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장 구속사 강해
하나님 나라의 문화를 예표하는 성막
하나님은 애굽이라는 세상의 큰 세력 앞에서 멸망할 것처럼 보일 정도로 빈약하게 보였던 이스라엘을 부르시어 새로운 조직을 하고 가나안을 향해 진군하게 될 때에는 하나님의 나라를 표방하는 대표적인 군대로 부르셨다. 그래서 이스라엘 군대는 가나안에 있는 반신국적인 세상 나라의 문화를 제거하고 그곳에 하나님의 나라와 찬연하게 빛내는 문화를 건설하기 위해 부르심을 받게 되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이 가나안에 세울 나라의 성격에 대해서 출애굽기 20장에서 구체적으로 계시해 주셨는데 그것이 율법과 성막이었다. 이 율법은 가나안에 세울 이스라엘 나라의 헌법이었다. 그러므로 시내 산에서 헌법이 반포되었다는 것은 한 나라가 세워졌음을 상징한다. 그리고 그 나라의 문화적인 특성을 잘 표명해 주는 제도가 바로 성막 제도였다. 성막은 하나님 나라의 문화를 대표하는 상징물인 것이다.
1. 세속과 구별되는 하나님의 나라
율법과 성막은 이스라엘이라는 나라가 역사상에 구체적으로 한 형태를 이루고 등장하게 하는 표징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이전에는 이스라엘이 한 나라를 세웠거나 세상에 독립된 한 국가로 인정받은 것은 아니었다. 하나의 민족으로서 한 단위의 공동체는 이루었을지라도 그들이 한 나라로서 세속 국가들과 같이 동등한 위치를 차지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율법이 반포되고 성막이 세워짐으로서 이스라엘은 명실상부한 독립 국가로서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이스라엘은 출애굽의 과정을 지나면서 즉, 유월절과 홍해 사건 이후에 율법이 주어지고 성막이 건설됨으로서 외형적으로 국가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따라서 이제부터 이스라엘은 율법을 통해 인생의 길을 걸어나가고, 성막을 중심으로 하나님께 제사 드리는 제도를 통해 세상 나라와 구별되는 하나님 나라의 백성으로서 살아가게 되었다. 이처럼 세상 속에 독립된 한 나라를 세우고 독특한 교회 공동체로서 세상과 구별되는 사건이 바로 출애굽 사건이었다.
그러므로 이스라엘은 그들을 외형적으로 세상과 구별하는 요소를 출애굽 이후부터 가지게 되는데 첫째는 삶의 규범으로서 율법을 가지며 둘째는 하나님 나라의 문화를 상징하는 성막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스라엘은 이 율법과 성막을 중심으로 하나님 나라의 성품이 무엇이고 그 나라의 문화가 무엇인가를 세상에 드러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하여 이스라엘은 가나안 문화를 무너뜨리고 그곳에 하나님 나라의 문화를 세우기 위하여 그들과 전투를 수행하여야 했다. 그리고 그곳에 하나님의 나라가 존재하는 것과 하나님의 통치가 구현되고 있음을 외형적으로 온 세상에 드러내어야 하는 역사적인 사명을 가지게 되었다.
하나님은 친히 율법으로 이스라엘을 통치하실 것을 말씀하셨고, 하나님의 통치가 가져다 주는 문화의 성질에 대하여는 성막을 통하여 계시해주셨다. 성막은 이스라엘의 삶의 모형으로서, 그리고 전형적인 천국 백성의 삶의 모형으로 하나님께서 예표하신 것이다. 그러므로 이스라엘이 완벽한 한 나라를 건설한다는 것은 율법을 통하여 하나님의 통치를 구현하며, 그 통치에 따라 민족적인 특성(또는 품성)이 형성될 것인데, 그러한 삶의 모형이 성막을 통하여 구체적으로 제시되었다.
