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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한시 모음
[작품: 1] 與隋將于仲文詩(여수장우중문시)
神策究天文(신책구천문) 妙算窮地理(묘산궁지리) 勝功旣高(전승공기고) 知足願云止(지족원운지)
그대의 신기한 책략은 하늘의 이치를 다했고
오묘한 계산은 땅의 이치를 꿰뚫었도다.
그대 전쟁에 이겨 이미 공이 높으니
만족함을 알고 그만두기를 바라노라.
핵심 정리
작자 : 을지문덕
연대 : 고구려 제26대 영양왕 23년(612)
표현 : 반어법(反語法)
성격 : 풍자적, 반어적
형식 : 오언 고시(古詩)
주제 : 적장에 대한 조롱, 적장의 오판 유도
의의 : 현전하는 우리 나라 최고(最古)의 한시
출전 : <삼국사기> 권 44, 열전(列傳) 제4, 을지문덕(乙支文德)
시어시구 분석
책(策)-꾀, 계략 구(究)-다하다 ?묘(妙)-묘하다
산(算)-꾀 궁(窮)-다하다 ?기(旣)-이미
운(云)-말하다 지(止)-그치다
神策-신기하고 기묘한 책략
究天文-천문을 궁구함. 하늘의 운수를 꿰뚫어 앎
妙算-기묘한 헤아림과 꾀
窮地理-지리를 통달함
功旣高-공이 이미 높음
知足-만족함을 앎
願云止-그친다고 말하기를 원함.
▶ 그대의 계책은~통달하였도다 ; 기(起)와 승(承)이 서로 대구를 이룸. '귀신과 같은 계책'과 '기묘한 꾀'가 '하늘의 이치'와 '땅의 이치'를 통달하였다 함은 적장의 지략을 거짓 칭찬하는 반어적 수법이다.
▶ 싸움마다~이미 높으니 ; 우중문과의 전투에서 을지문덕이 하루에 일곱 번 패한 것은 그 전투가 을지문덕의 계책이었음을 암시하여 앞으로 수나라가 승리하지 못할 것임을 경고하는 것이다. 적장 우중문을 우롱, 야유하는 뜻이 담겨 있다.
▶ 만족함을 알아~바라노라 ; 그대의 분수를 헤아려 만족할 줄을 알고, 이제 전쟁을 끝내고 돌아가기를 바란다.
이해와 감상 1
을지문덕이 수나라 장수 우중문에게 보낸 시로, 그를 조롱하기 위해 지은 것이다. 고구려 영양왕 23년에 수나라 양제가 100만 대군을 이끌고 고구려에 침공했는데, 그 별동대 20만 5천 명이 을지문덕의 유인 작전에 속아 살수를 건너서 고구려군의 포위망 안에 들어왔다. 이에 을지문덕은 적장 우중문에게 이 시를 보내서 희롱했던 것이다.
잘못을 깨달은 우중문은 급히 후퇴하려 하였으나, 이미 대세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 싸움에서 결국 적군은 거의 전멸했고, 겨우 2, 3천명만이 목숨을 건져 달아났으니, 이것이 유명한 살수대첩이다.
싸움의 결과가 말해 주듯이, 이 시의 기구(起句)와 승구(承句)에서 우중문을 칭한 것은 조롱이었음이 분명한 것이며, 상대방에 정중히 권고하는 듯한 결구(結句)의 표현은 물러서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엄중한 경고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작품에는 30만 대군을 무찌른 을지문덕의 기백과 자신감이 넘쳐 흐르고 있으며, 우리는 그를 통해서 고구려인의 씩씩한 기상을 엿볼 수 있는 것이다.
이해와 감상 2
기?승?전구에서의 우중문에 대한 칭찬이, 결구에서 결국 칭찬이 아님이 드러나고 있다. 직접적인 힐난이나 핀잔보다는 더욱 신랄한 조롱의 뜻을 담고 있다. 특히 결구는 '돌아가는 것이 피차에 희생을 내지 않게 하는 상책일 것이니 싸워 상하기 전에 어서 돌아가라.'는 힐난의 뜻을 담은 말이다. 이 시에서 우중문에 대한 칭찬은 실상은 핀잔이요, 조롱이다. 이 시는 우리 나라 최고(最古)의 오언 고시이며, 구법(句法)이 기고(奇古;시를 짓는 수법이 기이하고 예스러워 고아하다)하고 굳센 기상이 있어 고금에 뛰어난 명작이다.
[작품: 2] 題伽倻山讀書堂(제가야산독서당)
狂奔疊石吼重巒 광분첩석후중만
人語難分咫尺間 인어난분지척간
常恐是非聲到耳 상공시비성도이
故敎流水盡籠山 고교유수진농산
첩첩 바위 사이를 미친 듯 달려 겹겹 봉우리 울리니,
지척에서 하는 말소리도 분간키 어려워라.
늘 시비(是非)하는 소리 귀에 들릴세라,
짐짓 흐르는 물로 온 산을 둘러버렸다네.
핵심 정리
작자 : 최치원(857-?) 신라 시대의 학자. 경주 최씨(慶州崔氏)의 시조. 자 고운(孤雲), 해운(海雲). 869년(경문왕 9) 13세로 당나라에 유학하고, 874년 과거에 급제, 선주(宣州) 표수현위(漂水縣尉)가 된 후 승무랑(承務郞) 전중시어사내공봉(殿中侍御史內供奉)으로 도통순관(都統巡官)에 올라 비은어대(緋銀魚袋)를 하사받고, 이어 자금어대(紫金魚袋)도 받았다. 879년(헌강왕 5) 황소(黃巢)의 난 때는 고변(高)의 종사관(從事官)으로서 <토황소격문(討黃巢檄文)〉을 초하여 문장가로서 이름을 떨쳤다.
갈래 : 칠언절구
연대 : 신라 말기
성격 : 서정시
표현 : 대구법, 의인법
구성 : 기승전결의 4단 구성
주제 : 산중에 은둔하고 싶은 심정
의의 : 해동 문동인 최치원의 대표적 한시
출전 : <동문선> 제 19권
시어 시구 풀이
奔(분)-달리다 ?疊(첩)-포개다 ?吼(후)-울다
巒(만)-산봉우리 ?咫(지)-짧은 거리
恐(공)-두렵다 ?盡(진)-다하다, 온
籠(롱)-감싸다
狂奔疊石-첩첩의 바위를 미친 듯이 달림
吼重巒-겹겹의 봉우리를 울림
人語難分-사람의 말소리를 분간하기 어려움
咫尺間-매우 가까운 거리
常恐-항상 두려워 함
是非聲到耳-시비를 따지는 소리가 귀에 들리다
故敎流水-흐르는 물로 하여금~하게 하다.
盡籠山-온 산을 감싸다.
첩첩 바위~울리니 ; 산골을 흐르는 시냇물의 소리를 강도 높게 표현하고 있다.
是非(시비)하는~들릴세라 ; 시비를 일삼는 세상의 소리를 멀리하려는 심적 태도를 표현하고 있다.
짐짓 흐르는~둘러버렸다네 ; 자신의 의도에 의해 그렇게 된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스스로를 세상과 격리시켜 은둔하고자 하는 작자의 목소리를 드러낸 것이다.
작품 분석
기(起) : 첩첩 바위 사이를 미친 듯 달려 겹겹 봉우리 울리니 → 웅장한 물소리를 표현한 것으로 스스로를 인간 세상과 단절시키고자 하는 작자의 심리가 잘 나타나 있다.
승(承) : 지척에서 하는 말소리도 분간키 어려워라 → 시끄러운 시비 소리가 난무하는 어지러운 세태를 벗어나고자 하는 작자의 내면 세계를 엿볼 수 있다.
전(轉) : 늘 시비하는 소리 귀에 들릴세라 → 작자의 내면 세계가 직접적으로 표현되었다.
결(結) : 짐짓 흐르는 물로 온 산을 둘러버렸다네 → 물소리는 작자의 내면적 갈등을 함축하고 있는데 스스로를 세상과 격리시켜 고독에 침잠하고자 하는 작자의 심리를 잘 표현하고 있다.
? 이해와 감상
▶ '제가야산독서당(題伽倻山讀書堂)'은 칠언 절구로, 세상을 등진 서정적 자아의 모습을 잘 그렸다. 기(起)에서는 산골을 흐르는 냇물의 모습과 소리를 묘사했고, 승(承)에서는 그 소리가 사람 사이를 막아 버린다고 했다.
전(轉)에서 서정적 자아의 심적 태도를 드러낸 다음, 결(結)에서는 기?승 2구(句)를 받아 그것이 자신의 의도라고 했다. 기(起)에서의 묘사와 결(結)에서의 마무리가 탁월한 작품이다.
