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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탐욕이 부른 비극" <남극일기> 첫 언론 공개
6년여의 제작기간, 총제작비 85억, 한국영화 최초의 남극 소재 영화, 송강호-유지태 두 톱스타의 주연으로 상반기 최고의 화제작 중 하나로 꼽혔던 영화 <남극일기>(감독 임필성, 제작 싸이더스픽쳐스)가 10일 드디어 기자시사회를 열고 그 모습을 공개했다. 영화 <남극일기>는 위의 수식어말고도 <살인의 추억>의 봉준호 감독의 각색 작업과 뉴질랜드의 <반지의 제왕>에 참여했던 프로듀서 브리짓 버크와 스텝의 대거 참여, <공각기동대><링><검은물밑에서>로 일본에서 유명한 가와이 겐지가 음악감독을, 그리고 최근 세계최초 산악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전설적인 탐험가' 박영석 대장이 탐험 슈퍼바이저를 맡아 직접 배우들을 훈련하고 코치해 많은 화제와 주목을 받았다. 그런만큼 이날 시사회에는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 등 외신기자들이 대거 참석해 뜨거운 열기 속에 진행됐다. 이날 시사회에는 제작사 싸이더스픽쳐스 차승재 대표를 비롯해 임희철 프로듀서, 임필성 감독 그리고 송강호, 유지태, 박희순, 김경익, 윤제문, 최덕문 등 출연배우 모두가 참석했다. <소년기>, <베이비> 등의 단편 영화로 일찍부터 영화계의 기대주로 주목받으며 오랜 고생 끝에 첫 작품을 선보인 임필성 감독은 "6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지만 영화는 114분밖에 안 된다. 영화를 위해서 배우와 스텝들이 너무나 큰 노력들을 한 영화이다. 과정이야 어찌됐든 결과는 냉정하게 판단되기 때문에 기간이나 노력이랑 상관없이 좋은 영화 만들려고 노력했다"며 남다른 소감을 밝히고 “첫 작품이 블록버스터라서 부담은 됐지만 하고 싶은 얘기가 명확했고 자신감도 있었다”며 영화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이어 감독은 “작가영화가 아닌 독특한 상업영화를 만들려고 했고 잘 만들려야 한다는 명제에 충실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특히 감독은 “인간이 넘봐서는 안 되는 또는 욕망이 넘쳐서 자기가 할 수 있는 것 이상의 엄청난 탐욕을 가졌을 때 그것이 어떻게 비극이 되는가를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며 연출의도를 밝히고 "그런 인간의 외로움이나 슬픔 같은 것도 마지막에 동감을 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감독은 연출방식에 대해 "영화를 찍을 때부터 배우가 잘 보이는 영화를 하고 싶었다"며 "굉장히 한정된 요소와 배경만 가지고 있는 영화이기 때문에 인물에 철저하게 집중하고 클로즈업을 주로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극중 대사 전달이 잘 되지 않는다는 질문에 감독은 “촬영 당시 강풍기를 내내 틀어놓고 촬영을 했기 때문에 동시녹음을 30% 정도 밖에 진행하지 못했고 이후 70%를 한달 내내 더빙작업을 하느라 배우들이 고생이 많았고 나도 개인적으로 힘들었다”며 “특별하게 이 영화가 미스터리이기 때문에 대사를 약하게 한 것이 아니다. 대사가 최대한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다만 사투리라던지 서로 겹치지는 부분이 많아 대사가 잘 안 들리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답했다. 광기에 사로잡힌 탐험대장 최도형 역을 맡은 송강호는 "이 영화는 다양한 장면이나 상황이 벌어진 것도 아니고 여러 인물들이 나와서 캐릭터들의 재미가 있는 것도 아닌 대원들이 딱 6명이 나오는 영화였기 때문에 기댈 곳이 없었고 관객들을 집중시키기 위해선 한 순간도 방심을 할 수 없는 영화였다"면서 "배우들 입장에서는 색다른 경험이었고 난이도가 높은 작품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연기에 대해 "최도형이라는 인물이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정신적으로 피폐해지고 광인의 모습으로 변해가는데, 이는 현상적으로 보면 어린 아들의 환상 때문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정답은 보시는 분들이 해석하는게 다 정답이다. 