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반구와 또다른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하나의 거대한 대륙 호주(Australia). 대륙 남동부 빅토리아주 남쪽의 그레이트 오션 로드(Great Ocean Road)는 남태평양의 바다와 뭍이 만나는 절벽지대에 만들어진 해안도로. 늘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도로'라는 찬사가 따라 붙는 길이다. 파도에 침식된 바위들과 절벽, 그리고 굴곡이 있는 해안선을 따라 와남불에서 토케이까지 400㎞ 정도 이어진다.

고래와 펭귄이 둥지를 틀어 살고 있는 청정 바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해안은 지금도 끊임없이 풍화와 침식작용을 일으키며 변화하고 있다. 서핑을 즐기기에 알맞을 만큼 파도가 거친 해변. 바람에 깎이고 파인 거친 해안선의 만(灣)에는 예스러운 항구도시가 자리하고 있다. 유럽에서 막막한 적도를 넘어 신대륙을 향했던 이민자들의 꿈과 역사가 아로새겨진 곳. 난파선 해안은 풍랑으로 희생된 사람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고스란히 전하고 있다. 아름다운 해안선과 호주 개척의 역사가 함께 만들어낸 그레이트 오션 로드.
<빅토리아(호주)/글 최병준 기자bj@kyunghyang.com>
■ 호주 ‘그레이트 오션로드’ - 해변·해안 절경
아름다운 바다에선 뭍에서도 파도를 탄다. 수평선이 눈 아래 깔린 곳에서는 돛배처럼 바람을 타고, 구름이 밀려오는 하늘에선 갈매기처럼 즐겁다. 바람 속에 이정표처럼 서있는 섬, 그 섬을 휘감고 도는 파도조차 때론 경이롭다.
호주의 그레이트 오션로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도로’라는 오션로드는 기점과 종점을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보통 와남불에서 토케이까지 400㎞ 안팎을 잇는 해안길을 일컫는다. 깎아지른 절벽에는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박혀 있고, 파도를 걸러주는 오목한 만(灣)에는 항구도시가 들어섰다.

그레이트 오션로드가 시작되는 도시인 와남불. 해안도로 주변에서 가장 큰 도시지만 고층건물은 고사하고 5∼6층짜리 빌딩도 보기 힘들다. 멋을 내지 않은 옅은 베이지색 집들이 오밀조밀 들어선 주택가를 지나면 플래그스태프 언덕. 19세기 등대와 새 등대가 나란히 서 있는 언덕에서는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지금은 가족 여행객이나 연인들이 많이 찾는 아름다운 공원이지만 예전엔 바다가 거칠기로 유명했던 곳. 안개, 광풍과 함께 거센 파도가 몰아치는 악명 높은 해안이었다. 곧장 망망대해와 마주하고 있는 데다 절벽으로 이뤄진 와남불 앞바다에는 29척의 큰 배가 침몰해 해저에 수장되어 있다. 주변 해안까지 합하면 약 160여척의 배가 물에 잠겼다. 그래서 이름까지도 ‘난파선해안’(shipwreck coast).

침몰한 범선에서 발견된 선원의 일기장에는 ‘지옥 같은 적도에서 벗어나 추운 남반구의 바다까지 항해했다. 마치 바늘귀에 실을 집어 넣는 것 같이 힘겹고 위험한 항해였다’고 당시의 어려웠던 상황이 적혀 있다. 당시 유럽에서 건너온 이민자들은 막연하게 꿈을 찾아 미지의 대륙으로 떠날 때의 범선여행을 ‘노예선에 탄 아프리카인 같은 심정’이라고 했다.
그레이트 오션로드의 바다에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것은 고래 때문이었다. 와남불 앞바다는 참고래가 새끼를 낳는 곳이었다. 지금도 6월부터 10월 사이에는 고래를 볼 수 있다. 19세기 중반 포경선들이 늘어나면서 마을도 형성됐다. 1980년 포경이 완전히 금지될 때까지 와남불은 고래항구로 이름을 떨쳤다. 와남불에는 항구의 역사를 알 수 있는 박물관이 있다.

