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나라의 평화가 강림한 순간
세상에서 가장 예쁜 얼굴은 엄마 젖을 먹다가 잠이 든 아기의 얼굴입니다. 젖을 먹고 배가 부른 아기는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습니다. 이른바 모든 것을 가진 듯한 표정이지요. 그런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도 곧잘 행복한 표정으로 함께 잠이 들고는 합니다. 바로 천국의 평화가 강림하는 순간이에요. 독일 화가 파울라 모더존 베커는 그림을 통해 천국은 바로 이런 모습이라고 확신에 차서 말하는 듯합니다.
잠든 엄마와 아기의 벌거벗은 모습이 무엇보다 인상적입니다. 모든 문명의 가식을 떨쳐버리고 순수한 생명의 연대로 하나가 된 엄마와 아기. 그 모습이 지극히 아름답습니다. 부드럽고 포근한 엄마의 살은 믿음, 소망, 사랑 같은 모든 아름다운 가치를 육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는 그런 가치를 추상적인 관념으로 알기 전에 이처럼 구체적이고 물리적인 실체로 깨달으며 자랍니다.
이처럼 모더존 베커는 모자 사이의 진한 사랑을 아름답게 그려 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불행하게도 자신의 딸을 낳은 지 3주도 채 안 되어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그림은 온전히 실현되지 못한 그녀의 살아생전 기대와 소망이 담긴 그림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그녀는 아기를 낳기 전 해에 이 그림을 그렸습니다).
비록 살아서 자신의 아이를 오래도록 안을 수는 없었지만, 모더존 베커는 이 그림을 통해 자신의 포옹을 영원한 것으로 만들어놓았습니다. 아이에게 평생에 걸쳐 줄 사랑을 미리 한 편의 그림 속에 전부 담아놓은 것이지요. 아이도 자라며 이 그림 앞에서 어머니의 따뜻한 사랑을 절절히 느꼈을 것입니다. 어머니가 늘 자신을 안아주고 있다고 느끼며, 외롭고 슬프고 힘들 때도 아이는 무너지지 않는 내면의 힘을 기를 수 있었을 것입니다.
어제는 고흐가 당신 얘기를 하더라 중에서
이주헌 지음
첫댓글 늘 좋은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