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최대한 꼽발을 들고 벽에 찰싹 달라 붙었다. 다행히도 그 통풍구는 아이가 손이 닿을 만큼의 높이
에 있었다. 아이는 조심스럽게 그 통풍구를 열었다. 다행히도 조그마한 소리조차 나지 않아 아이는 내심
안심했다.
‘수칙 3번째, 최대한 사람이 다니지 않을만한 길을 택할것!’
통풍구는 꽤 좁았다. 엎드려서 엉금엉금 기어 가는데도 여기저기 부딛혀서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가
야 하는 아이로써는 너무 힘든 과제가 아닐 수 없었다.
‘이런 젠장, 서두르지 않으면 날 세겠구만!’
최대한 몸을 적게 움직여 엄청난 속도(반어법)로 기어가던 아이의 눈에 저 멀리 있는 또다른 통풍구가
보였다. 그것을 발견한 아니는 순간 흥분해 고개를 들었다가 천장에 머리를 찧었다. 게다가 그것이 아까
나이프에 맞아 혹이 난 자리여서 아이는 한동안 울상을 지으며 소리 없이 뒤통수를 어루만졌다.
‘음….’
잠시후 고통에서 빠져 나온 아이는 통풍구를 통해 바깥을 잠깐 내다 보았다. 그곳은 한 작은 방이었는데
여기저기 꾸며 놓은게 유아틱 한 것이 꼬마의 방 인 듯 했다.
옷, 아이의 눈에 빛이 반짝였다.
‘여기가 그 꼬마놈 방이구만, 그럼 바로 옆방에 그게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옆방으로 바로 통하는 통풍구는 없는 듯 해서 아이는 그래도 그 방의 통풍구를 열었다.
다행히도 주변에는 아무도 없는 듯 해서, 아이는 안심하고 방안으로 들어왔다.
‘음….’
아이는 우선 방문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살짝 문을 열어 눈만 빼꼼 내밀어 목표가 있는 옆방을 살짝 훔
쳐보았다.
‘워메!’
그러다가 아이는 바로 문 바로 앞에 있는 경비병을 보고 화들짝 놀라며 문을 닫았다. 다행히도 소리를 내
지 않는 것이 몸에 익어 소리는 나지 않았지만 하마터면 들킬뻔한 것은 사실 이었다. 아이는 안도의 한숨
을 퍽 내쉬었다.
‘염병, 그럼 문쪽으로는 못가겠는데….’
확실하지는 않았지만 얼핏 보건데 방금 그 경비병은 아마 옆쪽 방을 지키는 병사 였을 것이다. 뭐, 그냥
지나가던 길일수도 있겠으나 너무 긴박한 상황이라 확실하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다시 내다보자니 들킬
확률이 높았고 그런 모험을 하느니 차라리 다른 깅을 찾아보는 것이 더 현명한 것이었다.
길을 찾아 주변을 두리번 거리던 아니는 창가로 달려갔다. 꽤 큰, 아이의 키보다 약간 작은 크기의 창이
었는데 아이는 머리를 빼꼼 내밀어 주변을 둘러 보았다. 바로 옆은 아이가 가고자 하는 방의 것이라 생각
되는 방의 테라스가 있었다. 그런데 걸어서 가자니 창가의 난간이 너무 좁았다. 게다가 높이도 꽤 높아
발 한번 미끄러졌다간 그대로 염라대왕과 직면할 것만 같았다.
‘길이 없으면 만들면 되지.’
위를 올려다보니 그곳에는 거대한 테라스가 존재했다. 아이는 자켓의 안쪽에 걸어 두었던 와이어 나이
프를 꺼내 들어 줄을 적당히 늘여 뜨렸다. 그리고는 나이프를 던져 윗층의 테라스에 고정 시켰고 뛰어들
자세를 잡았다.
‘간닷!’
끼릭!
