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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무언가 달라져 있습니다. 손을 뻗어 잔을 드는 순간 손바닥에 닿는 온도도 어제와 같지 않습니다. 기억 속의 따뜻함은 지금 여기에 없습니다. 거리를 걷다가 문득 멈춰 섭니다. 이 길을 매일 지나쳤는데 오늘은 간판 하나가 내려져 있습니다. 어제까지 있던 가게가 오늘은 빈 공간입니다. 철거된 흔적만 남아 있고 그 앞을 사람들은 그냥 지나갑니다. 누군가는 오늘 처음 이 길을 걷고 있을 것입니다. 그에게 이빈 공간은 원래부터 비어 있던 자리입니다. 무엇이 있었는지 모르니 사라진 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나는 어제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이 다르게 보입니다. 손에 든 찻잔을 내려놓습니다. 도자기 표면이 식탁에 닿으며 작은 소리를 냅니다. 그 소리는 공기를 타고 퍼져 나갔다가 어느 순간 들리지 않게 됩니다. 소리가 사라진 것일까요? 아니면 처음부터 머물 곳이 없었던 것일까요? 창밖을 봅니다. 나무 한 그루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습니다. 가지가 움직이고 잎이 떨립니다. 바람이 지나가면 다시 고요해집니다. 흔들렸던 가지는 제자리로 돌아온 것일까요? 아니면 비슷한 자리에 다시 머물러 있는 것일까요? 바람은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나무가 움직이는 것을 보고 바람이 지나갔다고 말합니다. 나무가 멈추면 바람도 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보이지 않게 된 것과 없어진 것은 같은 말일까요? 찻잔을 다시 듭니다. 자난에 남은 물이 미세하게 흔들립니다. 손에 떨림이 물에 전해진 것입니다. 손을 고정해도 물은 한동안 흔들림을 멈추지 않습니다. 움직임은 어디서 시작되어 어디서 끝나는 것일까요? 오후가 됩니다. 햇빛이 조금 더 기울어져. 찻잔 그림자가 식탁 위에서 길게 늘어납니다. 아침과 같은 찻잔인데 그림자는 다른 모양입니다. 그림자는 자네 일부일까요? 아니면 잔관은 별개의 무언가일까요? 해가 지면 그림자도 사라집니다. 잠시 눈을 감습니다. 숨이 들고 나는 것이 느껴집니다. 드리쉬는 숨과 내쉬는 숨 사이에는 아주 짧은 멈춤이 있습니다. 그 멈춤은 숨이 아닙니다. 그런데 숨이 이어지려면 그 멈춤이 필요합니다. 눈을 뜹니다. 찻잔은 여전히 거기 있습니다. 하지만 잔안의 물은 조금 더 줄어든 것 같습니다. 증발한 것입니다. 보이지 않게 떠나간 물은 어디로 간 것일까요? 저녁이 됩니다. 불을 켜지 않은 방안이 서서히 어두워집니다. 어둠이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빛이 물러나는 것입니다. 그런데 빛이 물러나자 어둠이 남습니다. 어둠은 원래 거기 있었던 것일까요? 불을 켭니다. 방 안이 밝아지면서 어두운 구석으로 밀려납니다.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창밖은 여전히 어둡고 불빛이 닿지 않는 곳은 여전히 어둡습니다. 빛과 어둠은 함께 있습니다. 빛이 있어서 어둠을 알고 어둠이 있어서 빛을 압니다. 다시 찻잔을 봅니다. 아침에 본 그 자리입니다. 하루가 지났는데 자는 그대로입니다. 잔 표면에 얼룩은 조금 더 선명해진 것 같습니다. 물은 더 줄었습니다. 그림자는 사라졌습니다. 잔을 감싸는 공기의 온도도 달라졌습니다. 같은 것은 무엇일까요? 손으로 잔을 감쌉니다. 손의 온기가 잔에 전해집니다. 잔이 조금씩 따뜻해집니다. 손을 떼면 자는 다시 씻기 시작할 것입니다. 따뜻함은 잔의 성질일까요? 밤이 깊어갑니다. 거리의 소음이 잦아듭니다. 낮에 들렸던 자동차 소리 사람들의 발소리 가게 문 여닫는 소리가 사라집니다. 사라진 소리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요? 