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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게시판 스크랩 농촌의 삶은 손해 보는 삶인가?
나비 추천 0 조회 12 06.10.12 16:12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농촌의 삶은 손해 보는 삶인가?

 

자연 속에서 노동하는 영적 즐거움을 생각하면서 화천의 아바공동체와 이색적인 농산물을 키우는 춘천의 샘밭(泉田里)사두농장 그리고 홍천의 알프스 백봉농장을 다녀왔다.

 

전 지구적 위기는 문명이다. 문명은 우리들에게 뚜렷한 삶의 양식으로 발자취를 남기게 한다. 깨끗한 영성을 지닌 문명이라야만 뒤에 문화가 따라 오는 것이다. 문화는 기술축적과 부의 상징으로서 오랫동안 존재하여 왔지만 서구세계로부터 찾아든 문명의 내적 공허함은 총체적으로 지금의 문화위기를 불러왔다.

일상의 습관이 미래 지향적이지 못한 문화로 인해 안으로는 정체성의 위기로 가치판단이 흐려졌고, 외부로는 환경의 위기, 생명의 위기를 불러왔다. 따라서 실증적이고 실용적인 과학기술을 보태어 산업정보화 시대에 접어든 요즘 전통에 물든 현대인들 가운데 깨달은 자는 독창적이고 창조적인 새로운 문화 찾기에 나서야 할 때이다.

▲ 아바 공동체는 북녘 땅이 가까이에 있는 화천의 깊은 골짜기에 있다.
www.naturei.net 2006-09-29 [ 류기석 ]


사람들은 새로운 대안의 생활양식으로 생태나 공동체를 이야기한다. 일반사회는 억척스럽게 자신의 이익을 챙기면서 한쪽으로는 치열하게 남과 경쟁해야만 발전한다고 믿는다. 이들에게는 생태나 공동체운동은 한 낫 세상물정 모르는 순진함에서 온다고들 조롱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상과 뜻을 놓지 않고 끊임없이 생태를 논하고 공동체를 꿈꾸면 어느새 사람들의 마음은 나와 같아질 것이다. 그 마음이 다른 이들에게도 전달되길 바라지만 당장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도시에서 훨씬 잘 살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고 전원생횔을 넘어 자연과 오만가지의 교감을 하면서 농촌에서 가난한 농투성이로 살아가려는 이들은 굳이 외형을 꾸미려하지 않아도 그 나름의 문화가 느껴진다. 하지만 이들도 어느 정도의 물질은 수반되어야 하겠기에 현실은 어려운 것이리라. 여기서 최소한 삶의 규모를 줄여 즐겁고 감동적인 하루 하루를 만들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그것은 종교든 생태든 공동체든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는 감정의 몰입이 아닌, 역사성과 자연성 그리고 공동체성이 고루 갖추어져야 비로서 완전한 합일의 참 살이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선 작은 것부터 소박하게, 경제중심에서 생태중심으로 옮겨가는 비움으로 시작하여 가정과 이웃이 서로 돕고 나누는 문화가 생활화 되어야만 새로운 사회를 열수 있다. 여기서 대안사회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대도시의 한 가운데 고향마을을 만드는 서울 마포 두레 사람들, 대안 화폐로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대전의 '한밭레츠', 지역주민들이 만든 동네 병원 안성의료생활협동조합, 편안하게 낳을 권리를 주장하며 인권 분만 운동을 벌이는 여성들, 재개발을 극복한 도심 생태마을 부산 물만골 공동체가 있다.

▲ 자연 속에서의 노동은 곧 기도로 하늘 아바께 영적 기도를 드리는 것이리라.
www.naturei.net 2006-09-29 [ 류기석 ]


또한 생태공동체를 지향하는 사람들은 자연은 곧 사람, 유기농으로 자급하는 변산공동체학교와 10가구 50명이 함께 밥상공동체로 마을을 이루는 변산공동체, 소외되고 버려진 아이들 10명과 함께 한 가족을 이루며 살고 있는 영양의 작은 누리공동체, 함양에서 대안대학을 세운 녹색대학 사람들, 새로운 학교의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는 산청의 간디학교와 간디마을공동체, 적정기술센터를 만들고 신앙으로 평화로운 공동체를 꾸러 나아가려는 산청의 민들레공동체, 서울마포에서 대안학교와 대안교육의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는 민들레출판사, 도시에 생태공동체운동센터를 열고 영광으로 내려가 농사짓는 사람들 등 행복한 실천을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우리사회 곳곳에서 넘쳐나고 있다.

