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미스테리 판타지 소설 트래디셔날 닥터 -1-

[대탐방]

프롤로그

오류로 인한 고장

부실로 인한 결로

실수로 인한 불이익

환경오염

비도덕적인 인간

불륜

패륜

자본과 과학으로 이룩한 21세기에서 인간 세계를 다루는 이야기의 최종회는 비극을 향해 폭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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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마음은 신의 영묘한 진리의 표본이다.

신은 인간에게 마음을 주었다.

그 마음은 우주의 참된 이치에 근원한다.

심원(心原)은 미지의 세계.

그 한량없는 심령은 진리 자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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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펼쳐진 가파른 절벽 위에 놓인 듯

우주의 티끌보다 미세한 존재의 인간들...

신은 그저 어리석은 잘못을 저지르는 인간을 내려다 볼뿐이다.

그러한 인간은 자신이 만든 울타리 안에서 자기가 지배하는 우물안의 세상을 말한다.

울타리 밖의 세상을 꿈꾸고,

우물 위의 하늘을 우러르며,

매일같이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며 울타리 내의 세계를 지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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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 가야산 봉우리 위로 한 없이 넓은 언덕이 곧게 펼쳐져 있다.

한 남자가 산 너머로 어렴풋이 빛나는 노을 빛을 의식하며, 쉼 없이 가파른 산등성이를 타고 올라간다.

언덕 위에 수많은 검은 기와들이 수를 놓은 듯 거대한 집들의 지붕으로 덮어져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그 거대한 기와집을 향해 남자는 힘차게 걸어 들어간다.

큰 대문 앞에 잠시 멈춰 있던 남자는 곧 활짝 열린 문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섰다. 그리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종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수많은 기와집 의 골목 사이를 걸었다. 남자는 앞에 우뚝 서있는 집의 문을 두드린 후 신을 벗고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는 책상다리 모양으로 앉아 두 눈을 지긋이 감았다.

하얀 빛이 그의 심안(心眼)을 파고 들자 순간 몸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파란 하늘 위의 세상에는 광활한 대 우주가 펼쳐지고, 그 아래로, 소나무들이 하늘을 떠받치 듯 모든 팔들을 뻗어 올리며 서있다. 잔잔한 무게감이 감도는 정원 한가운데에는 분수의 이치를 가르치는 듯 연못의 시원한 물줄기가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높이로 흩뿌려지고 있었다.

성남 대학교 맞은 편 한옥 건물의 일주문 위로 푸른 하늘에 제트기 한 대가 지나가며 길쭉하게 뻗은 흰 기류를 뿜어내고 있었다. 몇 대의 제트기가 지나간 넓은 공간의 하늘에 여러 개의 흰 구름기둥들이 늘어져 있었다.

트래디셔널 닥터 TRADTIONAL DOCTOR

전통의(傳統醫)

늦가을에 해가 막 서산으로 넘어가는 시간대였고, 학교의 인파는 밝은 오후 때보다 더 뜸했다. 이미 많은 학생들을 태우고 버스가 떠난 정류장에서 버스 한대가 마지막으로 남아 있었다. 멀리서 한 학생이 애타게 손을 흔들며 막 출발하려는 버스를 향해 소리쳤다.

"잠깐만요."

그러나 버스기사는 그를 무시한 채 클런치를 떼며 엑셀을 밟기 시작했다.

"기사님. 뒤에 사람이 오잖아요. 좀 세워주세요. 막차인데, 먼 길 걸어가야 하잖아요."

임연주는 버스기사를 못마땅히 쳐다보며 다그쳤다.

버스기사는 마치 숨기던 것을 들킨 사람 마냥 부끄러운 듯 다급히 차를 세웠다.

'허 참, 뒤에 사람이 있는 줄 몰랐네."

연주는 그러려니 하며 대꾸하지 않았다.

문이 열리며 도진은 버스에 오르며 기사에게 꾸벅 인사를 했다.

"감사합니다."

자리에 앉은 도진은 무심히 버스 앞 유리창 밖을 응시했다. 응시하며 운전을 하는 기사 아저씨를 무심히 바라 보았다. 막 40대를 넘은 인상에 앞 머리가 약간 벗겨져 깔끔하게 뒤로 넘긴 외모였다. 그를 증명하는 기사등록증이 버스 앞 유리 윗부분에 붙어있어 도진은 그의 사진과 이름을 유심히 보았다.

'김덕수.'

버스에서 내린 도진과 연주는 가로등 아래 버스정류장 앞에 서서 서울로 가는 버스를 기다렸다.

"박도진 씨죠? 저도 같은 신문방송학과에요. 그런데 우리 한번도 통성명을 안 했네요?"

박도진이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거렸다.

"아, 예. 제가 사실 좀 학과모임에 서운하게 활동해서... 임연주씨..."

"헤헤, 서로 이름을 알고 첫인사하네요. 이제 곧 졸업하면 헤어 질 때인데 말이죠."

"그러게요."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좀, 진부하지만 서로 번호를 알고 지내는 게 어때요? 혹시 알아요? 서로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지. 우린 차기 신문기자니깐요."

"그, 그러죠, 뭐."

두 사람은 서로 휴대폰 번호를 저장했다. 그때 65번 버스가 도착했다. 연주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도진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며 차에 탔다. 도진 역시 연주의 인사를 받으며 고개 숙였다.

그녀가 떠난 자리에서 도진은 한참 생각에 잠겨 있었다. 또 다른 한대의 시외버스가 도착하자 도진은 무심히 버스에 몸을 실었다.

버스가 경기도를 벗어나 서울을 진입하고 있었다. 중간에 검문이 있는지 차들이 줄줄이 서서 대기하고 있었다. 몇몇 사람들이 차에서 내려 헌병들의 뒤를 따라 초소 옆에 설치된 가건물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헌병이 버스에 올라타 한 손에 어떤 탐지기 같은 것을 들어 보이자 안테나가 있는 무전기 같은 탐지기에서 붉은 빛이 번쩍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여인을 지나치며 삑삑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헌병은 그녀에게 양해를 구하듯 경례를 붙였다.

"죄송합니다. 지금 아가씨 몸에서 신형바이러스가 검출됐습니다. 지금 방역당국에서 전세계적으로 돌고 있는 신형바이러스 때문에 확산을 막기 위해 검문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잠시 시간을 내서 임시 방역센터에 들러 백신을 접종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몸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말에 불안한 눈빛을 보이던 여인은 당장에 몸을 일으켜 헌병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그녀가 지나가자 주위에 사람들이 몸을 움츠리며 눈치를 살피는 모습들이 역력했다.

