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이토록 잔인 할 줄이야!
몇일 전 몇 가지 생활용품 구입하러
Home plus에 가려고 내려가는 김에
재활용품 모은 것 분리수거 하기위해
계단을 내려 막 돌아서는데
초등학생 3학년 또래 남자 아이들 3명이 지나가다
재활용품에 부딧친 한 아이가
아야! 소리쳐
나는 놀라서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아이는 연이어 아야! 하면서 걸어가고
두 아이들은 히죽히죽 웃으면서 따라가다가
한아이가 뒤돌아보면서
"할머니! 얘 지금 쇼 하고 있어요! 걱정마세요!"
세 아이가 서로 밀며 당기면서 가는
장난 끼 넘치는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조금 다치면 아야! 하며 호! 해달라고
어리광 부리던 손주들 어린아이시절모습이
문득 떠올라
"아가! 이리 오너라!
할머니가 호 해줄게" 불렀더니
가든 발길 멈추고 돌아 서서
나를 빤히 쳐다보면서 큰소리로
"싫어요 ! 할머니들 입에서 냄새나요"
그 말 듣는 순간
뒷통수를 세게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아찔하며 명치끝이아파와
아이들 뒷모습을
한참동안 멍하니 바라보았다
착잡한 마음으로 Home plus에서
대충 물품구입하고 부랴부랴 집으로 돌아와
구입한 물품 풀지도 않고
60여년 친구인 시누에게 전화를 하였다
"고모! 가그린 자주 해? "물어보니
고모는 가그린을 아니 한다 하기에
당장 가그린 사다 자주 가그린 하라 하였더니
때 아닌 가그린 말을 왜? 하느냐 묻기에
열을 내면서 아이들의 이야기를 하였다
고모는
"아이들 말이 옳아! 늙은이한테 입 냄새 나"
70여년 넘도록 온갖 것들 다 먹다 보니
이 하나하나 망가지기 마련
자연 입 냄새 나는 것이 당연하다하며
지하철 노인석에서 늙은이의 입 냄새에
가끔 고개를 돌릴 때가 있었다고
언제 우리가 이렇게 늙었을까!
고모의 물기 젖은 말에 내 눈시울이 붉어지다
해는 고운 노을빛에 아름다움 품은 체 지는데
사람의 늙음은 왜? 이토록 추할까!...
내 귓가에 맴도는 아이의 목소리
"싫어요 ! 할머니들 입에서 냄새나요"
아! 세월이 이토록 잔인 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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