고요함이 찾아옵니다. 그런데 완전한 고요는 아닙니다.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 시계 초침 소리 멀리서 들리는 차소리 작은 소리들이 고요 속에 섞여 있습니다. 고요란 무엇일까요? 찻잔에 물을 마십니다. 차가운 물이 입 안으로 들어오고 목을 타고 내려갑니다. 자는 가벼워지고 몸은 무거워집니다. 빈 잔을 내려놓습니다. 이제 잔 아내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공기가 있습니다. 빈 공간이 있습니다. 물이 있었던 흔적이 있습니다. 비었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창밖으로 달이 보입니다. 보름달입니다. 환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달빛이 방 안으로 들어옵니다. 바닥에 하얀 사각형이 그려집니다. 그 위로 창틀에 그림자가 선명하게 드리워집니다. 달빛은 달에서 오는 것일까요? 아니면 해 빛이 달에 반사된 것일까요? 다른 스스로 빛나는 것이 아닙니다. 해 빛을 받아 빛을 내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달빛은 무엇에 비칠까요? 구름이 지나갑니다. 달이 가려집니다. 방 안이 다시 어두워집니다. 달이 사라진 것일까요? 구름 뒤에 가려진 것일까요? 구름이 지나가면 달은 다시 보입니다. 같은 달입니다. 그런데 조금 전에 달과 지금의 달은 같은 달일까요? 시간이 지났습니다. 달의 위치도 조금 바뀌었습니다. 거울 앞에 섭니다. 거울 속에 누군가 서 있습니다. 나를 보고 있는 사람입니다. 손을 들면 그도 손을 듭니다. 눈을 감으면 그도 눈을 감습니다. 완벽하게 똑같이 움직입니다. 그런데 거울 속에 그는 나일까요? 거울에서 떨어져 나옵니다. 거울 속의 사람도 멀어집니다. 그는 여전히 나를 보고 있습니다. 거울이 없으면 그도 없습니다. 손바닥을 봅니다. 5개의 손가락이 있습니다. 손금이 있고 살결이 있고 온기가 있습니다. 이것은 내 손입니다. 손가락 하나를 움직입니다. 움직이라고 생각하니 움직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모릅니다. 무엇이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일까요? 손가락이 움직이는 동안 나머지 손가락은 가만히 있습니다. 4개의 손가락은 내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눈을 감습니다. 손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손은 여전히 느껴집니다. 무게가 느껴지고 온기가 느껴집니다. 보이지 않는 손도 내 손일까요? 길을 걷습니다. 발이 땅을 딛고 몸이 앞으로 나아갑니다. 걷는다는 것은 익숙한 일입니다. 어떻게 걷는지 생각하지 않아도 벌어집니다. 멈춰 섭니다. 걷는 것이 멈춥니다. 그런데 숨은 멈추지 않습니다. 심장은 멈추지 않습니다. 멈춘 것은 무엇이고 멈추지 않은 것은 무엇일까요? 다시 걷기 시작합니다. 이번에는 걸음을 의식하며 걷습니다. 오른발 왼발 오른발 왼발 의식하며 걷는 것과 의식하지 않고 걷는 것은 다릅니다. 그런데 걷는다는 사실은 같습니다. 누군가와 마주칩니다. 서로 눈이 마주칩니다. 상대는 나를 보고 나는 상대를 봅니다. 상대가 보는 나는 어떤 모습일까요? 상대가 떠나갑니다. 이제 나를 보는 사람이 없습니다. 아무도 보지 않을 때에 나는 어떤 사람일까요? 방 안에 혼자 앉아 있습니다. 고요합니다. 생각이 떠오릅니다. 어제 있었던 일이 떠오르고 내일 해야 할 일이 떠오릅니다. 기분 좋았던 기억도 떠오르고 불편했던 순간도 떠오릅니다. 생각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한 생각이 떠올랐다가 사라집니다. 그 자리에 다른 생각이 떠오릅니다. 생각은 계속 바뀝니다. 바뀌는 것은 생각일까요? 아니면 나일까요? 화가 납니다. 