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2022 무너진 민생치안 ①] 국민들의 일상이 위태롭다
데일리안
이한나 기자
2022.01.01
경찰청 전경 ⓒ뉴시스
지난 한 해는 국민들의 일상 생활과 밀접한 아동학대, 데이트폭력, 층간소음, 음주운전에 의한 교통사고 등 이른바 '민생범죄'가 봇물을 이뤘다. 전문가들은 민생범죄의 범죄수법 등 죄질과 강도가 갈수록 나빠지며 강력범죄로 치닫고 있다면서, 차기 정부가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한다고 촉구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1년 1~11월 아동학대 검거 건수는 1만588건으로 전년(5551건)과 비교해 90.7% 늘었다.
이른바 '정인이' 아동학대 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사면서 '정인이법'이라고 불리는 아동학대방지법이 도입되기도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은 2월 9일, 친부모가 맡겨둔 10살짜리 여아를 이모 부부가 발로 짓밟아 늑골을 부러뜨리는 등 폭행하고 욕조 물에 집어넣는 '물고문'으로 살해한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인 2월 10일에는 경북 구미의 한 빌라에 3세 여아를 홀로 방치해 숨지게 한 친모와 친언니가 체포되기도 했다.
데이트폭력을 넘어선 연인 살인과 보복도 끊이지 않았다. 연인 혹은 헤어진 연인 사이의 범죄는 올해 1~10월에만 8493건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피해자가 여성인 경우가 65.3%, 남성인 경우는 13.4%, 쌍방인 경우는 21.1%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해 11월 20일, 서울 중구에서는 전 남자친구의 스토킹에 시달리던 여성이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고 있었음에도 사건 당일 피의자와 마주쳐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이 발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송파구 잠실동에서 신변보호를 받고 있는 전 여자친구의 집을 찾아가 그의 어머니를 살해하고 동생을 중태에 빠뜨린 사건도 있었다.
층간소음이 개인 간 감정싸움에서 잔혹한 범죄로 번지기도 했다. 지난달 15일 인천 남동구 한 빌라에서 층간소음 다툼으로 아랫집 일가족에 흉기를 휘두르는 사건 발생했다. 당시 출동한 경찰관이 피해자가 흉기에 찔린 것을 목격하고도 아무런 조치 없이 현장을 이탈해 빈축을 샀다.
뿐만 아니라 음주운전 처벌과 단속 기준을 강화한 '윤창호법'이 시행된 지 2년이 지났지만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사고도 여전히 자주 발생하고 하다. 지난해 10월 7일 대전에서는 횡단보도를 건너던 젊은 남녀 2명이 음주운전자의 차에 치여 1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도주했던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8% 이상으로 면허취소 수준이었으며 징역 11년을 선고 받았다.
인천 남동구 한 빌라에서 층간 소음으로 문제로 아랫층 이웃과 갈등을 겪다 일가족에게 흉기를 휘둘러 다치게 한 40대 남성이 24일 오전 인천 남동구 남동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뉴시스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 등 급격한 사회변동으로 민생범죄의 폭력성이 강화되거나 범죄가 더욱 잔혹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과거 위험한 범죄로 인식하지 못했던 층간소음이나 아동학대, 음주운전에 의한 사망사고 등의 범죄가 강력범죄로 이어지고 있는 데도 경찰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민생범죄의 강력범죄화는 사회시스템 이론에서 보면, 코로나 영향으로 지역사회의 유대가 약화되면서 반규범적 행위가 강화돼 표출되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며 "이런 범죄를 초기에 막지 못한 경찰의 대응과 더불어 제도와 시스템 문제도 반드시 짚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거리두기 방역지침 등으로 집이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시간을 더 보내게 되면서 아무래도 스트레스가 더욱 가중되고 있다"며 "이러한 스트레스가 사람들의 폭력성을 강화시켰다고 볼 수 있고 가정폭력과 아동학대, 층간소음 등의 범죄가 더욱 격해지고 잔혹해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배 프로파일러는 이어 "경찰 사이에서 자잘한 절도 등을 일컫는 '민생범죄'가 강력범죄로 이어지고 있는 데도 이 용어를 쓰는 경찰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면서 "과거에 중요 범죄로 인식되지 않았던 아동학대나 스토킹, 데이트폭력, 층간소음 등이 강력범죄로 되고 경찰이 무능한 대응을 하면서 시민들의 체감상 치안 위험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시민들이 나도 피해를 당할 가능성이 있고 항상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통계상으로는 코로나 영향으로 범죄 수치가 감소했을 수 있지만 잔혹한 수법 등 범죄의 질과 강도는 코로나 이후 더욱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결국 경찰의 매뉴얼이 체계적으로 잘 잡혀있다 하더라도, 미흡했던 훈련 등의 문제가 현장대응에서 고스란히 나타나며 민생범죄가 강력범죄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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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https://www.dailian.co.kr/news/view/1067386/?sc=Na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