신형바이러스는 한국에서 발생하여 벌써 한 달이 넘게 세계를 누비는 독종바이러스였다. 그런데 바이러스가 어떻게 발생하여 어떤 경로로 세계로 퍼지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미 바이러스로 목숨을 잃은 사람만해도 전세계에 백만이 넘었다. 결국 국가에서는 검역단계를 최고 수위까지 격상시켜 헌병대를 동원하기에 이른 것이었다. 이제 방역당국이 충분히 손을 쓸 만큼 썼으며 더 이상의 확산은 없었다.

여자가 내리자 버스는 곧 문을 닫고 출발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아무래도 다음 차를 타야 할 듯싶었다. 하루 종일 피곤했는지 뒷좌석에 앉아 있던 도진은 잠시 눈을 감아 잠을 청했다.

완전히 잠에 들지도 않았음에도 좀 전에 버스에서 내린 여인의 모습이 눈앞에 나타나고 있었다. 그의 정신은 잠에 빠진 상태도 아니었다. 분명 그의 눈앞에 백신을 접종하고 있는 여인이 팔을 걷는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고개를 돌려 도진을 향해 두렵고 불안한 눈빛을 보내며 속삭이고 있었다.

"저 좀 구해주세요. 저는 아무 이상이 없단 말이에요."

그녀가 그에게 속삭이자 그녀의 앞에 있는 흰 가운을 입은 의사가 그녀의 팔의 소매를 걷어 붙였다.

"이성희씨 걱정 말아요, 아프지 않으니까..."

순간 박도진은 눈을 번쩍 떴다. 그는 여전히 버스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무슨 꿈이 이래?'

서울 삼성역 인터컨티넨탈 호텔 30층 머큐리 룸에는 검은 정장 노란 턱수염이 있는 40십대 중반의 미국인의 주도 아래 한국 굴지의 기업 회장들, 방송사, 신문사 등 정재계 인사들이 한 곳에 모여 마이크 없이 조용히 회의를 진행했다.

세미나실 좌석에서 일제히 기립하는 소리가 조용히 들렸다. 사람들이 머큐리 룸의 문 밖으로 나와 뿔뿔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검은 정장을 입은 노란 턱수염의 미국인 제임스 블레이드 CIA 국장은 머큐리 룸의 옆 연회장인 플루토 룸으로 발을 옮겼다. 그리고 노크를 한 후 문을 열고 들어가자 텅 빈 홀이 펼쳐졌다. 그리고 서울 전경이 한눈에 펼쳐진 통유리 앞에는 고급스러운 큰 탁자 하나가 덜렁 놓인데다 의자에 한 50대의 한복 차림의 동양인 남자가 창 밖을 응시하며 차를 음미하고 있었다. 제임스 블레이드가 문을 열고 남자 앞에 나타나자 그는 낮은 톤의 목소리로 그 동안 생각하던 것을 끄집어 냈다.

"이 영묘한 세상에 인간으로 태어난다는 것은 무한한 축복이 아닐 수가 없어. 하지만 인간은 거기에서 한 발자국도 더 나아가지 못하고 스스로 나약함을 드러낸 채 같은 일만 반복하고 있지, 신(神)이 주신 거대한 능력을 십분도 채 발휘하지 못하고 죽어가고 있단 말이야."

제임스 블레이드는 오양조의 너스레에 신경쓰지 않고 회의 결과를 보고하기 시작했다.

"그 동안 중차적으로 논의한 안건을 오늘에서야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이미 미국에 계신 데이비드 님과 영국의 아담 님도 동의 하신 일이며, 오늘 마지막으로 오양조 님께서 동의 하셔야지 일을 진행할 수가 있습니다."

블레이드는 한국말을 하면서 또박또박 토씨 하나 틀리지 않았다. 단지 약간 혀가 말린 영어발음이 섞인 목소리가 나올 뿐이었다.

"이제 곧 사람들에게 신형바이러스의 내성이 생겨 제 2단계인 변종바이러스가 나타날 것입니다. 그 숙주를 찾아 인체의 항체와 바이러스를 추출하여 새로운 바이러스와 백신을 만들기로 결정했습니다."

오양조는 고개를 끄덕이며 쓰고 있던 안경을 살짝 코에 걸친 채 날카로운 눈을 치켜 떴다.

"그래, 그러면 또 하늘에 바이러스 구름기둥이 전국으로 살포되겠군. 그렇지 않나?"

제임스가 약간 어이없는 듯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하하, 그건 뭐, 당연한 걸 물으시는 군요. 네, 그렇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음모론을 만들어 우리가 하는 일들을 인터넷으로 유포하고 있네. 하늘에 자꾸 그런게 눈에 띄면 사람들이 알아보려 하지 않겠는가?"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 겁니까?"

"내 말은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할 부분에 수십년 동안 변함없이 같은 방식을 반복하고 있으니 한심해서 그런 것이네. 증거만 없을 뿐이지 지식이 든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심중으로 바이러스 살포 장면으로 인식하고 있네."

"그건, 그렇습니다만... 계속해서 미디어를 통해 역정보를 흘려 지식인들의 혼란을 가중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 하지만 민심은 천심이니 그들이 우리가 하는 일에 못마땅한 시선을 둔다면 대업을 이루는데 큰 장애가 되지 않겠는가?"

오양조의 말에 제임스는 더 이상 대꾸할 가치를 느끼지 못했다.

"어쨌든 어르신의 동의가 있어야 한국에서 이 일을 우리가 거행할 수 있습니다."

"좋아, 모두가 그렇게 결정했으니 당연히 진행해야지. 내 말은 다만 조금 더 신중을 기하자는 이야기니 너무 심려 말게."

"알겠습니다. 그럼 어르신께서 동의하신 걸로 알고 위에 보고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순간이동프로젝트가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이제 과학으로 마법을 부리는 시대가 찾아온 것입니다."

오양조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어르신께서는 순간이동프로젝트에는 여전히 관심이 없으시군요."

"그래, 이제 볼일 다 봤으면 그만 가보게."

그는 오양조에게 작별인사를 한 뒤 플루토 룸을 벗어나 옥상의 헬기장으로 가는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오양조는 주름진 날카로운 눈으로 통유리 밖의 서울을 내려다 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서울과 경기도 성남 사이를 잇는 경계초소의 헌병은 임시검역소에서 국립질병관리국에서 파견을 나온 김병연 실장에게 파일 한 권을 건넸다. 잠에서 막 깨어난 듯 보이는 흰 의사 수의를 입은 남자는 약간 비틀거리며 김병연 실장이 주는 파일을 받았다.

"자네, 왜 그러나 잠에서 덜 깬 사람처럼..."

"아, 아닙니다."

