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우연히 발견한 아이의 자해 흔적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으셨을 겁니다. 하지만 아이가 몸에 상처를 내는 것은 죽고 싶어서가 아니라, 감당하기 힘든 무력감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안타까운 신호일 수 있습니다."
Q. 선생님,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절망감에 글을 올립니다.
오늘 우연히 고등학교 1학년인 딸아이의 팔을 보았습니다. 옷소매 사이로 선명하게 그어진 상처들과 흉터들을 보고 너무 놀라 추궁했더니, 아이가 자해를 했다고 체념한 듯 말하더군요. 다치지 않았냐며 울면서 왜 그랬냐고 물어봐도, 아이는 "그냥 그럴 만해서 그랬다", "이유를 말해도 엄마는 모를 거다"라며 마음의 문을 닫아버렸습니다.
평소에 큰 문제 없이 밝게 잘 지내던 아이였습니다. 사춘기라 예민한 건 알았지만, 자기 몸에 끔찍한 상처를 낼 정도로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는 걸 전혀 몰랐던 제 자신이 너무나 원망스럽습니다.
도대체 우리 아이는 왜 이런 끔찍한 방법으로 자신을 괴롭히고 있는 걸까요? 이렇게 자해를 하는 아이들은 어떤 마음인 건가요? 부모인 제가 어떻게 다가가야 아이가 마음을 열고 이 고통스러운 행동을 멈출 수 있을까요? 제발 도와주세요.
A.안녕하세요, 평소 밝았던 딸아이의 끔찍한 자해 흔적을 마주하시고 얼마나 큰 충격과 애통함을 느끼고 계실지, 부모님의 그 절절하고 아픈 마음이 깊이 전해집니다. 아이의 고통을 미리 알아채지 못했다는 자책감으로 스스로를 원망하고 계신 그 마음에 먼저 깊은 위로를 전합니다.
청소년기, 특히 여자아이들에게 자해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극심한 내적 고통을 다루기 위한 절박한 몸부림일 수 있습니다. 심층 연구에 따르면, 자해를 하는 십 대 소녀들은 크게 세 가지의 각기 다른 절박한 심리 상태(자기 표상)를 보입니다.
분노나 좌절 같은 감정을 남에게 표현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런 감정을 느끼는 자신을 '나쁜 사람'이라며 과도하게 비난하는 아이들입니다. 이들은 자신을 통제하고 숨기기 위해, 마치 스스로에게 내리는 벌처럼 자해의 고통을 이용합니다.
압도적인 불안이나 너무 벅차고 낯선 감정들(예: 극도의 스트레스, 설명할 수 없는 불안)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몰라 혼란스러워하는 아이들입니다. 이들에게 자해는 그 폭풍 같은 감정들을 차단하고 잠시나마 통제감을 되찾기 위한 수단이 됩니다.
과거에 거절, 소외, 혹은 트라우마를 경험하고 스스로를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상처받은 존재'로 여기는 아이들입니다. 이들은 극심한 심리적 고통을 눈에 보이는 물리적 고통으로 치환하여, 누군가 자신의 아픔을 알아봐 주기를 무의식적으로 호소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어머니, 아이가 자해를 하는 것은 결코 어머니의 잘못이나 아이가 엇나갔기 때문이 아닙니다. 아이는 감당하기 벅찬 발달 과정의 혼란과 내면의 고통 속에서, 역설적이게도 '스스로를 지켜내기 위해' 그런 방식을 선택했을 뿐입니다.
아이에게 "왜 그랬냐", "절대 하지 마라"고 다그치거나 억지로 상처를 숨기게 하는 것은 아이를 더욱 고립시킬 뿐입니다.
대신 "네가 말하지 못할 만큼 너무 아프고 무서운 시간을 보냈구나. 엄마가 몰라줘서 미안해. 네가 어떤 모습이든 엄마는 널 돕고 싶어"라며, 아이의 어떤 감정이든 비판 없이 온전히 수용하겠다는 태도를 보여주세요.
그리고 지체 없이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나 청소년 심리 상담 전문가를 찾아야 합니다. 자해는 심리적 고통을 다루는 아이만의 잘못된 방식이므로, 전문가와 함께 아이가 어떤 감정 때문에 자해를 하는지(벌받는 자아, 알 수 없는 자아, 상처받은 자아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를 탐색하고, 건강한 대처 방식을 찾아가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무력감에 빠진 아이를 다그치거나 억지로 행동만 교정하려 하면 아이는 더 깊은 고립감에 빠집니다. 아이가 건강한 방식으로 감정을 다룰 수 있도록 부모님이 안전한 울타리가 되어주어야 합니다."
1. 부정적인 감정에 대처하는 '대안적 기술' 가르쳐주기
청소년기에는 무력감과 같은 개인 내적 어려움이 흔하게 발생합니다. 아이가 힘든 감정을 느낄 때 자해 대신 사용할 수 있는 건강한 대처 방법을 배울 수 있도록 사춘기 시작 무렵부터 예방적 차원의 지원을 제공해야 합니다.
2. 스스로를 탓하는 '자기 비하'의 마음 다독여주기
자해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자신을 벌하기 위해서', '자신이 실패자라고 느껴서', '자신이 싫어서'와 같이 스스로를 향한 부정적인 감정 때문입니다. 부모님은 아이가 자신에 대해 가지는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할 수 있도록 존재 자체를 인정하고 따뜻하게 지지해 주어야 합니다.
3. 자해 빈도를 확인하고, 잦을 경우 즉시 전문가 개입하기
아이들의 절반 가까이(47%)는 한두 번의 자해에 그치지만, 자해 빈도가 높을수록 자살 충동이나 자살 시도로 이어질 위험이 크게 증가합니다. 아이의 자해가 습관적으로 반복된다면 즉시 개입하여 자살 위험을 낮출 수 있는 전문가의 치료를 반드시 받게 해야 합니다. 또한 아이들이 또래 친구에게 주로 도움을 청하므로, 친구들을 위한 지원 및 개입 프로그램도 함께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본 센터는 아동과 청소년을 비롯한 모든 연령의 상담을 진행하는 센터로 사회성 발달을 위한 집단상담, 치료놀이 및 각종 상담방식이 다양한 치료센터입니다. 또한 전문 치료사가 배치되어 고민하고 어려워하는 부분을 정확하고 친절하게 상담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를 방문하시어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언제까지 아이에게 친구들과 사이좋게 잘 지내라는 뜬구름 잡기식의 잔소리만 할 것인가? 초등학생인 우리 아이의 사회성을 길러줄 수 있는 답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사회성에 대해 20여 년간 상담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해 아이의 사회성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온 이향숙 박사의 오랜경험과 노하우가 이 책 한 권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책 소개 中)
*참고문헌Gillies, D., Christou, M. A., Dixon, A. C., Featherston, O. J., Rapti, I., Garcia-Anguita, A., Villasis-Keever, M., Reebye, P., Christou, E., Al Kabir, N., & Christou, P. A. (2018). Prevalence and Characteristics of Self-Harm in Adolescents: Meta-Analyses of Community-Based Studies 1990-2015. Journal of the American Academy of Child & Adolescent Psychiatry, 57(10), 733-7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