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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란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이와 같이 행복이라는 대상을 머리에 혹은 입에 담을 때, 우리의 관심은 그 정체가 '무엇'인지, '어떻게' 취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 전부였다[저만 그런 것은 아니겠지요?]. 그런데 이 책은 전혀 다른 각도에서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펼친다. 바로 '왜'이다. 우리가 행복이라는 감정을 왜 느끼는가 하는 것이다. 당신은 어떤가? 한번이라도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나는 없다. 단 한번도 이런 근원적인 질문을 누군가(스스로를 포함한)에게 던져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다.
우리는 간주하고 있다. '행복'이라는 것이 매우 철학적인 주제라고 말이다. 필자도 Chapter 3.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처럼 이는 아리스토텔레스로 대변되는 철학에 바탕을 둔 전통적인 관점[49쪽]이다.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이야기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에 관한 시각을 잠시 살펴보도록 하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이 추구하는 가장 궁극적인 목표를 행복이라고 보았다.. 인간 행위의 종착지는 행복이라는 것... 행복은 최고의 선[자신에게 좋은 것]이 되는 것...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일상의 일들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행복을 쟁취하기 위한 과정 혹은 수단.[46쪽]
저자는 책 Chapter 9.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관심을 둔 것은 정확히 말해 '가치 있는 삶'이지 '행복한 삶'이 아니었다. 우리가 이 둘을 혼동하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 좋은 삶과 행복한 삶이 뒤엉켜 있다.[186쪽]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선[좋음]을 추구하고 그 선들 중 최고의 것이 행복이라 말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궁극적으로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가고, 그것이 모든 인간의 삶의 지향점이 된다고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고과정의 결과 자연스레 선과 행복, 가치를 혼용하였고, 받아들이는 이들 역시 세 개념을 교차하여 이해하게 된 것입니다. 어쩌면 너무도 당연하게 여전히 셋을 혼동(필자의 언급처럼)하고, 필요에 따라 교차하여 끌어다 쓰곤 합니다.
사실 아리스토텔레스가 정말로 말하고자 했던 것은 '삶의 가치'에 대한 것이였던 듯 보이고, 거기에 '행복'이라는 부가적인 논제를 슬그머니 끼워 넣은 것인 듯 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로 대변되는 행복에 관한 철학적 관점을 제물로 삼아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행복에 대한'진화론[다윈]'적 해석이다. '행복'과 '진화', 언뜻 보더라도 부조화스럽기 그지없다. 도통 둘의 관계를 알 길이 없다. 하지만 전혀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하여, 뒤집어 본 결과 도달한 필자의 '행복'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생각은 이러하다.
「Chapter 2. 인간은 100% 동물이다」또 다시 알 수 없는 소리다. 차근차근 풀어가 보자. 먼저,
인간과 침팬지가 진화의 여정에서 갈라진 것은 대략 600만 년 전이라고 한다... 시간을 1년으로 압축한다면, 인간이 문명생활을 한 시간은 365일 중에 고작 두 시간 정도다. 364일 22시간은 피비린내 나는 싸움과 사냥, 그리고 짝짓기에만 전념하며 살아왔다. 동물이기 때문에. .. 우리는 1년 중 고작 두 시간에 불과한 이 모습에 너무 익숙해져서 어처구니 없게도 우리는 더 이상 동물이 아닌 줄 안다.[37쪽]
그래서?
일상의 경쟁들은 자연의 경쟁 앞에서 시시해 진다... 경쟁 중 최고의 경쟁은 생존인 것.[31쪽]
장기적 생존을 위해서는 자원을 확보해야 한다.. 두렵지만 길을 나서야 되고, 고단하지만 열 번을 찍어봐야 한다... 따라서 그 노력에 상응하는 보상이 필요하다. 쾌감(이).. 이런 역할을 한다.. 한번 맛보면 또다시 경험하고 싶어진다.[77쪽]
이제 조금은 이해가 되는가? 그렇다.
