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를 고쳐 앉아 읽게 되는 글
임병식rbs1144@daum.net
수필은 쓰기 쉽지 않다. 엄살이 아니라 실제로가 그렇다. 공직자가 임지에 부임하며 듣게 되는 말 중에는 흔히 ‘ 울고 갔다고 웃고 돌아온다거나, 웃고 갔다가 울고 나온다’고 하는데, 수필쓰기가 마치 그렇지 않는가한다. 물론 수필쓰기는 후자에 해당된다.
수필을 일러 붓 가는 대로 쓰는 글이라고 하니까 그렇게 마구잡이로 써도 되는 글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수필을 좀 오래 써온 사람은 좋은 수필쓰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잘 안다. 문학성도 살려야하는데다 감동도 담아내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필을 전문으로 쓰는 사람도 일생동안 제대로 된 글 한편 남기기가 어렵다.
나는 편집 주간을 하면서 들어온 작품이 ‘자세를 고쳐 앉고 읽게 하는 글’은 없을까 하고, 매번 기대를 한다. 그러나 기대는 번번이 빗나가고 만다.
그 이유는 무얼까. 나는 그 점을 수필가가 작품을 쓰면서 너무 안이한 자세로 임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김태길 선생의 말씀대로 ‘인품의 탁월함과 글재주의 탁월함’을 지닌 사람이라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면 문학적 치열성이라도 보여줘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아쉬운 것이다.
언필칭 지금을 수필의 시대라고 한다. 실제로도 매달 수많은 작품이 쏟아져 나온다. 한데, 그런데도 주목받은 작품이 드문 데는 또 다른 이유로 자기 작품을 남과 견주어 차별화 하고, 자기 작품도 시야를 넓혀 다양하게 쓰지 않는데 있지 않나 싶다.
마치 빵 틀에서 구어 낸 규격화된 붕어빵처럼 이 글이 저 글 같고 저 글이 이 글 같은 비슷비슷한 글을 누가 선호할 것인가. 표현력이라도 뛰어나다면 모르지만 그렇지도 않는 글을 바쁜 현대인이 읽어줄 것인가. 시쳇말로 어느 집단을 비하조로 ‘자기들끼리만 바쁘다’는 말을 쓰지만 혹여 써낸 작품을 수필작가들끼리만 돌려가며 읽지 않는지 모를 일이다.
그래서 하는 말이지만, 한편의 수필작품을 완성함에 있어서는 표현기법의 다양화 추구는 물론, 남들이 감히 보지 못하는 부분을 보고, 남들이 표현하지 못하는 것을 표현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그래야 생명력을 얻고 독자로부터 외면당하지 않으며 선선함을 주지 않을까.
예전에 어느 시인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그는 시어를 고르면서 백성, 민족, 겨레를 생각하다가 ‘족속’이란 말을 떠올리고 그걸 썼더니 시가 살아나 기쁘더라는 말을 하는 것이었다.
그처럼 무엇에 천착하는 자세는 수필을 쓰는 작가에도 필요하지 않을까. 수필도 문학인 이상 그러한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여기다가 하나를 더 보태자면 작품이 좀 재미가 있어야하겠다는 것이다. 어느 대목에서 빙그레 웃음을 웃게 하거나, 무릎을 치게 하는 데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한정된 지면으로는 다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놓친 아쉬운 부분은 필자가 따로 메모해둔 짧은 글로써 대신하고자 한다.
<내가 만나보고 싶은 작품>
나는 새해에 다음과 같은 작품을 만나기를 소원한다. 그냥 그렇고 그런 수필이 아니라 자기 이름을 걸고 써낸 작품.
정서적으로 순화되어 글을 읽고 나면 감동이 묻어나오고. 무언가 하나라도 독자에게 시사점을 던져 주거나 얻은 게 있는 글.
아름다운 인품을 함께 접할 수 있는 글을 만났으면 한다. 구성과 표현이 자연스럽고 짜임새가 있으며, 자랑 같은 건 도려내 버리고, 식상한 비유 신선도가 떨어지는 인용구를 사용하지 않은 참신한 작품을 만나기를 바란다.
수필은 본래 자기의 느낌과 체험, 자기 이야기를 쓰는 것. 굳이 남의 이야기를 쓸 때도 자기의 해석은 필요하다. 그리고 글은 모름지기 주제가 살아나게 쓸 일이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화소 하나하나가 중요하다. 그것을 자기화하여 소화하여 쓰되, 남들은 이런 생각, 이런 체험은 하지 못했을 거야 하는 그런 자세로 쓴 글을 만나기를 바란다. 그러기를 소망한다. (2009)
첫댓글 진실로 수필쓰기는 지난한 일인가 봅니다 저는 입문의 순서를 생각합니다 문학의 틀을 갖추고나서 수필을 써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므로 수필쓰기로부터 문학적 역량을 갖추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 여겨집니다
전에 쓴 글인데 어디에 보여서 옮겨놓았습니다.
여려서부터 문학을 접한 사람은 그렇지 않는데 중도에서 시작한 사람은 어딘가 모르게 부족하고 아쉬운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