이번 기행은 생태적인 삶뿐만이 아니라 우리사회 곳곳에서 살고 있는 다양한 사람을 찾아서 절망과 희망을 들어 보는 기회로 삼기 위해서 였다. 나와는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분들의 삶에 귀 기울이고 내 삶을 돌아보고 참회하는 것이 곧 새로운 출발이라고 생각한다. 자연 속에서 노동하는 삶의 기도를 드리는 살가운 현장으로는 화천의 아바공동체와 이색적인 볼거리농장인 샘밭 사두농장 그리고 홍천의 알프스 백봉농장이 그곳이다.

[공동체기행]
더불어 살아가는 아바공동체의 꿈 이야기

▲ 아바공동체를 돌아나오는 길에는 벌써 황금들판이 너울너울 나그네를 반긴다.
www.naturei.net 2006-09-29 [ 류기석 ]


10년 전 열심히 귀농을 위한 공동체마을을 찾던 중 화천 산골 깊숙이에 있는 아바공동체를 방문했던 적이 있었다. 그 당시 이윤식 목사님이 운영하시는 아바공동체는 춘천의 예수촌 교회와 협력하여 나눔과 섬김의 공동체 사역을 하고 있던 터라 매월 첫째주 토요일은 화천의 아바공동체에서 철야기도회와 공동체 훈련을 했다. 우리가 방문했던 시기는 방문자 숙소가 막 지어지고 얼마 있지 않아 최용호 형제 가정이 들어와 살면서다. 그곳에 귀농한 최형제는 처음 벌(韓蜂)을 치는 일을 한다기에 귀농자를 돕는 의미에서 10통의 벌을 분양받아 주었던 기억이 생각난다. 그 후 벌치는 일이 어려워지면서 그만둔 최형제 가정은 다단계 판매회사의 일로 그곳을 떠나가게 되었다. 그러면서 우리들의 방문도 차츰 줄어들면서 아바공동체와는 멀어졌다.

그런데 최근 화천에 볼일이 있어 갔다가 그곳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다. 현재는 이윤식 목사님 부모만이 그곳을 지키고 계셨다. 예전에는 비포장이었던 그곳이 현재는 아스팔트길로 잘 마련되어 한결 편해졌다. 그리고 주변의 풍광들은 앞으로 흐르는 냇물과 조화되어 좋아 보였다. 다만 채소보다는 풀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농토가 사람의 손길을 그리워하며 애처로이 버티고 않아 있는 모습이 애처롭게 보였다.

앞으로 이곳이 검소한 생활공간도 이루면서 낮에는 환경을 해치지 않는 농사수련과 밤에는 영적인 문화사역을 돕는 교육의 공간으로 거듭 태어나기를 간절히 바래보면서 이른 아침 상쾌한 화천의 공기를 들이키며 아바공동체를 빠져나와 화천읍내로 갔다.

[농촌기행]
이색농업으로 모험을 시작하는 젊은 농군이야기

▲ 강원도 춘천시에서 샘밭 사두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허태풍님의 미소
www.naturei.net 2006-09-29 [ 류기석 ]


남들이 하지 않는 농사로 모험을 시작하는 젊은 농군이 있다는 춘천으로 향했다. 물의 도시 화천에서 소양강으로 흘러드는 강변을 따라 굽이굽이 달리던 길이 춘천댐을 사이에 두고 두 갈래로 갈라졌다. 좌측 길은 북한강으로 이어지는 물길이요. 우측 길은 화천이나 양구로 통하는 춘천의 관문이다. 소양강에는 처녀들은 간곳없고 푸른 물결만이 넘실거린다. 누렇게 익어버린 벼들의 풍경, 맑은 햇살 속에 울창한 산림이 주는 편안함을 느끼며 춘천시 외곽에 있는 자칭 샘밭에 들어서니 기기묘묘한 식물들이 저마다의 자태를 뽐내며 자라고 있었다.

이곳의 주인장 허태풍(29세)님을 만나 춘천 샘밭에 정착하게 된 연유를 들었다. "호박농사를 짓기 시작한 2002년, 죽염으로 만든 소금장수를 끝으로 직장생활을 접고 춘천 샘밭(泉田里)에 농토가 딸린 허름한 농가를 얻어 이사를 하게 됐습니다." 몇년전 삼성화재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다가 뜻이 있어 산속 죽염공장을 다니게 되었고, 이후 동남아를 여행하면서 관상농업에 대한 가치를 깨달았다고 한다.