성막의 특성은 그 구조를 통해서도 알 수 있는데, 그것은 성소 안에 그룹들이 수놓아져 있다는 사실에서 찾을 수 있다. 이것은 마치 하늘에 있는 하나님의 궁전(Royal City)을 연상케 한다. 욥기나 이사야서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하나님의 궁전에서는 온 세상의 역사를 결정하는 곳이다. 즉 구속사와 세계사가 이 하나님의 어전회의에서 결정되는 것처럼 이스라엘의 중심에 성막이 세워졌다는 것은 이스라엘의 모든 역사가 이곳에서 결정되고 경영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성막의 구조에서 특이한 것은 성소와 언약궤가 있는 지성소를 휘장으로 구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위장은 아무나 하나님 앞에 나아갈 수 없다는 장애물로 설치되었다. 마치 에덴 동산에서 쫓겨난 아담과 하와가 다시 돌아올 수 없도록 하기 위하여 그룹들로 하여금 에덴 동산을 지키게 하신 것과 같다(창 3:24). 이 휘장에 그룹들이 수놓아져 있다는 것에서 그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성막에서는 제사 즉 예배의 형식을 통해 하나님을 만날 수 있도록 개방되었다. 비록 제사장이라는 중보자를 통해 하나님과 백성이 만나는 것이라 할지라도 언제든지 백성은 왕이신 하나님을 찾아가 경배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또한 제사장은 백성의 중보자로서 하나님 앞에 나아가 백성을 위해 간구할 수 있었다. 이 경우 백성은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하나님 앞에 나아가게 되는데, 제사장이 제물의 피로서 자신을 성결케 하고 난 후에 하나님 앞에 나아가는 것이 이것을 상징한다.
2. 구원받은 사람의 위치
이러한 성막의 제도는 곧 이스라엘 백성만이 갖는 문화적 특성이다. 세상 어떤 나라에서도 찾을 수 없는 이러한 문화적 특성은 하나님 나라를 대표한다는 점에서 그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 하나님께서 이런 제도를 세우신 것은 인생의 본연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방편으로 주신 것이다. 그 제도 자체가 인생의 궁극적인 완성을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니다.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고 하나님의 경륜의 진행에 알맞게 하기 위하여 필요에 따라 제도나 규례를 제정하시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러한 제도나 규례는 어디까지나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고 드러내는 일에 그 목적이 있다.
율법과 성막의 제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율법이나 성막 중심의 삶을 통하여 구원에 이르게 함이 아니라 이미 구원받은 하나님의 백성이기 때문에 그 백성답게 살아가도록 하기 위하여 주신 것이다. 율법을 통하여 하나님의 백성답게 자신을 감찰하고 항상 성막을 중심으로 하나님을 의지하며 살아감으로서 이 땅에서 인생의 본분을 현저하게 드러내라고 주신 은혜의 방도로서 주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삶을 지향하여 마침내 하나님의 통치를 이 땅에 드러내고 하나님의 영광을 찬연하게 빛내야 한다.
이스라엘이 애굽에서 노예의 신분으로 있을 때에는 국가를 세운다든지 혹은 민족적 의식을 바탕으로 자기 존재의 의식을 세우는 일이 없었다. 단지 자연인으로 존재할 뿐이었다. 이미 규격화되고 제도화된 상태로서 애굽에 속한 하나의 민족으로 살아갈 뿐이었다. 그러나 이제 율법과 성막을 소유한 이스라엘 백성에게는 신분상 현저한 변화가 발생했다. 이것이 구원이 가져다 주는 커다란 은혜인데, 종 되었던 위치에서 자유인이 되었다는 것은 자기 생명의 가치를 완전하게 발휘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그 안에서 구원의 참 뜻을 찾을 수 있다.
지금까지 애굽의 종이었던 이스라엘은 이미 짜여있는 프로그램 속에서 살아왔을 뿐이다. 그러나 이제 자유인이 되었다는 것은 각 개인이 자기의 이성을 발휘하고 자기의 능력을 사용하여 가장 자기답게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하여야 한다. 이스라엘이 애굽의 종이었다는 것은 그들이 사회적 제도 안에서 규격화된 생활을 해야 하는 제약을 받았음을 의미한다. 그 상태에서 이스라엘은 애굽 사회의 규격화된 하나의 부속품에 지나지 않았다. 인격을 가진 한 인간으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격이 말살된 상태에서 사회 구성에 필요한 하나의 사회적 부속품으로 한 평생을 살다가 죽을 뿐이었다. 그들은 바로가 설계한 프로그램을 순서에 따라 수행하는 정도일 뿐이다. 그 일을 수행한다고 해서 자기 자신의 존재의 의미를 부여하거나 부각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하나님께서 한 인간을 이 세상에 보내실 때에는 자기의 본연의 가치를 온전히 발휘하기를 원하신다. 그리고 성막 제도를 통해 우리는 하나님께서 경영하시는 우주적인 나라에서 자신의 인생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게 되는 것인가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출처: 기독신학공동체 글쓴이: 송영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