당나라에 유학하여 과거에 급제한 후, ‘토황소격문(討黃巢檄文)’ 등으로 중국에서도 문명을 떨쳤던 최치원은 귀국 후 정치를 개혁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으나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러한 난세를 절망하여 각지를 유랑하던 그는 가야산에 은거하여 여생을 마친다. 이 작품은 이러한 그의 만년의 작품 세계를 잘 보여 준다.
▶ 이 작품에는 현실과 뜻이 맞이 않아 고뇌하는 작자의 모습이 잘 형상화되어 있다.
기구와 결구에서는 자연의 물소리를, 승구와 전구에서는 세상 사람들의 소리를 제시하여 서로 대조시키고 있다. 시비의 소리가 난무하는 어지러운 세태, 이를 듣고 싶지 않아 결국에는 물소리를 통해 스스로를 세상과 격리시키고 있다. 현실을 대하는 작자의 의식을 간결한 형식 속에 잘 응축시켜 훌륭히 형상화시키고 있다.
[작품: 3] 秋夜雨中(추야우중)
秋風唯苦吟(추풍유고음) 世路少知音(세로소지음) 窓外三更雨(창외삼경우)
燈前萬里心(등전만리심)
가을 바람에 괴로이 읊조리나,
세상에 알아 주는 이 없네.
창 밖엔 밤 깊도록 비만 내리는데,
등불 앞에 마음은 만리 밖을 내닫네
핵심 정리
• 작자 최치원
• 연대 신라 말기
• 성격 서정시
• 종류 오언 절구
• 구성 기승전결의 4단 구성
• 주제 뜻을 펴지 못한 지성인의 고뇌
• 의의 육두품이라는 신분적 한계 때문에 좌절한 최치원의 심경이 표현되어 있음
• 내용 최치원이 당나라에서 귀국한 후, 정치개혁을 위한 노력이 좌절되자, 유랑하다가 해인사에 은거할 때 지은 오언 절구의 한시로 세상에 뜻을 펴지 못한 지성인의 고뇌가 잘 나타나 있다.
• 출전 <동문선> 제19권
시어·시구 분석
• 知音(지음)-자신을 알아주는 이[춘추시대 거문고의 명수 백아와 그 거문고 소리를 잘 알아주는 친구 종자기의 고사에서 유래한 말로, 자기 자신을 잘 알아주는 벗이라는 뜻]
秋風唯苦吟(추풍유고음) ; 세상을 등지고 고뇌하는 시인의 처지가 드러나 있다.
世路少知音(세로소지음) ; 자신의 시를 알아주는 이가 없는 현실에 대한 비감을 표현하고 있다.
窓外三更雨(창외삼 경우) ; 서정적 자아의 고뇌를 심화시키면서 동시에 세상으로 나가는 길이 차단되었음을 암시하고 있다.
燈前萬里心(등전만리심) ; 세상을 등졌으나 세상의 일에 초연할 수 없는 자아의 번민이 드러나 있다.
해설과 감상
신라 말 학자이며 문장가인 최치원이 지은 오언절구의 한시이다. 비오는 가을밤에 자신을 알아줄 知己가 없는 외로움을 노래한 작품이다.
깊어가는 가을밤의 비바람 속에서 서정적 자아는 괴롭게 시를 읊조리고 있다. 세상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시를 짓는 일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더 고통스러운 것은 세상이 자기를 알아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서정적 자아는 밤늦도록 잠들지 못하고, 등불을 마주하고 앉아 있으나 마음은 만리 밖을 떠돌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괴로움은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역사의 현장을 외면한 결과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밤중에 비가 온다는 것은 밖이 험난하기만 하니 나갈 수 없다는 생각을 암시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등불이 켜져 있는 방안만 밝다 하고, 거기에 자신의 세계를 설정해 놓고서 만리의 행적을 마음 속으로 더듬을 뿐이다.
이 작품은 지금까지 결구의 의미 내용을 어떻게 파악하느냐에 따라 최치원의 귀국 이전의 작품이라고도 하고, 또는 귀국 후의 작품이라는 견해가 있어왔다.
그러나 이 작품은 <계원필경>에도 수록되어 있을 않을 뿐 아니라, 그의 시 경향과 내용으로 보아 귀국 후의 것으로 보는 것이 옳을 것 같다. 시의 경향을 보면, 최치원이 고변의 종사관이 되기 이전의 시기에 지어졌을 것으로 추측되는 작품들에서는 대체로 회의와 자조가 흔히 발견되나, 귀국의 길에 올랐을 때 읊은 것으로 보이는 작품에서는 그의 고고한 세계관을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작품의 구체적인 내용에 있어서도 결구의 ‘만리심’은 언표(言表)에 나타난 그대로 만리 타국에 있는 작자의 심경이기보다는, 마음과 일이 서로 어그러져 세상과는 이미 천리 만리 떠나고 있는 작자의 방황하는 심회를 호소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가 귀국하여 벼슬이 아찬에까지 올랐으나 이때는 진성여왕의 난정으로 나라의 운세가 기울고 있었으므로, 몸과 마음을 의탁할 곳을 얻지 못하여 ‘시무십여조’를 올리고 스스로 가야산으로 숨어 든 만년의 행적은 곧 '만리심'의 실천 현장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작품: 4] 夜聽擣衣聲(야청도의성)
霜天月照夜河明 客子思歸別有情
厭坐長霄愁欲死 忽聞隣女擣衣聲
聲來斷續因風至 夜久星低無暫止
自從別國不相聞 今在他鄕聽相似
不知綵杵重將輕 不悉靑砧平不平
遙憐體弱多香汙 預識更深勞玉腕
爲當欲救客衣單 爲復先愁閨閣寒
雖忘容儀難可問 不知遙意怨無端
寄異土分無新識 想同心兮長嘆息
此時獨自閨中聞 此夜誰知明眸縮
憶憶兮 心已懸 重聞兮 不可穿
卽將因夢尋聲去 只爲愁多不得眼
전문풀이
서리 하늘 달 밝은데 은하수 빛나
이국땅 머무는 나그네 귀향 생각 깊도다.
긴긴 밤 홀로 앉아 시름 이기지 못하는데
홀연 들리나니 이웃 아낙 다듬이 소리.
바람결 따라서 끊일 듯 이어지며
별들이 기울도록 잠시도 멎지 않네.
고국을 떠난 후로 저 소리 못 듣더니
먼 이역땅에서 그 소리 다시 듣네.
그대 든 방망이는 무거운가 가벼운가
푸른 다듬이돌 고르가 거칠은가.
약한 체질 온통 구슬 땀에 젖으리.
옥 같은 두 팔도 힘이 부쳐 지쳤으리.
홑옷으로 떠난 나그네 구하자 함인가.
규방에 외로이 있는 시름 잊자 함인가.
그대 모습 그려 보나 물어 볼 도리 없고
부질 없는 먼 원망만 끝없이 깊어 가네.
먼 이국땅 낯선 고장에서
그대 생각 하노라 긴 탄식만 하네.
이런 때 들려오는 규방의 다듬이 소리
그 누가 알랴, 시름 깊은 저 설움을.
그리운 생각에 마음 높이 달렸건만
듣고 또 들어도 뚫어 알 길이 없네.
꿈 속에라도 저 소리 찾아보려 하지만
나그네 수심 많아 잠도 이루지 못한다네.
핵심 정리
• 작자 양태사(발해 제3대 문왕 때의 귀덕장군으로 무인(武人)이면서도 시를 잘 지었다.)
• 연대 발해국 문왕 23년(759)
• 성격 서정시
• 구성 24행의 칠언 고시
• 주제 향수. 타국에서 가을 달밤에 고국을 그리워함
• 의의 발해의 시인이 남긴 작품 중에서 가장 장편이고 정감이 특히 풍부한 작품이다. 발해 시대의 문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당시의 시대 상황(외교 활동의 빈번함)을 짐작하게 한다.
• 출전 <경국집>
시어․시구 분석
•․霜天-서리 내리는 가을 밤의 하늘
•夜河-은하수․
•思歸-고국으로 돌아갈 생각
•․別有情-남다른 느낌이 들다
•厭坐長霄-긴 밤을 앉아 있기가 싫증나다
•․愁欲死-시름이 사라지다
•擣衣聲-다듬이 소리
•聲來斷續-소리가 끊어졌다 이어졌다 하며 들려오다
•因風至-바람을 따라 이르다
•夜久星低-밤이 오래 되어 별이 낮다
•無暫止-잠시도 멈추지 않다
•自從-~(으)로부터
•別國-나라를 떠나다
•聽相似-서로 비슷한 소리가 들리다
상천월조야하명 객자사귀별유정 ; 서리가 내리는 가을 밤 하늘에 달빛이 교교히 비치고 은하수는 밝은데, 서정적 자아는 고국으로 돌아갈 생각에 남다른 객수에 젖어 있다. ‘서리가 내리는 가을 밤’은 이 작품의 시적 배경일 뿐 아니라, 서정적 자아의 심적 상황과 조화를 이루어 상념에 젖어 있는 서정적 자아의 내면을 절절하게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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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좌장소수욕사 홀문인녀도의성 ; 긴 밤을 홀로 앉았었기 때문에 지루해져서 시름마저 사라지려는데, 홀연히 이웃 여인의 다듬이 소리가 들려 온다. 이 부분에 등장하는 ‘다듬이 소리’는 이 시 전체의 주제를 형상화하기 위한 주요 소재로 시상의 급전환을 가져오는 계기가 되고 있다. 즉 서정적 자아의 시름이 다해 가는 찰나에 다듬이 소리를 등장시킴으로써 이국에서의 객창감(客窓感)이 고국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성래단속인풍지 야구성저무잠지 ; 다듬이 소리는 끊어질 듯 이어지며 바람결을 따라 들려 오고, 밤이 깊어 별이 낮아지도록 잠시도 멈추지 않는다. 이러한 다듬이 소리를 들으며 서정적 자아는 다듬이질을 하고 있는 여인의 모습을 상상하기도 하고, 고국에 대한 그리움에 젖어 들고 있다.