누군가의 말이 마음에 걸립니다. 가슴이 답답하고 몸이 긴장됩니다. 화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시간이 지나면 화는 사라집니다. 마음이 풀리고 몸이 이완됩니다. 사라진 화는 어디로 간 것일까요? 기쁨이 찾아옵니다. 좋은 소식을 듣습니다. 입가에 웃음이 번지고 기분이 가벼워집니다. 기쁨은 내 것일까요? 소식이 없었다면 기쁨도 없었을까요? 밤이 됩니다. 잠자리에 눕습니다. 눈을 감습니다. 깨어 있는 나와 잠든 나는 같은 사람일까요? 꿈을 꿉니다. 꿈속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어딘가를 갑니다. 꿈에서 깩니다. 꿈은 사라지고 현실로 돌아옵니다. 아침이 됩니다. 눈을 뜹니다. 새로운 하루가 시작됩니다. 어제 나와 오늘의 나는 같은 사람일까요? 거울을 다시 봅니다. 어제 본 그 얼굴입니다. 그런데 어제와 똑같지는 않습니다. 피부 상태가 다르고 표정이 다르고 눈빛이 다릅니다. 같은 얼굴인데 다른 얼굴입니다. 손을 봅니다. 발을 봅니다. 몸을 봅니다. 이 모든 것이 나입니다. 몸이 바뀌어도 나는 여전히 나입니다. 생각이 바뀌어도 나는 여전히 나입니다. 감정이 바뀌어도 나는 여전히 나입니다. 변하지 않는 무언가일까요? 아니면 변하면서도 이어지는 무언가일까요? 발끝을 봅니다. 서 있는 땅을 봅니다. 땅은 단단하고 고정되어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런데 지구는 돌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움직이고 있습니다. 느껴지지 않을 뿐입니다. 고정되어 있다는 느낌과 실제로 고정되어 있는 것은 다릅니다. 의자에 앉습니다. 몸의 무게가 의자에 실립니다. 의자는 몸을 지탱합니다. 몸과 의자 사이에는 경계가 있습니다. 받는 부분이 있고 닿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런데 몸의 열기는 의자로 전해집니다. 오래 앉아 있으면 의자도 따뜻해집니다. 열은 경계를 넘어갑니다. 무언가 원하는 마음이 일어납니다. 이것을 갖고 싶고 저것을 하고 싶습니다.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원하는 것이 이루어집니다. 잠시 만족스럽습니다. 그런데 그 만족은 오래 가지 않습니다. 다시 무언가 원하는 마음이 일어납니다. 이번에는 다른 것을 원합니다. 채워졌던 자리가 다시 비어 있습니다. 원암은 끝이 있을까요?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합니다. 마음이 답답합니다. 왜 내게는 주어지지 않는지 속상합니다. 얻지 못한 것은 정말 필요한 것이었을까요? 어떤 사람을 만납니다. 만나면 좋고 헤어지면 아쉽습니다. 자주 만나고 싶고 오래 함께 있고 싶습니다. 그런데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불편함도 생깁니다. 상대의 습관이 눈에 띄고 작은 말 한마디가 걸립니다. 좋아하는 마음과 불편한 마음은 함께 올까요? 상대가 떠납니다. 그립습니다. 함께했던 시간이 떠오르고 돌아오기를 바랍니다. 시간이 지나면 그리움도 옅어집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관계가 시작됩니다. 전에 그리움은 무엇이었을까요? 아픕니다. 몸 어딘가가 불편합니다. 통증이 느껴지고 움직이기 힘듭니다. 통증은 몸의 신호입니다.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신호입니다. 치료를 받습니다. 통증이 줄어듭니다. 몸이 회복됩니다. 완전히 예전으로 돌아갈까요? 늙어갑니다. 몸이 예전 같지 않습니다. 쉽게 피곤하고 회복이 느립니다. 젊음은 어디로 간 것일까요? 거울을 봅니다. 주름이 보입니다. 몇 년 전에는 없던 주름입니다. 주름은 언제 생긴 것일까요? 변화는 눈에 띄지 않게 일어납니다. 