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승원 창작 수필동화
※ 서점 시판용 책이 아닙니다. 필자의 블로그와 카페용 창작 수필동화 표지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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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원 창작 수필동화】
도솔산에서 만난 장끼와 까투리 부부
― 숲속에서 또 하나의 귀한 인연을 맺다
― 꿩도 맨발, 할아버지도 맨발, 우리는 ‘숲속 동지’
윤승원 수필가
도솔산 공원에 올라 맨발 걷기 운동을 하고 있었어요. 연둣빛과 초록빛이 싱그러운 4월 하순의 소나무 숲.
▲ 도솔산 ‘정림공원 숲길’에서 맨발 운동하는 필자(사진 =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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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혼자 조용히 맨발 사색을 즐기고 있는데 뜻하지 않은 귀한 손님이 찾아왔어요.
꼬리가 아주 길고 알록달록한 털 색깔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장끼 한 마리입니다.
겁이 많고 예민한 새가 장끼라서 날아가지 않게 조심스럽게 인사말을 건넸어요.
“안녕! 장끼야.
여길 어떻게 찾아왔니? 반갑다.
숲속에서 가끔 널 만나지만
이렇게 가까이 내 곁을 찾아온 것은 처음이야.
무슨 사연이라도 있을까?”
▲ 장끼와 이야기 나누는 필자(삽화 = AI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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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장끼가 말했어요.
“할아버지도 혼자 오셨잖아요.
저도 할아버지를 이 산에서 가끔 뵙지만
인사는 드리지 못했어요.
그런데 오늘은 꼭 인사를 드리고 싶어서 찾아왔어요.”
장끼가 어떤 새인가요?
‘장끼’는 꿩의 수컷을 가리키는 이름입니다.
장끼라는 이름 유래는 여러 설이 있지만 ‘장(웅장한, 또는 장군, 대장부, 남자)이라는 뜻의 단어와 기(새)’는 갈매기, 기러기 등의 기, 새라는 뜻의 단어가 합쳐진 것이란 게 정설이랍니다.
암꿩인 ‘까투리’는 가시버시, 가시나의 가시(여성)가 줄어든 ‘까’에 일본어 토리(새)의 어원이기도 한 ‘두리(새)’가 합쳐진 것으로 추정하는 설도 있습니다.
또한, 장끼와 까투리라는 이름은 각각 수컷과 암컷 꿩의 울음소리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는군요.
장끼는 수컷 꿩의 울음소리 “장끼장끼”에서, 까투리는 암컷 꿩의 울음소리 “까투리까투리”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 장끼와 까투리의 각기 다른 특징적인 외모와 패션(삽화 = AI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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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장끼’의 외모 패션을 보세요.
암꿩 까투리와는 달리 수컷 꿩 장끼는 화려한 옷 색깔이 산 중에 그 어떤 조류보다 뛰어나게 눈에 띄는 멋쟁이지요.
행동은 어떤가요? 민첩하고 번개처럼 빨라 사람들은 좀처럼 접근하지 못합니다.
그런 녀석이 내 곁에 다가오다니, 놀랍기만 합니다.
순간적으로 사진을 찍고 싶었어요. 손자에게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장끼가 손사래를 쳤어요.
“할아버지, 제 모습을 예쁘게 봐주시고 칭찬하시는 것은 고맙지만 사진을 찍지는 마세요.
저의 초상권 문제는 제 아내의 허락이 필요해요. 제가 워낙 털 패션이 뛰어나기 때문에 바람을 피울까, 아내가 신경을 많이 쓰지요.
그리고 자칫 노출되면 잡아가려는 사람이 많아요. 인간 세상은 험악하잖아요.”
자연의 세계에서 바라보는 인간 세계는 저렇구나 싶어 내심 놀라고 있는데 꿩이 ‘꿩 답게’ 말했어요.
“할아버지 곁에 제가 이렇게 찾아온 것은 다름이 아닙니다. 할아버지가 자주 쓰시는 ‘수필동화’ 주인공이 되고 싶어요.”
그러면서 장끼는 초등학생 손자를 언급했어요.
“할아버지가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럽고 예쁘게 여기는 손자를 자주 만나시지 못하잖아요.
주말에도 손자가 공부하느라 할아버지 손 잡고 산에도 못 오잖아요. 손자가 유치원 시절에는 이곳 도솔산에 자주 올랐는데 이젠 어렵잖아요.
할아버지 혼자 맨발 걷기 하시는 걸 보고 오늘은 제가 외롭지 않게 말벗이 돼 드리고 싶어서 찾아왔어요.”
반갑고 고마운 마음에 이렇게 말했어요.
“장끼야, 넌 이름도 대장부답게 씩씩하고 깃털도 이쁜 데다가 인사성도 예의 바르고, 말솜씨도 뛰어나는구나.
그런데 이 할아버지는 너의 신발을 신지 않은 맨발을 바라보면서 야릇한 ‘동지의식’을 느낀다.”
꿩도 맨발, 할아버지도 맨발, 우리는 ‘숲속 동지’가 아닌가요?
▲ 맨발로 살아가는 산새(꿩)와 동류(?)의식으로 비교하는 할아버지의 맨발(사진 =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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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더니 장끼가 재미있다는 듯이 꿩꿩 웃었더니, 이렇게 답했어요.
“할아버지가 더 재미있어요. 맨발 운동하시는 할아버지는 산행 중에 만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맨발이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시지요?
