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프랑스의 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오드 메르미오가 임신 사실을 알게 되고, 임신중지를 결정한 뒤, 시술을 받기까지의 과정을 그래픽노블로 옮겼다. 또한 페미니즘 운동에 함께하며 임신중지 시술을 해온 의사이자 작가 마크 조프란(필명: 마르탱 뱅클레르)이 의사로서, 여성을 이해하고 그들에게 공감하며 진화해가는 모습을 담았다. 임신중지를 앞둔 여성들의 복잡하고 두려움 가득한 내면과 그들을 이해하고 위로하려는 가족과 친구들의 모습이, 녹색과 갈색, 노란색 등의 따뜻한 파스텔톤으로 단단하게 표현됐다. |
출판사 리뷰
“8년 전 나는 임신중지를 결정했다. 그리고 오늘에서야 그 이야기를 한다. 나는 차마 이름 부를 수 없는, 임신중지라는 애통한 사건을 이야기하기 위해 이 책을 쓰고 그렸다.”
사회적으로 강요된 죄책감과 애도에서 벗어나
8년 만에 그래픽노블로 털어놓은 임신중지의 고통과 괴로움, 그리고 가족애와 우정
8년 만에 털어놓는 고통스러운 기억: 임신중지 여성
프랑스의 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오드 메르미오는 대학 졸업 후 카페에서 일하며 여행 블로거로 활동하던 중 임신중지 시술을 받게 된다. 자궁 내 피임기구를 시술했음에도 0.6%의 실패 확률이 그녀를 임신에 이르게 한 것이었다. 프랑스는 시몬 베유 보건부 장관 재임 시기인 1975년에 임신중지가 합법화되었음에도, 오드는 임신중지 시술을 결심하고 시술을 받을 때까지, 그리고 그 이후에도 극심한 고립감과 외로움, 죄책감과 고통에 시달린다. 실제로 프랑스 사회에서 임신중지는 아직도 금기시되거나 침묵에 둘러싸여 있는 경우가 많다. 오드는 당시 자신이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겪었으며, 그것은 임신중지를 애도로, 선택된 애도로 경험했기 때문이라고 고백한다.
고통의 터널을 빠져나온 오드는 8년 만에 그때의 이야기를 털어놓기로 했다. 자신의 힘든 기억이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될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유용할 것이라는 희망을 가졌다. 그는 여성들이 충분하게 말할 수 없는 것, 아이를 가질 수 있거나 없는 가능성이 가져다주는 혼란하면서도 모호한 감정을 때로는 글로, 때로는 그림으로 책에 담았다.
온정적 가부장, 꼰대 의사가 환자에게 귀를 기울이기까지: 임신중지 시술 남성 의사
오드는 친구의 추천으로 의사이며 작가인 마크 조프란(필명 마르탱 뱅클레르)의 책을 읽었다. 그는 1970년대부터 임신중지 시술을 하고, 페미니즘 운동에 함께하고 있었다. 오드는 마크를 직접 만나고 그의 이야기를 책의 후반부에 싣기로 한다.
마크 조프란은 한 병원의 일반의로 근무하던 중, 임신중지를 원하는 환자를 만나게 된다. 임신중지 시술 경험이 없던 마크는 산부인과 전문의 동료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이를 계기로 본인도 임신중지 시술을 하게 된다. 처음에는 환자를 사무적으로 대하고 가부장적으로 가르치려 들었다. 그는 이 지경이 되도록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은 환자들이 답답하고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임신중지를 경험하고 시술에 함께해온 간호사 이본의 충고를 받게 된다. 마크는 임신중지를 원하는 여성과 자신이 아무런 공통점이 없고, 자신이 그들의 복잡한 내면을 전혀 이해하려 하지 않았음을 깨닫게 된다. “이해하고 싶다면, 듣고 믿어야” 한다는 이본의 말을 기억하고, 자신이 여성을 구해야 한다는 욕망에서 벗어나 여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남성 의사인 마크 조프란의 목소리와 시선은 오드 메르미오의 것과 함께 상호 보완을 이룬다.
임신중지 여성이 내는 목소리
낙태죄 논쟁에 있어 종교와 윤리, 과학과 법률적 논리들이 쉴 새 없이 충돌하고 다양한 주장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것을 보게 된다. 여기서 우선적으로 살펴봐야 할 것은, 가장 중요하면서도 그동안 가려져 있던 임신중지 여성의 목소리일 것이다. 임신중지를 결심하거나 시술을 받은 여성은 두려움과 공포에 빠지게 되고, 누구에게도 쉽게 털어놓지 못함으로써 극심한 고립감과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임신중지 시술을 마치고 나서도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죄책감의 무게에 시달리며, 때로는 ‘낙태죄’로 인해 범죄자가 되기도 한다.
『나의 임신중지 이야기』는 임신중지 여성이 겪는 복잡한 내면과 설명하기 힘든 심리변화가 그려져 있다. 사회적으로 강요된 죄책감과, 고통에 대한 공포는 합리적 판단을 가로막기도 하고, 건강한 몸을 유지하는 데 방해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여기에 소개된 저자 오드 메르미오의 이야기는 가장 개인적이고 내밀한 이야기이면서, 가장 널리 알려져야 할 이야기인 것이다.
이 책은 또한 누구도 쉽게 공감하기도 이해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어떠한 친구가 소중한지, 어떤 위로와 용기가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한다. 오드에게는 다행히 오드를 먼저 걱정해주고 이해해주는 가족, 말없이 어루만져주고 힘이 되어주는 친구들이 있었다. 의사 마크 역시, 그런 의사가 되기 위한 노력을 계속했다.
“당신에게 말해야 했어요”
UN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는 2011년과 2018년 두 차례나 한국 정부에 ‘낙태의 비범죄화, 처벌조항 삭제, 임신중단 전후 안전하고 접근 가능한 양질의 의료서비스와 돌봄서비스 제공’을 권고했다. 그리고 2019년에는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다. 그러나 2020년 말, 정부는 CEDAW 권고안, 낙태죄 삭제를 담은 법무부 양성평등정책위 권고에 못 미치는 개정안을 입법예고했고, 이는 뜨거운 반발과 논란을 불러왔다.
이 책의 원제는 ‘당신에게 말해야 했어요Il fallait que je vous le dise’다. 저자 오드 메르미오는 임신중지가 합법화된 프랑스 사람임에도, 임신중지 시술 당시,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를 주변에 하지 못하고, 8년이 지나서야(2019년) 밖으로 꺼낼 수 있었다. 그것은 한국에서 2020년에 새로운 법이 제정되거나 기존 법이 개정되더라도 여성을 둘러싼 환경이 단숨에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쓰고 말하면 그것이 더 많은 사람의 행동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마크 조프란의 말처럼, 『나의 임신중지 이야기』가 앞으로 임신중지에 대한 시선을 바꾸고 우리 사회를 여성의 고통에 공감하는 사회로 만드는 데에 보탬이 되기를 기대한다.
임신중지에 대한 가장 가슴 아픈 이야기
_ 프랑스 온라인 서평전문지 Les Missives
금기를 무너뜨리기 위해, 이 책을 읽고 주변 사람들과 공유하세요.
_ 캐나다 몬트리올 신문 La Presse
불편할 수도 있는 주제를 과감히 다룬 저자의 용기, 글과 그림의 힘에 경의를 표해야 한다.
_ 벨기에 잡지 Le Suricate Magaz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