매일 보는 얼굴이라 변화를 모릅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다른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계획을 세웁니다. 이렇게 하면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대를 품고 시작합니다. 계획대로 되지 않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깁니다. 실망스럽습니다. 다시 계획을 세웁니다. 이번에는 더 꼼꼼하게 준비합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예상 밖의 일이 생깁니다. 예상할 수 있는 것과 예상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이 다른 것일까요? 비가 옵니다. 우산을 가져오지 않았습니다. 옷이 젖고 신발이 젖습니다. 불편합니다. 비가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비는 내 바람과 상관없이 내립니다. 비가 그치기를 바라도 비는 계속 내립니다. 바람은 비를 멈출 수 있을까요? 집에 돌아옵니다. 젖은 옷을 벗습니다. 따뜻한 물로 씻습니다. 불편함이 사라집니다. 편안해집니다. 불편함과 편안함은 계속 바뀝니다. 하나가 오면 다른 하나는 가고 다른 하나가 오면 하나는 갑니다. 이 바뀜은 언제 끝날까요? 무언가를 놓칩니다. 중요한 순간을 놓쳤습니다. 후회가 됩니다. 그때 다르게 했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합니다.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이 아깝습니다. 후회는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요? 실수를 합니다. 잘못을 저지릅니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줍니다. 미안합니다. 돌이키고 싶습니다. 그런데 이미 일어난 일입니다. 일어난 일은 없던 일이 될 수 있을까요? 용서를 받습니다. 마음이 조금 가벼워집니다. 용서는 무엇을 되돌리는 것일까요? 다투었던 사람과 화해합니다. 다시 좋은 관계가 됩니다. 다툼의 기억은 남아 있습니다. 보이지 않게 조심하게 됩니다. 화해한 관계와 다투지 않았던 관계는 같을까요? 가게 앞을 지나갑니다. 진열대에 물건들이 놓여 있습니다. 눈길이 갑니다. 갖고 싶습니다. 그것이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지갑을 엽니다. 돈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사지 않습니다.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갖고 싶은 마음은 조금 전과 같은데. 이제는 필요 없다고 느껴집니다. 갖고 싶음과 필요함은 바른 것일까요? 집에 돌아옵니다. 그것이 생각납니다. 샀어야 했나 싶습니다. 어제는 필요 없었는데 오늘은 필요한 것 같습니다. 필요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아침에 눈을 뜹니다. 하루가 시작됩니다. 무엇을 할지 생각합니다. 오늘 하루는 어제와 다른 하루입니다. 길을 나섭니다. 익숙한 길입니다. 매일 걷는 길입니다. 오늘 이 길은 어제 그 길과 같은 길일까요? 카페에 들어갑니다. 커피를 주문합니다. 커피가 나옵니다. 커피 잔을 듭니다. 따뜻합니다. 한 모금 마십니다. 쓴맛이 입안에 퍼집니다. 쓴맛은 커피의 성질일까요? 아니면 내 혀가 느끼는 감각일까요? 창밖을 봅니다. 사람들이 지나갑니다. 각자 어딘가로 가고 있습니다. 모두 바쁘게 움직입니다. 각자의 목적은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출근하고 어떤 사람은 약속 장소로 갑니다. 같은 길을 걷지만 가는 곳은 다릅니다. 같은 시간을 보내지만 하는 일은 다릅니다. 커피를 다 마시고. 빈 잔이 남습니다. 잔 안쪽에 커피 자국이 남아 있습니다.
