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넋의 노래
깊고 푸른 바다로 길 떠났습니다.
그 길이 영원한 이별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길 떠나는 자식을 위해 어머닌 밥을 지으시고
아버진 꾸깃한 용돈을 손에 쥐어주셨습니다.
다툼하는 형제 자매는 눈을 흘기면서도
얼굴 가득 미소로 손을 흔들어
삶의 한 순간이 고운 사진처럼 뇌리에 남았습니다.
바다는 두렵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어디선가 몰려든 해무에 시공의 경계가 흐려졌고.
배를 따라 삶의 물결이 출렁였으며
배가 멈추자, 우리의 시간도, 뚝! 끊어졌습니다.
침몰하는 배안에서 몸이 기울 때 조차
그 해무가 수의가 되고 그 바다가
제 삶의 마지막 순간일 줄은 생각도 하지못했습니다.
어머니,
희망은 언제나 큰 바다로 향하는 배의 돛처럼 부풀리고
아버지,
폭풍에 항구의 배를 품는 닻처럼
절망은 언제나 힘껏 끌어안아라,
가르치셨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스스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그 낯설고 기이한 상황에서도
끝내 응답은 없었던 구원을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바다는
자맥질 한 번 할 수 없던
수많은 앳된 주검을 품고야말았습니다.
여자의 몸을 찢고 피를 입은 채 태어난 생명들,
아름다운 소망을 품고 세상에 나와 반짝이던 별들은 스러지고
악마의 나팔 소리만 바다에 요란하게 울려퍼졌습니다.
남자의 굽은 어깨가 요동치고
여자의 굵은 손가락 마디 사이로 ,
폭포수처럼 눈물이 쏟아집니다.
통곡은 큰 바람을 만들고
뜨거운 눈물은 거친 물살로 흩어집니다.
그래도 먹먹한 가슴을 치며 꿈꾸듯 바다를 보는 사람들,
거친 바람을 타고 시간이 무심히 흘러도
차마 발길 돌리지 못하고 바다를 향해 손 내미는 사람들,
항구에 있습니다.
바다에, 검붉은 노을이 지고, 어둠이 내리고,
또 다시 서러운 새벽이 옵니다.
저는 이 바다에 있습니다.
이곳에서 저는 꿈을 꿈니다,
거짓이 판치지 않는 세상,
약속된 구원은 언제나 이루어지는 세상,
헛된 죽음이 더는 없는 세상을ㆍㆍㆍㆍ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추모시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