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과학자들은 해마에 새로운 신경세포가 생성되도록 훈련하는 방법을 발견했다.
과학자의 지능 메커니즘에 관한 이해가 근력 메커니즘을 아는 수준의 절반 정도만 돼도 뇌를 개선하는 방법을 찾는 일은 훨씬 쉬워진다. 예를 들어 역기 운동을 하면 근력은 강화된다. 화학·전기 신호가 근육세포 내부의 근원섬유 다발 수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런 식으로 뇌의 신경세포를 강화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신경회로는 더 많이 사용할수록 강해져… 운동과 명상 등이 뇌 훈련에 도움돼
하지만 효과적인 인지력 강화법을 찾는 일이 가망 없지는 않다. 외부의 자극이 어떻게 뇌의 구조와 기능을 변화시키는지 탐구하는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 분야에서 가장 유력한 발견 중 하나는 주의집중이 뇌를 물리적으로 변화시키고 기능회로를 확장하는 거의 기적 같은 능력을 가졌다는 사실이다. 하나의 기술에 숙달됐다고 해서 우리 뇌가 더 똑똑해지지 않는 것도 그로써 설명할 수 있다. 숙달되면 주의집중을 게을리하기 때문이다. 반면 예를 들어 볼룸댄스나 외국어 학습처럼 인지적으로 힘든 새로운 활동을 하면 뇌의 정보처리 속도가 빨라지고 신경접합부가 강해지며 기능성 신경 네트워크가 확대되거나 새로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
신경과학자가 인지 메커니즘의 기초를 확실히 이해하면 뇌 기능을 개선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미국 국립약물중독연구소(NIDA)의 과학자들이 2010년 41건의 이중맹검 위약대조군 연구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에게서 니코틴이 집중력(신경가소성의 핵심 요인)과 인지력을 강화한다. 그들은 니코틴이 미세운동 기능, 단기 기억의 정확도, 일부 형태의 집중력과 작업 기억 등 기초 인지 능력에 ‘중대한 긍정적 효과’를 가져다 준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런 효과는 진정한 뇌 기능 향상과 이로운 인지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니코틴이 대뇌 피질회로에서 핵심 요소인 신경전달물질 아세틸콜린의 수용체와 결합하기 때문이다(그러나 흡연은 치매 위험을 높일 수도 있다. 따라서 흡연은 지금 당장의 기억과 집중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지만 나중에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니코틴 패치가 그런 위험 없이 뇌에 이로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신경과학자에 따르면 일부의 경우 특정 작업을 할 때 애더럴이나 리탈린 같은 신경자극제도 인지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인 그런 약과 카페인은 뇌의 도파민 수치를 높인다. 도파민은 동기유발과 보상과 관련된 신경전달물질이다. 그러나 그런 약은 인지력 강화에는 도움되지만 언어 유창성이나 추리 또는 추상적 사고력을 증진시키진 않는다. 또 최근 연구에 따르면 도파민 활동을 높게 유지하는 유전자 변이를 가진 사람에게는 그런 약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방해 요소를 제거해 집중력을 강화함으로써 자연적인 잠재력을 끌어내는 것과 원초적으로 그런 잠재력을 증강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후자는 신경과학에서 가장 잘 확립된 현상 중 하나를 활용해야 한다. 신경회로는 더 많이 사용할수록 강해진다는 현상을 말한다. 그 결과 집중하는 기술이 발전하고 더 많은 신경물질을 동원해 실적이 향상된다. 영국 런던은 거리가 2만5000개 정도여서 혼동하기 쉽다. 그 거리를 전부 외우는 택시 기사는 후위 해마(공간 기억을 저장하는 뇌 부위)가 일반 런던 시민보다 크다. 2003년 영국 UCL(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대학의 신경과학자 엘리너 머과이어가 발견한 사실이다. 역으로 말해 요즘처럼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에 길 찾는 능력을 맡기면 우리는 결국 그런 능력을 잃는다.