자국은 커피가 있었다는 흔적입니다. 그런데 커피는 이미 없습니다. 흔적은 과거일까요? 아니면 현재일까요? 집으로 돌아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섭니다. 익숙한 공간입니다. 매일 돌아오는 곳입니다. 가구 배치는 같습니다. 벽에 색도 같습니다. 그런데 공기는 다릅니다. 빛의 각도도 다릅니다. 집은 무엇으로 정의되는 것일까요? 책을 펼칩니다. 글자가 보입니다. 글자는 종2위에 인쇄되어 있습니다. 글자를 읽습니다. 의미가 떠오릅니다. 의미는 글자에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읽는 사람의 마음에 있는 것일까요? 같은 글자를 다른 사람이 읽으면 같은 의미일까요? 책을 덮습니다. 의미는 사라집니다. 글자는 다시 종이 위에 잉크가 됩니다. 의미는 어디로 간 것일까요? 저녁을 먹습니다. 음식이 입으로 들어갑니다. 19 3키입니다. 음식은 몸속으로 들어갑니다. 소화되고 흡수됩니다. 음식은 에너지가 됩니다. 에너지는 움직임이 됩니다. 음식에서 에너지로 에너지에서 움직이므로 하나가 다른 하나가 됩니다. 음식과 에너지와 움직임은 같은 것일까요? 밤이 됩니다. 불을 뜹니다. 어둠이 찾아옵니다. 어둠 속에서는 사물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사물은 여전히 거기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일까요? 눈을 감습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소리는 들립니다. 바람 소리 먼 차 소리 냉장고 소리 보이지 않아도 세상은 여전히 움직입니다. 보는 것과 잊는 것은 어떤 관계일까요? 생각합니다. 오늘 하루를 돌아봅니다. 무엇을 했고 무엇을 느꼈는지 떠올립니다. 기억이 떠오릅니다. 기억은 진짜 일어난 일일까요? 같은 일을 겪은 두 사람의 기억이 다를 수 있습니다.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 바뀝니다. 처음에는 또렷했던 기억이 흐릿해집니다. 중요하지 않았던 부분은 사라지고 중요한 부분만 남습니다. 변한 기억은 거짓일까요? 잠자리에 눕습니다. 하루가 끝납니다. 내일이 오기를 기다립니다. 내일은 어떤 하루일까요? 기대하는 내일과 실제로 오는 내일은 같을까요? 눈을 감습니다. 의식이 흐려집니다. 잠이 옵니다. 잠드는 순
알 수 있을까요? 천장을? 봅니다. 하얀 천장입니다. 아무것도. 없는 표
그런데. 차갑습니다. 단단합니다. 있습니다. 완전히 평평하지 않습니다. 완전히. 매끄러운 표면은 존재할까요? 벽을 손으로 만집니다. 차갑습니다. 단단합니다. 손의 온기가 벽으로 전해집니다. 만진 부분이 조금씩. 따뜻해집니다. 손을 떄문다. 벽은. 다시 식어갑니다. 물은 같은 물일까요? 얼음이. 녹습니다. 고체였던 것이 액
따라 흐르고 강으로 흐르고. 바다로 흐릅니다. 물은 게울일 때는? 개울이고 강1. 물입니다. 고체 액체. 바다입니다. 씨앗은 땅 속에 묻힙니다. 그런데 물 자체는 변하지. 않습니다. 않습니다. 물일까요? 얼음이 녹습니다. 고체였던 것이 액체가 됩니다. 형태가 바뀌었지만. 물은 여전히 물입니다. 물이 끓습니다. 액체였던 것이 기체가 됩니다. 꽃이 집니다. 열매가 맺힙니다. 열매 안에는 씨앗이 들어. 있습니다.