그런데 저까지 맨발을 확인하시다니, 놀라워요. 사실, 인간도 원시시대에는 맨발이었어요. 우리 새들과 같이 맨발이었잖아요.”
장끼의 말이 하도 재미있어서 저도 크게 웃었어요.
“우하하하, 그러고 보니, 너와 나는 지금 ‘맨발 동지’로구나. 지구에너지를 함께 느끼는 동지 말이야.”
이렇게 장끼와 즐겁게 대화하는데 아내인 듯한 암꿩 까투리가 나타났어요.
“여봇, 여기서 뭣해용. 큰일 나용. 인간들과는 상종해선 안 돼용. 언제 잡혀 먹일지 몰라용. 빨리 달아납시다. 어서용.”
▲ 장끼와 할아버지가 정겹게 이야기 나누는데 암꿩 까투리가 아내의 자격으로 끼어들었다.(삽화 = AI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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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장끼가 침착하게 암꿩 까투리 아내를 달랬어요.
“오늘 내가 만나 뵌 할아버지는 그런 분이 아니라오. 손자를 끔찍이 사랑하시는 만큼 자연에도 사랑을 아낌없이 베푸시는 수필작가 분이거든요.
할아버지가 쓰신 수필동화가 블로그에 엄청 많아요. 수필작가 할아버지의 작품 속 주인공이 된다는 것은 큰 영광이라오.
더욱이 손자가 읽는다고 생각해 봐요. 얼마나 즐겁고 보람 있고 값진 일인가요.”
▲ 장끼와 까투리 부부와 즐겁게 이야기 나누는 필자(삽화 = AI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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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암꿩이 수줍게 웃으면서 말했어요.
“아이고, 그런 줄도 모르고 저는 남편을 공연히 다그쳤네용. 죄송해용. 할아버지~.”
장끼와 까투리는 더는 낯선 사람에게도 경계심을 갖지 않고, “꿩~ 꿩~” 노래하기 시작했어요.
그 힘찬 노랫소리가 도솔산 ‘정림공원’ 숲속 골짜기를 팡파르처럼 흔들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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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상평
윤승원 수필가의 「도솔산에서 만난 장끼와 까투리 부부」는 짧은 이야기 안에 여러 층위의 문학적 매력을 촘촘히 담아낸 작품입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점은 ‘수필’과 ‘동화’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넘나드는 형식적 유연성입니다.
실제 체험에서 출발한 사실성 위에, 동물이 말을 걸어오는 환상성이 얹히면서 독자는 현실과 상상의 경계에서 부드럽게 머물게 됩니다.
이때 이야기의 중심은 사건이 아니라 ‘관계’이며, 그 관계는 곧 따뜻한 정서로 확장됩니다.
대화 방식 또한 매우 인상적입니다.
장끼의 말은 예의를 갖춘 신사적 어조로, 까투리는 사투리 섞인 친근한 말투로 표현되어 각 개체의 성격이 또렷하게 살아납니다.
특히 “초상권”이라는 인간 사회의 개념을 꿩의 입을 통해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부분은 이 작품의 독창성을 잘 보여줍니다.
이는 단순한 웃음을 넘어, 인간 중심적 사고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장치로 작용합니다.
자연과 인간의 교감은 이 작품의 핵심 정서입니다.
작가는 ‘혼자 걷는 노인’과 ‘경계심 많은 야생의 새’라는 서로 다른 존재를 만나게 하여, 신뢰가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조용히 보여줍니다.
장끼가 먼저 다가와 말벗이 되어주는 설정은 인간이 자연을 향해 다가가는 기존의 시선을 뒤집으며, 자연 역시 교감의 주체임을 일깨워 줍니다.
이 점에서 작품은 생태적 감수성과 더불어 관계의 윤리를 담고 있습니다.
또한, 손자를 향한 사랑이 이야기의 깊이를 더합니다.
장끼가 손자의 존재를 언급하며 ‘수필동화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대목은, 창작의 동기가 가족애에서 비롯된 것임을 은은하게 드러냅니다.
이는 독자로 하여금 이야기 속 따뜻함을 더욱 진실하게 느끼게 합니다.
어린이 독자의 관점에서도 이 작품은 매우 친근하게 다가옵니다.
장끼와 까투리라는 익숙하면서도 개성 있는 산새 캐릭터, 리듬감 있는 대화, 그리고 잔잔히 웃음을 머금게 하는 유머는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동시에 ‘자연을 함부로 대하지 말자’,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자’는 메시지가 무겁지 않게 스며 있어 교육적 효과도 자연스럽습니다.
특히 작가가 장끼라는 새에게 “너와 나는 지금 ‘맨발 동지’로구나. 지구에너지를 함께 느끼는 동지 말이야.”라는 유머를 유쾌하게 구사하는 장면은 감탄을 자아내게 합니다.
『꿩도 맨발, 할아버지도 맨발, 우리는 ‘숲속 동지’』라는 표현은 윤승원 작가 특유의 독창적 시각입니다.
자연과 인간이 얼마나 친화적인지 ‘동심의 눈높이’에서 흥미롭게 잘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결국, 이 작품은 ‘작은 만남 하나가 어떻게 따뜻한 이야기로 피어나는가’를 보여주는 수필동화의 모범적인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담백한 문장 속에 깃든 정감, 유머와 성찰의 균형, 그리고 인간과 자연을 잇는 다리로서의 문학적 역할이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을 남깁니다. ♧
📚 (雲峯, 윤승원 수필 전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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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창원에서 김 선생님 소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