‘함께 활성화되는 신경세포는 서로 연결된다’는 규칙은 인지 훈련으로 지능이 높아진다는 점을 시사한다. 여러 연구 결과가 그런 사실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주의 사항이 있다. 정부가 지원한 대규모 연구 ‘액티브’에 따르면 기억력과 추리력, 정보처리 속도를 높이는 훈련을 하면 그런 능력이 개선된다. 그러나 그런 능력이 다른 기능으로 전환되진 않는다. 예를 들어 정보처리 속도가 빨라진다고 해서 기억력이 향상되진 않는다. 또 기억력이 향상돼도 추리력이 개선되진 않는다. 마찬가지로 십자낱말풀이를 하면 그 능력만 개선될 뿐이다. 컬럼비아대학의 신경과학자 야코브 스턴 교수는 “지금까지 연구한 바에 따르면 인지 훈련이 그 훈련에 사용된 과제에만 도움이 되며 다른 과제에는 적용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뇌의 실행조절 기능 개선에는 활기찬 걷기와 명상이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뇌 훈련에서 가장 이상적인 것은 다른 과제에도 적용될 수 있는 방법이다. 세 가지 유망한 후보가 있다. 첫째는 신체 운동이다. 일리노이대학(어바나-샴페인 캠퍼스)의 아트 크레이머 교수는 주 3차례 하루 45분씩 활기차게 걷는 간단한 유산소 운동으로도 일화적 기억과 실행조절 기능이 약 20% 향상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의 연구는 대부분 나이 많은 성인을 대상으로 했다. 따라서 그 결과는 뇌 생리의 퇴화가 시작된 사람에게만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운동은 경험과 새로운 지식·정보를 저장하는 해마 부위에서 신경세포의 생성을 촉진한다. 또 기능성 회로(우수한 지능의 기초가 된다)를 구성하는 새로운 신경접합부의 생성을 자극한다. 크레이머 교수는 70세인 사람이 1년 동안 운동하면 기억력과 기획력, 모호성과 다중작업을 처리하는 능력이 개선돼 30세인 사람의 신경접합부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체력 단련이 인지 기능의 기초가 되는 분자·세포의 구성 요소를 변화시킨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운동은 기억이나 의사결정을 세부적으로 훈련하기보다 더 일반화된 뇌 기능 개선의 혜택을 준다.”
전방위적인 뇌 훈련이 가능한 두 번째 방법은 명상이다. 명상은 주의집중을 통제하고 외부에서 들어오는 감각신호를 처리하는 뇌 부위를 강화할 수 있다. 마이애미대학의 신경과학자 아미시 자가 고안한 ‘마음챙김에 기초한 마음단련’ 프로그램에서 참가자들은 특정 신체 감각 같은 한 가지에 초점을 맞춰 집중력을 강화한다. 자 교수는 그런 훈련이 “뇌의 신호처리가 좀 더 효율적이 되도록 뇌 구조와 기능을 바꿔” 정신적 민첩함과 주의 집중력을 높이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일부 비디오게임도 전반적인 정신 민첩성을 증진할 수 있다. 스턴 교수는 고령자에게 복잡한 컴퓨터 기반 액션게임 ‘스페이스 포트리스’를 할 수 있도록 훈련했다. 자신의 우주선을 미사일과 지뢰로부터 보호하는 동시에 미사일을 발사해 적의 요새를 파괴하는 게임이다. 스턴 교수는 “운동 제어, 시각 탐색, 작업·장기 기억, 의사결정이 필요한 게임”이라고 설명했다. 신경가소성의 필수 요소인 주의집중도 필요하다. 특히 다양한 과제에 주의 집중을 통제하고 전환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이 게임을 하면 기억력, 운동 속도, 시공간 기술, 인지 유연성이 개선된다.”