남자는 자신도 모르게 김병연 실장의 질문에 대꾸했다. 그리고 왜 자신이 그곳에 있는지 이해가 안 갔다. 그는 뚫어지게 명단을 내려다보며 뭔가 그 동안 그가 알고 싶어하던 것이 그곳에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간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의 명단이군.'

"안 중사, 이거 받아가게."

"예."

또 한 권의 명단이 든 파일을 김실장으로부터 건네 받은 안 중사는 실장에게 경례를 붙이며 연구실 밖으로 나갔다.

안중사는 한 대의 차량이 멈추자 운전사 앞에 탐지기를 가져갔다. 남자는 안중사의 새끼 손가락의 움직임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삑삑삑삑

안중사는 한쪽에 차를 세우라고 지시한 후 운전사를 하차시킨 뒤 임시 검역센타로 그를 데려갔다.

남자는 초소 안 선반 위에 놓인 탐지기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것을 쥐자 손잡이 아랫부분에 버튼이 한 개 보였다. 위치가 새끼손가락이 닿는 부분이었다.

그것을 누르자 삑삑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남자는 손가락을 떼고 곰곰이 생각했다.

'나에게도 바이러스가 있나? 왜 이 탐지기는 아무데서나 발작을 하지?"

성남 검역소의 김영찬 연구원은 화장실에서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가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야 정신을 차리고 화장실에서 나왔다. 그는 겸연쩍은 표정으로 김병연 실장 옆을 지나가며 미안 한 듯 고개를 조아렸다. 그런데 김실장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를 시선에 두지 않고 일에만 전념하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그가 밤 10시에 화장실에 들어가 11시에 나와서 무려 한 시간을 비우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김실장은 마치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만을 일관하였다.

김실장은 기지개를 펴며 피곤한 듯 김영찬에게 말했다.

"내일은 검역소 이사를 해야 하니 오늘은 여기서 일을 마치도록 하지."

"예."

대답을 한 김영찬은 사무실로 들어가서 그의 옷을 입고 가방을 들고 김실장과 함께 검역소를 나섰다. 그는 실내 불을 끈 뒤 문을 열쇠로 걸어 잠갔다.

다음 날 김영찬은 아파트에서 나오며 시계를 확인했다. 시간은 오전 6시였고, 그는 출근 시간이 좀 이르다는 생각에 아파트 상가 5층에 있는 찜질방으로 남은 피로를 풀러 들어갔다.

성남의 임시 검역소 입구가 열리며 김병연 실장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김병연은 실내에 아직 불이 켜져 있지 않아서 스위치를 찾아서 켰다. 그때 불이 들어오며 김영찬이 멍한 표정으로 센타 로비 중앙에 서있었다.

"깜짝이야! 김영찬 연구원 벌써 출근했나? 그런데 불도 안 키고 뭐하는 거야? 사람 놀래 키려고 작정한 사람처럼..."

"좋은 아침 이네요. 김실장님?"

"거참, 어제부터 좀 이상해 김연구원?"

"이, 이상하다니요?"

"아, 아, 됐다. 됐어. 이사를 해야 하니 서두르자."

"네, 그러죠."

그는 자신도 모르게 그에게 김실장님이라고 하자 여간 신기한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그의 이름이 명확하게 기억이 나고 있었다.

2011년 3월 11일

해가 서산으로 막 넘어가려는 오후 6시경 그날도 연주는 어김없이 김덕수 버스기사가 운행하는 버스를 탔다. 그녀는 가방에서 최신에 구매한 스마트폰을 들었다. 인터넷을 서핑하며 시간을 죽여야겠다고 생각했다.

스마트폰에 나타나는 인터넷의 최신 소식은 신형바이러스에 관한 것이었다. 신형바이러스가 완전히 초토화 되고 국제기구 WHO에서 대유행의 단계에서 해제가 됐다는 소식이었다. 또 다른 기사는 북한과 한국을 잇는 철도건설이 재개된다는 소식이었다. 작년에 북의 백령도에서 어뢰공격으로 인한 태안함 침몰 및 연평도 도발로 민심의 분노가 채 가라앉지도 않은 상태인데. 사이 좋게 철로를 놓는 공식입장을 밝히다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또 한가지는 일본과 통하는 수중 터널 및 철도가 완공됐다는 소식이었다.

어두워진 도로를 달리던 버스가 차단된 바리케이트 앞에서 속도를 줄이며 비상등을 켰다. 며칠 전 성남의 바이러스 임시 검역소가 차량 유동량이 많은 그곳으로 옮겨져 새롭게 가거물이 도로 옆에 설치돼 있었다.

김덕수 기사는 조금 놀란 표정으로 차를 세운 뒤 문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헌병을 의식하며 자동문 레바를 내렸다. 헌병대 안중사는 차에 올라타며 경례를 붙이고 오른 손에 들린 탐지기를 들어 보였다.

차에는 김덕수와 임연주 외에 학생들이 셋이 더 있었다. 늦은 시각에 금요일이다 보니 수업 듣는 학생이 적어서 버스에 탑승한 인원은 몇 안 되었다.

 김덕수를 지나가는 탐지기에서 삑삑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김덕수는 약간 두려운 표정으로 투덜대듯 입을 열었다.

"오늘 신문에 바이러스가 다 소멸됐다고 하던데 이게 무슨 봉변이람. 언제 또 검역소가 저기에 생겼다냐?"

날카로운 눈빛을 일관하는 안중사는 임연주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가 한걸음 걸을 때마다 군화에서 찰찰 거리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삑삑삑

요란한 탐지기 신호음이 연주를 극도의 긴장상태로 몰았다. 임연주가 버스에 내리자 김덕수는 안중사의 지시대로 버스를 차선 한 쪽에 주차한 뒤 버스에서 내렸다.

"학생들 잠시만 기다려요. 금방 갔다 올 테니..."

몇몇 안 되는 학생들은 기다릴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버스에서 내렸다. 김덕수는 학생들이 내리자 차문을 닫고 열쇠로 버스 앞문을 잠갔다.

김덕수는 연주가 임시 검역 센타로 들어가는 뒷모습을 보고 뭔가 찜찜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멀쩡한 사람에게 병이 있다고 하는 것 같은데... 저 놈의 탐지기를 믿을 수가 있어야지.'

연주는 흰 가운을 입고 마스크를 착용한 한 남자 의사 앞에 섰다. 김병연 실장은 그녀에게 눈웃음을 치며 경계를 풀라는 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임연주씨 걱정 마세요. 탐지기의 신형바이러스검출은 흔한 일이에요. 간단히 백신만 맞으면 되니까 잠시 동안만 시간을 내주시면 되요. 바이러스가 몸에 100퍼센트 침투해서 검열에 드러난 것이 아니고 단지 의복에서 검출만 되어도 탐지기가 작동합니다. 그래도 확실하게 바이러스를 퇴치하기 위해 예방 및 치료하는 것이에요."

