 굉장히 교묘하게 짰기 때문에, 사마소의 말이 진실이든 거짓이든 둘 다 말이 되기 때문이죠.
심지어 하후현을 처형하는 문제, 사마소와 사마의의 관계가 나빠보였던 것, 그래서 조상 일파와 접촉한 것까지도,
물론 소원을 죽인 것도 포함해서, 대체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사마의의 명을 받고 움직인 것인지를 알 수 없게 됩니다.
이 시점에서 사마의는, 이젠 시청자조차도 제대로 이해할 수 없고 명확히 정의내릴 수 없는 인물이 되었습니다.
지금껏 많은 등장인물들이 '사마의의 속마음을 알 수 없다'고 반복해서 말했는데, 끝내 시청자마저도 의혹에 빠진 거죠.
그래서 사마의가 하후휘의 죽음에 연관이 되었든 안되었든, 그건 더 이상 중요하지 않습니다.
제갈량이 사람을 끌어들이는 초월적 존재라면, 사마의는 곁에서 함께하고 싶지 않아지는 초월적 존재입니다.
그래서 사마의는 제갈량을 '예측 가능'했기에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지만,
자신이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에, 사마의와 제갈량 중 어느 쪽이 더 쓸쓸하고 외로울 것인지는 자명합니다.
제갈량이 오장원에서 죽을 때, 그의 곁에는 촉나라의 올스타들이 승상의 유지를 받들며 슬퍼했지만,
죽어가는 사마의의 곁에 남은 동지는 이제 거의 없습니다. 가족들마저도 등을 돌렸습니다.
그 결과 제갈량의 후계자 강유는 북벌을 달성하려 발버둥을 치고, 사마사와 사마소는 찬탈의 길로 들어섭니다.
그리고 역사는 제갈량을 영웅으로, 사마의를 역적으로 기억하게 됩니다.
어제 본방으로 보고 혼란에 빠져서 밤늦게까지 썼다가 퇴고하는 글입니다.
역시 지력 98의 괴물 모사가 쓰는 혼란 스킬은 저같은 범부따윈 절대 벗어날 수 없네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저도 1시즌만 봤을때는 곽여왕이 사마씨쪽 사람으로 나오는 부분 빼고는 명작이라고 생각했엇는데
시즌2의 도가 지나치게 허접한 전투연출과 판타지로 승천해버린 스토리때문에 정이 뚝 떨어지네요
1시즌에 대한 의리로 완주하기는 할테지만 하...
네이버 티비보단 티빙 결제가 더 낫지 않나용?? 저는 티빙으로 보는데 대체로 네이버보단 낫다는 평인 거 같아서..
저는 근데 이거보다 더 궁금한게 왜 드라마를 이렇게 판타지로 만들었을까요?
조상의 막장행보도 이상하지만, 맨날 조상일파랑 친목질하다가 형이랑 아버지가 자기 몰래 조상일파 다 때려잡아서 형님 바지가랭이 붙잡고 하후현 살려달라고 울던 사마소는 어디간걸까요
진짜 역심이 있던건 사마사고 마누라 죽인것도 사마사인데 왜 드라마는 이렇게 만든걸까요
사마륜은 그냥 병신인데 왜 비중을 줬는지도 이해가 안가고 ;;;
사극은 역사'극'입니다. 역사다큐가 아닙니다. 창작물에 대고 왜 창작을 했냐고 물으시면 좀 곤란합니다. 삼국지연의도 왜곡해놓은 역사적 사실이 한둘이 아닌 순수 판타지소설이지만, 재미도 있고 작품성도 있으니까 높게 평가받고 있죠.
@인생의별빛 사극으로 넘어가줄 수 있는게 있고 아닌게 있죠
가령 하후돈이 사마의 설득하러 왔다가 잘 안풀리자 사마의 집에서 급사한다거나, 사마의 아버지가 조진이 권하는 술을 너무 받아서 죽는 장면 이런건 사서에 없지만 개연성도 있고, 역사적 사실을 해치지도 않습니다.
이런 부분이 정말 매끄럽게 잘 되어있어서 명작이라고 생각했던건데 시즌2는 그냥 밑도끝도없이 엉망진창이잖아요
이건 아니죠
@horology 고증을 잘 살려서 명작일 수도 있고, 고증을 잘 파괴해서 명작일 수도 있어요. 당장 사마부를 보세요. 극중에서는 하후현의 명성이 높으니까 다 죽이면 안된다고 하는데, 실제 역사에서는 하후현의 명성이 높으니까 죽여야 한다고 사마사를 꼬드겼던 사람입니다. 디테일한 고증은 살리면서 제작진이 역사적인 연구를 많이 했음을 보여주지만, 그걸 절묘하게 비틀어서 스토리를 이어나가는 중입니다.
@인생의별빛 <브레이브 하트>나 <라스트 사무라이>처럼, 고증을 잘 파괴하고 주제의식을 작품성 있게 잘 살려서 명작이 된 게 허다합니다. <대부>가 실제 뉴욕 마피아의 고증을 얼마나 잘 살렸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요. 패밀리가 어떻게 결집했고 어떻게 분열해서 어떻게 몰락하는지가 중요하죠.
사극을 보면서 역사적 고증에 투철하리라는 기대를 품는 것은, 나무 위에 올라가서 고기를 잡으려는 것과 같습니다. 고기를 잡으려면 물가로 가야죠. 문화 게시판이 아니라 역사 게시판으로 가셔야 합니다.
