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松
西洲 최성용
오래된 백송
신비로운 흰빛의 얼룩무늬
옮겨심기를 싫어해
한번 터를 잡으며
안 바꿔 주려는 습성
장미처럼 요염한 꽃도 못 피우며
화려한 향기 발산도 못 하고
뭇 나비 부를 줄도 모른다.
시선을 끌지 못해 한적한 편이라
고요 속의 소요
명상에 잠기게 한다.
노송은 비록 몸이 늙어
딴 나무 받침에 의지하지만
잎의 지조만은 그 기개가 좋고
깊은 솔의 향취
긴 폭풍우에 시달림으로
노숙한 체구
스스로 허물 벗고 흰 속살 드러내어
홀연히 서 있는 모습
삶의 준엄함을 보며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그러면서 사는 명분도 만들고
인생은 쓸쓸하면서도 관조적이랴
獨白
瑞洲 최성용
낙엽을 쓸며
장마에 젖은 나뭇잎을 헤집는다
그 속에서도 살아 숨을 쉬는 벌레
속이 텅 빈 매미 한 마리
그렇게 징징
짝을 찾아 울어 대더니만
칠 년을 땅에 묻혀 살다
칠일 만에
새로운 세상으로 가나 보다
쓸어 버리려는 순간
찌리리 전율을 느낀다.
낙엽도 매미도 두고 가라고
완벽보다 미완이 나올 것 같아
그냥 지나간다.
고마워
말이 들려오는 듯
조금씩 사라져 가는
생명의 담담한 모습
자연과 하나가 되는 조화로움
이토록 짧은 생에서
애달픈 사랑의 몸부림
자기 모습을 비춰보고
진정한 삶의 지혜를
배우게 하는 하루
우연한 만남 (遭遇)
瑞洲 최성용
화분에서 키우기 어려워
정원에 옮겨 심은 사철나무
태풍이 몰고 온 비바람
장마가 지난 초가을
구사일생 살았음을 보았다
살아남기 위하여
안간힘 썼을 것이다
뿌리에 내린 생명의 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가슴 먹먹한 이야기
사람과 나무
포기시는 과감히 자기를 버리고
공존을 위해선 제 살을 내어주고
빌리는 그것도 같다.
빨갛게 온몸을 불태우는 꽃무릇
정원 곳곳에서 발그레 반기고
노란 버섯도 망태 쓰고 와 반기는 오후
다시 돌아온 마음의 쉼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