바다가 거칠고 험할수록 오히려 경치는 좋은 법이다. 와남불에서 1시간쯤 달리면 ‘베이 오브 아일랜드’에 닿는다. 여기서부터 그레이트 오션로드는 웅장한 제 모습을 드러낸다. 베이 오브 아일랜드는 이름에서 연상할 수 있듯이 크고 작은 섬들이 요트처럼 떠있는 형국이다. 이런 지형이 만들어진 것은 2천만년 전. 부석부석한 바위로 이뤄진 해안은 거센 파도에 깎여 굴이 파이고, 지반이 약한 곳이 무너져 육지와 분리되면서 섬이 됐다.
지금도 침식작용이 계속되고 있어 1년에 13㎝ 정도씩 해안이 깎여나간다. 베이 오브 아일랜드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런던브리지’가 바로 이런 지형을 볼 수 있는 대표적인 곳이다. 2개의 아치모양으로 이어져 있던 런던브리지는 92년 한쪽이 붕괴돼 섬처럼 떨어져버렸다.

로카드 고지는 난파선의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이다. 로카드는 1878년 6월 영국을 떠나 3개월의 항해끝에 이곳에서 난파된 범선의 이름. 선원과 승무원 52명을 태운 로카드호는 악천후를 만나 머튼버드 아일랜드의 절벽에 부딪혀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생존자는 단 두명. 선원 톰 피어스와 에바 카미클이란 18세의 숙녀였다. 파도에 쓸려 다행히 협곡 안의 해안으로 밀려온 선원 톰 피어스가 살려달라는 소리를 듣고 에바를 구했다. 두 사람은 동굴에 피신해 하룻밤을 보내고 이튿날 구조됐다. 두 사람은 그후 단 한차례도 만나지 못했다. 가족과 함께 떠나왔던 에바 카미Ю?아일랜드로 돌아가 다른 사람과 결혼했다. 톰은 선장이 됐다고 한다.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면서 여행자들은 두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러브스토리를 기대하는 것 같다. 여행자들은 모래해변에 사랑하는 연인의 이름을 써놓곤 한다.

그레이트 오션로드의 하이라이트는 포트 캠벨 국립공원의 12사도상이다. 12사도상이란 해안 절벽을 따라 섬처럼 떠있는 바위들이 예수의 12명 제자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베드로, 바울 등 사도의 이름이 따로 정해져 있지는 않다. 바위도 12개가 넘지만 어쨌든 눈부시게 아름답다. 안내판에는 ‘당신의 눈에 보이는 것은 현실이다’라고 쓰여 있다. 그레이트 오션로드의 상징이 된 12사도상은 호주 관광포스터에도 자주 등장한다. 헬기를 타고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모습은 더 장관이다. 종점인 토케이는 서핑의 명소. 세계 각국의 젊은이들이 몰려든다.
슬픈 항해의 기록과 함께 곳곳마다 멋진 해변이 펼쳐지는 그레이트 오션로드. ‘그레이트’란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웅장하고 아름다운 길이다.
■ 멜버른 시내관광 - 막힌 가슴 활짝 펴고 녹지속에서 쉬어볼까
멜버른은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꼽힌다. 올해도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젠트 유니트사가 외국인들이 장기간 거주하기에 가장 좋은 곳을 조사한 결과 전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선정됐다. 시드니에 이어 인구 3백80만명의 호주 제2도시. 대도시지만 택지나 상업지에 대한 공원.녹지 비율이 50%에 육박할 정도로 전원적이다. 도심에서도 쉽게 공원을 만날 수 있다. 그래서 가든 시티(Garden City)라고 불린다.

멜버른 여행은 당연히 공원에서 시작된다. 우리의 ‘현충원’ 같은 국가유공자 기념관을 끼고 있는 로열 보태니컬 가든을 비롯해 피츠로이 가든, 퀸 빅토리아 가든 등 어디서나 공원을 만날 수 있다. 로열 보태니컬 가든은 10만8천평으로 멜버른에서 가장 크다. 한 번 돌아보는 데 한나절이 걸릴 정도로 드넓다. 공원에서 가장 높은 언덕배기에 있는 기념관은 멜버른 시내의 중심가에서 일직선으로 뻗어 있다. 한국전 참전, 베트남전 참전 등 참전용사들의 기록과 전시물이 보존돼 있다.