자종별국불상문 금재타향청상사 ; 고국을 떠난 다음에는 들어 보지 못했던 다듬이 소리를 타국 땅 일본에서 들으며 그 소리가 고국의 다듬이 소리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다듬이 소리는 고국에서만 들어 볼 수 있는 것이기에 서정적 자아는 머나먼 이국 땅에서 더욱 고향을 그리워하고 있다.
해설 및 감상
발해 문왕 때 귀덕장군인 양태사가 지은 한시로 모두 24행의 칠언배율이다. 759년(문왕 23년)에 일본에 부사(副使)로 갔다가 송별연에서 이 시를 읊었다고 한다. 일본에서 편찬한 한시집 <경국집>에 전한다. (기록이 부실해서 뒷부분은 표기가 혼란스럽다.)
어느 가을 밤에 고국으로 돌아올 생각을 하고 있는데, 홀연 이웃에서 여인네가 다듬이질하는 소리가 들렸다는 것으로 서두를 삼았다. 다듬이질하는 소리에 실려 온갖 상념이 떠오른다고 하면서, 그 여인은 누구이며 왜 밤늦도록 다듬이질 하는가 궁금하게 여기다가, 연약한 몸으로 향그러운 땀을 흘리며 일하는 여인의 모습을 상상해 보기도 하였다. 다듬이질은 일본에는 없는 풍속이다. 그 여인은 반드시 발해 사람은 아니라도 동족 이주민일 터이므로, 다듬이질하는 소리를 듣고 친근감을 느끼고 고국을 생각하였다. 발해 시인이 남긴 시중에서 가장 장편이고 정감이 풍부한 작품이다.
[작품: 5] 송인
雨歇長堤草色多 우헐장제초색다
送君南浦動悲歌 송군남포동비가
大同江水何時盡 대동강수하시진
別淚年年添綠波 별루년년첨록파
비 개인 긴 언덕에는 풀빛이 푸른데
그대를 남포에서 보내며 슬픈 노래 부르네.
대동강 물은 그 언제 다할 것인가,
이별의 눈물 해마다 푸른 물결에 더하는 것을.
핵심 정리
• 지은이 : 정지상
• 형식 : 7언 절구의 한시
• 성격 : 애절하고 우수적임
• 운자 : 다, 가, 파.
• 구성 : 시상의 전개상 '기 - 승 - 전 - 결'으로 해야 자연스러울 것다. 그러나 칠언절구는 1,2,4구에 압운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운자를 맞추기 위해 전구와 결구를 서로 바꿔 배열했음을 알 수 있다.
• 주제 : 임을 보내는 정한
시어 구절 풀이
• 우헐 : 비가 그침. 비가 내리다 잠깐 그침
• 초색다 : 풀빛이 많다. 비가 갠 뒤 싱싱한 푸르름을 지칭함
• 동비가 : 슬픈 노래가 복받쳐 나옴
• 하시진 : 어느 때에 다 마르겠는가?
• 년년 : 해마다
• 첨록파 : 물결에 더해지다. 곧, 이별의 슬픔이 끝이 없음
雨歇長堤草色多(우헐장제초색다) : 서럽도록 아름다운 이 시의 기구이다. 비극적 정서를 자아냈던 비도 그치고 강 언덕 긴둑에 한결 짙어진 풀빛은 백 년이 가도 다함이 없음을 나타낸 한의 길이의 상징이다.
送君南浦動悲歌(송군남포동비가): 승구의 비가는 이 시의 주제이기도 하고, 효과음이기도 하다. ‘동’은 강나루에 은은히 울려 퍼지는 뱃노래의 구슬픈 가락이 심금에 와 부딪히는 울림이요, 떨림이요, 흔들림인 동시에 걷잡을 수 없는 설움의 북받침이고, 흐느낌이다. 따라서 그러한 이별의 정을 돋우는 슬픈 노래에 강나루는 싱그런 풀빛까지도 서러운 이별의 무대이다.
大同江水何時盡(대동강수하시진) 別淚年年添綠波(별루년년첨록파) : 전구와 결구이다. 이 두 구의 핵심은 인간사와는 아랑곳 없이 유유히 흘러가기만 하는 푸른 강물에 대한 애꿎은 원망이며, 이별의 눈물이 보태져서 수량이 증가해 가는 강물을 바라보며 하는 탄식이다. 여기에서 ‘첨록파’의 ‘록파’는 수심을 시사하는 한편, 초록의 반영인 봄의 강물의 색감으로서, 벽파나 창파보다 한결 정감적이다. ‘첨'’ 덧붙이는 첨가의 뜻이다. (과장법이 사용됨)
해설과 감상
정지상의 「송인(送人)」은 우리 나라 한시 중 송별시(送別詩)의 최고작이다. 님이 떠나지 못하도록 계속 와야 할 비도 개고 말았다. 항구의 긴 둑엔 비에 씻긴 풀들이 푸르름을 더하고 있으니 이별의 애달픔이 더 고조된다. 전구(轉句)에서 시상은 전환되어 대동강물이 이별의 눈물로 마를 날이 없다고 했다. 자기의 사연을 일반화하면서 동시에 대동강의 사정을 그려 일방적인 자기 슬픔의 토로에서 벗어났다.
이 작품은 대동강에서 친한 벗과의 이별을 하는데 대한 슬픔을 노래한 작품으로 김만중의 '서포만필(西浦漫筆)'에서 고려 정사간의 '남포' 절구는 곧 해동의 위성삼첩이다. 끝구의 '별루년년첨작파(別淚年年添作派)'를 '첨록파'라 하기도 하는데, 익재는 마땅히 '녹파(綠波)'를 좇을 것이라 했고, 사가는 '작(作)'자가 낫다고 했다.
생각건대 심휴문의 '별부'에 이르기를 '春草碧色 春水綠波 送君南浦 像如之何''라 했으니, 정사간의 시가 바로 심휴문의 말을 썼으므로 '녹파'로 바꿀 수가 없다고 말했으며, 허균은 그의 '성수시화'에서 정지상의 '서경시(西京詩)'는 아직도 절창이다. 누선(樓船)의 제영(題詠)들을 조사(詔使)가 올 때마다 철거하고 이 시만을 남겨둔다고 말했으며, 이인로는 그의 '파한집'에서 '서도는 고구려의 서울이었다. 산을 끼고 강을 둘러 기상이 수이하여 예로부터 기인(奇人)이 많이 났다. 예왕 때에 정성을 가진 이름모를 준재가 있었는데, 소년 때에 '송인'을 지었다. …… 그말이 표일(飄逸 : 빼어나게 훌륭함)하고 속세를 벗어난 것이 다 이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어떤 이는 이렇게 해석을 하고 있다.
이 시는 고래(古來)로 한시(漢詩)의 명품(名品) 가운데의 명품으로 꼽힌다. 특히 한시를 짓는 소객(騷客) 가운 데 이 시를 평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이 시는 많은 사람의 사랑과 관심을 받는 작품이라고 한다. 또한 이 시는 대동강의 부벽루(浮碧樓) 정자에 걸려 있는데, 이 부벽루에는 고려, 조선 시대의 숱한 시인들이 부벽루에 올라 대동강의 아름다움을 읊었다고 한다.
따라서 부벽루에는 많은 사람들의 시가 적혀 있다. 명(明)나라의 사신이 올 적에는 반드시 평양을 들렸고, 평양을 들리면 반드시 찾는 명소가 바로 이 부벽루이다. 중국의 사신을 맞이하는 접빈사들은 미리 먼저 부벽루의 모든 시들을 치우고 오직 정지상의 이 '送人'이라는 시구만 걸어 놓는다. 중국의 사신들이 '送人'을 보면 모두 신품(神品)이라고 극찬한다고 하였으니 이 '送人'의 시가 어떻게 빼어난 것인지 조금만 살펴보도록 하자.