크레이머 교수도 전략 비디오게임 ‘라이즈 오브 네이션스’가 고령자의 실행제어 기능을 개선한다는 연구 결과를 얻었다. 과제 전환, 작업 기억, 단기 시각 기억, 추리력이 그런 기능에 포함된다. 이처럼 세밀하게 테스트된 게임이나 훈련 프로그램은 별로 없다. 시험에서 효과를 보인 게임도 거의 없다. 아무튼 주의집중·전환 능력을 더 많이 요구하는 게임이나 프로그램이 가장 효과적일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 게임이나 프로그램 사이에 활기차게 걸으면 효과는 더 좋을 것이다.
- 섀런 베글리 뉴스위크 기자
[이 기사는 뉴스위크 특별호 ‘당신의 놀라운 몸: 전문가들이 말하는 더 오래 더 즐겁게 사는 비결과 과학(Your Amazing Body: Leading Experts Reveal the Science and Secrets Behind Living Longer and Better)’에서 발췌했다.][박스기사] 뇌도 컴퓨터처럼 데이터 압축한다 - 나중에 신속히 인출할 수 있도록 기억을 관리하는 메커니즘 발견돼새 연구에 따르면 우리의 뇌가 기억을 인출하는 방식은 컴퓨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인간의 뇌와 컴퓨터 ‘뇌’를 비교하는 것은 역논리처럼 보인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를 보면 기억의 작동 원리를 가장 잘 설명해주는 사례가 컴퓨터인 듯하다.
어제 본 영화가 어땠는가? 중학교 때 캠핑 갔을 때 즐거웠는가? 고등학생 시절의 기억은 어떤가?
대다수는 그런 질문에 곧바로 대답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뇌가 저장한 기억으로 돌아가 일일이 당시를 되돌려 보는 건 아니다. 그보다는 컴퓨터가 정보에 신속히 접근하기 위해 대용량 파일을 압축하듯이 우리가 뇌에서 기억 데이터를 압축하기 때문이다.
최근 학술지 뉴런에 게재된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기억 인출과 미래 행동 계획을 위해 나중에 우리가 사용할 정보를 압축한 뒤 우리 뇌가 경험을 실시간으로 기록하는데 사용하는 것과 다른 뇌파 주파수로 그 데이터를 암화화하는 메커니즘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 제2의 뇌파 주파수는 실제로 발생하는 것보다 훨씬 빨리 기억을 재생하는 데 사용된다.
이 주파수는 ‘감마 리듬’으로 불린다. 뇌는 고해상도 실시간 정보를 처리할 때는 ‘빠른’ 감마 리듬으로 암호화하는 데 계속 이어지는 짧은 파장을 가졌다. 반면 과거에서 기억을 인출하고 미래를 계획하는 것에 관한 정보는 ‘느린’ 감마 리듬으로 암호화한다. 파장이 더 길다는 뜻이다.
각각의 ‘느린’ 파동은 ‘빠른’ 파동보다 훨씬 많은 정보 포인트를 갖는다. 나중에 신속히 재생할 수 있도록 더 많은 데이터를 더 작은 뇌 ‘파일’로 압축한다는 뜻이다. 아울러 연구팀에 따르면 컴퓨터에서 압축 파일이 데이터 양과 질에서 떨어지듯이 압축된 뇌 파일도 마찬가지다. 기억되는 실제 사건에서 경험한 세부사항이 빠져 있다는 얘기다.
이 논문의 저자인 텍사스대학(오스틴 캠퍼스)의 신경과학 부교수 로라 콜진은 “이 메커니즘은 앞으로 우리가 할 일의 순서를 압축된 시간으로 상상할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해준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그런 일을 계획하고 앞으로 할 행동의 순서를 생각할 수 있다. 그 모든 일은 실제로 할 때보다 상상할 때 더 신속하게 일어난다.”
콜진 교수는 감마 리듬이 교란된 정신분열증 환자가 실제로 일어난 일과 상상한 일을 구별하기 어려운 이유를 설명하는데도 이 연구 결과가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상상한 일을 실제 일어나는 일에 사용되는 주파수로 잘못 전달하면 그런 끔찍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 조에 슐랑거 뉴스위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