생명체는 행복해지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다. 생존이다...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상황에서 행복을 느껴야만 했던 것이다.[71쪽]
놀랍지 않은가? 혁명적이다.[184쪽] 한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상상도 못해 본 관점이다.
저자의 예시를 통한 설명을 들어보자. Chapter 4.의 동전탐지기다.
동전탐지기의 원리는 .. 동전이라는 목표물로 이끄는 역할..
‘삐’라는 신호음 대신 .. 뇌에 미세한 쾌감을 준다면? ... 목적(동전/생존)보다 그 목적 달성을 위한 신호(쾌감)에 더 관심을 갖게 되는 경우 말이다.[72쪽]
이것이 우리가 행복에 매달리는 이유일 수 있다는 설명인 것이다. 아마도.
[참고로 책에 인용된 대부분의 예시가 다 꽝인 것 같아요. 제가 보기에 필자는 예를 들어 설명하는 것을 즐기는 것 같습니다만, 흐름을 헤치기만 합니다. 그 중에서는 가장 설득력 있는 예시- 동전탐지기.]
저자는 '인간은 100% 동물이다.'라는 불편한 진실을 전하며, 그렇기에 인간은.. 행복에 대해 고민도 해보는 똘똘한 면은 있으나, 살아가는 궁극적인 이유는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두 가지다. 생존과 짝짓기[유전자 보존].[96~97쪽]라고 말한다. 관련하여 이런 재미있는 이야기도 해 준다.
남자들의 과소비가 심해진다고 한다. 짝짓기 경쟁이 심할 수 [있다는 간접적인 자극만으로].. 남자가 넘치는 도시일수록 남자들의 카드 빚과 부채율이 높다.. 돌 대신 돈을 무기로 들었을 뿐, 구석기 시대의 수컷과 뭐가 다른가... 어떤 남자가 다른 수컷들이 나타나면 자기가 무리하게 카드를 긁는다는 것을 의식하며 사는가? 그래서 완벽히 속는다. 자신은 동물들과 질적으로 다른.. 존재라고..[41쪽] _남자.. 그 존재의 하찮음. 참 한심하고 한편으로는 스스로가 가엽다고 느껴지기까지 한다.
또 다른 흥미로운 이야기로 넘어가 보자. '서문'에서 저자는 전한다.
행복의 가장 큰 결정변인이 '유전'이라는 점을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이 알고 있을지..[08쪽]이라고.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설명을 들어보자. Chapter 7.이다.
행복의 원인 중 사람들이 가장 과대평가하는 것이 돈과 같은 외적 조건이다.. 반대로 행복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대부분이 미처 생각지 않는 요인.. 행복을 연구한 석학들[의 대답은].. "유전, 더 구체적으로는 외향성."[138쪽]
"행복해지려는 노력은 키가 커지려는 노력만큼 덧없다.[유전적 영향에 의해 외향성 수치는 어느 정도 정해지(기에)[138쪽]]"
행복에 있어서 유전적 개입을 부인하는 학자는 없다.[132~133쪽]
학계의 통상적인 견해는 행복 개인차의 약 50%가 유전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133~134쪽]
설명을 짧게 들어보자.
행복한 사람들은 타인과 같이 보내는 사회적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다.[141쪽]
호모사피엔스의 행복전구는 사람들과 같이 있을 때 훨씬 자주 켜진다.[142쪽]
「Chapter 5. 결국은 사람(사회성)이다」라는 이야기다.
마지막으로 '어떻게'에 대한 이야기도 좀 해보자. 흔하거나 뻔한 이야기는 내버려두고, 다르고, 특이한 주장들만 살펴보자. Chapter 9.이다.
