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정 우 민
출세를 위해 안간힘을 쓰는 채권 거래업자 닉 캐러웨이(토비 매과이어)는 뉴욕 롱아일랜드 해변의 웨스트에그 지역에 작은 여름 별장을 세낸다. 웨스트에그(신흥 부촌) 맞은편에는 바다가 있는 작은 만을 사이에 두고 이스트웨그 지역(토착 부촌)이 있고 그곳에는 부호들의 저택이 줄지어 있다. 때는 1922년 미국, 치솟는 주가와 밀주매매로 떼돈을 버는 신흥부자들이 생기게 된 시대가 배경이다.
닉의 이웃에는 궁전 같은 저택이 있고 이곳에서는 자주 성대한 파티가 열린다. 밴드의 끝없이 흐르는 흥겨운 연주 속에 화려한 의상을 입은 수많은 사람들이 술과 춤을 즐긴다. 이들은 아무런 초대장 없이 들러 밤늦게까지 즐기다 가는 것이다. 이 저택의 주인은 개츠비(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란 사람이다. 개츠비를 실제로 본 사람은 드물고 소문만 무성하다. 1차대전 때 소령으로 참전하였다하고 옥스퍼드 대학을 나왔다는 소문도 있고 ,빌헬름 독일 황제의 사촌이라느니 혹은 독일군 스파이, 혹은 살인자,석유 부호, 밀주업자등이다.
닉은 어느 날 저녁 만 건너편 저택의 초록색 불빛을 응시하는 한 사나이를 보게 된다. 그가 개츠비였다. 가난한 중서부 출신 개츠비는 부잣집 딸 데이지(캐리 멀리건)를 사랑했다. 전쟁이 끝나고, 개츠비는 자신이 성공할 때까지 그녀에게 기다려달라는 편지를 남기고 사라진다. 그러나 그녀는 시카고의 억만장자 가문의 자제이면서 폴로선수였던 톰 뷰캐넌(조엘 에저튼)과 결혼해버린다. 그와의 사이에 예쁜 딸을 낳았지만 ,톰은 타고난 바람둥이였다. 톰은 하층민들이 사는 지역에서 주유소와 정비소를 같이 운영하고 있는 윌슨의 아내 머틀(아일라 피셔)과 내연의 관계이다.
닉은 데이지의 사촌 오빠이다. 닉은 데이지의 집에 초대를 받아서 데이지의 친구인 여성골프선수 조던(엘리자베스 데비키)을 소개받는다. 식사 중에도 걸려온 머털의 전화를 받으러 가는 톰의 불륜을 짐작한 데이지는 내색하지 않으려 하며 괴로워한다.
어느 날 닉은 옆집의 개츠비로 부터 점심초대를 받는다. 닉이 데이지의 사촌이란 걸 알게 된 개츠비는 조심스럽게 데이지를 닉의 집에 차 마시러 와달라고 초대하고 그때 자신이 나타나겠다고 제의한다. 데이지가 올 닉의 집에 수많은 꽃들이 배달되고 번쩍이는 차 주전자등이 개츠비에 의해 준비된다. 데이지가 오기 5분전에 안절부절 못하던 개츠비는 그 자리를 떠나려다 닉의 만류로 주저앉는다. 그만큼 5년만의 만남이 그의 가슴을 벅차게 했다. 마침내 그들은 만났고 데이지는 옛사랑을 만나 궁전 같은 그의 집과 그가 그녀를 위해 안배한 모든 것에 감동한다. 특히 그녀를 위해 5년 동안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마다 영국에서 배달되 온 화려한 의상을 개츠비가 어지럽게 던져 올리자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감격한다. 개츠비는 그것을 위해, 그녀가 그토록 사랑하는 ‘부’를 위해 그래서 그녀의 사랑을 되찾기 위해 폭력 업계과 손을 잡고, 불법적인 밀주매매업과 채권사기를 통해 부를 축적하였던 것이다.
개츠비와 데이지는 또 다시 사랑하게 된다. 개츠비로서는 감격의 재회였지만 데이지는 애정이 식은 남편 모르게 즐기는 짜릿한 밀애였다. 물론 톰은 머틀과 즐기느라 정신이 없다. 마침내 개츠비는 애정이 없는 톰과 결별하고 자신과 결혼하자고 데이지에게 프로포즈한다. 그들이 톰에게 그 사실을 통보하려할 즈음에 톰은 데이지와 개츠비의 사이를 알게 된다. 어느 오후 그들(데이지 부부와 개츠비, 닉과 조던)은 답답해하는 데이지를 위해 차를 몰고 시내로 나가기로 한다. 개츠비의 샛노란 듀센버그차와 파란 톰의 차를 서로 바꿔 타고 시내로 가던 그들은 윌슨의 정비소에서 기름을 주유한다. 노란 차에는 톰이 타고 있었고, 그를 정비소 2층에서 애타게 내려다보며 눈물 흘리는 여인이 있었다. 그녀는 머틀이었다. 남편 윌슨은 최근에 톰과 그녀와의 불륜을 눈치 채고 서로 멀리 떠나자고 하며 그녀를 외출 못하게 막고 있었다.