▲ 볼거리를 마련한 샘밭에는 사두(뱀오이)가 보기좋게 자라고 있었다.
www.naturei.net 2006-09-29 [ 류기석 ]


그는 또 무슨 농사를 지어야 되는지를 고민하다가 호박꽃이 예쁘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그것에 반하여 박(珀) 농사를 시작했다. 그 정성을 안 농업기술센터에서도 일부 동부와 갓을 추천해 주었고, 그 씨앗들을 모아 현재의 농장을 갖추어 나갔다.

농장주변은 온통 고속화 도로가 차지하여 심란해 보였는데 조금 관심을 가지고 농장안으로 들어서니 볼거리로 충만했다. 이곳의 농부들은 시설원예 하우스를 주로하는데 토마토와 오이, 호박의 주산지로 농가소득기반이 탄탄하게 형성된 지역이란다. 이곳도 농촌이 안고 있는 대부분의 불합리적인 요소들을 모두 안고 있었으며, 돈이 되는 농사라면 농민들의 관심이 크다고 했다.

어렵사리 갈등을 디디고 시작한 농사는 바로 박과류와 외래작물, 토종작물로 구분하여 볼거리와 먹거리를 포함한 체험농장형태와 토종작물의 보존과 확대를 위한 성취감을 맛보기 위하여 농장을 시작하게 되었다.

▲ 사두 하나 더!, 이제 농촌은 도시에서 준비된 사람들이 내려가 아름다운 농토를 일구어야 한다.
www.naturei.net 2006-09-29 [ 류기석 ]


농장에 도착했을 때는 큰아이와 둘째아이는 학교에 가고 막내만이 남아 심심하게 밤을 주워보며 놀고 있었다. 주인장은 밤나무 밑에서 여주와 박과류 씨앗을 분류하고 있었고, 1,500평의 농장 앞에는 농가 2채가 덩그러니 버티고 서 있다가 최근 불이나 다 타버리고 겨우 남은 가재도구와 가을걷이 농작물들은 한쪽에 비닐하우스를 만들어 보관하고 있었다.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는 커다란 공터가 있는 이곳이 바로 집이 있던 자리였다고 이야기해 주어 알았다.

▲ 녹색과 검은색 두 종류의 까마중, 어렷을 때 참 많은 까마중을 따먹던 기억이 새롭다.
www.naturei.net 2006-09-29 [ 류기석 ]


귀농초기에는 농네 분들의 우려가 많았다고 한다. 일반 농가들을 탐방하면서도 축적된 경제력과 농업경쟁력에 대한 회의를 품고 있던 중 까마중과 호박, 박과류를 열심히 수확하여 볼거리, 먹거리, 잠자리를 마련하려 하였으나 현재로서는 볼거리만이 실험이 끝난 상태란다. 가을철 박을 이용하여 바가지를 만드는 이벤트를 통해 선전하려는 이곳은 올해로 5년차, 농장은 3년차다. 전국에 연계되어 있는 농장은 모두 8곳이 있으며, 이들은 박과류와 덩굴작물들의 씨앗을 판매하여 활로를 모색하려하고 있다.

▲ 어마 어마한 크기로 자란 동아는 일일이 망을 씌워 놓아야만 땅에 떨어지지 않는다.
www.naturei.net 2006-09-29 [ 류기석 ]


구체적인 작물들로는 동아와 사두오이, 여의주 등으로 이들을 모두 합하면 30가지나 된다. 특별히 올해 까마중을 60kg이나 수확하여 숙성중이다. 까마중에는 검은색 까마중과 청색 까마중 두 종류가 있었다. 11월에는 까마중 주의 맛을 보는 순서도 있다고 귀 뜸해 주었다.

▲ 조롱박들이 앙증맞게 잘라고 있다.
www.naturei.net 2006-09-29 [ 류기석 ]


현재 블러그나 인터넷 카페를 통하여 안테나 샵의 개념으로 농장운영의 묘미를 살려나가고 있으며 댓 글 속에 담겨진 발전방향과 질책을 계기로 삼아 더욱 알찬 일들을 벌일 계획이다. 허태풍님은 “교육효과를 누릴 수 있는 체험위주의 농업”을 꿈꾸고 있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 했다.

