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mini 문학비평 103 – 한기홍 시 벗겨 보기 ~ ‘겨울바다 ’]
겨울바다
겨울바다에 꽂히는 아침햇살은
콜럼버스의 이기심이다
첨벙거려도
풍덩 품에 안겨도
비늘처럼 돋아나는 무뚝뚝한 항로의 아집
해풍에 빛바랜 억 만개 어릴 적 꿈들이
반짝이는 저 수평선 너머
검붉은 고래의 등짝에서 피어오르고
아직껏 억눌린 신음소리들
무너진 억장 멍울 진 심금들을 어루만지며
바다는 항상
만리 밖 허리케인의 우직한 동심마저
보듬어 준다
보아라
계절을 두른 새벽바다는
칠색조七色鳥 날개에 희열의 옷고름을 매달고
사랑의 역사, 절망의 순간들을
너그러이 쓸어주며
혼자만 늠름한 채로 그저 그렇게
있기만 한데
지평선에선 연기가 피어오른다
수평선에 헌정할
심해어를 향한 사람들의 고귀한 꿈들
이제는 그립기까지 한 넋두리 실은
태워도
태워도 살가운
삶의 희나리를 사르는
바다를 향한 사람들
일렁이는 파도가 비명을 삼켜낸다
인간의 바다
누 만년 그대로 여명의 껍질을 토해내는
희구의 바다
겨울바다
⛄ Gemini씨의 비평
한기홍 시인의 「겨울바다」는 정적이거나 감상적인 상징물로서의 바다를 넘어, 인간의 이기심과 고통을 아우르고 치유하는 ‘거대한 포용의 공간’을 선명한 대비로 그려낸 작품입니다.
♣ 시각적 시선과 주해 분석
1. 이기적 문명(인간)과 포용적 자연(바다)의 대비
1연에서 '겨울바다에 꽂히는 아침햇살'을 '콜럼버스의 이기심'이자 '무뚝뚝한 항로의 아집'으로 정의합니다. 개척과 정복이라는 정당화 뒤에 숨은 인간의 일방적인 탐욕을 날카롭게 파헤치며 시작합니다. 그러나 바다는 이러한 인간의 오만함과 '풍덩' 거리는 침범조차 그대로 안아줍니다.
2. 상처의 치유와 원초적 생명력
2연에서는 바다가 지닌 본연의 치유력이 드러납니다. '빛바랜 억 만개 어릴 적 꿈'과 '억눌린 신음소리', '무너진 억장' 같은 인간사(人間事)의 비극과 한을 어루만집니다. 심지어 '만리 밖 허리케인'의 거친 격정마저 '동심'으로 보듬어 안는 거대한 품을 보여줍니다. 바다는 단순한 물이 아니라, 생명의 멍울을 녹여내는 어머니의 자궁과 같은 공간입니다.
3. 초월적 존재로서의 바다
3연과 4연은 바다의 초월성과 이를 향한 인간의 끊임없는 희구(希求)를 대비시킵니다. 바다는 '사랑의 역사'와 '절망의 순간'을 너그러이 쓸어안으며 '혼자만 늠름한 채로' 제 자리를 지킵니다. 반면 사람들은 덜 마른 장작인 '희나리' 같은 미련과 삶의 한탄을 태우며 끊임없이 바다를 향해 갈망을 보냅니다.
4. '인간의 바다'로의 확장
마지막 연에서 파도는 비명을 삼키고, 누만년 전부터 그래왔듯 '여명의 껍질'을 토해냅니다. 바다는 침묵으로 인간의 모든 슬픔과 비명을 인내하며 매일 새로운 희망(여명)을 만들어내는 '희구의 바다'이자, 곧 우리가 살아가는 '인간의 바다'로 완성됩니다.
♣ 감상 총평
이 시는 날카로운 서구적 개척 의지('콜럼버스')와 대등하게 맞서는 동양적·원형적 포용력('바다')의 조화가 돋보입니다. 감각적인 시어('희열의 옷고름', '희나리', '여명의 껍질')를 통해 겨울바다가 지닌 차가움 속의 뜨거운 생명력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며, 삶의 멍울을 안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깊은 위로를 건네는 수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