김병연 실장은 옆에 서서 큰 신형 주사기를 들고 있는 김연구원에게 말했다.

"백신은 장착했는가?"

"네, 실장님"

"그럼 이리 주게."

실장은 주사기를 받아 들며 노란 액체가 가득한 주사기의 침을 연주의 왼팔에 깊숙이 꽂았다.

주사기를 뽑은 뒤 다시 김병연 실장은 빈 주사기를 김연구원에게 건넸다. 그는 아무렇지 않은 듯 자연스럽게 빈 주사기를 가져갔다.

김덕수와 임연주는 왼쪽 팔을 문지르며 다시 버스에 올라탔다. 연주는 좀처럼 흥분된 마음이 가라앉혀지질 않았다.

"인터넷이나 뉴스에 보면 백신을 맞고 미치거나 발작하는 사람, 자살충동으로 다치거나 죽은 사람도 있다던데, 혹 잘못되는 건 아니겠죠?"

버스 시동을 걸고 출발하려던 김덕수 기사는 그녀가 지나치게 걱정스러운 말투로 묻자 안심하라는 듯 말했다.

"그거야 약한 사람들이나 그렇지, 우리가 설사 감염이 안 돼서 백신을 맞았다 해도 별문제 없을 거요. 어차피 항 바이러스도 바이러스의 일종인데,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그것을 이기게끔 되어 있으니까. 흙 밭에 깔린 게 병균덩어리인데, 논밭 일하는 사람들은 어떻겠어요? 의사들 말대로라면 그들은 벌써 병에 걸려 죽었어야 해요. 오히려 그런 것에 노출 되어 있는 사람들이 병에 덜 걸린다니까. 바이러스다 뭐다 퍼지는 속도가 광범위해서 국가에서 저리 난리지, 알고 보면 별것 아니라니까."

김덕수는 어두운 도로를 불빛만 응시하며 버스를 몰았다. 그날 따라 눈이 침침하고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 여간 짜증스럽지 않았다.

"왜 이리 어지럽고 눈이 침침하지? 약 기운이 벌써 오나?"

빠앙

거대한 덤프트럭이 경적을 울리며 중앙선을 넘어 정면으로 달려오자 김덕수는 황급히 핸들을 꺾었다.

콰쾅쾅쾅

여러 대의 차량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산발적으로 울려 퍼졌다. 버스좌석에 앉아 있던 연주는 급커브에 바닥으로 떨어졌다. 김덕수는 당황하지 않고 가까스로 갓길에 차를 세운 뒤 버스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는 운전석에서 일어나 창 밖을 내다보니 8차선 대로에 두 대의 차량이 부딪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찌그러져 있었다. 그는 버스 바닥에 넘어져 있는 임연주에게 다가가 그녀를 부축했다.

“괜찮아요?”

“예.”

“밖에 대형 사고가 벌어진 것 같아요.”

김덕수는 임연주를 부축해 천천히 버스에서 내렸다.

그때 김덕수의 눈앞에서 세개의 써치라이트가 번쩍였다. 김덕수는 눈이 부셔서 본능적으로 팔을 들어 빛을 가렸다.

갑자기 대형덤프트럭이 돌진하며 커다란 범퍼로 김덕수의 몸을 밀고 나갔다. 덤프트럭 범퍼에 정면으로 부딪힌 김덕수의 몸이 허공으로 튕겨올라 도로 밖으로 떨어졌다.

쾅

대형 덤프트럭은 버스의 옆구리를 밀고 들어가며 거대한 굉음을 자아내며 허리부분을 완전히 두동강 내버렸다.

조금 전 금방 덤프트럭에 부딪혀 나가 떨어진 버스기사 김덕수와 몇 발자국 떨어져 있던 임연주는 그 놀라운 광경에 정신을 잃고 쓰러져 버렸다.

김병연 실장은 조수와 함께 임시본부인 서울병원으로 넘어갈 차비를 서둘렀다. 가방에 서류를 챙기던 김병연은 찬장에 놓인 백신이 든 실린더의 숫자가 당일 사용치보다 몇개가 더 많은 것 같아 김연구원에게 물었다.

"오늘 사용량을 다 안 쓴 것 같은데, 어찌된 거지?"

김연구원은 이미 계산된 질문에 대답하듯 말했다.

"제가 어제 미리 추가분을 채워놔서 그렇습니다. 오늘 사용량은 모두 사용했습니다."

김 실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옷을 갈아입으러 그의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김연구원 역시 옷을 갈아입고 김실장과 함께 검은 레간자에 몸을 실었다. 역시 운전대를 김연구원이 잡고 네비게이션에 표시되는 곳으로 향해 차를 몰기 시작했다. 김연구원은 예리한 눈빛으로 백미러에 비치는 김실장을 힐끗힐끗 노려보았다. 김실장은 휴대폰에 전화벨이 울리자 곧바로 통화버튼을 눌렀다.

"어제 백신을 맞은 사람 중에 반응을 보인 사람이 삼성병원에 격리됐습니다. 이름이 이성희라는데, 그 환자는 백신에 탁월한 반응을 보입니다. 내성백신 실험대상으로 매우 적격인것으로 판명됐습니다. "

김연구원은 강북에서 강동을 잇는 동부간선도로를 가로지르며 가로등 불빛이 환한 야간 도로를 주행하고 있었다. 그는 졸음이 계속 밀려왔고, 흐린 눈빛으로 한 시간 동안 운전대를 잡고 달렸지만 한 순간도 정신을 놓지 않았다. 광진구 국립서울병원에 도착한 그는 김병연 실장을 정문 앞에서 내리게 한 뒤 지하주차장에 차를 주차했다. 그는 자연스럽게 지하 엘리베이터를 찾아 탄 뒤 연구동 7층을 눌렀다. 김연구원은 질병관리국의 연구원으로서 모든 것을 생각하고 행동하고 있는 점에 대하여 스스로도 이해가 잘 안 갔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궁금해하는 어떤 것을 반드시 알아야 했다. 그래서 보다 더 집요하게 상황에 몰입해야만 했다. 김병연 실장도 도진 자신을 마치 오랫동안 알고 지냈던 부하직원으로 느끼고 있었고, 실질적으로 긴박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김연구원은 전혀 긴장감을 느낄 수 없었다. 마치 주위의 모든 것에 강력한 최면술 걸려 과거의 실제와 현실의 상황이 구분이 안 되는 것과 같았다.