먼저 기구(起句: 제 1구로 시상詩想을 일으키는 역할)와 승구(承句: 제 2구로 起句를 이어 받아 시를 전개)를 살펴보자. 지금은 바야흐로 봄이다. 겨우내 얼어붙었던 모든 만물이 봄비가 온 뒤로 생기 발랄함을 얻었다.
특히 긴 둑에 풀들은 파릇파릇 돋아 봄날의 정취를 돋구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 님의 손을 붙잡으며 희망과 부푼 꿈을 않고 인생을 설계하며 상춘(賞春)을 하고 있다. 바로 곁에 사랑하는 님과 봄날의 정취(情趣)를 만끽하면서 보내니 이 세상의 무엇을 더욱 바라리요. 그러나 나는 지금 어떠한가. 남포에서 사랑하는 님을 떠나 보내는 나의 처지는 무엇과 비교하리요. 차라리 비라도 주룩주룩 내린다면 나의 심사를 달래주렴만. 비가 그친 뒤의 맑은 하늘과 이 비를 머금고 싹을 틔운 풀잎들은 모두 나의 이별을 조롱하는 듯하다. 아 세상과 불일치를 무엇으로 감당하리요.
이 시의 묘미(妙味)는 바로 전구(轉句: 제 3구로 시상을 변환시키는 역할)에 있다고 하겠다. 난데없이 갑자기 '대동강 물이야 언제나 마르리'라는 구절은 보는 이로 하여금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아니 지금 사랑하는 님과 헤어지는 판국에 대동강 물이야 어찌 되든 무슨 상관인가. 더욱이 대동강 물이 왜 마른다고 하는가. 강물이 마른다니 이 무슨 표현인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기가 막히게 한다. 이런 어리둥절함은 결구(結句: 제 4구로 시상을 맺는 구)에 가서 해결된다.
대동강 물이 마르지 않는 이유가 이 곳에서 해마다 연인(戀人)들이 모여 석별(惜別)의 아쉬움에 눈물을 흘리고 이 눈물이 바로 대동강 물에 보태어져 마르지 않는 다는 것이다. 참으로 전구의 기발(奇拔)함이 이 곳의 재치에 이르면 모든 이가 수긍을 하며 동시에 무릎을 치며 감탄(感歎)을 금(禁)치 못한다. 이런 재치와 표현의 기발함은 정지상의 한시가 몇 편 전해지지 않지만 다른 사람 수백 편의 시를 감당할 만하다고 하겠다.
한자를 살펴 보면 많은 글자들이 유음을 사용하여 부드러운 분위기를 풍긴다고 하겠다. 다시 말해 모음으로 끝나고, 받침 글자도 'ㄹ, ㅇ, ㄴ, ㅁ' 등의 부드러운 자음을 끝난다. 이러한 유음의 사용은 봄날의 부드러운 분위기를 잘 나타내 주고 이는 나의 불행을 더욱 돋보이게 해준다. 세상이 아름답고 살만할수록 나와 세상의 거리감은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참고 : 정지상
고려시대의 문신 ·시인으로 본관 서경(西京). 호 남호(南湖). 초명 지원(之元). 서경 출생. 1114년(예종 9) 문과에 급제, 1127년(인종 5) 좌정언(左正言)으로서 척준경(拓俊京)을 탄핵하여 유배되게 하고, 1129년 좌사간(左司諫)으로서 시정(時政)에 관한 소를 올렸다. 음양비술(陰陽?術)을 믿어 묘청(妙淸)·백수한(白壽翰) 등과 삼성(三聖)이라는 칭호를 받으면서, 서울을 서경으로 옮길 것과 금(金)나라를 정벌하고 고려의 왕도 황제로 칭할 것을 주장하였다.
1130년 지제고(知制誥)로서 《산재기(山齋記)》를 지었으며, 뒤에 기거랑(起居郞)이 되었다. 1135년(인종 13) 묘청의 난 때 이에 관련된 혐의로 김안(金安)·백수한과 함께 김부식(金富軾)에게 참살되었다. 시(詩)에 뛰어나 고려 12시인의 한 사람으로 꼽혔으며 역학(易學)·불전(佛典)·노장철학(老莊哲學)에도 조예가 깊었다. 그림 ·글씨에도 능했으며 저서로는 《정사간집(鄭司諫集)》이 있다.
[작품: 6] 山居(산거)
春居花猶在 춘거화유재
天晴谷自陰 천청곡자음
杜鵑啼白晝 두견제백주
始覺卜居深 시각복거심
봄은 갔으나 꽃은 오히려 피어 있고
날이 개었는데 골짜기는 그늘지도다
두견새가 대낮에 울음을 우니
비로소 사는 곳이 산 속 깊음을 알겠도다
핵심 정리
• 작가 : 이인로
• 형식 : 오언절구
• 표현 : 사실적
• 시간적 배경 : 늦봄 한낮
• 대구법 : 기와 승구
• 주제 : 깊은 산 속의 풍경. 자연에 은거하고 싶은 마음
• 의의 : 고려인의 자연 친애와 은둔 사상을 몃볼 수 있음
• 출전 : 파한집
시어 구절 풀이
• 산거 : 산 속에 있는 집
• 제백화 : 두견은 본래 밤에만 우는데, 계곡이 깊어 두견이 밤인줄 알고 운다는 뜻
• 복거 : 살 만한 곳을 점침. 또는 살 만한 곳을 가려 정함
• 비로소 사는 곳이 산 속 깊음을 알겠도다 : 시적 화자의 위치를 알 수 있는 말이고, 시적 화자의 여유가 담겨 있는 부분이다.
[작품: 7] 浮碧樓(부벽루)
昨過永明寺 (작과영명사)
暫登浮碧樓 (잠등부벽루)
城空月一片 (성공월일편)
石老雲千秋 (석로천운추)
麟馬去不返 (인마거불반)
天孫何處遊 (천송하처유)
長嘯倚風? (장소의풍등)
山靑江自流 (산청강자류)
어제 영명사를 지나다가
잠시 부벽루에 올랐네.
성은 텅 빈 채로 달 한 조각 떠 있고
오래된 조천석 위에 천 년의 구름 흐르네.
기린마는 떠나간 뒤 돌아오지 않는데
천손은 지금 어느 곳에 노니는가?
돌다리에 기대어 휘파람 부노라니
산은 오늘도 푸르고 강은 절로 흐르네.
핵심 정리
• 지은이 : 이색(李穡)
• 갈래 : 오언 율시(五言律詩)
• 연대 : 고려 말
• 구성 : 4단 구성
• 어조 : 지난 날의 찬란한 역사를 회고하며 그와 대비되는 현재의 모습에서 인생 무상에 젖어 있다.
• 성격 : 회고적
• 제재 : 옛 성터에서의 풍경과 감상
• 주제 : 지난 역사의 회고와 고려의 국운(國運) 회복과 인생 무상
• 출전 : 목은집
시어 구절 풀이
• 영명사 : 평양 금수산에 있는 절 이름. 고구려 광개토왕이 지은 아홉 절 중의 하나라고 전해짐
• 부벽루 : 평양 모란봉 아래 절벽, 대동강 변에 위치한 누각으로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듯하다 하여 붙여진 이름.
• 조천석 : 기린굴 남쪽의 큰 바위 이름
오래된 조천석 위에 천년의 구름은 흐르고 있네 : 시간의 흐름을 시각적 이미지로 표현
기린마 : 고구려 동명성왕이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고 전해지는 상상의 말
천손 : 동명왕
오늘도 산은 푸르고 강은 저절로 흐르네: 변함없는 자연의 모습을 노래함으로써 간접적으로는 인간 역사의 유한함과 자신의 쓸쓸한 심정을 노래하고 있다.
해설과 감상
이 작품은 고려 말의 문신이었던 작가가 고구려의 유적지인 평양성을 지나다가 지은 오언 율시(五言律詩)다. 그 옛날 찬연했던 고구려의 모습은 이제 찾을 수 없고, 다만 지난날을 되돌아보게 하는 퇴색한 자취만이 남아 있는 데서 그의 시상은 출발한다. 이러한 인간 역사의 유한함이 자연의 영원함과 대비되면서 쓸쓸한 느낌을 자아내고 있다. 하늘에 걸린 한 조각의 달과 천년 두고 흐르는 구름이 그러한 분위기를 잘 보여 준다.
그러면 그가 이 시를 지은 동기는 이러한 회고적 정서에 그치는 것인가? 그렇지는 않은 듯하다. 여기서 우리는 시인이 막연하게 옛 왕조의 자취를 읊기보다 위대한 건국 영웅이었던 동명왕의 일을 노래한 점에 주목하게 된다. 이 당시 고려는 원(元)나라의 오랜 침략을 겪고 난 뒤여서 국가적으로 극히 쇠약한 형편이었는데, 시인은 이러한 시대 상황 속에서 고구려의 웅혼한 역사를 일으킨 동명왕의 위업을 다시금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현재의 시간에서 과거로 소급해 올라가는 한편, 과거의 역사를 통해 다시금 현재를 비추어 보는 양면적 시각을 내포한다고 하겠다.