어느 호텔 방 한 자리에 모인 그들은 미묘한 분위기에 일측즉발의 상황으로 치닫는다. 개츠비가 데이지에게 단 한 번이라도 톰을 사랑한 적이 있느냐고 다그친다. 개츠비의 구린 사업에 대한 뒷조사를 한 톰은 ‘어떤 일을 하는 지도 모르는 사내에게 빠진 아내’에게 자신의 외도를 사죄하고 가정으로 돌아올 것을 부탁한다. 혼란에 빠진 데이지는 뛰쳐나가고 개츠비는 그 뒤를 따라간다. 그녀가 감정을 삭히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싶어 개츠비는 노란 듀센버그의 운전대를 그녀에게 맡긴다. 그 차가 윌슨의 집을 지날 때 머틀은 아까 본 그 노란 차에 톰이 있는 줄 알고 남편을 뿌리치며 노란 차에 뛰어들다 차에 치여 사망하고 만다. 개츠비는 데이지가 놀랄까봐 차를 멈추게 하지 않고 그냥 달아나 버린다. 개츠비는 데이지를 걱정했고 그녀가 운전했다는 것을 아무한테도 알리지 않았다.
분노하며 찾아온 윌슨에게 톰은 노란 차의 주인은 개츠비라고 알려준다. 저택 내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며 데이지를 기다리던 개츠비의 등에 윌슨의 총알이 박힌다. 아내의 원수를 갚은 윌슨은 총을 입에 물고 격발하여 자살한다.
개츠비는 결국은 누명을 쓰고 , 데이지의 과실치사와 뺑소니 그리고 톰의 불륜에 대한 죄 값까지 안고 간다. 닉은 노란차를 운전한 사람이 데이지란 걸 개츠비에게 물어보고 알았지만 톰에게 얘기하질 않았고, 톰은 데이지가 노란 차를 몬 것을 끝까지 몰랐다.
닉이 아무리 연락해도 데이지는 개츠비의 장례식에 오질 않았다. 그녀는 그녀의 저택 집수리를 새로 하는 동안에 톰과 함께 유럽여행을 떠났다.
바즈 루어만 감독의 신작 ‘위대한 개츠비’는 F 스콧 피츠제럴드의 1925년작 소설을 바탕으로 했다. 1억2700만 달러를 들여 만든 이 3D 영화는 호평과 비난을 거의 비슷한 비율로 받고 있다. ‘물랑루즈’의 감독답게 루어만은 화려한 의상과 장식으로 화면을 가득 채웠다. 평론가들은 원작과 같은 깊이가 없다고 비판했다. 1974년에 나온 동명의 영화와 비교해도 그렇다. 로버트 레드포드의 중후한 맛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게서 별로 느낄 수 없다. 전작의 데이지로 나온 미아 패로우의 신비스런 눈빛과 고혹적인 미소는 캐리 멀리건에게서 찾아보기는 힘들다. 캐리 멀리건은 다만 귀엽고 사랑스러운 여인일 뿐이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 열광하는 20대에서 30대 여성들을 위한 최신 트렌드를 담은 ‘칙 플릭’ 영화라는 악평을 받을 만 하다. 하지만 파티에서 데이지를 바라보는 디카프리오의 자신감에 찬 미소는 백만 불짜리 미소임이 분명하다.
‘위대한 개츠비’란 제목에서 도대체 개츠비가 왜 위대할까라고 늘 의문이었다. 그것은 닉 캐러웨이의 시선에서 위대한 것이었다. 개츠비의 데이지에 대한 끝없는 사랑이 위대하다는 것이다. 자신을 배반하고 기다리지 않고, 호텔 한 층을 휴가 때 다 빌려버리는 부의 힘에 반해 톰과 결혼해 버린 그녀 ,그녀의 모든 기사를 편집광처럼 스크랩해서 간직하고, 그녀를 기다리기 위해 그녀 집 건너편 저택을 사들인 개츠비. 그녀가 혹시 우연히라도 참석할까봐 엄청난 금액을 투자하여 파티를 벌이던 개츠비. 그의 맹목적이고 순수한 사랑이 위대하다는 것이다.
맺음 대사
아무도 오질 않는 장례식을 끝내고 닉이 어두운 저택의 이전에 광란의 춤판이 벌어졌던 분수대를 보면서 말한다.
‘그는 데이지가 사는 쪽에서 나오는 초록 불빛을 처음 봤을 때 경이감을 느꼈을 것이다. 이 잔디밭까지 먼 길을 온 그는 가까이 보이는 자신의 꿈을 손만 뻗으면 잡을 것 같았으리라. 그러나 그는 그 꿈이 이미 자신을 지나쳤음을 몰랐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