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규백 만난 자리에서 "이재명 만나게 해달라"
박판준(오른쪽) 육군사관학교 총동창회장과 황성진 공군사관학교 총동창회장이 12일 안규백을 만난 뒤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를 나오고 있다. 박 회장은 “육사가 폐교된다니 우리는 초상집”이라며 검은 양복에 검은 넥타이를 매는 ‘상복’ 차림으로 이날 면담에 참석했다.
육·해·공군 3군 사관학교 총동창회장들이 12일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를 찾아가 안규백에게 “사관학교 졸속 통합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육·해·공사 총동창회는 지난달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사관학교 통폐합 반대 국민 총궐기 대회’를 열며 집단행동을 시작했지만, 총동창회장들이 안규백을 직접 만나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판준 육사 총동창회장(예비역 대령)과 이범림 해사 총동창회장(예비역 중장), 황성진 공사 총동창회장(예비역 중장)은 이날 오후 국방부 청사에서 약 1시간 동안 안규백과 면담했다. 박 회장은 이날 면담에 검은색 양복에 검은 넥타이를 매고 나타났다. 박 회장은 “육사가 폐교된다니 우리는 초상집이다.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계속 상복을 입고 모든 공식 행동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날 면담에서 총동창회장들은 주로 사관학교 통합이 현역·예비역 군인들과 일반 국민들 사이의 충분한 공감대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군 안팎의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총동창회장들이 발언하고, 안규백은 메모를 하며 듣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박판준 육사 총동창회장은 이 자리에서 이재명이 지난 5일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신속한 육·해·공사 통합을 지시하며 “대한민국에서 군사 쿠데타를 무려 세 번이나 한 중심이 육군사관학교인데, 한 번도 책임을 묻지 않았다”고 말했던 일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쿠데타에 대해 처벌을 안 받았다고 했지만 다 처벌을 받았다. 전두환 대통령은 국립묘지도 못 가고 모든 (관련된) 사람들은 훈장 다 뺏기고 처벌 다 받고 있다”며 “(12·3) 계엄 때문에도 얼마나 많은 후배들이 피해를 보고 군 생활도 접고 했는가”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육사가 쿠데타를 일으켰어도 지금 생도들이 무슨 죄가 있는가”라며 “계엄 세력 때문에 이것(통합)을 진행한다고 그러면 이재명에게 육사 총동창회장이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도 할 테니 만남의 자리를 한 번 가지게 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재명을 만나게 되면 “사관학교를 통합하는 것은 이치에 안 맞으니 좀 물러달라”고 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면담에서 이범림 해사 총동창회장은 “1945년 해방과 동시에 해군이 제일 먼저 창설돼 해사 역사가 유구하다. 아무 이유 없이 문을 닫는 징벌적 처벌을 받을 이유가 없지 않나”라며 “세계 어느 나라 해사를 가더라도 바닷가를 떠나 있는 해사는 한 군데도 없다”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 국방부는 지난달 내륙인 대전 자운대에 ‘국군사관학교’를 창설하는 기본 계획을 발표했다.
황성진 공사 총동창회장은 “(인재 확보는) 사관학교를 통합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고 처우를 개선하면 되는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물리적으로 통합하는 것보다는 4차 혁명 시대에 맞게 가상 캠퍼스를 만들어 그 안에서 생도들이 서로 토론하고 교육도 같이 받고 할 수 있다”고 했다고 한다.
1시간 남짓한 면담이 끝나자마자 총동창회장들과 국방부의 말은 엇갈리기 시작했다. 총동창회장들은 면담 후 “안규백은 현재의 사관학교 체제를 유지한 가운데 교육 개혁을 추진하는 방안도 하나의 안으로 놓고 검토하겠다는 것을 약속했다”고 했다. 안규백이 현행 유지도 검토해 보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방부는 “현 체제 유지도 검토하겠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안규백은 “열린 자세로 다양한 의견을 듣겠다”고만 했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국군사관학교 창설을 기본으로 하는 가운데, 제기되는 여러 의견을 반영함으로써 최선의 사관학교 교육 개혁을 달성할 것”이라고 했다.
면담에 배석한 한 총동창회 측 관계자는 “방위 출신이며 탈영 의혹이 있는 안규백 본인이 과연 엄중한 인식이나 충분한 지식을 갖고 이런 중차대한 일을 추진하는지에 대해 면담 내내 의구심을 떨쳐버리기 어려웠다”고 했다.
안규백에게 권한이 없는 것처럼 느껴져 “이재명과의 면담을 주선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재명 측은 아직 예정된 면담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