아이가 스위치를 조작하자 와이어의 길이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었다. 그 반동력으로 아이는 튀어 올랐
고 그 높이가 최고점에 달했을때 아이는 테라스에 걸린 나이프를 회수했다. 점프한 궤도는 계획대로 였
고 아이는 옆방의 테라스에 안전히 착지했다.
‘아자!’
아이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아이는 벽에 달라 붙어 테라스와 방을 경계로 하는 창을 통해 방안을 빼꼼
훔쳐보았다. 그 방은 방금의 그 방보다 4배는 더 넓은 규모를 가지고 있었고 박물관이라도 되는 양 여기
저기에 세워져 있는 유리관속에 보물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런 보물 따위, 아이의 관심 밖이었
다.
다행히 안에 사람은 없는 듯 했다. 그것을 확인한 아이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저기있다!’
아이는 소리없이 창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입이 찢어지도록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아이는
한곳으로 달려갔다.
‘트레져 헌터 수칙 라스트(Last)….’
타악!
이 저택안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아이의 발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런데 그것이 실수로 낸 것이 아니라서
아이의 발소리는 계속해서 들려왔다.
아이의 입이 벌려졌다.
“눈앞에 목표가 있다고 절대로 경거망동(輕擧妄動)하지 말거어어어엇!”
잘못하면 밖에서도 들릴법한 우렁찬 소리와 함께 아이의 몸은, 그야말로 전광석화(電光石火)와도 같은
속도로 움직였다. 그리고 한 유리관에, 아이는 손을 뻗어 그 유리관을 건드렸다.
그러자….
파직!
“…… 우잉?”
아이의 손에 강력한 전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파지지지지지직!
“우갸아아악?!”
침입자를 대비한 방어시스템이 발동된 것이다! 아이는 저도 모르게 비명을 내지르고 말았다. 그런데 그
소리가 꽤 커서 아마 밖에서도 들릴 것이 분명했다. 그 증거로 문밖이 갑자기 시끄러워 졌으니….
그러나 눈앞의 물건에 정신이 팔려 아이는 그 소리를 듣지 못했다.
“우갸아아… 바, 방어 시스템인감…?”
잠시후 전류가 사그라 들자 중얼댄 아이였다. 그때 마침 밖에서는 “이런 쒸벌! 대체 이방 열쇠가 어떤거
여!”라는 소리와 함께 문이 덜컹거렸지만 역시 아이는 듣지 못했다. 대신 아이는 그 유리관의 주변을 두
리번 거렸다.
“잉?”
그때 아이의 시선에 잡힌것. 그것은 유리관 바로 뒤편에 자리한 붉은 스위치였다. 그것을 보며 아이는 고
개를 갸웃거렸다.
“흠… 이건가?”
꾸욱~!
아이의 손가락에 의해 그 스위치는 안으로 쏘옥 들어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들린 소리.
삐이이이이이이~!
“…… 엑?”
들으면 귀를 틀어막을 수 밖에 없는 엄청난 굉음과 방 전체가 갑자기 붉어졌다.
아직까지 아이는 방금 자신이 한 짓이 뭐였는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분명 잘한 짓은 아니라는 것은 알았
다. 그리고 그제서야 문밖이 시끄럽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쒸벌, 들켰나?!”
들킨지가 언젠데!
아이는 곤란하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눈을 돌려 그 유리관을 바라보았다.
그 유리관 속에 든 것은 보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계란과도 같은 알. 단지 색의 달걀보다 훨씬 희고 까칠
까칠하며 아이의 상반신만한 크기의, 한마디로 대빵크다는 것이 다를 뿐이었다.
아이는 이를 악물었다. 이이상 시간을 지체 했다간 정말로 됻된다.
“우랴아아아!”
아이는 유리관으로 달려들어 발로 뻥 걷어 찼다. 왁벽한 옆차기. 폼과 파워가 모두 완벽한 전력을 다한
발차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