물입니다. 고체 액체 기체. 셋은 다른 것일까요? 씨앗을 심습니다. 씨앗은 땅 속에 묻힙니다. 보이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싹이 돋습니다. 물입니다. 보이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싹이 돋습니다. 보이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싹이 돋습니다. 되고 꽃이 됩니다. 씨앗과 꽃은 같은 것일까요? 꽃이. 집니다. 열매가 맺힙니다. 열매. 안에는 씨앗이 들어 있습니다. 것일까요? 꽃이 집니다. 열매가 맺힙니다. 열매 안에는 씨앗이. 들어 있습니다. 처음에 씨앗과 나중에 씨앗은 같은 것일까요? 촛불을 켭니다. 불꽃이 타오릅니다. 밝게. 빛납니다. 불꽃을 봅니다. 흔들립니다. 습니다 처음에 씨앗과 나중에 씨앗은 같은 것일까요 촛불을 켭니다 불꽃이 타오릅니다 밝게 빛납니다 불꽃을 봅니다 흔들립니다 움직입니다 사라지지 않습니다 불꽃은 계속 같은 모양일까요 매 순간 다른 모양입니다 같은 불꽃이 계속 타는 것일까요 초가 녹습니다 밀라비노가 아래로 흘러내립니다 존은 점점 짧아집니다 초가 다 타면 불은 꺼집니다
불이 사라집니다 불은 어디로 간 것일까요 나무를 봅니다 크고 단단한 나무입니다 오래된 나무입니다 이 나무도 한때는 작은 씨앗이었습니다
씨앗이 자라서 나무가 되었습니다 나무가 되는 과정에서 씨앗은 어디로 간 것일까요 나무는 언젠가 늙습니다 잎이 떨
어지고 가지가 마르고 몸통이 썩습니다 나무는 흙으로 돌아갑니다
필기된 나무는 여전히 나무일까요 흙 속에서 다른 씨앗이 자랍니다 나무였던 흙이 새 나무의 양분이 됩니다 이전 나무와 새 나무는 어떤 관계일
까요 손을 펼칩니다 손바닥에 작은 흙 한 줌이 있습니다
이 흙은 어디서 온 것일까요 하나의 흙 안에 수많은 과거가 섞여 있습니다 바위였던 것 나무였던 것 잎이었던 것 벌레였던 것 바람이 부읍니다
보이지 않지만 느껴집니다. 나뭇잎을 흔들고 물결을 일으키고 구름을 움직입니다. 바람은 무엇일까요? 바람이 멈추면 바람은 사라지는 것일까요? 파도를 봅니다. 파도가 밀려옵니다. 모래 사장에 닿았다가 물러갑니다. 파도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파도는 물의 움직임입니다. 그런데 물 자체가 이동하는 것은 아닙니다. 물은 제자리에서 위아래로 움직일 뿐입니다. 파도는 무엇이 이동하는 것일까요? 하나의 파도가 사라지면 다른 파도가 생깁니다. 끊임없이 파도가 이어집니다. 파도는 계속 새로운 것일까요? 저 멀리 산이 보입니다. 높고 웅장한 산입니다. 변하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산도 변합니다. 비가 내리면 흙이 씻겨 내려가고 바람이 불면 바위가 깎입니다. 아주 천천히 보이지 않게 변합니다. 1000년 전에 산과 지금의 산은 같은 산일까요? 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변하고 있습니다. 다만 변화가 느려서 눈에 띄지 않을 뿐입니다. 구름이 흘러갑니다. 하얀 구름이 하늘을 가로지릅니다. 모양이 계속 바뀝니다. 처음에는 둥근 모양이었는데 이제는 길게 늘어져 있습니다. 조금 뒤에는 여러 조각으로 흩어집니다. 구름의 경계는 어디까지일까요? 구름은 물방울의 모임입니다. 물방울이 모여서 구름이 되고 흩어지면 구름이 사라집니다. 구름이 사라진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요? 