나 또한 연기할 때도 정답을 가지고 연기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이 영화가 흥행영화의 방식과 공식을 따르지 않았다고 해서 대중성이 없다든지, 대중성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할 수 없다"라며 "역으로 생각하면 그것이 바로 대중성"이라고 역설하고 "관객들은 늘 새로운 자극과 감동을 찾기 위해서 극장을 찾는다"면서 "<남극일기>는 아주 새롭고 그동안 보아오지 못했던 영화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강력한 대중성을 가졌다"며 영화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또, 그는 "<살인의 추억>이나 <올드 보이>도 안전한 공식을 따른 영화는 아니었지만 영화의 완성도에 관객들이 인정을 해주셨다"면서 "<남극일기>도 두 작품에 비해 모든 면에서 떨어지지 않은 영화"라고 덧붙였다. 팀의 막내 김민재로 분한 유지태는 "'휴머니즘이나 인간승리에 대한 영화가 아니라 인간 본능에 가까워지려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욕망을 다룬 이야기이다"며 영화에 대해 소개하고 "기다림 속에서 밀도감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웠는데 송강호 선배님과 다른 선배님들이 같이 합심해서 영화를 기다려 주고 촬영할 때 꾸준히 노력들을 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그런만큼 영화가 참 밀도감있게 나왔고 공을 들인 만큼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이어 그는 자신이 맡은 역할에 대해 "김민재는 영화의 '포인트 오브 뷰(point of view)'가 되는 인물로 0.5% 정도를 제외하고는 영화 내내 99.5%정도로 나온다"라고 소개하고 "영화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맡아 나가는 역할이어서 역할에 몰두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 선배들이 각자 어떻게 자신의 캐릭터를 그려나가는지가 더 궁금했다"고 밝혔다. 한편, 그는 "멀티미디어 세상에서 엔터테이너만 인정을 받고 어떤 한 지점을 가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에 대해 인정하지 않은 습관들에서 박영석 대장의 북극탐험을 성공했다는 것은 참 이례적이고 참 기쁜 일"이라며 영화에서 탐험 슈퍼바이저로 참여했던 박영석 대장의 세계최초 그랜드슬램 달성을 축하했다. 이밖에 부대장 이영민 역의 박희순은 "전주국제영화제때 이런 말을 해 큰 호응을 받아 계속하게 되는데 '우리 영화는 차가운 영화입니다. 뜨겁게 봐주길 바란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또, 식사담당 양근찬 역의 김경익은 "자기가 정말 되고 싶은 것 그것이 정말 자기의 도달 불능점이고 그것을 이루는 과정 속에서 타인을 헤치고 과도한 욕심을 부릴 때 바로 우리가 만나는 세상이 지옥이 된다고 이 작품은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 <남극일기>는 광활한 남극대륙의 설원을 배경으로, 남극에서 가장 가기 힘든 곳을 일컫는 도달불능점(P.O.I.=Pole of Inaccessiblity) 원정에 나선 탐험대장 최도형(송강호 분)과 팀의 막내 김민재(유지태 분) 등 6명의 대원들이 어느 날 80년 전 영국탐험대의 남극일기를 발견하면서 저주라도 걸린 듯 일기 속 상황과 비슷한 미스터리한 사건들이 벌어진다는 내용의 미스터리 드라마로, 도달불능점을 정복하기 위한 인간의 끝없는 욕심과 집착, 광기 그로 인해 야기되는 공포와 파멸을 그리고 있다. ‘인간승리’를 다룬 여느 탐험영화와는 달리 <남극일기>는 인간의 욕심과 파멸에 초점에 맞추고 밀도있게 그려낸다. 거기에 남극이라는 배경과 미스터리라는 장르적 형식을 빌어 극적 긴장감을 유발한다. 또, 기존의 상업영화처럼 특별한 반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바이러스처럼 번져가는 공포와 그로 인해 야기되는 인물간의 충돌만으로 극의 긴장감을 높이며 이야기를 끌어간다. 안정감 있는 연출력과 배우들의 열연 그리고 수려한 영상미가 영화의 완성도를 높인다. 점점 광기에 사로잡히는 송강호의 서늘한 눈빛 연기는 일품이다. 특히 영화 속 “우리의 욕망이 이곳을 지옥으로 만들었다”는 ‘남극일기’의 마지막 문장은 욕심이 빚어낸 인간의 어리석음을 일깨워주며 일몰 직전 도달불능점에 도달한 최도영이 또 다른 곳으로 발길을 옮기는 장면은 묘한 슬픔을 자아낸다. 하지만 끊임없이 아들의 환영(幻影)에 시달리며 광기와 욕망에 사로잡히는 최도영의 캐릭터에 대한 설명은 부족하며 인물들간의 연결고리도 다소 미약해 공감대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2%의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 6일 제6회 전주국제영화제의 폐막작으로 첫 선을 보였던 <남극일기>는 쇼박스 배급을 통해 5월 19일 전국 개봉된다. [남극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