▲ 여주는 과거 우리들의 생활과 함께했던 식물이었다.
www.naturei.net 2006-09-29 [ 류기석 ]


부인은 어렵사리 식당일을 하면서 남편의 경제적인 일을 돕고 있으며 ‘현재는 돈이 되지 않지만 언젠가는 그 꿈을 위해서 오늘을 열심히 산다.’라고 절망에서 희망을 이야기했다. 허태풍님은 최근 박과류에 보태진 사두로 신이 났다. 한 두 작물을 시험 삼아 심고 있는데 사두(snake gourd)가 샘밭에 날아들어 온 것이다.

▲ 다른 밭에는 오크라 꽃이 아름답게 피어 발길을 끈다.
www.naturei.net 2006-09-29 [ 류기석 ]


이 농장에 볼거리로 날개를 달아 준 샘이다. 사두는 열대성 작물이라 초기재배가 어려움이 많다. 보통 지면의 온도가 섭씨 15~20℃로 유지되어야 한다. 추위에는 약하므로 중부지방의 경우 5월 20일 이후에나 정식이 가능하고 평균온도는 25℃이상 유지되어야 활착과 성장이 활발하다.

우리나라의 우기인 8월 장마가 이들에게 제격인 날씨다. 우리나라에 귀화한 넝쿨작물과는 다르게 토양과 기후에 적응하는데 몇 년의 세월이 흘렀고, 앞으로도 몇 년은 족히 걸릴지 모른다. 그렇다면 사두는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 어떤 요리가 좋은가? 이것이 관건처럼 보인다.

▲ 다 늙은 사두는 꼭 뱀을 말려 놓은 듯 하다.
www.naturei.net 2006-09-29 [ 류기석 ]


사두는 병해충에 강하기 때문에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쥬스를 만들어 먹으면 오이향이 나며 섬유질이 풍부해 몸에 좋고, 오이와 호박이 갖고 있는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 있어 우리의 취향에도 맞는다.

우선 김밥과 같이 야채 말이를 하여 먹는 방법과 샐러드를 해서 먹는 방법이 있고, 원산지에서 주용도가 샐러드와 튀김용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샐러드와 튀김을 곁들이면 좋을 것 같다. 장아치와 피클로도 손색이 없어 보이고 새싹 채소로도 활용이 가능합니다. 여기에 덧붙여서 사두를 활용한 감자전이 먹음직해 보인다. 이밖에도 사두로 만들어 먹는 칼국수를 손꼽을 수 있다. 또한 사두를 이용한 신부부케도 가능하다.

“사두는 널따란 터널을 만들어 주면 기기묘묘하게 자라주는 효자랍니다.”라며 환하게 웃는 샘밭 사두농장이 지금은 어설퍼 보이지만 장차농업이 체험학습의 장으로 설치예술의 공간으로 도시민들의 쉼터로서 변화되는 날이 멀지 않았음을 느끼게 해준다.

[산촌기행]
스위스 농장 부럽지 않은 홍천의 백봉농장

24년 전 도시에서 자동차 대리점을 운영하시다가 적성이 맞지 않아 산골로 들어간 이가 있다기에 찾아가 보았다. 강원도 홍천군 내면 장촌리를 가기 위해서는 홍천에서도 2시간은 족히 더 가야한다. 화촌4거리에서 서석면 쪽으로 난 56번 지방도로를 따라 가다가 중간에서 점심식사를 하고는 오후 무렵 누우런 황금벌판을 달려 울창한 응봉산 자락을 넘어 해발 700고지의 흥정산 북쪽 백봉농장을 찾았다.

▲ 까마중으로 담근 약주는 약효가 좋단다.
www.naturei.net 2006-09-29 [ 류기석 ]


국도에서 벗어나 개울을 건너고 산으로 오르는 길은 당연히 비포장 길이었다. 울창한 초목이 우거진 산림 한 가운데로 난 임도를 따라 올라서니 길게 누워있는 일자집을 배경으로 남쪽으로 푸른목장의 전경이 펼쳐졌다. 집 앞으로는 연못을 만들어 놓아 오리들이 물장구를 치면서 놀고 있었다.

그의 농장 주위에는 오대산과 삼봉약수터, 대관령, 이승복 기념관 등이 있다. 이런 곳은 관광지가 되어 팬션들이 들어서고 하여 땅값이 만만치 않은 곳이다. 농장의 규모는 12만평으로 너무 방대한 나머지 일부 목장은 유산 양을 키우는 젊은 농군에게 임대를 주었고, 자신은 흑염소와 비닐하우스에 피망을 재배하는 농사만을 짓고 있었다. 덤으로 산 둘레에 주목 등의 조경수를 심어 용돈도 마련하는 중이셨다.

