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09. 12.24. 선고 2009다64161 판결 : 중혼적 사실혼의 보호 요건 [민유숙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법)]
중혼적 사실혼관계일지라도 법률혼인 전 혼인이 사실상 이혼상태에 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법률혼에 준하는 보호를 할 수 있다.
[사안]
원고(보험회사)가 피고 1과 체결한 자동차보험계약의 부부운전자 한정운전 특별약관에 기명피보험자의 배우자는 법률상 배우자 또는 사실혼 관계에 있는 배우자라고 되어 있다. 피고 2는 몽골 교포로서 2001년경 다른 남자와 혼인신고를 마쳤으나, 그 남편이 집을 나가 행방불명되자 2003년부터 피고 1과 동거하면서 사실상의 혼인관계를 유지해 왔다. 피고 2가 피보험자동차를 운전하다가 교통사고를 일으키자 원고는 피고 2가 타인과 혼인신고가 되어 있음을 들어 사실혼관계를 부인하며 보험사고처리를 거절하였다.
대법원은, 피고 2의 법률상 배우자가 집을 나가 행방불명됨으로써 그들의 혼인은 사실상 이혼상태에 이르렀고 피고들은 부부공동생활로 인정받을 만한 혼인의 실체를 갖추었으므로, 피고 2는 ‘사실혼관계의 배우자’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판시하였다.
[해설]
남녀가 혼인의 의사로 부부공동생활의 실체를 갖추며 동거하지만 혼인신고를 마치지 않은 ‘사실혼’ 관계에 있더라도 민법 중 혼인신고를 전제로 하지 않는 규정들은 유추적용되며(확립된 대법원 판례와 학설의 입장), 각종 특별법규나 보험약관의 규정에 따라 ‘사실상 배우자’가 법률상 배우자에 준하여 보호되는 경우가 많다.
위에 따라 보호되는 사실혼에 ‘중혼적 사실혼’, 즉 법률상 배우자가 있는 자가 제3자와 사실혼 관계를 맺고 있는 경우도 포함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부첩관계, 즉 법률상 배우자와 혼인공동생활을 유지하면서도 제3자와 사실상 부부관계를 맺고 동거하는 경우에는 ‘사실혼’으로서의 보호를 받을 수 없음이 분명하다(대법원 1995. 7.3.자 94스30 결정, 대법원 1995. 5.26. 선고 94다36704 판결 참조).
그런데 법률상 배우자의 가출 등으로 법률혼의 실체가 와해된 다음 제3자와 사실상 부부관계를 맺고 공동생활의 실체를 형성한 경우는 어떠한가.
대법원 1995. 9.26. 선고 94므1638 판결은 법률상의 혼인을 한 부부의 어느 한쪽이 집을 나가 장기간 돌아오지 않는 상태에서 다른 한쪽이 제3자와 ‘혼인의 의사로 실질적인 혼인생활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실혼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함으로써 엄격한 태도를 취하여 중혼적 사실혼을 원칙적으로 보호대상에서 제외하였고, 이러한 결론은 대법원 1996. 9.20. 선고 96므530 판결, 대법원 2001. 4.13. 선고 2000다52943 판결에서 유지되었다.
한편 대법원 2007. 2.22. 선고 2006두18584 판결은 법률혼 관계와 경합하는 사실상의 동거관계를 보호할 것은 아니라고 전제하면서, 만약 사실상 배우자 외에 법률상 배우자가 따로 있는 경우라면 ‘이혼의사의 합치가 있었는데도 형식상의 절차미비 등으로 법률혼이 남아 있는 등의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사실상 배우자와의 관계는 군인연금법상의 사실혼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따라서 종래 대법원 판례상 특별한 사정이 존재한다고 보아 중혼적 사실혼 배우자에 대하여 사실혼과 동일한 보호를 인정한 사례는 찾기 어려웠다.
그런데 이 판결에 이르러 대법원은 법률혼관계가 사실상 이혼상태에 있다는 점을 특별한 사정의 하나로 적시함으로써 법률상 배우자의 가출로 이혼절차를 필하지 못한 경우에는 이후에 이루어진 중혼적 사실혼관계의 배우자를 보호할 여지를 인정하고 있다.
이 사건은 보험약관의 해석에 관한 경우인 바, 앞으로 중혼적 사실혼 배우자가 제기한 재산분할청구 및 각종 연금 수급권자 확인 청구 등에서 대법원판례의 추이를 주시하여야 할 것이다.
참고로 강간죄에서 非親告罪의 특칙이 적용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조 제5항의 ‘사실상의 관계에 의한 친족의 강간 등 죄’의 적용대상을 정함에 있어서, 대법원 2002. 2.22. 선고 2001도5075 판결은 피해자의 직계존속과 중혼적 사실혼 관계에 있는 자도 위 ‘사실상의 관계에 의한 친족’에 포함된다고 판시하였다.
기사출처 - 법률신문 http://www.lawtimes.co.kr/LawNews/News/NewsContents.aspx?kind=&serial=51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