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너무나 유명해서 공포소설과 SF영화(?)의 고전이 되어버린 작품이죠? 굳이 내용이 어떻네, 함축하고 있는 메시지가 어떻네 얘기하는 것도 식상할 테구요. 음, 그래서 저는 여러분들께 축약본이나 영화가 아닌 프랑켄슈타인 '원작소설' 을 읽어보시길 권해드려요. 저도 여러 영화버전이나 만화(아, 이토 준지의 만화 버전 넘 좋아~ 흐흑) 등을 통해 프랑켄슈타인을 접했지만, 원본으로 접한 프랑켄슈타인 소설은 그 감흥이 또 다르더군요.
이미 아시겠지만, 메리 쉘리(Mary Wollstonecraft Shelley)의 데뷔작이자 사실상의 마지막 작품이 되어버린 '프랑켄슈타인' 소설 자체는 세련미나 치밀한 구성은 떨어지죠. 하지만 역시 당시로서는 도발적인 그 착상과, 아울러 깊이있는 메시지가 매력 아니겠습니까. 또 차가운 얼음과 눈의 이미지가 인상적인 극지방과 스위스의 호수, 안개낀 영국을 배경으로,인간의 탐욕과 지식욕이 빚어내는 비극이 원작 소설엔 속도감있게(?) 묘사되어 있구요. 사실 원본을 읽는다고 해도 축약본과의 중심 줄거리는 똑같지만, 역시나 축약본과 원본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특히나 '프랑켄슈타인' 같이 축약본과 중심 스토리, 영화 버전들은 숱하게 횡행하지만 정작 완역본은 찾아보기 힘들었던 한국의 상황에 비추어봐서도... 완역본 혹은 원본 영어판으로 읽는 프랑켄슈타인은 전해주는 깊이나 그 특유의 그로테스크한 분위기가 한층 재미를 더해줄 겁니다(웬 선전용 문구틱한 문체냐... 으...).
'프랑켄슈타인' 에서 늘 그 고정된 메시지- '인간의 탐욕과 과학에의 경고' 라는- 만을 읽었던 독자들도 좀더 다른 각도에서 감상을 시도해볼 수 있을 테구요(이건 내 희망사항인가?), 다이나믹한 사건 전개와 길지 않은 분량, 그다지 난해하지 않은 심리 묘사로, 영어와 친숙하신 분들이라면 영어 원본으로 읽어도 무난할 듯 싶습니다.
참, 이건 사족이지만 '프랑켄슈타인' 의 저자 메리 쉘리의 파란만장한 인생경력은 알고 계신지...? 다른 건 다 제쳐두고라도 당시 유부남이었던 영국의 유명 시인 Percy Bysshe Shelley와 눈 맞아서 결혼했던 건 확실히 범상치 않았던 메리의 성격을 보여줍니다(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행복과 불행을 동시에 불러왔지요). 불과 몇년후에 남편이 요절했고 남편이 죽은 후의 메리의 일생도 불행의 연속이었지만, 젊은 날에 남편 Percy Bysshe Shelley와 바이런 같은 창창한 시인들과 교제했던 것은 '프랑켄슈타인' 같은 걸작의 탄생에 텃밭을 마련해준 셈이 됐으니까요. 제가 무엇보다 놀랐던 점은 메리 쉘리가 불과 19, 20세의 나이에 '프랑켄슈타인' 을 썼다는 것인데, 여성의 활동이 제약되었던 그 시대에 한 어린 여자아이가 그런(!) 작품을 썼다는 건 확실히 대단한 일이죠. 음, 제가 그 사실을 알게 됐던 때가 마침 쉘리 정도의 나이 때라, 특히 인상에 깊게 남았더랬죠(땀 삐질-).
구구절절 얘기가 길었는데, '프랑켄슈타인' 꼭 원본으로 읽어보세요. 막연하게 대략적인 스토리만 알고 있었던 때보다 훨씬 깊은 메시지를 얻게 된 것 같거든요. 최소한 저는요. (후후)
ps. 아울러 스토리는 유명하지만 정작 원본은 읽어본 사람이 많지 않은 또 하나의 작품! 루이스 스티븐슨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강력 추천합니다. 상당히 짧은 작품인데 그 작품의 분위기 참 맘에 들더군요. (이게 바로 영국병인가, 으...) 이따금씩 보이는 배경 묘사도 멋지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