피츠로이 가든은 쿡선장의 생가가 있는 곳이다. 대륙을 발견한 쿡선장의 집은 원래 영국의 그레이트 에이톤에 있었지만 1934년 빅토리아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피츠로이로 옮겨왔다. 돌로 된 생가 안에는 짚을 넣어 만든 매트리스 등 옛날의 건물과 도구들을 그대로 보존.복원해놓았다. 주변에는 자그마한 식물원과 아름드리 사이프러스 나무들이 자라고 있어 휴식하기 좋다. 멜버른 사람들도 자주 찾는 곳이다.
또 다른 명소는 멜버른 박물관. 2000년 10월 2억6천만달러를 들여 완공했다. 남반구에서는 가장 큰 박물관으로 11개 전시장에 공룡화석.회화.의학기술과 인체의 모습전, 열대우림 갤러리 등을 갖추고 있다.

플린더 역 맞은편에 있는 페더레이션 광장은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곳. 이벤트홀과 극장 등이 들어서 있다. 현대적인 디자인을 가미한 건물이 눈길을 끈다. 프랑스의 퐁피두센터와 흡사하다.
플린더 역사 뒤편에는 야라강이 흐른다. 강변의 사우스뱅크 주변은 밤에 가보기 좋은 곳이다. 유람선이 운항하며 거리에 명품점과 카페가 늘어서 있다. 우리로 따지면 강남의 압구정동쯤 되는 명소. 주말에는 거리에서 소규모의 다양한 쇼를 볼 수 있다. 사우스뱅크 끝에는 라스베이거스 다음으로 크다는 카지노 크라운 콤플렉스도 있다.

멜버른 전망대에서는 멜버른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높이 253m로 고속 엘리베이터를 타면 전망대까지 38초면 올라간다. 멜버른 시내와 공원들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콜린스 스트리트에는 멜버른 최대 쇼핑몰인 멜버른센트럴이 있는데 청룽(成龍) 영화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이밖에 히피문화를 볼 수 있는 브런즈윅 거리, 아시아 음식들이 모두 모여 있는 차이나타운 등도 볼거리다.
■ 여행길잡이
호주 대륙 남단에 있는 빅토리아주와 주도 멜버른은 우리와 계절이 정반대다. 시드니보다는 기온이 2도 이상 낮다. 지금은 가을철. 우리의 초가을 날씨 정도로 보면 된다. 낮에는 25도 안팎이며 아침에는 15도 정도. 요즘 호주달러가 강세다. 지난해만 해도 1달러에 800원대였지만 요즘은 1달러에 900원을 웃돈다. 비자는 필요하지만 항공권을 구입할 때 여행사나 항공사에서 대리해주기도 한다. 3월말까지 서머타임을 적용한다. 멜버른이 우리보다 2시간 빠르다. 멜버른 은행업무시간은 매주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문을 연다. 쇼핑센터는 월∼목요일과 토요일은 오후 6시까지, 금요일은 오후 9시까지, 일요일은 오후 5시까지 영업한다. 전기는 240∼260V. 호주 빅토리아관광청 한국사무소(02)752-4131
◇교통
서울에서 직항편은 없다. 시드니나 홍콩을 거쳐 가는 것이 일반적. 홍콩을 경유해 가는 캐세이패시픽항공(www.cathaypacific.com)은 비행기를 갈아타는 데 1시간밖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연결편이 잘돼 있다. 매일 출발한다.
‘얼리 버드 세일즈’ 행사 기간에 항공권을 구매하면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다. 6월24일까지 여행하는 경우 왕복 66만원. 봄철과 8월 성수기는 70만원이다. 3주 전에 항공권을 예약해야 한다. 서울사무소(02)311-2800. 공항에서 시내까지 거리는 22㎞. 승용차로 25분 정도 걸린다. 스카이버스는 왕복 22달러, 편도 13달러. 택시는 공항에서 시내까지 45달러 정도. 시내에서는 무료 트램(전차)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자주색 트램은 도심순환선으로 무료로 운행된다.
◇먹거리
차이나 타운에 맛집들이 몰려 있다. 서울(9663-8883), 한국관(9663-4667) 등은 한식요리를 먹을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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