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s://www.ksilbo.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08507
태화루 옆에 설치될 스카이워크가 곧 착공된다고 한다. 불과 십여 미터에 불과한 절벽에, 게다가 바로 옆에는 고풍스런 태화루가 우뚝 자리하고 있는데 이렇게 거창한 구조물이 들어서야 하는지 여전히 의문이다. 태화루에 올라 유유히 흐르는 강을 바라보는 것이 더 운치 있는 경험 아닐까. 만일 진주 촉석루나 밀양 영남루 옆에도 이런 시설을 설치하려 한다면 그곳 시민들은 순순히 받아들일까.
울산시청 마당에는 느닷없이 논이 조성되었다. 시장과 간부들이 모내기를 하고 여기서 거둘 쌀을 ‘청렴미’로 이름 붙였다. 시민들에게 먹거리의 소중함을 알리고 공무원들의 청렴을 강조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물론 지역 언론에 크게 보도되었다. 이런 이벤트로 청렴도가 상승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이벤트는 해외에서도 이뤄진다. 시장이 일본을 방문하여 파크골프장에서 스윙하는 사진이 보도되었다. 울산에 들어설 파크골프장을 위해 담당국장도 아니고 시장이 직접 현지를 찾아 티샷을 해 봐야 할까. 또 삿포로 인근 에스콘 필드를 방문해서는 야구장 내에 있는 호텔을 보고 울산 야구장에도 유스호스텔을 짓겠다고 발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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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잡이로 이것저것 생각나는 대로 도시 곳곳에 시설물을 설치하고 이벤트를 벌인다고 해서 도시의 재미가 살아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지역이나 나라에서 설치한 구조물이나 시행하고 있는 사업들이 그럴듯하게 보인다고 해서 울산에도 그대로 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순진한 접근이다. 물론 일시적 이벤트로 반짝 효과를 거둘 수는 있겠지만 결코 지속가능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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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토대 없이 즉흥적인 아이디어나 다른 지역에서 본 괜찮다 싶은 것들을 이것저것 모아서 여기저기 설치하면 결국 아무런 테마도 없는 ‘잡동사니’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 혈세 낭비는 물론이고 도시의 이미지와 지속가능성은 현저하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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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예산을 들여 거창한 시설물을 설치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즐거움을 줄 수 있다. 하드웨어 중심의 ‘이벤트 시정’에서 벗어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