비가 내립니다. 구름이 물방울이 되어 떨어집니다. 땅에 닿고 강으로 흐르고 다시 바다로 갑니다. 바다의 물은 증발하여 다시 구름이 됩니다. 구름은 다시 비가 되어 내립니다. 이 순환에는 시작이 있을까요? 숨을 쉽니다. 공기가 들어오고 나갑니다. 들어온 공기는 내 것이 되고 나간 공기는 밖에 것이 됩니다. 그런데 경계는 어디일까요? 들어온 공기는 산소를 남기고 이산화탄소를 가져갑니다. 내가 쓴 산소는 나무가 만든 것입니다. 나무는 내가 내신 이산화탄소를 씁니다. 나와 나무는 분리되어 있을까요? 밥을 먹습니다. 쌀이 입으로 들어옵니다. 쌀은 소화되어 영양분이 됩니다. 영양분은 피가 되어 온몸을 돌고 세포가 되어 몸을 만듭니다. 어제 먹은 밥은 오늘 내 몸의 일부입니다. 쌀은 땅에서 자랐습니다. 땅은 물과 햇빛을 받아 쌀을 키웠습니다. 물은 비에서 왔고 햇빛은 해에서 왔습니다. 어디까지가 나이고 어디부터가 나 아닌 것일까요? 지금 이 순간을 봅니다. 이 순간은 과거에서 왔고 미래로 갑니다. 이 순간은 홀로 잊지 않습니다. 무수한 과거가 모여 지금이 되었고 지금은 무수한 미래로 흩어질 것입니다. 지금이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모든 것은 무엇이 되려고 하는 중입니다. 씨앗은 나무가 되려고 하고 구름은 비가 되려고 하고 물은 바다로 가려고 합니다. 되려고 하는 것과 이미 된 것은 언제 나닐까요? 나무는 언제 나무가 되는 것일까요? 싹이 트는 순간일까요? 잎이 나는 순간일까요? 열매를 맺는 순간일까요? 어느 순간이 나무를 나무로 만드는 것일까요? 보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 변하고 있는 모든 것을 변한다는 것을 볼 수 있다면 보는 이것은 변하지 않는 것일까요? 변화를 보는 눈도 변하고 있습니다. 어제 보던 방식과 오늘 보는 방식이 다릅니다. 경험이 쌓이고 이해가 깊어지고 시야가 넓어집니다. 무엇이 변하지 않는 것일까요? 모든 것이 변합니다. 그런데 변한다는 것은 변하지 않습니다. 붙잡을 수 없지만 느껴지는 것이 있습니다. 물은 흐릅니다. 강물은 바다로 흐르고 바닷물은 증발하여 구름이 되고 구름은 다시 비가 되어 강으로 돌아옵니다. 흐름은 멈추지 않습니다. 나무는 씨앗에서 자라고 열매를 맺고 다시 씨앗을 남깁니다. 이어짐은 끊어지지 않습니다. 숨은 들어오고 나가고 다시 들어오고 나갑니다. 이 움직임은 쉬지 않습니다. 지금 이 순간도 흐르고 있습니다. 읽고 있는 이 순간도 이미 지나가고 있습니다. 넘쳐 있는 것은 없습니다. 고정된 것은 없습니다. 모든 것은 조건에 따라 일어나고 조건이 바뀌면 사라집니다. 조건이 모이면 나타나고 조건이 흩어지면 사라집니다. 나타남과 사라짐은 계속 이어집니다. 이 이어짐 속에서 무엇 하나 홀로 있는 것은 없습니다. 모든 것은 다른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손에 든 찻잔 하나에도 흙이 있고 물이 있고 불이 있고 사람의 손길이 있습니다. 한 송이 꽃에도 씨앗이 있고 땅이 있고 비가 있고 햇빛이 있습니다. 하나 안에 모든 것이 들어 있습니다. 모든 것 안에 하나가 들어 있습니다. 경계는 선명하지 않습니다. 여기와 저기가 나뉘지 않습니다. 이것과 저것이 따로 있지 않습니다. 흐르는 물처럼 피어나는 꽃처럼 움직이는 바람처럼 모든 것은 이미 흐르고 있습니다. 붙잡지 않아도 이해하지 않아도 지금 이 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