@인생의별빛 사마소랑 사마사 역할을 바꿔버린건 라스트사무라이 주인공이 펜싱검술로 일본 제패하는 수준으로 황당한거 아닌가요?
사마사가 걸리적거릴거같으니까 선제적으로 살인한거를 살수집단 키우고있던거 걸려서 죽인거 정도로 바꾸는게 사극에서 허용되는 수준이지 형제 역할을 바꿔버린건 좀 아니죠
사마부는 실제로도 지가 앞장서서 다 떄려죽이자고 해놓고 나중에 자손들 앞에서 마지막 위나라 충의지사놀이 하는 등 뭔생각을 하고 살았는지 알기가 어려운 사람이잖아요
반란 일으키는 와중에 무슨 말을 했었을지 정확하게 알기가 어렵잖아요
@인생의별빛 가령 사서에 사마의 마누라가 비오는날 책 말리던 사마의 본 시종을 때려 죽인 일이 나옵니다
드라마에서는 이걸, 그 시종이 궁중첩자였던거로 묘사해서 역사적 사실을 크게 해치지 않는 선에서 부드럽게 처리하고 넘어갔죠
이정도는 괜찮다 이겁니다.
만약에 이걸 사마의 마누라가 아니라 사마부가 한다던지 사마의 아들들이 한다던지 백령균이 한다던지 이래버리면 이건 너무 판타지 아닌가요?
무슨 마블식의 지구-616도 아니고 심심해서 얼빵한 사마사를 만들어봤어는 뭐냐는거죠
@horology 불과 5년쯤 전만 해도, 역적임이 분명한 학살자 조조를 물고 빨던 게 삼국지판 대세였는데, 사마사 좀 미화했다고 작품성이 훼손될 일이 뭐가 있나요?
그리고 시즌1에서 이미 조비를 성군에 현군으로 실컷 미화해놨고, 그 왜곡의 수준은 시즌2의 사마사 미화와는 격을 달리하는지라 저도 극적 긴장감이 늘어진다고 불만을 강하게 품었는데, 시즌1은 괜찮고 시즌2는 아닌가요?
@인생의별빛 그리고 계속 고증 말씀을 하시는데, 그건 역사 게시판에 따로 글을 파세요. <대군사 사마의>가 어떤 고증을 훼손시켰는지 분석해서 그쪽 게시판에 글을 올리시면 읽는 사람이 역사공부도 되고 유익할 텐데 왜 문화 게시판에서 이러시나요? 이 글에서는 사마의라는 캐릭터를 제작진이 어떻게 조명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있습니다.
@horology 이건 역사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사극입니다. 리들리 스콧의 글래디에이터나 킹덤 오브 헤븐도 역사적 고증은 저리갔지만 작품성은 최고로 인정받지 않습니까.
또 고증이 나름 좋다고 인정받는 작품들도 조연을 각색하는 건 흔합니다.
제갈량, 조예가 죽은 뒤 긴장감이 떨어지고 권선징악적 스토리가 1부와 같이 재현되고 월드컵이나 보지 사마의는 내팽겨두고 있었는데 이 글을 읽으니 흥미가 생겨서 주말에 다시 챙겨봐야겠습니다. 이걸 보고 더 재밌게 몰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사마의 1부 후반부도 스토리가 아주 노잼이어서 그렇지 시각적 연출은 아주 소름돋게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스토리가 산으로 가서 문제지 미술의 완성도는 돌았죠. 2부는 스토리가 너무 산으로 가는데다가 전쟁씬이 너무 허접해서 가슴아프지만 궁중이나 집에서 찍는 신의 아름다움은 이제 한국드라마 이상인듯 해요.
2부 예고편에서부터 사마의의 광기와 타락을 집중적으로 보여준 바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후반에 긴장감 떨어지겠다는 그런 불안감은 잘 안들었던 거 같네요. 빨리 고평릉 넘어가서 사마가문이 어떻게 미쳐가는지 보고싶었는데, 생각해보면 고평릉 이후 고작 2년만에 사마의가 죽으니까 또 그렇게 빨리 나오기도 어렵겠구나 싶기도 하고 그랬네요.
1기 후반은 스토리가 늘어지는 걸 제작진도 아는 모양이었는지, 조명이나 때깔이나 작정하고 팍팍 쏟아붓는 게 확 느껴지긴 했죠.
@horology 22222222
개인적으로 아주 잘 만든 드라마 같습니다.
오나라빠라 사마의를 과하게 띄워주는 면이 좀 거슬리긴 하지만 뭐 주인공이니 하고 넘어가면 웰메이드인건 맞는듯...
이놈 사마소야...형수에 대한 사랑조차 거짓이었더나 ㅡㅜ
근데 드라마 자체에서 고평릉 이후로 사마의가 완전 흑화된 걸로 그려지고 있어서
사마의가 하후휘의 죽음에 관여하진 않았지만 사마소의 폭주를 암묵적으론 허락하고 있는 것으로 개인적으론 판단...
삼국지 드라마에서 조조가 조비한테 계속 역모를 꾀하지 않았다고 거짓말하기를 바랬던 그림이랄까?
역시 8왕의 난을 일으킨 놈들의 조상인 진왕의 클라스 보소
내가 일단 사마의가 이렇게 최고의 술책가일줄은...
좋은글 잘봣씁니다. ㅎㅎㅎ 이글 보고 나니 새롭게 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