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격수 자격화 과정을 다녀와서
입력 2023. 06. 07
이창민 하사 수도방위사령부 군사경찰단
군 내·외부적으로 초급간부 역량에 관심이 높아지는 요즘, 나는 이러한 관심에 부응하고자 ‘저격수 자격화 교육과정 23-1기’ 입교를 신청했다. 하지만 이 교육은 희망한다고 참여할 수 있는 교육이 아니었다. 매 기수마다 부대에 할당된 인원이 매우 적었다. 그중에서도 입교평가를 통과한 인원에게만 교육 기회가 주어졌다.
그럼에도 내가 이 교육을 꼭 가고자 했던 이유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저격수의 중요성을 매우 크게 느꼈기 때문이다.
또 베트남전쟁 당시 활동했던 미 해병대 저격수 ‘카를로스 헤스콕’의 이야기도 단단히 한몫했다. 헤스콕은 1.5㎞ 거리를 4일 동안 포복으로만 이동해 적진에 침투한 뒤 적 장군을 사살하는 엄청난 전과를 세운 인물이다. 이 이야기를 듣고서 ‘나도 부대 전투력에 보탬이 되는 저격수가 되고 싶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그래서 ‘꼭 입교하고 말겠다’는 각오로 입교 준비를 시작했다. 입교평가는 이론과 정밀사격으로 구분돼 있었다. 고득점 순으로 입교자를 선발하는 상대평가 방식이었다.
나의 간절함을 알아차린 중대장님은 해당 교육을 다녀온 선임과 나를 1대1 매칭해 주셨다. 나만의 ‘일타강사’가 생기는 순간이었다. 선임은 교육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과 함께 많은 노하우를 알려줬다. 그리고 부대에서 입교 전 저격수 사격 기회를 마련해줬다. 영점·정밀 사격 등을 연습하며 실력과 자신감을 키워나갔다.
입교평가 날이 다가왔다. 평가 대상자 명단을 확인했다. 저격반장, 저격부반장 등 저격수 임무수행 경력이 6~7년 이상 된 베테랑들이 다수였다. 그렇지만, 어렵게 얻은 교육 기회를 꼭 잡고 싶었기에 최선을 다했다. 입교평가 결과 최초 49명 중 합격자 17명에 들어 교육을 받게 됐다.
같이 합격한 16명의 교육생들은 특공연대와 신속대응사단에서 근무하는 저격수 부사관 선배들이었다. 나는 유일한 임기제 부사관이자 막내였다. 그래서인지 직무지식, 사격경험 등 무엇하나 선배들보다 나은 점이 없었다. 그러나 같은 시간과 공간에서, 같은 교육을 받는데 못 할 게 없다는 자신감을 갖고 더욱 열심히 교육에 임했다.
나의 간절함 때문이었을까. 저격수로서 나의 출발선은 다른 인원들보다 한참 뒤에 있었지만, 최종 결과는 달랐다. 나는 17명 중 1등으로 교육을 수료했다.
이제 내 왼쪽 어깨에는 ‘스나이퍼(SNIPER)’ 라는 또 다른 이름이 새겨졌다. 이 이름을 얻기 위해 노력하던 그때의 내 모습과 헤스콕의 사례를 언제나 기억하며, 부대 전투력에 정말 도움이 되는 최고의 저격수가 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다. 그 첫 단계로 나는 또 다른 도전을 준비하려 한다. 다음은 2023년 육군 최정예 저격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