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을 구울 때 소금을 치는 걸 '밑간한다'고 표현한다. 마치 소금의 역할이 짠맛 가미뿐인 것만 같다. 그러나 생선구이에서 소금의 본분은 짠맛을 더하는 것뿐만 아니라 생선 살의 식감도 살리는 것이다.
1.단단한 생선 식감, 소금이 살려
생선 살 조직은 고기보다 훨씬 연하다. 액틴, 미오신 등 근육 단백질이 고기보다 적고, 근섬유 길이가 짧은 데다가 근육과 뼈를 잇는 결합 조직도 더 부드럽기 때문이다. 이 탓에 생선 구이는 맛있게 하기 어렵다. 금방 타거나, 덜 조리해 생선 살이 쉽게 부서지고 퍼석해진다. 굽다가 생선 액즙과 알부민, 글로불린 등 단백질이 용출돼 비린내가 나기도 한다.
소금이 해결해 준다. 생선 살을 단단하게 해, 식감을 살리고 모양도 유지되게 한다. 중앙대 식품생명공학과 하상도 교수는 "소금은 단백질을 응고시킨다"며 "단백질은 열에 의해 응고되는데, 소금이 있으면 응고되는 온도가 낮아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소금이 유발하는 삼투압 현상도 생선 조직 밀도 향상을 돕는다. 삼투압 현상은 저농도에서 고농도로 수분이 이동하는 것을 말한다. 생선 속 수분이 소금을 뿌려 고농도가 된 생선 살 바깥으로 빠져나가게 돼 생선 내부 밀도가 올라가게 된다. 생선 형태가 단단히 유지돼 굽기도 더 쉬워진다.
2.최대 1시간 전에 뿌려야
소금에 너무 오랫동안 절여놓으면 짠맛이 너무 강해지고, 생선 살 전체가 너무 단단해져 맛도 떨어진다. 30분~1시간 전쯤 생선 전체 무게의 약 5%에 이르는 양을 뿌리면 된다. 보통 손가락 3개로 소금을 한 줌 집었을 때의 양 정도다. 소금은 정제되지 않은 것을 사용하는 것이 낫다. 정제 소금에는 단백질을 잘 응고시키는 마그네슘이나 칼륨 성분이 적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