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더라도 승부를 내려고요.” 프로야구 SSG와 KIA의 맞대결이 펼쳐진 10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 좌완투수 임준섭(34·SSG)이 8회 마운드에 올랐다. 5-2 팽팽한 상황. 1이닝 무실점으로 깔끔하게 막았다. 중심타선을 상대하면서도 안정감 있는 피칭을 이어갔다. 한화 소속이던 2020년 8월 11일 키움전 이후 1002일 만에 홀드를 수확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임준섭은 “어떤 상황인지 인지를 못하고 있다가, 홀드를 하고 나니 예전 기억이 딱 나더라. 진짜 오래됐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큰 기대를 받았던 자원이다. 2012년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전체 15순위)로 KIA 유니폼을 입었다. 구위 자체는 좋았으나 고질적인 제구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2015년 트레이드를 통해 한화로 이적한 뒤에도 마찬가지. 결국 지난 시즌을 마치고 방출 통보를 받았다. 좌완 불펜이 필요했던 SSG가 손을 내밀었다. 입단테스트를 거쳐 합류했다. 임준섭은 “잠깐이지만 소속팀이 없는 게 처음이었다. 필요로 해주신 만큼 계속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전했다. 변화는 작은 포인트에서 시작됐다. 김원형 SSG 감독은 “좋은 슬라이더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야구를 굉장히 어렵게 했더라.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이 낮았다”면서 “무엇인가를 바꿨다기보다는, 생각이 달라진 듯하다”고 말했다. 보다 과감하게 승부할 것을 주문했다. 임준섭은 “맞더라도 타자와 승부해 결과를 내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직구 고집을 내려놓고 슬라이더 비중을 높인 것도 주효했다. 슬라이더 구사율이 지난해 25.7%서 50.3%까지 늘었다. 심적으로도 편안하다. SSG엔 베테랑들이 많은 편이다. 의지할 수 있는 존재다. 임준섭은 “형들이 많아 너무 좋다”고 활짝 웃었다. 동갑내기 포수 김민식과의 호흡도 찰떡이다. 임준섭은 “(김)민식이가 나를 잘 알고 잘 던지는 구종을 유도해준다. 결과가 좋아 사인대로 믿고 던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SSG는 디펜딩챔피언이다. 올해도 시즌 초반부터 상위권에 자리하고 있다. 임준섭은 “원래도 잘하는 팀 아닌가. 살짝 숟가락 얹어 더 잘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잘 될 때도 그렇지 않을 때도 있겠지만 최대한 많은 경기에 나서고 싶다”고 전했다. 광주=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사진=SSG랜더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