7층 연구동에 모인 연구원들은 한달 전부터 신형바이러스 특별팀으로 구성되어 극비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전화통화를 한다며 잠시 자리를 비웠던 김병연 실장이 사무실 밖에서 나타나 그간 수집한 자료들이 담긴 이동식디스크 파일과 문서를 오석만 소장에게 건넸다. 그리고 그는 갑자기 다급한 듯 안절부절 하지 못하며 소장에게 귓속말을 한 뒤 급하게 밖으로 뛰쳐나갔다. 소장은 문서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한 곳에 모여있는 직원들을 향해 그 동안 무겁게 닫고 있던 말문을 열었다.

"신형바이러스 대유행단계가 오늘 부로 해제 됐다 해도 방심을 해서는 안됩니다. 진원지가 한국이지만 우리나라만큼 백신기술력이 대단한 나라도 없습니다. 우리가 노력한 결과물로 전염병의 일년 시기를 한달로 앞당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만큼 방역체계가 허술한 곳이 없습니다. 유럽 같은 선진국에서는 애초에 각종 질병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어 있어서 바이러스가 살아 움직일 만한 공간조차 없습니다. 우리 역시 곳곳에 방역소를 설치해서 질병을 일으킬만한 여지를 남겨서는 안될 것입니다. 헌병대가 수고하는 이유도 방역체계 때문이죠. 국내에서 그 동안 백신을 맞은 사람들 중 단 한 명의 체내에서 신형바이러스 변형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백신을 접종했어도 내성을 일으킨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변형바이러스에 대한 새로운 연구가 필요합니다. 앞으로 우리의 할 일은 변형바이러스에 대항할 백신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 팀이 결성된 목적이기도 합니다. 이제 밤이 늦었습니다. 모두들 귀가하셔서 내일을 위해 재충전하시기 바랍니다."

오석만 소장이 말을 마치고 자신의 사무실로 들어가자 김병연 실장이 따로 준비한 자료를 김연구원에게 건네주었다.

"자네가 내일 삼성병원으로 들어가게."

"예, 알겠습니다. 실장님."

집에 도착한 김연구원은 삼성 레미안 아파트 15층 1502호 문 앞에 서서 주머니 속 열쇠를 한 5분 가량 뒤적거리며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며칠간 잠을 못 이뤄 정신이 몽롱한 상태였는지, 자신의 열쇠를 어디에 뒀는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때 문이 철컥 열리며 한 30대 갓 넘어 보이는 미모의 여인이 얼굴을 내밀었다. 그녀는 김연구원의 피로한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여보, 아침에 열쇠 두고 나갔잖아. 어서 들어와요."

김연구원은 정신 없이 집 안으로 들어가며 들고 있던 파일을 탁자 위에 올려놓은 뒤 곧바로 안방으로 들어가 침대 위로 쓰러졌다. 한 5분도 지나지 않아 코고는 소리가 집안에 울려 퍼졌고, 여자는 침대 위에 골아 떨어진 남편의 웃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코고는 소리가 마치 코를 갑자기 틀어 막은 듯 일순간에 사라졌다. 침대 앞에 여인은 김연구원과 함께 자신이 벗긴 바지가 손아귀에서 사라졌음에도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그저 헝클어진 침대보를 다시 정돈할 뿐이었다.

딩동

벨소리가 울리자 여인은 현관으로 달려갔다. 인터폰 화면에 나타난 사람은 다름 아닌 그녀의 남편 김영찬 연구원이었다. 문이 열리자 남자는 약간 정신이 없어 보이는 듯 비틀거리며 집안으로 들어와서 책상 위에 있는 한 파일을 집어 들어 펼쳐보았다.

"으하하하하."

갑자기 이상한 웃음을 터뜨리는 김영찬을 보며 여인은 의아한 듯 물었다.

"왜 그렇게 웃고 그래? 정떨어지게."

한참 웃던 김영찬의 일색이 확 달라지며 찡그린 듯 슬픈듯한 표정으로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여보, 어째서 이게 여기에 있는 거지?"

영찬의 아내는 약간 짜증스러운 듯 대꾸했다.

"몰라, 내가 어떻게 알아, 자기가 거기다 놨둬 놓고선..."

"여보, 내가 지금까지 어디에 있었는 줄 알아?"

"어디에 있었는데?"

"찜질방."

"찜질방?"

"오늘 아침 출근 전 집 앞 사우나에 갔다가 그만 골아 떨어지고 지금 일어나서 들어 온거야."

"왜 그랬어? 미쳤어? 그럼 오늘 출근도 안 한 거야? 그런데 왜 회사에서 전화가 안 왔지?"

"전화가 안 왔다고? 내 핸드폰으로도 한 통의 메시지 조차 없었는걸."

"내일 한번 물어봐. 어찌 된 일인지?"

김영찬은 손에 든 파일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그런데, 어째서 이 파일이 탁자 위에 놓여져 있는 거야? 누가 왔다간 거야?"

"그럴리가… 누가 왔다 가다니, 나는 그 파일을 본적도 없어."

"그럴리가 없어. 이 것은 내가 내일 변형백신을 연구할 대상자가 격리돼 있는 병원과 그들에 대한 내력이 담긴 한 시간 전에 수정된 파일이라고."

2011년 3월 11일 밤 9시 20분 경

대형사고가 벌어진 성남의 태평동 사거리에서 대형사고 목격자의 신고로 출동한 다섯 대의 경찰차들이 주변을 돌며 흔적조차 남아있지 않은 사고 현장 주변을 수색하고 있었다.

수업이 없는 날 박도진은 학비를 벌기 위해 용역회사를 통해 건설현장에서 잡일을 한다. 그날도 어김없이 일을 마치고 도서관에 도착한 도진은 그 동안 자신에게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간추려 정리를 했다.

‘꿈이 꼭 사실과 같단 말야.”

숙소로 돌아온 도진은 잠이 들기 전까지 그가 궁금해 하는 것과 그가 연구해야 하는 특종들이 지금 자신에게 벌어지는 현상과 맞물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농 안에서 이불을 꺼내 바닥에 깐 도진은 바로 누워 이불을 덮어 썼다. 그리고 그는 눈을 감았다.

단체 생활을 하는 숙소라서 도진이 이불을 덮자마자 방문이 열리며 도진의 식구인 이재진이 피로에 찌든 몰골을 하고 나타났다. 그는 조용히 옷을 갈아입고 TV를 켜고 그 앞에 앉았다. 박도진이 자면서 한참 코를 골아서 조금 신경이 쓰인 이재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도진에게 다가가 이불을 덮고 있는 그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그런데 순간 이불을 덮은 도진의 몸이 마치 터져버린 풍선처럼 푹 꺼진 듯 사라졌다. 놀란 이재진은 이불을 까뒤집었다. 역시나 도진은 그 자리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한 참 현실과 비현실 사이를 헤매다 깬 도진은 옆에서 이재진이 그를 둥그런 눈으로 쳐다보고 있자 자신도 깜짝 놀라며 물었다.