[작품: 8] 題僧舍(제승사)
山北山南細路分 산북산남세로분
松花含雨落빈紛 송화함우락빈분
道人汲井歸茅舍 도인급정귀모사
一帶靑烟染白雲 일대청연염백운
산북 산남으로 오솔길은 갈라져 있고
송홧가루는 비에 젖어 어지러이 떨어지네.
중은 물을 길어 띠집에 돌아가는데,
한줄기 푸른 연기는 흰구름을 물들인다.
핵심 정리
• 작자 : 이숭인
• 연대 : 고려말
• 형식 : 칠언 절구
• 제재 : 승사
• 시간적 배경 : 봄
• 운자 : 분, 분, 운
• 주제 : 산사의 한가로운 정경
• 출전 : 도은집
시어 구절 풀이
• 송화 : 송홧가루
• 빈분(頻紛) : 어지러이 흩어지는 모양
• 모사 : 띠로 엮은 집. 여기서는 절을 말함
• 염백운 : 검은 연기가 피어 올라 구름을 뒤덮는구나.
해설과 감상
산 속의 승사, 곧 절을 소재로 하여 지은 서경시로 산사의 한가로운 모습을 스케치하듯 사실적으로 묘사한 시로 송홧가루 어지러이 흩날리는 산사의 저녁을 읊은 것이다. 이 시의 이면에는 자연에 은거하고 싶은 작자의 심정이 나타나 있다.
참고: 이숭인
고려 말기의 학자로 본관 성주(星州). 자 자안(子安). 호 도은(陶隱). 삼은(三隱)의 한 사람이다. 공민왕 때 문과에 장원, 숙옹부승(肅雍府丞)이 되고 곧 장흥고사(長興庫使) 겸 진덕박사(進德博士)가 되었으며 명나라 과거시험에 응시할 문사(文士)를 뽑을 때 수석으로 뽑혔으나 나이가 25세에 미달하여 보내지 않았으며, 우왕 때 김구용(金九容)·정도전(鄭道傳) 등과 함께 북원(北元)의 사신을 돌려보낼 것을 주청하다가 한때 유배, 그 후 밀직제학(密直提學)이 되어, 정당문학 정몽주(鄭夢周)와 함께 실록(實錄)을 편수하고 동지사사(同知司事)에 전임하였으나 친명(親明)·친원(親元) 양쪽의 모함을 받으며 여러 옥사(獄事)를 겪었다. 그리고 조선이 개국할 때 정도전의 원한을 사서 그의 심복 황거정(黃巨正)에게 살해되었다. 문장이 전아(典雅)하여 중국의 명사들도 탄복하였다. 저서에 《도은집(陶隱集)》이 있다.
[작품: 9] 봄비
春雨暗西池 춘우암서지
輕寒襲羅幕 경한습라막
愁倚小屛風 수의소병풍
墻頭杏花落 장두행화락
보슬보슬 봄비는 못에 내리고
찬바람이 장막 속 스며들 제
뜬시름 못내 이겨 병풍 기대니
송이송이 살구꽃 담 위에 지네.
핵심 정리
• 지은이 : 허난설헌
• 갈래 : 오언절구
• 연대 : 조선 명종 때
• 성격 : 독백적, 서정적, 애상적
• 압운 : 幕, 落
• 구성 : 선경(기승)후정(전결)의 시상
기 : 못에 내리는 봄비
승 : 장막 속에 숨어드는 찬바람
전 : 시름을 못 이기는 화자
결 : 담 위에 지는 살구꽃
• 어조 : 애상적인 목소리
• 제재 : 못에 내리는 봄비, 담 위에 지는 살구꽃
• 주제 : 젊은 여인의 고독과 우수(憂愁), 규중 여인의 고독한 심사(心思), 젊은 날을 보내는 여인의 고독과 우수
• 표현 : 객관적 상관물을 사용하여 화자의 감정을 사물에 의탁하여 표현함.
• 특징 : 效崔國輔體(최국보의 체를 본받아) 3首 중 세 번째 작품
시어 및 구절 풀이
• 암 : 어둡게 하다. 못에 보슬보슬 내리는 모양을 이렇게 표현함.
• 습 : 엄습하다. 바람이 스며드는 모양을 표현함
• 막 : 휘장, 바람이나 햇빛을 차단하기 위해 문 또는 창문에 둘러친 휘장을 의미함
• 수 : 근심, 우수, 능력을 갖추었지만 쓰일 데 없이 임만을 쳐다 보아야 하는 시인의 한을 의미함
보슬보슬 봄비는 못에 내리고 : 시간적 공간적 배경이 제시되고 있는 부분으로 쌀쌀함이 남아 있는 초봄이 시간적 배경이고, 비 내리는 연못이 공간적 배경이다. '봄비'는 화자의 감정을 객관적인 사물에 의탁하여 표현한 객관적 상관물이다.
찬바람이 장막 속 스며들 제 : 시적 화자의 고독한 처지를 암시적으로 드러내는 구절로, '찬 바람'도 '봄비'와 '살구꽃'과 함께 객관적 상관물이다.
시름 : 마음에 걸려 풀리지 않고 항상 남아 있는 근심과 걱정.
뜬시름 못내 이겨 - 살구꽃 담 위에 지네. : 시적 화자의 심정이 잘 드러나 있다. '수'라는 시어에 화자의 심정이 집약되어 있다. 세월을 보내는 아쉬움과 시적 화자의 시름이 극대화된 부분이다.
해설과 감상
왜 조선 땅에서 태어나고, 현재의 남편(김성립)과 인연이 된 것을 후회하고, 남자로 태어나지 못함을 한탄했다던 허난설헌의 서러움과 시적 화자의 고독한 정서가 담겨 있는 작품이다.
비 내리는 봄날의 나른함이 홀로 지내는 규방의 적막함에 더해져 서정적 화자의 고독한 정서를 극대화시키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이 작품은 앞 부분에서 공간적·시간적 배경을 소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서정적 화자의 정서를 부각시키는 한시의 일반적인 시상(詩想) 전개 방식을 보이고 있다. 시름에 겨워 병풍에 기대어 하루하루 시들어 가는 살구꽃을 바라보는 서정적 자아의 정서가 고독함과 함께 젊은 날의 세월을 보내는 아쉬움으로 나타나 있다.
[작품: 10] 寶泉灘卽事(보천탄에서)
桃花浪高幾尺許(도화랑고기척허)
狠石沒頂不知處(한석몰정부지처)
兩兩鸕鶿失舊磯(양냥노자실구기)
啣魚却入菰蒲去(함어각입고포거)
복사꽃 뜬 냇물 얼마나 불었는고,
솟은 바위 아주 묻혀 짐작 어려워.
쌍쌍의 가마우지 옛 터전 잃어
물고기 입에 문 채 풀섶에 드네.
핵심 정리
• 작자 : 김종직(金宗直)
• 연대 : 성종 때
• 갈래 : 칠언 절구(七言絶句)
• 제재 : 냇물, 가마우지
• 압운 : 許(허), 處(처), 去(거)
• 성격 : 상징적(象徵的)
• 짜임 : 기, 승, 진, 결의 4단 구성
• 주제 : 상황의 변화를 극복하는 인고(忍苦). 역사를 인고하며 살아가는 곧은 정신.
• 출전 : <점필재집(佔畢齋集)>
시어 및 구절 풀이
• 寶泉灘(보천탄) : 냇물의 이름
• 桃花浪高(도화랑고) : 복사꽃이 떠 있는 물결이 높아.
• 幾尺許(기척허) : 몇 자쯤인가? 그 몇 척인가? 즉 (냇물이) 몇 척이나 불었는가?
• 狠石(한석) : 물 속에 솟은 바위
• 沒頂(몰정) : 꼭대기도 물에 잠겨.
• 不知處(부지처) : 있는 곳을 알지 못하겠다.
• 兩兩(양냥) : 둘씩 또는 둘이 모두.
• 鸕鶿(노자) : 가마우지. 가마우지과에 속하는 바닷새.
• 舊磯(구기) : 옛 터전. -> 磯;물가의 자갈밭
• 啣魚(함어) : 고기를 입에 물고
• 却入(각입) : 돌아 들어가다.
• 菰蒲(고포) : 줄풀과 부들. 수초(水草).
해설 및 감상 (1)
김종직의 '보천탄에서' 2수 중 첫째 수로 칠언 절구이다. 1, 2행에서 상황의 변화를 부각시킨 후, 3행에서는 그와 같은 상황의 변화로 인하여 가마우지가 삶의 터전을 잃었음을 노래하고 있다. 그러나 4행에서 물고기를 입에 문 채 풀섶에 든다고 하여, 비록 옛 터전을 잃기는 했지만 삶을 포기하지 않고, 그렇다고 해서 시류(時流)에 영합하지도 않는 인고(忍苦)의 곧은 삶의 정신을 그리고 있다. 여기서 가마우지는 시인 자신의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는 대상이다.
