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과학종교 시대에 신앙세대 양육한다.
과학종교시대의 다음세대 불감증
지금은 신이 아니라 과학종교 시대
세계적인 배우 톰 크루즈가 사이언톨로지(Scientology)에 빠져있다는 사실로 아내 케이티 홈즈와 이혼 소송을 진행 중이다. 사이언톨로지는 인간의 정신과 영혼을 과학기술로써 치료할 수 있다고 믿는 종파로서 톰 크루즈 뿐만 아니라 더스틴 호프만, 제니퍼 로페즈, 존 트라볼타, 윌 스미스… 등 할리우드 유명 연예인 추종자가 많아 사이언톨로지와 할리우드를 합성한 '사이언톨리우드'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 뉴스코퍼레이션 회장은 트위터를 통해 톰 크루즈-케이티 홈스 커플의 이혼 소송 배경으로 지목된 신흥종교 사이언톨로지를 비판했다가 집중 공격을 받았다.
머독은 트위터에서 사이언톨로지가 "기괴하고(creepy) 광신적 종교(cult)"라며 "크루즈가 거기서 서열 2위나 3위에 오른 데에는 아주 큰돈이 관계돼 있다" "케이티 홈스와 사이언톨로지 이야기가 전개되는 과정을 지켜보라. 기괴하고 사악한 무엇인가가 있다"고 주장했다.
사이언톨로지는 미국의 공상과학 소설가 론 허바드(1911~1986)가 창설했다. 허바드는 1950년 '다이어네틱스'라는 책에서 '이-미터'(e-meter)라는 기계로 정신을 감정하고 심리 상담을 통해 맑은 정신세계로 인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1954년 캘리포니아에서 첫 사이언톨로지 교회가 설립됐다.
사이언톨로지 종교는 신(神)과 같은 초월적 존재를 부인하고 과학기술로 인간의 몸과 마음을 치료하고 영혼을 구원할 수 있다고 설파한다. 사이언톨로지에서 종교적 신(神)에 해당하는 핵심 개념은 '테탄'(Thetan)이라 부르는 불멸의 정신이다. 테탄의 도움으로 우주의 생명력이 유지되며 인간이 죽으면 그 육신에 깃들었던 테탄이 새로 태어나는 아기의 몸으로 옮겨간다는 윤회사상도 담고 있다.
사이언톨로지는 테탄을 이용해 인간의 악한 심성을 제거하면 정신질환과 몸의 아픈 증상을 모두 치료할 수 있으며, 전쟁과 범죄, 마약이 없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가르친다. 전 세계적으로 약 160개국에 800만명의 추종자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도쿄와 방콕… 등 아시아 도시들에도 교회가 세워졌지만 아직까지 한국에는 없는 것으로 돼 있다. 일부 국가에선 이 과학종교가 범죄 집단 또는 불법 종교단체로 취급받고 있다.
톰 크루즈는 사이언톨로지에 입문한 뒤 지병인 난독증을 치료했다고 밝힌 일이 있으며, 2005년엔 수천억원대 거액을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허바드와 그의 후계자들이 사기와 엉터리 치료법, 회원 학대 등의 사유로 고소당한 사례도 있다고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전한바 있다.
세계문명은 인본주의(人本主義)로 이동하고 있다. 종교에서 신(神)이 차지하는 부분은 갈수록 영역이 좁혀지고 있다. 유교는 죽은 조상의 영혼을 믿는 윤리종교이며 불교는 원래 초월적인 신(神) 자체를 거부한다. 내 안의 진정한 나를 자각하게 되면 영원한 고요의 세계로 안착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불교에는 그 과정의 수단에 석가라는 실체가 있다. 석가는 신(神)이 아니지만 현실적으로는 신(神)의 대우를 받고 있은 셈이다.
그러나 사이언톨로지는 다르다. 그들은 ‘테탄’이라는 ‘불멸의 정신’으로 윤회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야말로 그들 종교에서는 신이라는 존재가 아예 없어져 버리고 만 것이다. 과학과 종교가 교묘하게 결합되어 인본주의 종교를 낳은 것이다.
한국판 종교각축전
지금은 신(神)의 종교가 아니라 과학이 종교를 접수하는 시대가 되었다. 인간두뇌의 최고봉인 과학이 풀지 못하는 죽음과 부활, 영생의 문제를 종교에 귀의하여 해결하려던 시대는 점점 한 편으로 밀려나고 있다.
사이언톨로지만 아니라 과학은 인간복제를 통해 인류에게 영생을 약속한다. 눈으로 확인할 수도 없는 막연한 천국에까지 갈 필요가 어디 있느냐는 것이다. 인간의 힘으로 이 세상에 영생천국을 만들겠다는 그들의 야무진 꿈에 세상은 점점 호기심을 넘어 종교로 섬겨가고 있다. 과학이 종교의 자리를 내쫓고 안방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인에게는 죽음의 과정을 통과 입국하는 천국보다는 죽음없이 영생하는 과학종교가 구미에 맞는 것은 일견 당연한 일이다.
이제 종교의 시대, 특히 서구문명을 지배하던 기독교의 시대는 가고 있는가? 한국에서만큼은 아직은 아니다. 도쿄와 방콕 등 아시아 도시들에 세워졌다는 사이언톨로지교회도 아직까지 한국에는 없다. 그만큼 한국은 아직까지는 초월적인 신(神)을 대상으로 하는 종교적인 문화를 갖고 있는 나라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까? 특히 선교 130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한국교회가 2백년을 바라보며 지금과 같은 숫자를 보존할 수 있을까, 아니면 수십 년 안에 소수의 교단으로 내려앉는 것은 아닐까? 그 전망은 비관할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낙관적인 것만도 아니다. (생략) 9월호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