"이봐 왜 그렇게 놀란 표정을 짓고 그래?"

이재진은 말을 더듬으며 자신이 본 것을 믿을 수 없는 양 그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 어디 갔다 온 겨?"

"어디를 갔다 오다니...?"

박도진은 눈을 깜박이며 자신이 꿈을 꾼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난 그저 꿈을 꾸었을 뿐인데..."

"무슨 소리야. 넌 갑자기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났다고."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이재진이 다시 재촉하듯 물었다.

"그럼 도대체 무슨 꿈을 꾸었는데? 그 꿈이 꿈이 아닐지도 모르지. 분명 넌 완전 사라졌었으니까."

"그럼 내가 꿈속에서 검역소에 출근하고 서울병원에서 마치 진짜 연구원인 듯 활동한 것이 모두 꿈이 아니란 말인가?"

"야임마,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그게 꿈인지 사실인지는 네가 확인해 보면 될게 아니야."

"어떻게?"

"다시한번 해봐. 사라지는 걸..."

박도진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눈을 감고 다시한번 그가 꿈에서 본 검역소를 생각했다.

그 순간 그의 몸이 사라졌고, 이재진은 두눈을 크게 뜨고 그가 사라지는 것을 확인했다.

박도진은 성남에 위치한 새로 이전된 검역소 앞에 서있었다. 그는 스스로 놀라워하고 있었다.

박도진은 자신이 순간이동을 할 수 있는 일뿐만 아니라 자신 앞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 때문에 여간 혼란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그는 그 모든 사실들을 진산 한의원 원장 이산인에게 전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그는 곧 휴대폰으로 이산인 원장의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이산인에게 도진은 자초지정을 말하기 시작했다. 한참 이야기를 듣던 이산인이 말했다.

"일단 의장님께 보고 할테니 내일 오전 일찍 병원으로 오게나."

"예, 원장님. 그럼 내일 뵙는 걸로 하겠습니다."

다음 날

2011년 3월 12일 새벽 3시경

삼성병원 옥상에 헬기 한대가 내려오며 천천히 착륙했다. 그리고 여러 의사들과 간호원들이 황급히 들것을 준비해 헬기 안에 있는 한 여인을 들것 위에 태웠다. 그리고 청색 가운을 입고 마스크를 한 남자가 조심스럽게 그녀를 엘리베이터에 실었다.

그녀가 들것에 실려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을 확인한 김병연 실장은 헬기 조종사에게 지시했다.

"어서 이곳을 나갑시다. 우리가 여기에 온 것을 아무도 몰라야 합니다."

그리고 그는 옆에서 식은 땀을 뻘뻘흘리고 있는 박경원에게 말했다.

"우리가 그녀로부터 백신실험을 한 사실을 아무도 몰라야 하네. 이것은 일급비밀이며 무덤까지 가지고 가야 할 것이야. 만일 이 사실을 세계정부에서 눈치라도 채는 날에는 우리의 목숨은 끝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네."

청색 가운의 남자 간호원은 임연주를 준비된 병실에 옮긴 뒤 차트에 그녀의 이름과 병명 및 내용을 기록했다.

'임연주, 신형바이러스 보균자.'

2011년 3월 12일 오전 8시경

NSI 국가정보원 이정환 요원은 퇴근시간에 이르러 갑작스러운 상부의 명령을 받고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신형바이러스 보균자인 이성희의 집을 방문했다. 이성희의 가족들은 이성희에게 신형바이러스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정환의 조치로 앰블란스 차량에 몸을 실은 이성희는 억울한 듯한 묘한 눈빛을 부모에게 보냈다. 근심어린 표정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앰블란스의 문이 닫히는 순간까지 그녀로부터 눈을 뗄수가 없었다.

이산인의 한방병원에 도착한 도진은 원장 사무실 문에 노크를 하며 들아 갔다.

"안녕하세요? 원장님."

"그래, 거기에 앉게."

도진이 손님용 테이블 앞 소파에 앉자 이산인은 전화로 간호사에게 녹차 두 잔을 부탁했다.

그리고 도진 앞에 앉은 성일이 말하기 시작했다.

"도진 군, 자네는 지금 일종의 도술을 부리고 있는 거야. 아직 자네는 스스로 그 도술을 컨트롤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본인의 의사와 전혀 상관없는 곳으로 자꾸 순간이동이 되는 거네."

도진은 심각한 표정으로 계속되는 이산인의 설명을 들었다.

"하늘은 우리가 그 목적을 수행하도록 우리의 뜻과 생각과 상관없이 도술이 그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이 되는 것이야. 자네가 자꾸 눈만 감으면 검역소로 이동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네. 자네가 반드시 그곳에서 뭔가를 얻어야 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지. 그것이 자네가 세상에 태어난 이유일세. 내가 자네와 통화를 하고 난 후 바로 구 의장님에게 그 사실을 보고했네. 자네는 앞으로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자네에게 주어진 하늘의 임무를 수행해야 하네."

이산인이 잠시 하던 이야기를 멈추자 한참 몰입하고 있는 도진에게 궁금증이 더욱 배가 되기 시작했다.

"지금 세상은 마치 종기를 앓고 있는 상황이네. 세계를 지배하는 돈을 거머쥔 자들은 정치인들을 이용해 그들의 사리사욕을 채우고 있고, 지구가 환경오염으로 멸하고 있는 상황을 잘못된 방식으로 문제점들을 풀어내려고 하고 있네. 그들은 무너지고 있는 자본주의를 유지하고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이유로 인구를 줄이는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예를 들어 그들이 과거에 군사 실험을 통해 만들어낸 화학 무기를 고의적으로 세상에 방출을 하고 그로 인해 사람들이 병에 들면 자연스럽게 병원을 찾아 돈의 유동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네."

"세상에 어찌 그런 일이 있을 수가 있는 겁니까? 믿을 수가 없군요."

"일종의 음모론으로 치부되어 왔지만 이는 모두 사실이며, 과학은 우리 인간이 상상하지 못하는 범위까지 도달한데다가 그것을 이용해 온갖 악랄한 짓을 벌이고 있네. 그들이 펼치는 악한 행위들로 그들은 제 무덤을 파고 있는 셈이지. 이제 우리의 할일은 그들을 깨우쳐 바른 길을 제시하는 것이며, 그중 자네는 가장 중요한 임무를 수행해야 할 것이야. 그것은 그들의 세계로 침투해 자네의 능력을 십분 이용해서 정부와 질병관리국에서 지금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지 자세히 관찰 한 후 그 사실들을 세상에 공포해야 하네."

박도진은 돌아오는 길에서 이산인 원장이 했던 말을 반복해서 되새김질 했다. 그는 곧장 그가 다니는 대학교를 향했다.