작품의 감상 (2)
자연에 대한 사색적인 묘사만으로는 시의 의미가 너무 약하게 마련이다. 그 자연을 통하여 인생을 말하고 세상살이를 진정하게 표현할 때, 그 시는 정이 살아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이 시는 단순한 자연의 사실만을 말한 것은 아니다. 냇물이 많이 흐르지 않았을 때는 솟아 있던 바위가, 물이 물어나니까 그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역사 속에 묻혀 버리는 수많은 사건들이 절로 상기된다. 이런 시간의 흐름에 따른 사회의 변동은 평화를 방해하고 관습을 훼방한다. 정든 보금자리를 잃고 방황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게 된다. 그러나 그런 변화 속에서도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 바꾸어 말하면 생존을 위한 치열한 활동은 차라리 아름다운 장면으로 시인의 눈에 비친다. 가마우지의 모습에서 우리는 역사를 인고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곧은 정신을 본다. 이 시는 옛날을 회고하면서 현실을 조망하는 날카로운 시각을 느끼게 한다.
작품의 감상 (3)
이 시는 사림(士林) 문학의 대표적 인물인 김종직의 7언 절구이다. 기(起)․승(承)에서 비바람에 복사꽃이 떨어지고 냇물이 불어 솟은 바위가 잠기고 말았다고 하여 냇물이 불었다는 상황의 변화를 부각시켜 놓고. 전구(轉句)에 와서 쌍쌍의 가마우지가 불어오는 냇물 때문에 터전을 잃었다고 했다. 그런데 결구(結句)에서 가마우지가 물고기를 입에 문 채 풀섶에 든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냇물이 불어 옛 터전을 잃었다고 해서 삶 자체를 포기할 수는 없고, 그렇다고 시류(時流)에 따라 살 수도 없는 가마우지의 모습에서 우리는 역사를 인고(忍苦)하며 살아가는 곧은 정신을 볼 수 있다.
참고 : 김종직(金宗直 ; l431~1492)
호는 점필재(佔畢齋). 조선 성종 때 학자, 문신. 자는 효온(孝溫). 이른바 영남 학파의 사종(師宗)으로 문장과 경학(經學)에 뛰어났다. 문집에 <점필재집>이 있다.
[작품: 11] 讀書有感(독서 유감)
讀書當日志經綸 독서당일지경륜
歲暮還甘顔氏貧 세모환감안씨빈
富貴有爭難下手 부귀유쟁난하수
林泉無禁可安身 임천무금가안신
採算釣水堪充腹 채산조수감충복
?月吟風足暢神 영월음풍족창신
學到不疑知快闊 학도불의지쾌활
免敎虛作百年人 면교허작백년인
독서하던 당년에 경륜에 뜻을 두었더니
만년에 안빈낙도 오히려 달갑구나
부귀엔 시샘 많아 손대기 어려웠고
임천엔 금함 없어 심신이 편안하였네
채산조수하여 배를 채우고
음풍영월로 마음을 풀었네
학문이란 의혹 없어야 상쾌하나니
평생의 허랑함을 면케 할 수 있네.
핵심 정리
• 지은이 : 서경덕
• 형식 : 칠언율시
• 연대 : 중종 때
• 주제 : 독서와 안빈낙도의 생활을 노래. 가난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고 자연과 더불어 책을 읽는 선비의 심회
• 출전 : 화담집
시어 및 구절 풀이
• 독서당일 : 독서를 시작하던 당년
• 지경륜 : 경륜에 뜻을 두다.
*경륜(經綸) : ①일정한 포부를 가지고 일을 조직적으로 계획함. 또는 그 계획이나 포부. ②천하를 다스림.
• 세모환감 : 만년에 오히려 달갑다
• 만년 : 나이가 들어 늙은 때
*안씨빈(顔氏貧): 공자의 제자 顔回의 安貧樂道한 삶을 이름
• 부귀유쟁 : 부귀에는 다툼이 있음
• 임천무금 : 임천에는 금함이 없다. '임천'은 숲과 샘이란 뜻으로 은사가 사는 자연을 이름
• 가안신 : 가히 심신이 편안함
• 감충복 : 배를 채움
• 족창신 : 정신을 흡족하게 펼치다
• 학도불의 : 학문에 이르러 의혹이 없음
• 면교허작 : 허망함을 면하게 함
• 허랑 : 언행이 허황하고 착실하지 못함
• 백년인 : 오랜 세월
해설과 감상
지은이의 인생관이 잘 반영된 작품이다. 한때는 경륜에 뜻을 두기도 했으나 한미한 집안에서 태어나 생활이 빈곤하니, 그러한 처지를 깨닫고, 함연에서는 부귀공명에는 시기와 다툼이 많으므로 부귀를 버리고 자연에 묻혀서 살아간다. 경연에서는 임천에서 자족하며 즐기는 생활을 그리며, 미연에서는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학문하는 바른 자세를 제시하고 있다.
그래서 이 작품은 도학자로서의 높은 인격과 명리를 멀리하는 작자의 심정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독서를 시작하던 당년에는 경륜에 뜻을 두었다가, 마침내는 학문의 깊은 이치를 터득하면서 세상사의 온갖 부귀를 버리고 임천에 묻혀 독서와 함께 안빈낙도하는 작자의 생활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 자연은 모든 것이 풍부하되, 그 어느 것 하나 이를 즐기려는데 금함이 없다. 이러한 자연을 찾아 산나물을 뜯고 물고기를 잡으며 사는 생활, 그것을 멋으로 알고 자랑스럽게 여기는 태도에서 우리는 선인들의 풍족한 정신 세계와 탈속한 모습을 찾아 볼 수 있다.
[작품: 12] 無語別[閨怨]
十五越溪女 십오월계녀
羞人無語別 수인무어별
歸來掩重門 귀래엄중문
泣向梨花月 읍향리화월
열 다섯 아리따운 아가씨
남 보기 부끄러워 말못하고 헤어지네
돌아와 대문을 굳게 닫아걸고
배꽃에 비친 달보고 혼자 눈물짓네
핵심정리
• 형식 : 오언절구
• 제재 : 이별
• 주제 : 이별의 한(또는 안타까움)
• 경향 : 낭만주의적
• 작가 : 林悌 (白湖)
시어 시구 풀이
• 월계녀(越溪女) : 아름다운 미인. 중국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여인으로 손꼽히는 서시(西施)는 중국 월(越)나라 약야계(若耶溪) 출신이다. 또한 미인을 지칭하는 성어로 월녀오희(越女吳姬)가 있다. 월나라와 오나라는 대대로 미녀들을 많이 배출한 곳이다.
• 수인(羞人) : 남을 부끄러워함.
• 무어별(無語別 ) : 말 없이 이별하다.
• 중문(重門) : 겹문, 덧문.
• 이화월(梨花月) : 배꽃처럼 하얀 달, 배꽃위에 걸린 달, 하얀 배꽃을 비추는 달.
• 읍(泣) :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없이 우는 것을 읍(泣)이라 함.
해설과 감상
1. 이 작품에서 보듯 작가는 여성적인 섬세한 감각으로 이별을 당한 여인의 슬픔을 효과적으로 포착해 내고 있다. 사랑하는 임과 헤어지면서도 남이 부끄러워 이별의 말 한 마디 못하고 소리 없는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손에 잡힐 듯하다.
이 작품에서 배꽃처럼 흰 달(梨花月)은 이 작품의 배경의 구실을 하면서 동시에 임의 모습을 더욱 생각나게 하는, 그래서 작중 화자의 마음을 더욱 슬프게 하는 작품 내적 기능을 하는 소재이다. 이 작품은 작가의 자유분망한 낭만주의적 경향이 잘 드러난 작품으로 권위와 법도가 중시되던 봉건주의적 시대의 남녀 사랑이란 절실한 마음 속에만 간직될 수밖에 없는 것을 표현한 작품이다. 임제는 송순(宋純)·정철(鄭澈) 등과 함께 한 시대를 풍미(風靡)했던 풍류 남아요, 재사(才士)였다. 그는 '수성지(愁城誌)'라는 뛰어난 소설을 썼을 뿐만 아니라 시조의 작가로도 탁월한 재주를 보였고, 한시의 창작에서도 독특한 경지를 개척했다.
