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보어(omnivore), 개인주의 시대 잡식성 소비의 매력
종합 선물 세트처럼 다양한 구성이 깃든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또는 '러브 액츄얼리', 이른바 옴니버스 영화들에 관객들이 매료되던 시절이 있었다. 옴니는 '모든'을 뜻하며, 서로 다른 연인들의 사랑 이야기들을 한 편에서 다룬 것이다. 그러던 경향이 확대되어 '옴니보어(omnivore)' 소비가 올해 유행한다는 견해가 나왔다. 옴니보어는 무엇이든 먹는 사람이나 잡식성 동물을 일컫는 영어이다. 잡식은 근사하게 들리진 않는 어감이지만, 개성적인 소비를 함으로써 선입견을 넘는 현상을 가리킨다.
이를테면, 여성의 전유물로 알려진 화장품을 사들이는 남성이 예시이다. 키덜트로 지칭되는, 어린이 장난감을 취미로 구입하는 어른, 그 역시 옴니보어 소비자로 여겨진다. 남성은 남성 것에만, 어른은 어른 것에만 관심을 두는 시대가 더는 아니다. 똑같은 맥락에서, 프로야구처럼 남성 전용 스포츠를 향유하는 여성 관람객이 증가한다. 연령과 성별의 경계를 탈피함에서 훨씬 나아가, 고급과 대중성을 섞어서 즐기는 특징을 지닌다. 우아하게 비싼 스테이크로 식사한 뒤에 달고나를 길거리에서 군것질하는 것이다. 오케스트라 연주회에 들렀다가 과격한 청춘의 힙합을 감상하면서, 극과 극을 오간다. 또 다른 신인류를 맞이하게 된 셈이다.
강화된 개인주의가 옴니보어 소비 유형의 요인이다. 남다름은 주요 가치이며 우주 중심에는 '나'가 있다. 독창성은 예술가들 몫이었지만, 다들 어느새 그만의 차별화로 특별한 존재가 되려는 시대이다. 게다가 요즘은 스마트폰과 인공지능으로 손쉽게 방대한 정보를 얻는다. 날마다 낯선 문물에 접근할 수 있으므로, 기존 습성에 머무르지 않는 것이다. 처음 선택했던 특정 상표와 상품을 관성적으로 사던 소비자들 앞에, 브랜드들은 이제 부지런히 새로움을 선사해야 한다.
옴니보어, 잡식성 소비라는 개념이되, 물질에의 탐욕 아닌 여러 경험 쌓음에 의미를 둔다. 그러면서 값비싼 것을 소유하여 자랑할 요량보다는, 본인 취향을 만족시킬 제품을 선호하는 것이다. 가령, 남자 연예인 스타들이 진주 목걸이를 착용하며 꽃무늬 치마를 입어서 각광받는다. 젊은 여자 스타들은 아저씨 양복 재킷을 멋으로 헐렁하게 걸친다. 스스로 추구하는 세계관이 포함된 이색적인 다문화가 구태스러운 호화로움을 능가한다.
다만, 옴니보어처럼 요즘에는 신식 용어를 거의 영어로 만들어서 아쉽다. 세련됨과 간결함을 위하여 그러겠지만 쉬운 우리말을 모색할 만하다. 포만감 있는 잡식성 소비의 매력 속에서 삶이 더 충만해지기를 바란다. 글·한분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