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은 쉬고 마치 평일의 업무가 되어버린 듯 우리는 만보행을 또 나섰습니다. 세화해수욕장 근방 하나로마트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거기부터 천천히 걸어서 긴 세화포구도 둘러보고 완이 방파제 위에도 걸어보게 하고... 가을날씨는 반짝반짝 그 자체, 바닷물과 해변 빌레들(바닷가 현무암 더미들), 해변가까이 몰려있는 갈매기들, 모든 것이 평화롭습니다.
세화포구 끝나는 지점부터는 벵듸고운길이라는 명칭이 붙었나봅니다. 오늘은 해녀분들도 부지런히 물질하는 모습이 바다에서 바로바로 잡힙니다. 한 포구에서는 해녀들이 잡은 소라가 한가득입니다. 저 많은 것들을 어떻게 가지고 왔을까싶을 정도의 양들입니다. 물안경을 벗어제끼고 있으니 허리굽고 다리가 휘청이는 노인분들인데도 힘들이 장사인 듯 합니다.
5500보 터닝포인트로 잡은 도깨동산에는 커다란 빌레 절벽이 장관입니다. 여기는 여타 빌레보다도 파도에 의한 깎여진 풍경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높은 빌레 사이 커다란 낮은 공간에 우리가 잠시 놀다갈 기가 막힌 바닷가를 찾았는데 3미터 정도 내려가야 합니다.
이 정도 높이는 완이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안되고 태균이는 조심조심 별 문제없이 내려오고... 준이가 문제입니다. 아예 내려오지도 못하고 그저 밑에만 바라다 봅니다. 같이 손잡고 내려올 수도 있는데 준이 덩치가 있다보니 좀 위험할 수 있어 그저 스스로 움직여주길 바랄 뿐입니다.
결국 완이가 바다에서 놀아야 하는 두 시간 동안 준이는 절벽 위에서 우리만 지켜보고 있네요. 태균이도 한참 바다를 즐기고... 걷기와 바닷즐기기가 마치 하루 코스같이 자리잡혀 가네요.
결국 절벽타기 시도조차 하지않는 준이를 보며 시각처리 기능에 따라 삶의 질이 결정적으로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음을 현장에서 보게 만듭니다. 재미있는 경험의 제한, 눈의 한계는 이렇게 하고싶은 행동을 묶어버리기도 합니다. 높이가 있어 보이기는 하지만 계단식으로 암석이 잘 놓여있어서 거의 위험하지 않은데 준이 눈에는 절대로 그렇게 보이질 않나봅니다.
신나게 걷고 신나게 놀고 돌아오는 길, 늘 느끼는것이지만 완이는 잠시도 입을 가만두지 않습니다. 끝없이 먹기... 자기가 멘 가방에 들어있는 귤과 빅파이는 완이에게는 최고의 행복덩어리입니다. 그런 기쁨이라도 있어야 되겠지요. 그래도 얼마나 늠름하고 경쾌하게 걸어다니는지 이건 정말 칭찬감이죠.
26일 태균이 신장검진 때문에 잠시 용인에 다녀와야해서 마음이 바빠집니다. 내일 하루 만보하면 내일모레는 출발해야 26일 검진을 무사히 마치고 올 수 있습니다. 뱃살빼기에 좋은 신호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하루 만보걷기가 도움이 클 듯 합니다.
첫댓글 아, 준이씨가 많이 안타깝습니다.
태균 형님의 검진 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제주도에 얼릉 복귀하시길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