이산인 원장을 만나서 모든 일을 털어놓는 동안 도진은 무려 두 개의 수업을 빼먹고 마지막 남은 신문 방송학 수업에 한 시간이나 늦게 도착했다. 도진은 몰래 학생들 책걸상 사이를 비집고 빈자리를 찾아 앉았다. 한참 수업을 듣던 중 도진은 유일하게 함께 듣는 강의에 임연주가 없음을 깨달았다.

한참 연주가 없는 빈자리들을 바라보던 그는 그녀가 뭔가 위험에 처한 것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도진은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연주의 번호를 찾은 그는 곧바로 통화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딸깍 소리와 함께 임연주와의 통화가 시작됐다. 하지만 연주는 통화버튼을 누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교수가 수업 도중 딴 짓을 하는 박도진을 발견하더니 부아가 오른 듯 한마디 소리치려 하려던 찰나였다.

갑자기 도진의 몸이 사라져 버렸다. 교수는 갑자기 눈 앞이 멍해지며 눈을 깜짝였다. 그는 머릿속이 갑자기 텅 빈 듯하여 고개를 막 흔들며 생각했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었지?'

그리고 교수는 다시 칠판을 응시하며 자신이 그 동안 신문방송의 헤드라인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했다.

도진은 전화통화가 갑자기 끊기는 바람에 임연주의 위치에서 약간 떨어진 삼성병원 격리동 복도로 나타났다. 그는 의사 가운을 걸친 채 차트를 들고 임연주를 찾기 위해 여러 병실을 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한 병실에서 어디선가 낯익은 여인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도진은 자신이 순간 이동술을 사용하는 것을 깨닫던 순간 그녀를 검역소에서 마추 친 일을 기억했다.

"저 여자는 며칠 전 검역소에서 백신 주사를 맞은 여인이잖아."

그는 차트를 내려다보며 그녀의 이름을 확인하며 며칠 전 김병연 실장이 관리국 소장과 통화하던 내용이 떠올랐다.

"이성희! 꿈에서 김병연은 백신실험을 할 여자가 바로 이성희라고 했지."

박도진은 이성희를 구해야겠다는 생각에 그녀의 팔을 붙들었다. 그리고 박도진과 이성희의 모습이 병동 안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이산인 원장이 운영하는 성남의 진산 한방병원의 빈 병실에 나타난 박도진은 잠든 이성희를 그대로 병실 침대 위에 뉘였다. 그리고 병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이산인 원장을 찾았다.

이산인 원장은 갑작스럽게 나타난 도진을 보며 약간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102호에 있는 여자는 이성희라고 하며, 그녀는 변형바이러스의 숙주입니다. 정부에서는 그녀로부터 생체실험을 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저는 그것을 막기 위해 미리 그녀를 이곳으로 빼돌린 것입니다."

"정말 다행이군. 정부에서 바이러스를 추출해 더 강력한 바이러스를 배양해서 세계에 뿌릴 작정인 모양이야. 신종플루나 신형바이러스 역시 그러한 경로로 만들어져 배양되고 하늘에 뿌려진 것이었네. 일단 이곳이 안전하니 그녀는 내게 맡기고 계속 일을 해주게. 자네가 하는 일들은 본인 스스로만 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 이 일들은 의장님께서 지켜보고 계시다는 것 또한 명심하고..."

"예."

박도진은 다시 삼성병원에 있는 임연주를 데려오기 위해 순간이동을 했다.

이성희는 잠에서 깬 뒤 병원을 돌아다니며 간호원에게 물었다.

"여기가 어디죠? 제가 다른 곳에 온 것 같은데요?"

간호원 역시 처음 보는 환자라 당황해 하며 원장을 불렀다. 이산인은 박도진이 순간이동으로 사라지는 것을 확인 후 이성희에게 다가가 말했다.

"예, 오늘 아침에 이곳으로 옮겨졌습니다. 그리고 아가씨는 한방병원에서 변형바이러스 치료를 받을 것이고요. 너무 걱정 마시고 병실에 계세요."

성희는 그 동안 불안했던 마음이 누그러지며 편한 마음으로 병실 침대 위에 누웠다. 그리고 그녀는 곧 걱정하시는 부모님께 그녀의 안부를 전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성희의 어머니 박인화는 성희와 통화를 하자마자 부리나케 한방병원을 찾아왔다. 이산인은 성희의 거취가 노출된 것 같아 왠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분명 정부에서 알아채고 이곳에 나타날 수도 있겠군.'

NSI 국정원 강태신 요원은 전한수 국장으로부터 지난 밤 실종된 덤프트럭 2대와 승용차 3대, 그리고 한대의 대학버스의 흔적을 확인하기 위해 성남 IC 부근 태평동 사거리의 갓길에 차를 세웠다. 강태신은 아파트 방음벽에 검은 그을림의 흔적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했다. 그는 차량이 없는 틈을 타 건너편으로 뛰어간 뒤 중앙 바닥에 여러 대의 바퀴자국을 확인하며 촬영했다.

SUV 투산에 탑승한 강태신은 그곳에서 몇 키로 떨어져 있지 않은 헌병초소로 향했다. 그는 초소 옆에 있는 검역소의 문을 두드리며 손잡이를 돌리며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갔다. 검역소 내에는 두 명의 의사가 한가롭게 컴퓨터 앞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국정원 강태신이라고 합니다. 죄송합니다만 어제 밤 방역과정의 CCTV와 백신을 투여한 환자의 명단을 확인하고 싶습니다."

국정원 본부로 돌아오면서 그는 차량에 설치된 VOD를 실행하여 검역소에서 얻은 CCTV를 계속 재생시키고 있었다. 본부 건물 앞에서서 역시 한참 차에서 내리지 않고 뚫어져라 CCTV를 재생해서 보았다. 차에서 내린 그는 다시 CCTV가 담긴 이동식 디스크를 가지고 자신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그는 컴퓨터를 켜고 이동식디스크의 CCTV 동영상을 그의 컴퓨터에 저장했다. 그리고 그는 인터넷으로 실종사건의 사례들을 검색해서 여러가지 사건들을 찬찬히 훑어보기 시작했다. 한참 인터넷 속을 헤매던 강태신은 문득 특이한 종류의 사건 기사를 한 개 발견했다.

"필라델피아 실종사건, 필라델피아 실험?"