행복하기 위해 쾌락주의자가 되자는 말인가? 다소 그럴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처럼 [집단주의가 강한 문화일]수록 행복의 쾌락적 부분을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188쪽]
우리는 내일이 없이 즐겁게 사는 여름 베짱이를 한심하게 생각하도록 세뇌 받고 살았다. 두 가지 염려 때문에. 첫째, 쾌락주의자들의 즐거움은 저급하다. 둘째, 그런 삶의 말로는 한심할 것이다. 둘 다 근거 없는 염려다. 최근 연구들에서 나오는 결론은 오히려 그 반대다.[188쪽]
행복한 사람일수록 미래에 더 건강해지고, 더 성공하며, 사회적 관계도 윤택해지고, 더 건강한 시민의식을 갖게 된다.[188~189쪽]
이제 근본적인 물음으로 되돌아 가보자. 행복이란 무엇인가?[아리스토텔리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객관적인 행복(혹은 선)의 기준을 제시합니다. 육체적인 쾌를 추구할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가치, 즉 지적인 덕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것이 진정 가치있고, 비교할 수 없는 행복에 도달할 수 있는 방법이라 전합니다. 이상적인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쉽게 와 닿지는 않는 말인 것 같습니다.]
행복은 거창한 관념이 아니라 구체적인 경험.. 그것은 쾌락에 뿌리를 둔, 긍정적 정서들이다. 이런 경험들은 본질적으로 뇌에서 발생하는 현상이기 때문에, 철학이 아닌 생물학적 논리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189쪽]
저자는 글을 들어가며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Chapter 1 행복은 생각인가」에서 행복은 본질적으로 감정의 경험인데, 마치 머리에서 만들어내는 일종의 생각 혹은 가치라는 착각[16쪽]이라고 하며 흔히들 '행복해 지기 위해서는 생각을 바꾸라'라고 하는 말에 반대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 다시 얘기한다. Chapter 9.이다.
불행한 사람에게 생각을 바꾸라는 것은 손에 못이 박힌 사람에게 "아프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조언하는 것과 비슷하다.. 행복의 핵심인 고통과 쾌락은 본질적으로 생각이 아니다.[190쪽]
그리고 책의 마지막은 이렇다.
한국인이 하루 동안 가장 즐거움을 느끼는 행위는 두 가지로 나타났다. 먹을 때와 대화할 때... 문명에 묻혀 살지만, 우리의 원시적인 뇌가 여전히 가장 흥분하며 즐거워하는 것은 바로 이 두 가지다. 음식 그리고 사람.['생존'과 관련하여 책은 Chapter 5.에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건 사람이다… 왜 이토록 인간은 서로를 필요로 할까? .. 바로 생존.. ¹포식자들이 있는 한, 모든 동물의 생존 확률은 다른 개체와 함께 있을 때 높아진다.[82쪽]
진화의 여정에서 집단에서 소외된 동물은 '²[구하지 못하였을 때 빌릴 수 있는 ]비상 식량 장치'가 부족했고, 결국 죽음으로 연결됐다... ³짝짓기 상대가 없는 동물은 지구에서 사라졌다.[84쪽]
요렇게 사람이 사람을 필요로 하는, 좋아하는 이유를 밝히고 있습니다.]
행복과 불행은 이 장면[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음식을 먹는]이 가득한 인생 대 그렇지 않은 인생의 차이다.[190~191쪽]
계속적으로 이야기 하였지만, 먼저 대단히 흥미로운 책이었습니다. 전혀 생각이 미치지 못했던 행복의 존재의 이유(?)를 말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또한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놀랍고, 반이성적인 인간본성에 대한 실험 또한 재미있었습니다. 반면에 마지막은 아주 상식적으로, '사랑하는 사람과의 식사'가 행복에 닿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끝맺음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평이한 결말 또한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러나 기존에 가지고 있던 행복에 대한 생각을 뿌리째 흔들어 버리는 바람에 책을 읽은 후부터 후기를 남기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렸습니다. 생각을 정리하느라고요ㅋ 여하튼 행복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 저자에게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그럼.
첫댓글 '행복의 기원'이라는 제목과는 안 어울리는 내용이었던 듯 하네요.
오히려 '행복의 이유' 혹은 '행복의 작용' 정도가 적당할 것 같다 생각되었어요.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무언가가 있다면
가끔
철학이 아닐까 생각드네요
사고의 짙음은 다 철학인듯 하니..
인문학과 철학
어렵지만 그 묘한 짜릿함이 뭍어오는건 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