▲ 홍천하고도 내면 깊은 산 기슭에 자리한 농장에는 유산양들이 자유롭게 뛰어올고 있었다.
www.naturei.net 2006-09-29 [ 류기석 ]


골짝마다 이국적인 풍경이 연출되는 산에는 잣나무와 소나무, 상수리나무와 들꽃들이 풍요롭게 자라고 있었다. 구절초를 비롯한 용담이며, 들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어 카메라에 담았다. 올라오는 길목에 있는 통나무집은 현재 빈 채로 살만한 사람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목장 좌측으로는 열차처럼 늘어진 일자집이 다소곳이 앞산을 조망하며 서 있었고, 몇몇의 야생화들이 집을 둘러쌓고 있었다.

▲ 목장용 창고를 이어붙여 만든 빠알간 살림집은 다용도로 쓰이고 있었다.
www.naturei.net 2006-09-29 [ 류기석 ]


집 앞으로 흐르는 개울물은 참 맑다. 흑염소들은 완전 방목 상태에서 자란다. 산속 덤불숲이나 바위 아래 우묵한 곳이 염소들의 집이다. 낮에는 목초지에서 자라는 산야초와 나뭇잎 등을 먹고 한겨울에만 배합사료를 먹는다. 야생동물처럼 키운 흑염소들은 산속에서 그냥 새끼를 낳고 젖을 물린다. 인위적인 손길이 거의 닿지 않는 것이다. 현재는 주위에서 주문하는 흑염소 약초 증탕과 피망을 시장에 내다 팔면서 생활을 하신다.

농촌과 농업의 고단함을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하시면서 시골에 적응을 하느라 정보에 무디어 져서 이제는 재미있음을 느낀다고 하신다. 욕심을 더 부리려고 해도 부릴 방법이 없다하면서 단지 좋은 것은 손자들이 이따금씩 찾아와 재미있게 놀고 가는 모습을 지켜볼 때 라 하신다.

▲ 깊은 산속에서 만난 투구꽃은 색과 선이 아름답다.
www.naturei.net 2006-09-29 [ 류기석 ]


병원은 물론 가보지 않으셨단다. 드넓은 대지에 비닐하우스 14동과 집과 텃밭을 소유하고 크고 작은 산들을 끼고 있으니 얼마나 좋겠느냐고 물으니 “잘 생각해보면 땅이 크건 작건 간은 아무 상관이 없고 이 속에서 행복을 찾아 즐겁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외형보다는 내실을 다져 나아가는 삶이 중요함을 이야기해주셨다. “사는 방법이 편리하게 생각하면 농촌이 좋다. 원래 농촌이 바탕이 되고 도시의 생활을 하는 것이다.”시며 농촌생활의 고단함을 풀어내어 주셨다.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귀농의 뜻은 좋지만 현실성이 없다.”라고 잘라 말하면서 농촌도 자본이 있어야 살아갈 수 있는 곳임을 이야기하면서 빌어먹고 살려면 무엇보다 어려운 곳이 농촌이자 농업이란다.

▲ 일행과 잠시 텃밭에 나와 직접 기른 토마토를 시식하며 산골에 사는 즐거움을 자랑하신다.
www.naturei.net 2006-09-29 [ 류기석 ]


차문봉(60세)님은 37세 되던 해 강원도 홍천의 오지산골로 귀농해서 틈틈이 신앙으로 생활을 이겨나갔다. 본인의 말에 의하면 그 당시 친구는 경기도 구리시에 땅을 사고 자신은 강원도 홍천군에 땅을 샀는데 주변의 남과 비교해보면 경제적으로 엄청난 손해를 본 셈이다. 하지만 좋은 공기를 마시며 사는 동안 병원신세를 져본 일이 없고, 남들보다 자유롭게 살아가고 있는 자유를 그 무엇으로 바꾸겠는가. 그래서인지 흑염소들에게도 최대한 자유를 주어 키우는 것이다.

주변목장으로 난 오솔길을 걸어 답사를 마치고 내려오려는데 때마침 피망을 한 보따리씩 싸주면서 “남들에게 베풀면서 노후를 준비하고 있다.”는 말씀을 넌지시 던지신다. 인근에 전교인이 30명뿐인 교회를 섬기면서 신앙생활과 봉사활동에도 열심이시다. 그에 땅은 커서 스위스 목장 부럽지 않지만 이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 하나있는 것을 발견하듯 하다. 바로 대자연의 너그러운 손길을 날마다 체험하는 삶이다.

 

 

[자연을닮은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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