그는 미국의 군사 실험중의 하나인 필라델피아 실험에 대한 인터넷의 기사를 읽어보고 자세한 자료를 찾기 위해 정보처리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는 한참 자료 파일을 뒤지던 중 미국의 필라델피아 실험에 관한 보고서를 찾아내 테이블에 앉아 자료를 꼼꼼이 훑어보기 시작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1943년 8월 미군은 독일군의 레이다로부터 발견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 필라델피아 항구에서 중력, 전자기력을 통해 함선을 투명화시키는 실험을 실시했다. 함선은 4시간동안 사라진 상태에서 다시 그 자리로 돌아와 있었지만, 배에 있던 선원들은 반이상이 불에 탄 듯 재로 변해 있었고, 나머지는 반신불수가 되거나 정신병자가 됐다.

한참 자료를 보던 그는 갑자기 피로가 순식간에 몰려와 자신도 모르게 상체가 기울며 그 자리에서 쓰러져 잠이 들었다.

2011년 3월 13일 오전

"이상하군요. 어째서 임연주 환자에게서 백신이 아니라 감기백신이 다량 검출되는 거죠?"

다음 날 오전 10시경 김병연 실장과 통화 후 곧바로 삼성병원으로 출근한 질병관리국 김영찬 연구원은 삼성병원 격리동이자 며칠 전에 갑자기 입원한 임연주 병실 앞에서 담당의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격리동 담당의가 임연주의 피검사를 통해 알아낸 점은 그녀에게서 나타난 내성이 고작 일반 감기 바이러스의 일종이라는 것이었다. 그는 신형바이러스의 변형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확인하고 막 도착한 김영찬에게 사실을 확인하던 중이었다.

"알 수가 없군요. 오늘 아침에 다시 받은 명단이고, 임시검역소에서 백신을 맞은 사람이 임연주가 틀림없습니다."

강요원은 SUV 투산을 끌고 삼성병원의 넓은 주차장으로 진입했다. 도진은 동시에 도착하여 하차한 동료와 함께 삼성병원 정문으로 신속한 걸음으로 걸어 들어갔다. 임연주 환자실 문앞에 나타난 요원은 자신의 국정원 소속의 신분증을 김영찬과 담당의에게 보이며 말했다.

"이번 백신연구에 협조를 하기 위해 파견된 국정원 요원 이정환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김영찬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한 눈빛으로 그들을 대하며 인사를 받았다.

"임연주 환자는 갑자기 들어온 명단이라 원래는 이성희 한 사람이 실험 대상이었어요. 그녀는 도대체 어디에 있죠?"

김영찬의 질문에 담당의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 그게 어젯밤 이성희가 달아났어요. 환자복을 입고... 중요한 환자라 경찰까지 동원되어 경비를 섰는데, 아주 감쪽같이 사라졌어요."

"뭐라고요? 환자가 도망가도록 그냥 놔두다니요..."

옆에 있던 이정환 요원이 껴들며 말했다.

"새로운 변형바이러스 보균자가 있다고 했지 않습니까? 그 환자에게도 무슨 문제가 있는 겁니까?"

김영찬이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지금 있는 환자는 변형바이러스 보균자가 아닙니다."

"뭐라고요? 그런데 어째서 이곳에 와 있는 겁니까?"

요원이 질문하자 담당의가 답변했다.

"임연주라는 환자는 그제 밤에 등록이 됐습니다. 질병관리국으로부터 그녀가 변형바이러스 보균자라는 사실을 전해 듣게 됐죠. 그런데 검사해보니 그녀는 신형바이러스와는 거리가 먼 상태입니다. 이상한 점은 그녀가 신형바이러스 보균자였고, 성남 임시검역소에서 백신을 접종한 사실이 확인됐는데, 그녀의 몸에는 백신의 흔적은커녕 감기백신의 안티 플루 바이러스만 남아 있었습니다."

그때 강요원이 나서며 복잡한 상황을 정리했다.

"그럼 성남 검역소에서 백신을 접종한 것이 아니라 플루백신을 접종했다는 것이군요. 게다가 신형바이러스 균에 감염됐다가 감염균이 사라졌다는 말씀이시고요. 당시 김영찬 연구원께서 그날 검역을 담당하지 않으셨습니까?"

"저는 그날..."

김영찬은 순간 당황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날 하루 종일 찜질방에서 잠을 잤다고 그들에게 감히 말을 꺼내기가 무서웠던 것이다.

강요원은 다시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김영찬에게 물었다.

"그럼 바이러스 양성이 아니라 일반 인플루엔자 양성을 확인하고 그녀에게 감기백신을 접종하신 겁니까?"

"그게..."

김영찬은 세상 어느 누구도 자신이 그 당시 사우나에 있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김병연 실장, 오석만 소장 뿐 아니라 모든 동료들이 그날 그와 함께 있던 순간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거 정말 환장할 노릇이군.’

그때 이정환 요원은 약간의 노기를 띄운 채 김영찬과 담당의에게 말했다.

"임연주가 보균자가 아니면 그녀는 일단 퇴원시키세요. 제가 30분 안으로 이성희를 환자실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이정환이 황급히 몸을 돌려 다시 병동을 내려가려 하자 강요원은 그를 무시하고 그 자리에 꼼짝 안 고 서있었다. 이정환은 강요원이 뒤를 따르지 않자 다시 몸을 돌려 강요원에게 물었다.

"자네는 여기서 뭐하나 함께 가지 않고?"

"이성희는 자네가 찾아오게, 나는 임연주로부터 조사할 부분이 있으니."

"무엇때문에, 우리가 받은 지시사항이 아니지 않는가?"

"오늘 아침에 긴급하게 지시받은 것이네. 어젯밤 대형사고의 사라진 흔적들 말일세. 임연주가 사라진 사람들과 차량들 가운데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네."

강요원의 말에 이정환이 도진의 귓가에 입을 가까이 대고 속삭이듯 물었다.

"자네, 그럼 국장님으로부터 EX-P(Extraordinary Project)를 지시받은 건가?"

"그래, 자네에게 비밀로 해서 미안하네."

"아니야. 그럼 난 이성희를 찾으로 가겠네."

"그래."

이정환이 떠난 후 주변에 한 사람도 보이지 않자 강요원은 그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았다. 강요원은 발을 앞으로 내딪지 않고 오히려 뒷걸음을 치더니 임연주가 있는 격리동인 A동 1002호의 팻말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차트를 들고 지나가던 간호원이 옆에 서있던 강요원이 갑자기 사라지자 깜짝놀라며 잠시 멈짓했다. 하지만 잠시  그녀는 금새 그 광경을 잊어버린 듯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가던 길로 방향을 돌렸다.

[대탐방]

추천이나 긍정적인 댓글이 있으면, 계속해서 연재하겠습니다.

[봉성]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소설방으로 옮기거나 하시면 좋을 것 같구요
글씨를 좀 크게 부탁을 해도 될지요? (45세 이상은 읽기 곤란~~~)
문학에 뜻이 있으신 분이라면 계속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겠습니다.
저도 문학에 관심이 많습니다.