2. 자유 분망한 낭만주의적 경향이 잘 드러난 오언절구다. 서로 부끄러워 말도 못하고 헤어지고 돌아와서는 빗장 잠그고 하얀 배꽃 사이 달을 보고 혼자 눈물 지으며 남몰래 애태우는 열다섯 처녀의 안타까운 연정이 한폭의 그림인 양 잘도 묘사 되었다. 특히 결구에서 하얀 배꽃의 애상적인 분의기와 그 사이로 애련히 걸려있는 달의 안배는 주인공의 심정과 절묘한 조화를 이룬 아주 뛰어난 구성이라 할 수 있겠다
[작품: 13] 打麥行(타맥행)
新芻濁酒如潼白(신추탁주여동백)
大碗麥飯高一尺(대완맥반고일척)
飯罷取枷登場立(반파취가등장립)
雙肩漆澤飜日赤(쌍견칠택번일적)
呼邪作聲擧趾齊(호사작성거지제)
須臾麥穗都狼藉(수유맥수도랑자)
雜歌互答聲轉高(잡가호답성전고)
但見屋角紛飛麥(단견옥각분비맥)
觀其氣色樂莫樂(관기기색낙막락)
了不以心爲刑役(요불이심위형역)
樂園樂郊不遠有(낙원낙교불원유)
何苦去作風塵客(하고거작풍진객)
새로 거른 막걸리 젖빛처럼 뿌옇고
큰 사발에 보리밥, 높기가 한 자로세.
밥 먹자 도리깨 잡고 마당에 나서니
검게 탄 두 어깨 햇볕 받아 번쩍이네
옹헤야 소리 내며 발 맞추어 두드리니
삽시간에 보리 낟알 온 마당에 가득하네
주고받는 노랫가락 점점 높아지는데
보이느니 지붕 위에 보리티끌뿐이로다.
그 기색 살펴보니 즐겁기 짝이 없어
마음이 몸의 노예 되지 않았네.
낙원이 먼 곳에 있는 게 아닌데
무엇하러 벼슬길에 헤매고 있으리요.
핵심 정리
• 지은이 : 정약용(丁若鏞 1762-1836) 경기도 광주 출생. 조선 정조 때의 실학자. 호는 다산(茶山). 또는 여유당(與猶堂). 정조 13년에 남인(南人)의 불리한 처지를 극복하고 대과에 급제하여 정조의 총애를 받기도 한 실학자이다. 저서에 <목민심서(牧民心書)>, <경세유표(經世遺表)>, <흠흠신서(欽欽新書)> 등 아주 많다.
• 갈래 : 행(한시의 일종), 서정시, 리얼리즘 시
• 연대 : 1801년
• 구성 : 기승전결의 4단 구성 선경후정의 시상 전개
• 성격 : 사실적, 반성적
• 배경 사상 : 실사구시의 실학사상
• 주제 : 농민들의 보리타작의 모습을 보고, 그 노동에서 얻는 즐거움을 보고 자신의 삶을 반성 혹은 노동에서 얻는 즐거움
시어 및 구절 풀이
• 타맥행 : 보리 타작의 노래. '행'은 한시의 한 체
• 신추탁주 : 새로 담은 막걸리를 거르다.
• 여동백 : 젖빛처럼 희다.
• 대완 : 큰 그릇
• 취가 : 도리깨를 들다.
• 칠택 : 검은 윤기
• 번일적 : 햇빛을 받아 번쩍거림
• 호야 : 감탄사. '옹헤야' 하는 소리. 여기서 '邪'는 어조사 '야'로 읽음. 간사할 사가 아님.
• 거지제 : 擧는 들다, 趾는 발, 齊는 가지런함, 곧 타작을 위해 발을 나란히 맞추어 드는 모양을 말함.
• 수유 : 잠시 만에
• 맥수 : 보리 낟알
• 도낭자 : 다 어지럽게 흩어짐
• 호답 : 서로 답한다. 즉 민요를 선창, 후창하는 것
• 성전고 : 소리가 옮겨 높다.
• 옥각 : 지붕의 모서리
• 분비맥 : 어지럽게 날리는 보리
• 낙막락 : 어떤 즐거움보다 더 즐겁다.
• 이심위형역 : 마음이 육체의 부리는 바가 된다는 뜻으로, 정신이 물질의 지배를 받음을 말한다. '도연명'의 '귀거래사'에 "이미 스스로 마음이 몸의 노예 되었으나 어찌 근심하여 슬퍼하고만 있으리오"라는 말이 있음
• 낙원낙교 : 낙원을 반복한 것
• 풍진객 : 속세의 나그네
새로 거른 ~ 햇볕 받아 번쩍이네: 좋은 술과 기름진 음식은 아닐지라도 노동의 건강성과 좋은 조화를 이루는 막걸리와 보리밥이 요기로서는 부족함이 없음과 햇빛에 그을은 두 어깨로 대변되는 농민의 노동하는 건강한 삶에 화자가 감탄하고 있다. 화자는 직접 노동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으로 시적 대상이 노동하려는 모습을 관찰하고 이에 감동을 받고 있다.
응해야 소리내며 ~ 보리티끌 뿐이로다: 노동요를 부르면서 흥겹게 도리깨질을 하는 농민이 보리낟알이 온 마당에 날릴 정도로 적극적으로 일을 하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고, 그 노동의 강도는 시간이 점점 지나갈수록 더욱 강해진다. 노랫가락 소리도 높아지고 동시에 마당뿐만 아니라 온 집안에 보리 낟알이 날리고 있다. 화자는 건강한 농민의 노동력에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
그 기색 ~ 되지 않았네: 농민의 즐거운 노동 행위에서 건강하고 생동하는 삶을 발견하고 그로 말미암아 육신과 정신이 조화로운 통일을 이루고 있다는 인식까지 드는 것이다. 화자는 시적 대상인 농민의 건강한 노동 행위를 관찰한 끝에 삶의 본질을 깨닫고 있는 것이다.
[*마음을 매인 바 조금도 없어라->마음(정신)이 육체의 힘듦에 매이지 아니하고 오히려 기쁨을 주다. 육신과 마음의 조화로운 통일.]
낙원이 먼 곳에 ~ 헤매고 있으리요.: 대상의 행위에서 깨달은 삶의 본질은 그것으로 멈추지 않고 화자의 내면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즉 화자가 벼슬길에 나서 정치적으로 억압을 받고 힘든 삶을 살아온 과정이 모두 부질없는 행위였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화자는 대상을 보기 전과는 다른 새로운 삶의 진리를 깨달았음을 토로하고 있는 것이다.
해설과 감상
다산(茶山)의 한시 작품은 실학 사상을 배경으로 사회 제도의 모순, 관리나 토호들의 횡포, 백성들의 고뇌, 농어촌의 가난 등이 그 주제로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므로 그의 시는 대부분이 현실적인 면을 사실적으로 그렸으며, 시어(詩語)도 평민적이라고 할 수 있다. '보리 타작'도 가난을 딛고 건실하게 일하는 농민의 건설적인 모습을 보이는 바, 악부(樂府)시체에서 전화한 한시의 한 체인 '행(行)'을 그 형식으로 하고 있고, '타맥행'은 다산 문학의 특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시이다. 이것은 농민의 생활에서 취재한 것이요, 여기에서 농민은 일하는 농민이다.
다산 정약용 자신이 생산과 그 노고 속에서 즐거움을 찾는 농민과 한 마음이 되어 보고 느낀 것을 그대로 사실적으로 노래한 농부가인 것이다. 또한 '막걸리, 보리밥, 도리깨, 보리알' 등 평민적인 시어들은 한결 친밀감을 주면서 보리 타작의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 선하다. 그리고 씩씩하게 두드리는 도리깨 소리로써 가난을 딛고 일어서려는 꿋꿋한 의지를 느낄 수 있다. 이렇게 건강하고 생동하는 농민들의 삶에서, 시인은 인생의 즐거움을 찾아내고 있으며, 당시 새롭고 가치있는 삶을 평민들의 현실 세계에서 찾고자 하는 당시 진보적 지식인들의 경향을 엿 볼 수 있다.
[작품: 14] 탐진 촌요(耽津村謠)
棉布新治雪樣鮮(면포신치설양선)
黃頭來博吏房錢(황두래박이방전)
漏田督稅如星火(누전독세여성화)
三月中旬道發船(삼월중순도발선)
새로 짜낸 무명이 눈결같이 고왔는데
이방 줄 돈이라고 황두가 뺏어가네
누전 세금 독촉이 성화같이 급하구나
삼월 중순 세곡선(稅穀船)이 서울로 떠난다고.
핵심 정리
• 지은이 : 정약용
• 갈래 : 칠언절구(七言絶句)
• 압운 : 鮮 錢 船
• 성격 : 고발적. 비판적
• 표현 : 직유법. 도치법
• 주제 : 관리들의 횡포 고발
• 출전 : <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
시어 시구 풀이
棉(면) : 목화 樣(양) : 모양. 형상. 무늬
鮮(선) : 곱다. 깨끗하다 博(박) : 넓다. 취하다.
