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 가는 길
詩 윤석구
처음 가는 길입니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길입니다
무엇 하나 처음 아닌 길은 없었지만
늙어 가는 이 길은 몸과 마음도 같지 않고
방향 감각도 매우 서툴기만 합니다
가면서도 이 길이 맞는지 어리둥절할 때가 많습니다
때론 두렵고 불안한 마음에 멍하니 창밖만 바라보곤 합니다
시리도록 외로울 때도 있고 아리도록 그리울 때도 있습니다
어릴적 처음 길은 호기심과 희망이 있었고
젊어서의 처음 길은 설렘으로 무서울 게 없었는데
처음 늙어 가는 이 길은 너무 어렵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지팡이가 절실하고
애틋한 친구가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그래도 가다 보면 혹시나 가슴 뛰는 일이 없을까 하여
노욕인 줄 알면서도 두리번 두리번 찾아 봅니다
앞길이 뒷길보다 짧다는 걸 알기에
한 발 한 발 더디게 걸으면서 생각합니다
아쉬워도 발자국 뒤에 새겨지는 뒷모습만은
노을처럼 아름답기를 소망하면서
황혼길을 천천히 걸어갑니다
꽃보다 곱다는 단풍처럼
해돋이 못지 않은 저녁 노을처럼
아름답게 아름답게 걸어가고 싶습니다
여자들의 수다 그리고 젊은시절 좋아했던
탈렌트 이경진 등이 출연하는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
7월 12일자 프로그램에서 박원숙님이 낭송해 주어
이 시를 처음 들었습니다.
시를 듣는 동안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
돌아가신 세 분 누님 생각,
늙어 가고 있는 형과 우리 부부에 대한
인생을 바라보는 마음가짐에 대한 생각 등
많은 상념들이 스쳐 지나가면서
가슴이 먹먹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늙어 가는 이 길이 처음 가는 길이라 어렵지만
한 발 한 발 아름다운 발걸음이 되도록
노력해야 함을 마음 다잡아 봅니다.
첫댓글 메스컴의 저력을 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글을 읽고 감동하고 있네요.
감사합니다.
매스컴의 위력 대단하지요.
제가 회사에 다닐 때 잠깐 TV 인터뷰했는데
초등학교 졸업 후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친구를 포함하여
여러 명에게서 연락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