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한국 축구의 시계를 거꾸로 돌려놓고 있는 본프레레 감독이 사실상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수능을 치른다. 남북통일축구(14일)와 2006년 독일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 사우디아라비아전(17일)이다. 지난해 7월 한국 축구의 수장이 된 본프레레 감독은 총 23번을 싸워 10승8무5패를 기록했다. 특히 일본, 중국, 북한이 참가해 최근 막을 내린 동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는 2무1패로 최하위를 마크, 현재 거센 퇴진 압력을 받고 있다.
조광래 스포츠조선 해설위원은 "경질을 운운할 수 없지만 분명 본프레레 축구에는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조 위원으로부터 본프레레호의 문제점과 향후 풀어야 할 숙제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히딩크와 본프레레
본프레레 감독의 옹고집이 화를 낳고 있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은 달랐다. 그는 6개월간 포백을 고집하다 '오대영'이라는 별명까지 얻는 수모를 겪었다. 사실 한국 선수들은 어린 시절부터 맨투맨 수비에 길들여져 포백에 대한 지식이 없다. 그렇다보니 공간 수비를 요구하는 포백시스템의 순간 대처 능력이 현저히 떨어져 대량 실점을 허용하는 악순환을 계속했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은 결국 코칭스태프와 축구인, 그리고 미디어와 팬들의 목소리를 받아들여 스리백으로 전환했고, 이는 월드컵 4강 신화의 초석이 됐다.
또 하나 히딩크 감독은 한국 선수의 자질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이는 훈련에서도 이어졌고, 선수들은 중점적이고 반복적인 실전 훈련을 통해 단점을 보완하면서 세계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비해 본프레레 감독은 A대표팀을 맡은지 1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한국 선수들의 장단점을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 본프레레 감독도 이젠 귀를 열고 주위의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전술이 없다
본프레레 감독은 줄곧 스리톱을 쓰고 있다. 하지만 동아시아대회에서도 드러났지만 공격이 너무 단조로울 뿐 아니라 운영의 묘를 전혀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골은 계속 터지지 않을 수 밖에 없다. 특히 좌-우측 터치 라인을 따라 이루어지는 공격은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박지성이 입성한 맨유의 공격을 한 번 들여다보자. 퍼거슨 감독은 오른쪽에 호나우두와 왼쪽에 박지성을 세우는 다양한 전술을 프레시즌동안 연마했다. 호나우두는 사이드 돌파에 능하고 박지성은 사이드와 중앙을 넘나드는 데 매우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어 이들이 완벽한 호흡만 자랑한다면 다양한 패턴의 공격을 창조할 수 있다는 감독의 복안이다.
본프레레호도 마찬가지다. 유기적인 협력 플레이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한 쪽 사이드에는 1대1 돌파가 가능한 선수를 기용하고, 다른 한 쪽에는 폭넓은 공간을 활용해 게임을 푸는 능력을 가진 선수를 쓸 경우 공격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본프레레 감독은 선수 기용에 대한 생각의 틀부터 바꿔야 할 것 같다.
슈팅 남발도 문제다. 무분별한 슈팅은 공격의 맥을 끊기 일쑤다. 또 수비라인에선 부정확한 긴 패스로 최전방 공격수에게 직접 연결하기 보다는 짧은 패스로 미드필드를 거치는 안정된 플레이가 요구된다. 코너킥과 프리킥 등 세트플레이도 절실히 보완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남은 과제
본프레레 감독의 경질 여부는 기술위원회의 몫이다. 하지만 본프레레 감독은 분명 문제점을 드러냈고, 세밀한 전술을 앞세운 플레이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2006년 독일월드컵까지는 약 10개월이 남았다. 만약 본프레레 감독을 계속 중용할 경우 수석코치로 외국인 코치를 앉힌다는 생각은 버려야한다. 한국 축구를 파악하는데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 월드컵에 대비해 조기에 엔트리를 확정, 반복적인 훈련으로 조직력을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 축구의 체질 개선이 절실히 필요하다. 박주영 같은 선수를 많이 배출하기 위해서는 한국 축구가 클럽시스템으로 가야한다. 늦어도 많이 늦었다. 지금이라도 대한축구협회, 프로축구연맹, 프로구단이 중지를 모아 하루 빨리 클럽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또 향후에는 외국인 감독에게 의존하는 모습도 점점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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