漏(루) : 새다 督(독) : 살피다. 단속하다
• 布(면포) : 무명
• 新治(신치) : 새로 짜내다
• 雪樣鮮(설양선) : 눈처럼 희고 곱다
• 黃頭(황두) : 중국 한(漢)나라 때 선박을 관리하던 벼슬 이름. 여기서는 지방 관리를 이르는 듯함
• 博(박) : ‘搏(박) - 뺏다. 취하다’와 같은 의미
• 漏田(누전) : 토지 대장에서 누락된 전토
• 督稅(독세) : 세금을 독촉하다
• 星火(성화) : 몹시 급한 일의 비유
• 道發船(도발선) : 도에서 조정으로 세미(稅米) 실은 배를 보냄
새로 짜낸 - 고왔는데 : 새로 짠 무명을 자랑스러워하고 만족해 하는 모습이 선연하게 살아 있다.
이방 줄 - 뺏어가네. : 지방의 말단 관리조차 그 횡포가 심하였음을 보여 준다.
누전 세금 - 급하구나. : 장부에 누락되어 세금 매길 것을 근거가 없는 토지를 재결(災結)로 거짓 보고하여 세금을 앗아가는 지방관의 횡포를 보여 주고 있다.
해설 및 감상
15수로 되어 있는데 작품 중 제 7수이다.
탐진(耽津)은 지금의 전남 강진으로서 다산(茶山) 정약용의 유배지이다. 그 곳에서 유배 생활을 하던 시절에 농촌의 모습과 농민 생활의 고초를 그린 ‘탐진 촌요’는 ‘탐진 농가(耽津農家)’, ‘탐진 어가(耽津漁歌)’와 더불어 3부작(三部作)을 이루고 있다. ‘탐진 촌요’는 모두 15수로 구성되어 있는데, 여기에 실린 것은 그 중 한 수이다.
이 작품은 관리들의 횡포에 시달리는 농민들의 눈물겨운 삶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렸다. 피땀 흘려 짜낸 무명을 황두들이 뺏어가고, 성화 같은 세금 독촉에 시달리는 농민들의 삶의 모습이 눈에 잡힐 듯이 다가온다. 다산(茶山)의 한시(漢詩) 가운데는 관리들의 횡포에 시달리는 농민들의 고달픈 삶을 노래한 것들이 많이 있는데, 다산은 이런 작품을 통해 당시의 피폐한 농촌의 현실을 고발하고, 백성을 위한 정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을 촉구했다.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 - 가혹한 정치를 이르는 말)’라는 구절을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작품: 15] 絶命詩(절명시) 三
鳥獸哀鳴海岳嚬 (조수애명해악빈)
槿花世界已沈淪 (근화세계이침륜)
秋燈掩卷懷千古 (추등엄권회천고)
難作人間識字人 (난작인간식자인)
새 짐승도 슬피 울고 강산도 찡그리니.
무궁화 온 세상이 이젠 망해 버렸어라.
가을 등불 아래 책 덮고 지난 날 생각하니,
인간 세상에 글 아는 사람 노릇, 어렵기도 하구나.
핵심 정리
• 지은이 : 황현(黃玹)
• 형식 : 칠언절구 (七言絶句)의 우국시
• 제재 : 국권의 피탈(被奪)
• 성격 : 저항적, 우국적, 고백적
• 압운 : 嚬(빈), 淪(륜), 人(인)
• 구성 :
1행 - 국권 피탈의 비극성을 자연물에 감정 이입하여 표현
2행 - 망국의 비애 노래
3행 - 자신의 소임을 생각
4행 - 지식인으로 살아가는 일의 어려움
• 표현 : 활유법, 대유법
• 주제 : 국난에 대처하는 지식인의 고뇌 또는 일제의 국토 강점에 대한 저항 의지, 국권을 강탈당하는 위기에 처한 지식인의 고뇌
• 출전 : 매천집
시어 구절 풀이
• 鳥獸(조수) : 새와 짐승. 금수(禽獸)
• 哀鳴(애명) : 슬피 욺
• 海岳(해악) : 바다와 산. 해악(海嶽)
• 槿花(근화) : 무궁화. 여기서 '槿花世界(근화세계)'란 우리 나라를 일컬음
• 沈淪(침륜) : 침몰. 몰락
• 掩卷(엄권) : 책을 덮음
• 懷千古(회천고) : 지난 날을 생각함
• 難作(난작) : 하기 어려움
• 識字人(식자인) : 글 아는 사람
새와 짐승들도 ~ 찡그리니 : 국권 피탈의 치욕을 자연물과 새, 짐승을 통해 구체화한 표현이다. 번역 과정에서 '새와 짐승들'을 '새짐승'으로 하는 경우도 있음
무궁화 온 세상이 이젠 망해 버렸어라 : 무궁화는 우리 나라를 뜻하는 대유적 표현이므로 곧 나라가 망해 버렸다는 뜻
가을 등불 아래 ~ 생각하니 : '등불'과 '책'에서 이 시와 화자가 지식인임을 알 수 있다. 나라가 위기에 처하자 책을 덮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있다. 어려운 역사적 현실 속에서의 작자의 고민이 드러난다.
해설괴 감상
황현은 소년 시절부터 과거를 통하여 발신할 것을 꾀하였으나, 막상 과거에 급제했을 때는나라의 정사가 이미 기울어져 있었으므로 범연히 서울을 떠나 고향으로 내려갔다. 이후 국권 피탈의 비보가 전해지자, 절명시 네 수를 남기고 조용히 죽음을 택했다. 여기에 실린 것은 그 중 세 번째 작품으로 험난한 역사 속에서 지식인으로서의 처신의 어려움을 말하고 있으며, 이 시의 정서적 기반을 이루고 있는 사상은 선비적 지조라고 볼 수 있다. 현실적 역사를 이끌어 가는 힘을 갖지 못한 지식인의 불가피한 저항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으며, 황현선생의 죽음은 당시 일본과 세계에 한국인의 기개를 알리는 뜻있는 의미가 되었지만, 자결을 통한 소극적인 저항은 그 분의 순수한 의도하고는 다르게 많은 아쉬움을 담고 있다.
참고 : 절명시 나머지 수
절명시 一
난리를 겪다 보니 백두년(白頭年)이 되었구나.
몇 번이나 목숨을 끊으려다 이루지 못했도다.
오늘날 참으로 어찌할 수 없고 보니
가물거리는 촛불이 창천(蒼天)에 비치도다.
제 1수에서 작자는 이미 을사년부터 순명을 결심해왔음을 말한다., 창천을 비출 촛불에다 자신의 외가닥 양심을 비유하고 있다. “난리통에 어느새 머리만 허예졌누/그 몇번 목숨을 버리렸건만 그러질 못했던 터/하지만 오늘은 정녕 어쩔 수가 없으니/바람에 흔들리는 촛불만이 아득한 하늘을 비추는구나(亂離滾到白頭年 幾合捐生却末然 今日眞成無可奈 輝輝風燭照蒼天).”
절명시 二
요망한 기운이 가려서 제성(帝星)이 옮겨지니
구궐(久闕)은 침침하여 주루(晝漏)가 더디구나.
이제부터 조칙을 받을 길이 없으니
구슬 같은 눈물이 주룩주룩 조칙에 얽히는구나.
제 2수는 나라의 종언(終焉)을 고하는 양국조서(讓國詔書)이건만 옥음(玉音 : 임금의 음성)이 다시는 없을 것이라 하며 슬퍼하였다.
절명시 四
일찍이 나라를 지탱할 조그마한 공도 없었으니
(내 일찍이 나라 위해 서까래 하나 놓은 공도 없었으니)
단지 인(仁)을 이룰 뿐이요, 충(忠)은 아닌 것이로다.
(내 죽음은 겨우 인을 이룰 뿐 충을 이루진 못했어라)
겨우 능히 윤곡(尹穀 )을 따르는 데 그칠 뿐이요
(이제 겨우 윤곡처럼 죽음에 거칠 뿐)
당시의 진동(陳東)을 밟지 못하는 것이 부끄럽구나.
(그때의 진동처럼 나라 위하지 못함이 부끄럽구나.)
※윤곡 : 중국 송나라 진사로, 몽골 침입 때 가족이 모두 죽음
※진동 : 중국 송나라 선비로, 국가의 기강을 세우는 상소를 하고 황제의 노여움을 사서 억울하게 죽음
제 4수는 자신이 죽는 것은 충(忠)을 다하고자 함이 아니라 인(仁)을 이루기 위함이다. 그러나 적을 탄핵하다가 참형 당한 진동(陳東)을 본받지 못하고 겨우 몽고병의 침입 때에 자분(自焚)하고 만 윤곡(尹穀)의 뒤나 따를 뿐이라고 통탄하였다. 절명시〉는 우국(憂國)의식이 짙은 높은 수준의 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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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한시를 배우니
예사로 보이던 글귀가
눈에 쏙쏙~~~들어옵니다.ㅎㅎ
오호~~공감합니다
저도 요즘 그 어려운
한시가 눈에 들어옵니다
일두 정여창 선생님의
남계서원~~이네요~~!!
이제
조금 친해졌나봐요 ㅎ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